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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에게 좋은 것은 여성에게도 좋습니다! 3월 6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3.8 여성의 날 기념 대회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한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동성애자인권연대와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들입니다. 제가 혼자 나오면 외로울까봐 함께 나와준 성소수자 동지들입니다.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 저희는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들과 함께 연대하기 위해 나온 성소수자들입니다. 102년 전 여성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일어섰던 것처럼, 우리 성소수자도 그것을 본받기 위해 여성대회에 왔습니다. 여성들은 세상의 절반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권리는 그만큼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림잡아 인구의 10분의 1쯤 된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예 없는 사람 취급당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 2010. 3. 29.
이명박 정부의 여성 억압, 차별에 맞선 저항에 손잡다. -3월 6일 전국여성대회 참가기- “아저씨, 여기에 뭐라고 적어야 돼요?” 정신없이 성소수자 노동권 팀의 브로슈어를 나눠주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소매 끝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뒤를 돌아다보니 여덟 살 남짓해 보이는 소녀가 서있었다. 소녀는 겁 많아 보이는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게 뭔데 그러니?” 나는 몸을 수그려 소녀와 눈을 맞췄다. 내가 눈을 맞추자 아이는 손에 들린 종이를 내 쪽으로 들이밀었다. 그것은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에서 준비한 ‘직접 쓰고 만들어 보는 손 피켓’이었다. 아마도 알록달록 꽃종이로 꾸밀 수 있게 만든 것이어서 소녀의 시선을 끈 모양이었다. “글쎄, 뭐가 좋을까.” 나는 주위에 널려있는 피켓과 팻말들을 서둘러 살펴보았다. 소녀에게 적당한 문구를 가르쳐주기 .. 2010. 3. 29.
2010년 첫 번째 무지개학교 놀토반 - Winter 참가 후기 1. 무지개학교에 오게 된 까닭은 뭐라고 해야 하나? 음, 갑갑함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친구들 사이에서의 커밍아웃 후 서로 간에 우정이 사라진 일은 없었지만 무언가의 답답함은 여전했습니다. 이해를 바란 적은 없지만(타인에 대해서 온전히 이해하게 되는 것이 가능할까요? 전 잘 모르겠어요.) 제대로 된 인식은 바랬는데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서로 약간 빗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거기다 평상시에 맞닿아 있는 공간들도 성정체성과 관련하여 별로 친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학교였습니다. 학교 측에 커밍아웃을 하지는 않았던지라 가시적 차별 같은 것은 말을 통한 것 이외에는 없었지만 약간 어긋나 있는 몰인식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갑갑함에 지쳐있으면서도 참여는 미루고 미뤄왔었습니다. 어째서였는지는 .. 2010. 3. 29.
푸근한 빵집아저씨가 되고 싶은 욜의 이야기 지난 2월에 열린 동성애자인권연대의 총회에서 새로운 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욜회원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지난 13년간 늘 한결같은 자세로 동인련과 함께 삶을 살아온 그에게 남겨진 추억, 앞으로의 소망을 물었습니다. 평소 고되고 바쁜 활동 속에서 놓치고 지나쳤을지도 모를, 평범한 질문과 대답을 나누며 서로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episode_1. 첫 만남과 설레임 욜씨와 동인련과는 참으로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 년째 활동을 하고 계시죠? 97년 겨울에 가입하고, 계속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군대에 있던 시기를 제하면, 2000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 이제 10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동인련과의 첫 만남은 어땠는지 궁금한.. 2010. 3. 2.
셋방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1월23일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서 성북동으로 향했다. 2년 동안 웃고 울고 지냈던 망할 놈의 성북동 사무실을 떠나는 날이다. 열심히 일해 보겠노라고 짐 나르기 쉬운 복장을 하였는데 웬걸 어제 마신 술기운이 가시지 않는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거실을 가득 메운 짐들 앞에 얼어버렸다. 젠장! 이미 몇 명의 회원들은 이사를 돕겠다고 사무실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도 남자라고 이 먼 곳까지 오다니. 그런데 이거 오늘 안에 끝날 수 있긴 한 거야? 2년 동안 지냈던 성북동 사무실은 80년대 드라마에서나 본 듯한 나무계단이 집 안에 있고 여름에 문을 열어두면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모임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끔찍이도 싫은 한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거실이 나무 바닥이라.. 2010. 3. 2.
차별금지법 제정, 반차별 운동은 실천과 연대를 중심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지난 2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반차별공동행동 주최로 차별금지법 상상더하기 포럼 ‘차별금지법 제정, 하지 말자는게 아니라 잘 해보자는 거지’가 열렸다. 이 포럼은 1부 ‘반차별공동행동의 고민, 어디까지 왔나’, 2부 ‘우리는 서로 어디에 와 있는거지?’ 그리고 3부 ‘다함께 차차차 - 전체토론’으로 구성되었고,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 성인종차별반대공동행동, 장애여성공감,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2부에서 발제를 맡았다. 1) 차별금지법과 같이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미와 우려를 짚어본다면? 2) 차별금지법 입법운동의 의미(와 우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또 차별금지법 입법 등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은 무엇이라.. 2010. 3. 2.
UN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띄우는 공개 항의편지 도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반기문 사무총장님. 전쟁과 기근, 지진과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들을 둘러보고 다니느라 바쁘시겠지요. 그래도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환영을 하든, 박수갈채를 보내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2010년 1월4일을 기억하십니까? 기억을 못하시겠다면 유엔에이즈(UNAIDS)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십시오. HIV에 감염된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강제 출국시키는 한국 정부가 2010년 1월1일부터 관련 정책을 폐지했다는 환영보도가 나와 있을 것입니다. 사무총장님은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의 결정을 격찬하며 아직까지 에이즈 환자의 입출국을 제한하고 있는 다른 57개국에 대해 차별적인 제한조치를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지요. HIV에 감염된 외국인 입출국 제한조치를.. 2010. 3. 2.
하늘을 날아가는 꽃가루처럼 -이효석의 화분- 왜 이효석인가 1930년대의 대표적 작가인 이효석은 우리에게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무척 친숙하다. 한국의 자연과 향토적 정서를 매우 아름답게 다룬 ‘메밀꽃 필 무렵’은 우리에게 이효석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결코 이 작품이 이효석의 작품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에 대한 기록들을 찾아보면, 이효석이 ‘메밀꽃 필 무렵’에서 엿볼 수 있는 소박한 한국의 아름다움보다는 당시 쏟아져 들어오던 서구 문명의 화려함에 훨씬 경도되어 있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930년대 당시에 그는 클래식 음악에 상당히 조예가 깊었고, 특히 쇼팽을 즐겨 들었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피아노와 전축은 그가 생전에 가장 아끼던 보물들이었다고 한다. 또한 그 당시 이효석은 이미 원.. 2010. 3. 2.
오늘은 어제 몫까지 오롯이 덧칠된 자화상 -그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싱글멘』 소설 은 하루 동안 주인공 조지가 겪는 일을 그리고 있다. 시작은 무척 음침하고 결말은 안타깝다. 외부에서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이지만 그는 잊혀지지 않는 삶의 순간을 때로는 의식적으로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기어코 끌어낸다. 그가 꺼내드는 사고의 파편을 따라가 보자. 1. 이중 사고 지난 '지금'은 모두 과거가 된다. 조만간 그 날이 올 때까지 한 남자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길에 나선다. 특별한 하루가 되리라는 기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조지는 이미 중년. 시간의 굴레를 거스르려는 의지는 아주 가끔 찾아올 뿐이다. 연인과 사별한 뒤에도 여전히 그와 함께 한 집에 머무르는 그에게 하루하루란 그 날 이후로 더해진 하루밖에 되지 않는다. 그는 자의든 타의든 죽음과 더불어.. 2010. 3. 2.
결혼을 넘어선 성 윤리를 향해 In the last essay I wrote about the somewhat complicated state of the progress toward LGBTQ rights in the US and indicated that there may be a problem with the focus on marriage as the goal of the LGBTQ rights movement. I want to explore that a bit more. The difficulty is that the struggle for gay marriage leaves much of gay and lesbian life in the shadows. It suggests that gay and lesbian peopl.. 2010. 3. 2.
제2회 LGBT 인권포럼 <전체토론> - 성소수자와 정치 :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인가? 토론을 함께하며 성소수자 인권운동 단체와 개인들이 모여 활동하는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준비한 제2회 LGBT 인권포럼이 11월21일 이화여대에서 열렸다. 소속 단체 회원들과 관심있는 개인들이 약 70여명 정도 참여하였는데, 이는 준비기간과 홍보가 부족했던 점을 감안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수였다.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대한 활동전망과 지역에 기반한 성소수자 운동의 가능성에 대한 토론은 동시간대에 열렸고 마지막엔 참여자들이 모여 ‘ 성소수자와 정치,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전체 토론을 이어갔다. 성소수자와 정치에 대한 토론은 2010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염두해 둔 것이기도 했지만 특히 성소수자 운동 내에서의 정치, 정치공간 안에서의 성소수자의 위치를 재조망해 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발표는.. 2010. 1. 2.
[내가 추천하는 영화] 시대착오적 자장 안에서 빚어지는 퀴어들의 욕망 -쿠도 칸쿠로 감독의 <한밤 중의 야지 키타> 시대착오적 자장 안에서 빚어지는 퀴어들의 욕망 -쿠도 칸쿠로 감독의 영국의 게이 영화감독인 데릭 저먼의 영화들은 추상적인 게이 감수성의 모범적인 발현으로 전세계 퀴어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왔다. 특히 바로크 시대를 풍미했던 화가 카라바조의 일대기를 다룬 (1986)는 모든 장면을 세트에서 촬영하며 명암이 뚜렷한 카라바조의 회화 세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탐미적인 영상을 과시하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전기영화 (1991)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미니멀한 화면 구성으로 시대적 배경이 모호하게끔 처리하였다. 두 영화 모두 동성애자로 가정된 역사 속의 실존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지만 엄밀한 고증에 기반에 재현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나아가 자동차에 기대어 선 카라바조의 모습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미장.. 2009. 12. 31.
존 디밀리오와의 인터뷰 - LGBT 해방: 광범위한 운동 구축하기 ISR Issue 65, May–June 2009 JOHN D’EMILIO is a professor of history and of gender and women’s studies at the 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 and is author of many works including Creating Change: Sexuality, Public Policy and Civil Rights; Making Trouble: Essays on Gay History, Politics, and the University; Intimate Matters: A History of Sexuality in America; and Sexual Politics, Sexual Communi.. 2009. 12. 31.
동성 결혼 문제의 어려움 요즘 미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한편에서 새로운 혐오범죄방지법이 의회를 통과하고 대통령 승인을 받아 레즈비언과 게이, 트랜스젠더들이 혐오범죄로부터 보호받게 됐다. 이제 우리를 향한 폭력은 연방 범죄다.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노력은 오랫동안, 10년 넘게 이어졌고 드디어 법률이 됐다. 이것은 중요하고 훌륭한 성과다. 다른 한편에서 메인 주(州) 유권자들은 동성 결혼을 승인한 주법률의 효력을 뒤집었다. 메인은 전반적으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진보적인 지역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동성]결혼을 인정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미국 반대편에 있는 워싱턴 주 유권자들은 동거하고 있지만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또는 LGBT의 경우 결혼할 수 없는) 커플들에게 많은 권리와 보호를 제공하는.. 2009. 12. 31.
노동자대회 그리고 트랜스젠더 이주노동자 11월7일~8일 전국노동자대회가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열렸다. 이 날은 역대 최대 규모의 노동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지금은 한국노총 지도부의 배신으로 공조가 파기되었지만 당시에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양대 노총이 이명박 정부에 함께 맞서자는 의지가 충만한 때였다.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자율교섭제와 전임자임금 노사자율 △공무원노조·전교조 탄압과 사측의 단체협약 해지 공세 중단 △철도·발전·가스 등 국가 기간사업 민영화와 공공부문 인력감축 저지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도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와 함께 전국노동자대회를 찾았다. 성소수자 노동자들도 이명박 정부에 맞서 함께 싸우는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행사장 입구에 걸었다. 그리고 전국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에게 나눠줄 유인물도 8,000부.. 2009. 12. 31.
제2회 LGBT 인권포럼 <청소년 섹션> -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 어디로 가야 할까? 2009년 11월 21일, 이화여대에서 2회째를 맞는 LGBT 인권 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지역에 기반한 LGBT운동의 가능성과 전망,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 성소수자 정치 등 3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특히 내가 사회를 맡은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 어디로 가야 할까?’는 최근 들어 다시 가시화 되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에 대해서 각 단체의 활동과 개인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소중한 자리였다. 국내의 성소수자 단체들이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서로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특정 단체에서 활동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러한 이슈에 대해 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포럼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 2009. 12. 31.
더 나은 삶을 위한 우리들의 활동 1. 청소년 자긍심팀 ‘기초벽돌’을 차근차근 준비하다.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을 증진시키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랜 시간 해 왔다. 하지만 청소년 커뮤니티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고, 동인련엔 청소년 회원들도 부족해 실제적인 청소년 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성인 게이 중심의 단체 분위기는 청소년 회원들을 받아들이기에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그랬다. 2009년 1월7일. 우리는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작은 활동이라도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중단되었던 청소년 모임을 다시 가졌다. 이 자리를 통해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동인련 활동의 문제점(어렵다. 따분하다. 거리감이 든다. 운동권이다. 등)에 대해 들을 수 있었고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청소년 활동이 자연스럽게 제안되었다. 솔직히 어떤 프로그램을 기획.. 2009. 12. 30.
지난 4년의 활동 그리고 2010년 동인련 안녕하세요. 동인련 사무국장 장병권입니다. 지난 한해 동인련의 활동을 돌아봅니다. 동인련의 주장, 활동 소식을 알리는 웹진은 꾸준히 발간되었으며 매월 둘째주 토요일이면 사무실이 들썩이게 만드는 청소년들의 무지개 학교 놀토반이 열렸습니다. 먼저 간 육우당을 기리며 거리에서 자신 있게 ‘평등과 인권’을 외친 청소년 성소수자 자긍심 캠페인도 있었습니다. 회원들에게 친근하게 한 발 더 다가서기 위해 마련된 회원 프로그램 ‘외출’, 후퇴되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거리에서 뜨겁게 외친 퀴어퍼레이드, 성황리에 개최되며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던 2009 성소수자 진보포럼, 그리고 실천과 연대의 중요한 원칙으로 여성, 장애인, 이주노동자들을 비롯해 정리해고에 맞선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건넨 연대의 손길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 2009. 12. 30.
공간의 이름, 이름의 공간 - 성적 소수자 공간의 필요를 역설하다. 뼈를 에는 12월의 어느 날, 처음 만난 파트너를 따라 종로 3가 뒷골목에 있는 어느 전집엘 들어갔다. 숨겨진 듯한 방에 착석, 냉골 속에서도 화색이 도는 주변 분위기를 살피며 메뉴를 고르는데, 눈을 사로잡는 건 사방에 가득한 낙서들. 질박하면서도 살짝 앙증맞던 낙서들의 내용은 대체로 이반 손님들의 ‘나 외로워요’가 대세였다. 낙서를 하나하나 훑으면서 사무치는 외로움(?)에 대한 묘한 동질감을 가지며, ‘한’서린 메시지의 향연에 아마도 그날 밤 나는 막걸리 네 병을 내리 비웠던가 보다. (물론 목적은 다른 데 있었지만) 공간과 매체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한 이미지와 흔적들을 본다. ‘우리 이반이에요.’ 라는 말은 굳이 입밖에 올리지 않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보는 것들. 이런 걸 두고 스.. 2009. 12. 30.
위로를 부탁해 올해가 가기 전에 읽으면 좋을만한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동안 웹진 기획에 소홀히 참여했던 것이 미안했던 터라서 군말 없이 그러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사실 올해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한 해였다. 개인적으로 너무 바쁜 한 해였다. 2009년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나에게 2009년은 위로가 필요했던 해였다. 모질었던 시간 속에서 무너져 내려가며 2009년이 흘렀고, 그러는 동안에 나는 감성도 이성도 부족한 인간이 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였을까. 내가 올해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신경숙의 소설《엄마를 부탁해》였다. 물론 이 책을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읽었으면 하는 책’으로 선정하는 데에는 많은 이견들이 있을 법도 하다. 어떤 문학적 성과라던가 혹은 문학적 위치 등을 논하는.. 2009.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