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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인터뷰] 덕심에서 이어지는 활동 - 청소년 인권팀의 만능재주꾼, 사과를 만나다!

행성인 2016. 1. 30. 16:15

인터뷰 받은 사람: 사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청소년인권팀)
인터뷰 한 사람: l2lMrFox, 바람, 오소리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사과’를 좋아하는 사과

 

오소리: 인터뷰 시작 할께요. 추운데 먼길 오시느라 고생 하셨구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께요.

 

사과: 활동한 지 이제 한 2년 정도 됐습니다. 청소년 인권팀에서 활동을 시작해서 아직까지도 청소년 인권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닉네임은 ‘사과' 구요. 이제 20살 이네요.

 

오소리: 닉네임은 왜 사과에요?

 

사과: 과일 ‘사과' 있잖아요. 그것도 되게 좋아하고. ‘사과' 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가 있잖아요. 그 회사의 제품도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그냥 그렇게…

 


 무지개 깃발을 보고 찾아왔어요. 그리고 커밍아웃을 하게 됐죠.

 

행성인과 사과를 만나게 해준, 행성인의 상징 무지개깃발!

 

오소리: 활동한 지 2년 되었다는 것은 ‘행성인' 활동 말하시는 거죠?

 

사과: 네. 행성인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약 2년 정도.

 

오소리: 행성인 활동은 언제, 어떻게 시작 하시게 된 거예요?

 

사과: 시작의 계기라고 하면 (웃음) 조금 긴데 (웃음)  정체성 이라고 해야 되나, 그걸 (행성인 활동 전부터) 어느 정도 확립을 해둔 상태였어요. 약간 ‘게이' 그런 느낌으로? 아무튼 그런 상태에서 2013년 말에 철도 총파업에 나갔다가 예상치 못하게 무지개 깃발을 발견했어요. 무지개가 성소수자를 의미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그 전 까지는 한번도 이쪽(성소수자 인권 단체)이랑 교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무지개 깃발을 보는 순간 충동적으로 가서 한번 말을 걸어봐야 겠다’는 생각에 무지개깃발 아래로 가서 말을 걸었어요. 그 때 나라씨와 덕현씨가 있었어요. “여기가 동성애자인권연대(전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 맞죠?” 라고 물어 보았는데, “네 맞다, 무슨일이시냐?” 고 답하셨어요. 그래서 “아, 제가 좀 관심이 있어서.” 라고 답했어요. 그렇게 해서 행성인과 처음에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 만나서 여러가지 인사도 나누고, 철도 총파업이 마무리 된 후에는, 순두부를 함께 먹고 나서 전화번호 교환을 했죠. 그런데 전화번호 교환을 하고 나서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어요.

 

오소리: 무슨 일이요?

 

사과: 제가 그때 핸드폰 요금을 내기가 벅차서 핸드폰을 엄마랑 공유해서 쓰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핸드폰에 덕현씨나 나라씨 등 행성인 회원분들의 전화번호를 저장 해버린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누가 보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안녕하세요. 반가웠어요. 어쩌구 저쩌구' 라는 문자가 왔어요. 그런데 그 문자 끝에 ‘동성애자인권연대 ㅇㅇㅇ’ 라고 써져 있었어요. (웃음) 그래서 엄마가 이 문자를 보낸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시길래, “음… 제가 소수자 인권에 관심 있어서”라고 답을 했어요. 엄마는 ‘돼도 않는 소리하지 말라'고 하셨죠.

 

일동: (당황한 듯한 웃음)

 

오소리: 그럼 그때 당시는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안 한 상태?

 

사과: 네. 거의 아무에게도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었어요.

 

l2lMrFox: 의도치 않게 커밍아웃을 하신거네요?

 

사과: 아웃팅 반… 그것을 ‘아웃팅’ 이라고 해야 되나?

 

오소리: 그럼 그때 확실하게 말씀하신 거예요?

 

사과: 그 때 그냥 ‘더 이상 숨겨봐야 무엇 하겠나? 숨겨도 믿지 않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어머니께 그냥 “맞다, 내가 게이다.”라고 답했어요.

 

오소리: 그 때 어머니의 반응은 어떠셨어요?

 

사과: 처음에는 뭔가 되게 심각했어요. 둘이서 막…

 

바람: 싸우고?

 

사과: 싸우지는 않았는데… 음… 지금 생각해 보니 둘이서 싸웠던 것 같아요.

 

l2lMrFox: 냉전이요?

 

사과: 냉전도 아니고… 음... 전개가 엄청 빨랐어요. “내가 게이다.”라고 말하고 처음 3시간 까지는 서로 막 울고, 어머니가 “괜찮다.”고 말씀하시면서, “너는 아니라고, 너 계속 이런데 나가면 계속 그렇게 될 거다.”라고 하셨어요. 처음 3시간 동안은 어머니와 계속  그렇게 싸웠어요.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갑자기 조금 수그러들더니, 그날이 끝나기 전에 어머니께 “그래 괜찮다. 네가 내 아들인데 어떠냐.”라는 말을 들었어요.

 

오소리: 오! 하루 안에 그렇게?

 

바람: 좋은 케이스네요.

 

오소리: 하루 안에 어머니의 태도가 그렇게 바뀐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 하세요?

 

사과: 어머니가 자기 자신을 나름 ‘진보'라고 규정하세요. 그래서 어머니가 ‘변하는 사회에 맞춰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물론 가족이나 가정에 대한 태도는 상당히 보수적이시긴 한데, 그래도 어떤 환경 변화가 있으면 바뀌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오소리: 지금은 어떠세요? ‘네 삶이니까 알아서 해라' 라는 식이세요? 아니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를 해 주시는 편이세요?

 

사과: ‘상당히'라고 말 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시는 편이에요. 제가 행성인에 나간다는 말만 해도 꼬박 꼬박 돈을 주시는 것만 봐도 얼마나 적극적인 지지에요?

 

오소리: 그렇죠. ‘돈'도 적극적인 지지죠.

 

일동: (웃음)

 

오소리: 혹시 어머님은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나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사과: 부모모임에서 만든 팜플렛도 가져가 보고, 말씀도 드려 보았는데 어머니는 “나는 이미 너를 다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 나갈 필요가 없다.”고 답하셨어요. (웃음)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소리: 어머니께 ‘어머니는 사과를 다 이해 하지만 세상은 사과를 다 이해하지 못하니,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어머니가 노력 해 달라’고 말씀해보세요.

 

사과: 오!

 

오소리: 나중에 한번 나와 달라고 말씀해 주세요.

 

사과: 그렇지 않아도 계속 부모모임에 나와달라는 말씀 드리고 있는데, 부탁을 드리면 드릴수록 부모모임에 나오시려는 것 같기도 해요. 얼마 전에 또 말씀을 들였는데, “그러면 바쁠 때 말고 언제 한번 부모모임에 나가봐야 겠다.”고 말씀 하시더라고요.

 

 

“맞다. 내가 게이다.”

 

오소리: 좋네요. 부모모임에서 사과 어머님을 뵙기를 바랍니다. 어머니께는 그렇게 커밍아웃 하셨잖아요. 그러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커밍아웃을 하셨나요?

 

사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일단 했어요. 제가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다녔어요. 어머니께 커밍아웃 하고 나니, 뭔가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다음으로 룸메이트에게 커밍아웃을 했어요. 룸메이트는 나름 함께 사는 사람이고 믿음직해서 했어요. 원래 룸메이트에게만 커밍아웃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바로 모두가 알고 있더라고요. 정말 좋다. (웃음)

 

오소리: 정말 좋았어요?

 

사과: 아니요. 안 좋았죠.

 

일동: (웃음)

 

l2lMrFox: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 않아요?

 

사과: 그럴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심각한 상황까지 번지지는 않았어요. 그게 어떻게 보면 상대적인 것이기도 해요. 룸메이트 세 명에게 커밍아웃한 건데, 일일이 ‘너네 말했지, 너네 말했지, 너네 말했지' 라고 따질 수도 없고, 따진다고 해도 걔네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그렇게 퍼져서 모두에게 인정을 했어요. 예컨데, 누군가가 “너 게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라고 물어 보면, “어. 그 소문이 맞다. 내가 게이다.”라고 하면서 인정을 했어요.

 

오소리: 친구들 반응은 어땠어요?

 

사과: 놀라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런데 다행이라고 해야 되는 것은 대놓고 혐오감을 표출하는 친구는 없었어요.

 

오소리: 다행이네요.

 

l2lMrFox: 진보적인 학교에서 생활하셨군요.

 

사과: 그건 아니에요. 그냥 학생들이 문제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 학교였어요. 직접적으로 혐오감을 표출하지는 않는데, 뒤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많더라고요. 특히 뒷담화가 저의…

 

바람: 포지션?

 

사과: 그래 ‘포지션’ 이라고 하면 ‘포지션’ 이지. 제가 보기에는, 저의 사생활과 관련된 뒷담화가 꽤 많았던 것 같아요. 심지어 여자애들도 제 사생활에 관해서 뒷담화를 했어요.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이 말했다'고 나에게 말하고, 남자애들이 말한 것도 ‘남자애들이 말했다’고 나한테 말해줬어요. 뒷담화를 했다는 것을 나에게 굳이 알려주는 이유가 궁금해요.

 

 

 직접적인 참여가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닐까 싶어요.

 

오소리: 그럼 다시 돌아가서, 행성인에는 사과처럼 집회에서 무지개깃발을 보고 찾아와서 회원이 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 때 깃발을 보기 전부터 그 당시 동성애자인권연대를 알고 계셨던 거예요?

 

사과: 당시 제가 고등학생 때죠.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흔히 말하는 ‘남들과는 다른 것 같다’ 는 느낌을 받고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누군가? 내가 어떤 사람인가? 나랑 비슷한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인터넷으로 많이 찾아 보았어요. 그런데 정작 그 사람들을 찾아 가지는 못 한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 무지개깃발과 행성인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같아요.

 

오소리: 현재 청소년 인권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렇게 행성인에 들어 와서 어떻게 청소년 인권팀에서 활동하게 된 거에요?

 

 

중요한 순두부. 역시 먹을 것은 중요하다.

 

사과: 그렇게 순두부를 먹고, 그 다음 일정으로 ‘신입회원모임 디딤돌'이 있더라고요. 디딤돌에 가서 행성인 내에 무슨 팀이 있는지 안내를 받고, 무슨 활동을 하는지도 안내를 받았어요. 그 때 당시 제가 청소년 당사자여서, ‘청소년 인권팀' 에 조금 관심이 갔어요. 그래서 청소년 팀에 가기로 결정을 했는데, 그 다음으로 나간 것이 ‘육우당 캠페인 기획' 이었던 것 같아요. 그날 덕현씨와 서진씨랑 함께 모여서 ‘육우당 캠페인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할까? 어떤 방향으로 갈까?’를 이야기 했는데 덕현씨가 갑자기 저에게 책갈피 디자인을 해 오라는 일거리를 하나 주셨어요. 그래서 책갈피 디자인을 해 갔는데, 꽤 잘나왔다고 해 주셔서 되게 뿌듯했어요.

 

오소리: 그때 그거 저도 정말 좋았어요.

 

사과: 이렇게 제가 직접적으로 참여를 하고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닐까 싶어요.

 

 

 활동의 원동력이 된, 사과가 직접 디자인한 책갈피

 

 

동성애자인권연대 청소년자긍심팀(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청소년인권팀) 팜플렛. 이 팜플렛도 사과가 디자인했다

 

 

오소리: 그러면 지금 청소년 인권팀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세요?

 

사과: 청소년 인권팀에서는 프로그램 기획이나, 프로그램 스탭 같은 활동은 기본적으로 하고 있고요. 제가 특출하게 ‘조금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웹자보 제작과 홍보물 제작 같은 그래픽 관련 된 일이죠.

 

오소리: 지금 청소년 인권팀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뭔가 아쉬운 점은 없어요? 팀의 활동 방향이나 ‘조금 더 이런 것을 해 보고 싶은데, 아직은 못 하고 있는 것 같아!’ 라고 느끼는 것은 없나요?

 

사과: 활동을 함께 기획하는 입장에서 아쉬운 거라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최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나름 하는 것 같아요. 굳이 꼽는다면, 옛날부터 거리 캠페인 같은 것을 하고 싶었어요. 홍대에 가면 장애인 단체 같은 곳에서 부스를 만들어서 서명도 받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OX 퀴즈도 시키고 그러잖아요. 그런 것을 해 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그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해 보고 싶어요.

 

오소리: 그래서 이번에 청소년 인권팀 워크샵에서 ‘올 한 해에는 거리 캠페인을 좀 해보자' 라는 이야기가 있었고, 계획도 짰잖아요. 어떤 거리 캠페인을 해 보고 싶어요? 생각 해 놓은 것 있어요? 아니면 해보고 싶은 것이라도?

 

사과: 앞서 부스 캠페인을 이야기 했잖아요. 플레시몹 같은 것은 금방 나와서 금방 들어가니까 신변 노출의 위험도 적고 하기도 쉽잖아요. 그런데 플레시몹은 전달 면에서 부족한 감이 있어요. 그리고 플레시몹을 영상으로 찍어서 다른데 올리려면, 전달매체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오래 하면서 다른 사람과 접촉이 쉽고, 메시지 전달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부스 캠페인이 좋아요. 작년에 버스킹 이야기도 함께 나왔는데, 부스 옆에서 버스킹도 하면 관심을 조금 더 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아요. 물론 공연은 제가 안 하겠지만…

 

오소리: 왜요? 송년회 때 공연 했잖아요.

 

사과: 안됩니다. 안됩니다. 봤잖아요. 본 사람이 그러시네.

 

오소리: 깜찍하고 좋았습니다.

 

사과: 끔찍하고 좋았죠.

 

오소리: 끔찍하다니요. 깜찍했어요.

 

일동: (웃음)

 

오소리: 사과의 ‘활동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 책갈피부터 사과가 만든 웹자보까지 사과의 ‘작품’들을 많이 보았어요. 제가 볼 때 감각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성소수자 부모모임 홈페이지 제작도 해주시고 계시잖아요. 그런 것들은 독학  하신 건가요? 아니면 배우신 건가요?

 

사과: 독학이죠.

 

l2lMrFox: 우와!

 

사과: 이렇게 말하면 조금 내세우는 것 일수도 있는데…

 

오소리: 내세워 보세요.

 

일동: (웃음)

 

사과: 포토샵이나 인디자인이나 그래픽 프로그램 같은 것들에 대해 인터넷강의 한번 들어 본 적이 없어요. 모든 것을 버튼 한 번씩 눌러가면서 프로그램 다루는 방법을 다 알아 냈어요. 그리고 디자인 감각 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도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영상물 같은 것을 보면서 혼자서 익혔어요.

 

오소리: 재능이 있네요.

 

l2lMrFox: 그런 것은 감각이 없으면 불가능하죠.

 

사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수줍)

 

오소리: 이런 것 관련해서 조금 더 전문적으로 배워 보실 생각은 없나요?

 

사과: 전문적으로 배워 보려고 하고, 디자인 쪽을 진로로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디자인' 이라는 것이 워낙 넓어서 지금 하고 있는 그래픽이나 시각 디자인 쪽이랑 안 맞을 수도 있는데, 아무튼 미술 이라고 해야 하나? 미학적인 쪽을 다루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어요.

 

l2lMrFox: 청소년 인권팀에서 하는 활동을 보면,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음향 장비나 컴퓨터 같은 하드웨어 쪽도 다루시더라고요. 혹시 하드웨어 쪽도 공부 하셨나요?

 

사과: 제가 기계를 다루는 것에 익숙하긴 해요. 그래서 그냥 하드웨어 쪽도 다루는 거예요. 왜냐하면 소프트웨어를 다루다 보면 하드웨어도 다뤄야 할 때가 많거든요. 예를 들면 컴퓨터가 고장나면 고쳐야 되잖아요.

 


 덕심으로 재능도 살리고, 활동도 하고 !

 

 

훗날, 철도는 사과의 인생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는데...

 

오소리: 기계 다루는 것에 익숙한 것 뿐만 아니라, 사과는 또 철도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흔히 말하는 ‘철덕' 이라고 소문이 자자한데. (웃음)

 

사과: 언제 적 이야기에요. (웃음)

 

오소리: 철도 총파업도 철도를 좋아해서 나간 것 아닌가요?

 

사과: 솔직히 말하면 맞아요. (웃음) ‘코레일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철도가 이런 식으로 망해가면 안된다’는 생각에 나간 것은 맞긴 해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철도 관련된 직업을 갖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생활기록부에 장래희망이 ‘철도차량공학기술자' 였어요. 엄청 길고 복잡한 이름인데, 이 꿈을 포기 했어요.

 

오소리: 왜 갑자기 진로를 바꾸신 거에요?

 

사과: 사실 진로를 바꾸지는 않았어요. ‘철도차량공학기술자' 라는 것을 꿈 꾸고 있을 때, 제가 어떤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러니까 모터가 얼마나 빨리 도는지, 어떻게 하면 브레이크가 잘 들 수 있는지 같은 기술적인 부분을 다룬다기 보다, 기차의 외관, 내부 인테리어, 이용하는 사람들의 편의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같은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그러니까 그때 당시 꿈꾸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그냥 ‘철도 차량 디자이너'였죠.

 

오소리: 연관되는 맥락이네요.

 

사과: 그런데 크면 클수록 ‘철도 차량' 이라는 것이 좁아 보이더라고요. 물론 넓게 보면 평생 그것 만을 다룰 수 있지만, 제 눈에는 좁아 보이더라고요. ‘이것만을 가지고 내가 평생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소리: 어떻게 보면 꿈이 조금 더 넓어진 것이네요.

 

사과: 네. 그렇죠. 그리고 어디에 이야기 하지는 않았는데, 이것과 관련해서 얼마 전에 MBC ‘능력자들' 이라는 프로그램 제작진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웃음)

 

오소리: 뭘로요?

 

사과: 거기서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MBC ㅇㅇ작가라고 하면서 ‘건하의 기차이야기(이야기마을, 2012)' 쓰신 분 맞냐고.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저를 그 프로그램에 실으면 적합할 것 같다고 말씀 하시더군요. 아마도 인터넷 기사를 보고 연락을 했나 봐요. 작가님이, 제가 책을 내고 기사가 난 게 4년 전 이라는 생각을 안 하신 것 같아요.

 

오소리: 4년 전이면 얼마 안 됐죠.

 

l2lMrFox: 덕후에게는 엄청 긴 시간이에요.

 

사과: 그래서 MBC 본사까지 갔었는데, 지금 까지 감감무소식이에요.

 

 

화제의 ‘건하의 기차이야기’

그 때 그 기사 보러 가기  <중학생 기차마니아가 쓴 '건하의 기차이야기' 화제>

 

오소리: ‘건하의 기차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저는 4년 전 당시에 직접 그 기사를 봤어요.

 

사과: 네?!

 

일동: (웃음)

 

오소리: 그 기사를 지나가듯이 보았던 기억이 있어요. 얼마 전에 사과가 그 책을 썼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갑자기 4년 전 기사가 떠올랐어요. ‘중학생이 직접 쓴’과 ‘철덕’ 이라는 특이함이 기억에 남게 했나봐요. 그 책은 어떻게 쓰시게 된 거예요?

 

사과: 어머니가 자신의 소설책을 내려고 만든 ‘도서출판 이야기마을'이라는 작은 1인 출판사가있어요. 제가 철도를 좋아하는 것이 어머니 눈에 보기에 컨텐츠가 되었나봐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사진도 많이 찍으니까. 그래서 어머니께서 책을 써보라고 하셨어요. 제가 책을 내려고 쓴 것은 아니고, 마침 그 때 문화관광부에서 문화사업을 주제로 하는 공모전이 하나 있었어요. 그때 공모전에 출품하려고 쓴 원고에요. 물론 공모전에서 떨어졌어요. 그런데 써둔 원고를 썩히기는 아깝잖아요. 원래 책의 디자인도 외주를 주었는데, 다짜고짜 “그냥 네가 해 봐라. 네가 한글과 컴퓨터를 잘 만지지 않냐?”고 하시면서 제게 시키셔서 디자인까지 하게 됐죠. 어떻게 보면 그 책이 제 첫 디자인 작품이죠.

 

오소리: 애정이 남다르겠어요.

 

사과: 애정이 남다르고, 참 꺼내기 싫은 흑역사 이기도 해요.

 

오소리: 왜요?

 

사과: 왜 나는 자간을 그렇게 설정 했을까? 왜 나는 그 작대기를 그렇게 했을까? 왜 나는 테두리를 그런 식으로 정했을까? 아무튼, 그런. (웃음) 그 책에 대한 애착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오소리: 이제 졸업하고 대학 가잖아요.

 

사과: 맞아요. 아 너무 좋다.

 

오소리: 그래서 이번에 가는 대학도 디자인 관련 과에 지원 했다고 들었어요. 아직 결과가?

 

사과: 네, 내일 나와요.

 

l2lMrFox: 긴장 되시겠네요.

 

오소리: 웹진에 오늘 인터뷰한 기사가 나갈쯤이면 이미 결과가 나와 있겠네요.

 

사과: 그렇습니다.

 

오소리: 그럼 대학 관련한 이야기는 결과를 보고 기사에 넣을지 말지 결정할게요. (웃음)

 

※편집자 주: 이후 사과는 원하는 대학 학과에 합격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축하해요. ^^
 
오소리: 대학에 가서 성소수자 동아리 활동 같은 것을 하실 계획이 있나요?

 

사과: 일단 성소수자 동아리를 들어갈 생각은 있어요. 그런데 대학을 들어가면, 미대가 조금 빡세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될 줄 모르겠지만, 여유가 없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l2lMrFox: 제 동생도 미대생이거든요. 특히 1학년 때 교수님들이 공부하는 분위기 만든다고, 학생들 공부를 많이 시켜요. 제 동생도 1학년 때 이론 공부 엄청 하고, 그림도 엄청 그려가고, 과제도 엄청 하고, 게다가 다니던 미술학원에서 알바로 쓴다고 해서, 말 그대로 ‘별 보고 나가서, 별 보고 들어갔'어요. 사과님도 그렇게 바빠질 텐데, 앞으로 행성인 활동은 어떻게 하실 것인지 궁금해요.

 

사과: 아직 대학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행성인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냥 조금 바빠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 뿐이에요. 만약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에 들어가면, 그곳 활동에 조금 더 치중하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하긴 해요. 어쩌면 행성인 활동을 하면서,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에는 안 들어 갈 수도 있겠죠.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군요.

 

오소리: 가장 이상적인 것은 거기서도 활동하고, 여기서도 활동하고, 둘의 연대지점을 찾아서 연결 시켜주고. (웃음)

 

사과: 분신술을 배워야겠군요. (웃음)

 

오소리: 헤르미온느의 시계를 갖거나. (웃음) 대학 활동으로 바빠서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행성인에서 더 해보고 싶은 역할은 없나요?

 

사과: 제가 그래픽 쪽을 다루다 보니까 행성인에서 만드는 포스터나 그래픽 같은 것을 해 보고 싶어요. 이번에 행성인 홈페이지에 외주가 들어왔잖아요. 만약 제가 능력이 된다면, 굳이 외주를 맞기지 않고도 제가 만들 수 있었겠죠?

 

 

 깨달았던 점은 역시 ‘다양성' 인 것 같아요

 

오소리: 행성인에서 2년 정도 활동 하셨잖아요. 활동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사과: 행성인 활동으로 한정 하자면, 저는 다함께 놀러 가는 MT 같은 것이 좋아요. (웃음)
청소년 인권팀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청소년 인권팀' 이라고 한정한다면, 아무래도 매번 12월에 하는 토크쇼가 인상이 깊죠.

 

 

노는 게 제일 좋아 ♪ 사과도 ‘뽀로로와 친구들’도 노는 걸 제일 좋아한다

 

오소리: 토크쇼 하면 사람들 진짜 많이 오잖아요. 사람들 반응은 어떤가요?

 

사과: 제가 보기에는 나름 반응이 좋아요. 참석하신 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 하시고, 물론 시간이 지날 수록 지치는 면이 있어요. 그런데 이 점은 모든 행사가 어쩔 수 없는 것이죠. 그런데 일단 저희가 준비한 행사에 많은 분들이 와 주신다는 것 하나로도 느낌이 벅차더라고요. 그리고 바빠요. (웃음)

 

오소리: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이 있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갈 공간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 배경으로 청소년 인권팀에서 토크쇼 같은 것을 하면,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아요.

 

사과: 수도권에 한정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 끼리 모이는 자리가 그렇게 적지는 않아요.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까, 개인끼리 만나는 것도 편해지고, 그룹을 만들기도 편해지니까. 사실 청소년 성소수자가 모일 수 있는 기회는 예전보다 많아 졌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저희가 이런 행사를 했을 때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이유는 그룹이나 개인 끼리 만나는 것은 모두 언더그라운드 차원 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소리: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조금 더 공적인 공간을 원한다고 생각하세요?

 

사과: 저는 어느 정도 그렇다고 생각 해요. 저 같은 경우에도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커뮤니티에 나가지 못한 이유가 사적인 모임은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그런데 ‘단체, 팀' 이라는 이름을 걸고 모임을 하면 조금 더 쉽게, 마음을 놓고 올 수 있는 느낌이 들어요. 토크쇼를 하거나 행성인에서 모임을 할 때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이유가 그런 면이 있다고 봐요. 그런 마음 놓고 쉽게 올 수 있는 행사가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도 들어요.그리고 퀴어 행사를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는, 아무래도 ‘퀴어 퍼레이드와 퀴어문화축제' 그게 정말 뇌리에 강하게 박히는 것 같아요.

 

오소리: 퀴어 퍼레이드에는 몇 번 가셨어요?

 

사과: 두 번이요.

 

오소리: 마침 차별선동세력들이 막 부흥 할 때부터 오셨네요.

 

사과: 그런 건가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정말 재미있어요. 재작년에는 길을 막지 않나, 그리고 길 한 가운데서 예배를 하더라고요. 정말 길 위의 교회. (웃음) 그리고 저는 옷을 벗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자유롭게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어떻게 거리에서 옷을 벗어!?’ 같은 느낌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퀴어퍼레이드를 보면, 옷을 벗잖아요. 저는 그런 갇혀 있던 게 풀리는 느낌이 인상 깊으면서도 좋았어요.

 

l2lMrFox: 그런 퀴어퍼레이드부터 해서, 활동을 하면서 어떤 점을 깨달았는지, 어떤 점이 자신을 성장 시킬 수 있었는 지가 궁금합니다.

 

사과: 그런 질문이 조금 어려운데, 깨달았다라…

 

l2lMrFox: 자유롭게 말씀 해 주셔도 돼요.

 

사과: 깨달았던 점은 역시 ‘다양성' 인 것 같아요. 행성인 나오기 전 까지만 해도 ‘성소수자' 라고 하면 ‘게이' 와 ‘레즈비언'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성소수자' 안에는 정말 셀 수 없는 다양한 분들이 있더라고요. 여전히 ‘성소수자' 안에는 어떤 분류가 있는지 정말 감을 못 잡을 정도로. ‘사람의 섹슈얼리티는 정말 다양하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느낀점’ 이라고 하면 이 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모든 건 연결된다

 

 

모든 게 연결 된 사과의 삶

 

오소리: 사과와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모든 게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철도 좋아해서 책도 쓰고, 철도 총파업에도 갔다가 행성인과 만나서 활동하게 되다가, 활동에서 디자인을 맡고, 디자인의 첫 작품은 철도 관련 책이고. (웃음)

 

사과: 듣고 보니, 그렇네요. (웃음)

 

오소리: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이네요. 마지막으로 인터뷰 글을 보는 분들에게 한마디!

 

사과: 이 글을 보시는 청소년 여러분! (웃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와 청소년 인권팀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고민거리가 있거나, 이야기를 하고 싶거나, 친구를 만들고 싶어도, 그리고 인권활동을 하고 싶고 관심있는 사람들 모두 청소년 인권팀으로 오세요. 그리고 저도 언제나 오픈 마인드 이니까 찾아주세요.

 

오소리: 본인을 찾아달라고? (웃음)

 

사과: 청소년 인권팀 오시면 저도 좀 찾아주세요. 저도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웃음)

 

 

저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오소리: 어쨌든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동: 와! (박수)

 

사과: 와! 새롭다! 이런 것 새롭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