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차별 혐오/학생인권조례

‘동성애 비판’을 비판한다 - ‘성소수자 혐오 조장 교육’ 비호 보도에 부쳐

행성인 2017. 2. 2. 17:16

루카(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011 차별 없는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서울시의회 점거농성

사진 출처: BeMinor

 

2월 1일 오전, 국민일보는 지면을 통해 ‘’학생인권조례‘ 위력 현실화… 수업중 ’동성애 비판‘한 교사 징계 받을 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서울시교육청이 ‘동성애 비판 교육’을 한 중학교 교사에 대해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근거로 조사에 착수한 사실을 문제 삼으며, 성적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학생인권조례’ 흠집 내기에 대대적으로 나선 것이다. 기사의 전체적인 내용이 성소수자에 대한 악질적인 혐오로 도배되다시피 했으나, 혐오세력의 저열한 입장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아래에 인용한 문단이다.

 

고영일(가을햇살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동성애 문제에 대해선 한국사회에서 충분히 합의된 적이 없는 데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선 동성애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는 부도덕한 성행위’라고 판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수업 때 동성애에 대한 반대 의견을 살펴보는 게 어떻게 인권침해에 해당되느냐”면서 “서울시교육청이 해당 교사의 조사를 강행하는 것이야 말로 인권탄압이자 교권탄압”이라고 지적했다.


매일 같이 지긋지긋하게 설명해온 ‘동성애’에 대한 도덕과 합의 등의 터무니없는 논쟁은 차치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국민일보의 주장대로 과연 해당 교사가 교육청으로부터 ‘인권탄압’을 받고 있는 걸까. 기사를 통해 언급된 ‘동성애 비판’이라 함은 ‘남성 간 성행위와 에이즈의 긴밀한 상관성’, ‘소아성애와 수간도 포함하는 성소수자의 개념’, ‘유전이 아닌 동성애의 실체‘ 따위의 성소수자에 대한 몰이해로 점철된 내용이었다. 해당 교사의 주장을 과연 ’비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비판이란 무엇인가.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밝혀,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던가. 일방적인 매도로 성소수자의 삶을 재단하고, 혐오에 기인한 그릇된 지식을 학생들에게 강제로 주입하는 일은 비판이라고 할 수 없다. 간곡히 호소하건대, 제발 비판과 힐난을 구분하기로 하자. 이제야말로 자신이 짓밟고 서있는 삶과 존엄을 직면할 때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비판’ 하나를 해보려 한다. 재작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청소년 성소수자 200명 중, 무려 98%에 달하는 학생이 “교사나 다른 학생으로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동성애는 더럽다, 역겹다, 징그럽다” “남성이 남성을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동성애는 도덕적이지 않다”, “동성애자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 “동성을 사랑하는 마음은 치료할 수 있다” 등의 표현이 대표적인 사례로 수집됐다. 국민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진 해당 교사의 언사와 전혀 다르지 않은 말이었다.

 

이러한 혐오 발언에도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쉽게 대응하지 못했다. 77%는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탄로날까봐, 12%는 보복이 두려워서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 이것이 성소수자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교육 공동체가 맞은 위기이고 탄압이다.

 

그런데 국민일보의 보도 속, 이들은 어디에 있나. 혐오 선동으로 조사받는 교사는 보이고, 조롱과 차별로 신음하는 청소년 성소수자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함부로 인권탄압을 운운하지 말라. 해당 교사가 벌인 일이야말로 비판이 아닌 인권탄압이다. 매일, 매순간을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의 ‘인권탄압’을 견디며 살아내는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교육 현장에서의 혐오 조장은 명백한 인격 살인이다. 그런 와중에도 국민일보는 해당 교사를 비호하며 도리어 책임을 ‘학생인권조례’에 전가함으로써 언론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인권감수성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펜과 카메라를 든 자들에게 고한다. 언론은 파급력을 지니고 있는 매체이므로, 보편적 원칙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모든 학생의 인권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편에 서야 마땅하다. 모든 학생의 범주에 청소년 성소수자가 배제되어야 할 이유는 결코 없다. 국민일보를 필두로 한 일부 언론이 혐오를 정당화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보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청소년 성소수자는 더욱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잊지 말라. 그대들이 적는 기사의 내용이 누군가의 처절한 삶이라는 사실을. 

 

글을 마치며, 국민일보 지면에 ‘오늘의 QT(Quiet Time)’로 소개된 성서 구절 중 하나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일 3:18).”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