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까칠남녀> 고정 출연자인 섹스칼럼니스트 은하선 씨에게 일방적인 하차를 통보했다. 은하선 씨는 커밍아웃한 바이섹슈얼로 <까칠남녀> 출연진 중 다양한 성소수자 관련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펼치며, '젠더 토크쇼'라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그런 상황에서 EBS의 일방적인 하차 통보는 느닷없는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여성, 성소수자, 언론, 교육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은하선 작가 하차통보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1월 22일 오전, EBS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아래 발언자들의 발언 전문을 공유한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소수자의 인권 그리고 차별의 현주소를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2018년 지금의 시점에서 공영방송이 이것을 사회적으로 내몰고 중요한 가치가 아니라고 알리고 이러한 모습을 왜곡된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고 있는 누군가의 존재, 이것을 2018년의 안타까운 현장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장이 바로 EBS 앞, 이 자리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성평등 개헌,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기본법 개정, 그리고 여러 낙태죄 폐지 현장에서 일부 보수 기독교인이 굉장히 자의적인 가치에 의해서 배타하고 우리사회에서 끊임없이 내몰려고 하는 이러한 움직임이야 말로 다양한 언론,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 그룹들이 막아내야 할 왜곡된 담론이 아닌가 싶습니다.
EBS는 공영방송입니다. 우리 사회가 성적환경에서 담아낼 수 없는 가치지향적인 컨텐츠, 더 나은 민주사회를 위해서 구현해야할 더 나은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하는 회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방송통신발전기본료라고 하는 시청료를 국가적 기금들로 모아 EBS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압력에 의해서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서 보수적인 가치를 유지 존속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방송사가 아닙니다.
그리고 결코 어린이 방송도 아닙니다. 심야에 성인들의 기존의 왜곡된 통념을 조금 더 다른 시선에서 다양하게 토론해보고 성차별의 원인이 되는 젠더담론에 대해서 우리가 함께 열어나가고자 했던 젠더토크쇼입니다. 이렇게 EBS가 무책임한 그리고 출연자를 배타하는, 어떠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야 말로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종영이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은하선 씨를 하차시키는 것은 이러한 압력에 굴복하는 것 이상도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은하선 씨의 출연은 다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잘 마무리한 후에 시즌2가 시작되기를 기대합니다. 저희는 25일까지 은하선 씨 하차가 철회되는 것을 요구하고 그것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2. 나영(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집행위원장)
사실 처음 EBS에서 페미니즘 주제를 다루는 까칠남녀라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을 때는 기대보다 걱정이 컸습니다. 교육방송에서 페미니즘 컨텐츠를 다룬다니, 그냥 요즘 페미니즘이 이슈가 되니까 EBS에서까지 관심을 보이는구나, 자칫 오히려 보수적인 성교육 프로그램 같은 형식으로 흥미거리로만 다뤄지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까칠남녀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제모부터 비혼까지 흥미 위주로만 가거나 에둘러갈 수 있는 주제들도 피해가지 않고 잘 다루어 주었고, 흥미롭게 개념과 쟁점을 다루면서 관점도 잘 짚어주었습니다.
12월 25일과 이어서 두 주에 걸쳐 방송된 LGBT 특집 방송은 저도 성소수자로서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함께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직접 출연해서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편견 없이 편안하고 재밌게 방송을 한 적은 거의 없었기에 정말 반갑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방송을 이끌어가는 데에 누구보다 은하선 씨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주제를 피해가지 않는 솔직하고 당당한 토크로 성에 대한 이야기가 수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삶, 사회의 많은 편견이나 규범들과 연관된 것임을 잘 드러내 주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교육방송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은하선 씨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하차 통보를 받았습니다. 어떠한 이유를 대든 그것은 핑계에 불과합니다. 은하선 씨의 역할을 잘 알았기 때문에 은하선 씨를 섭외해 놓고, 방송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자 가장 그 타켓이 되기 쉬운, 성소수자 바이섹슈얼이자,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독립적이고,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성적 욕망에 솔직하고 당당한 여성을 하차시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있는 그대로 마녀사냥에 부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정치인들과 방송이 이런 식으로 혐오를 승인하고 강화해 왔습니다. 박근혜 탄핵과 함께 청산되었어야 할 중요한 적폐 중의 하나가 여전히 저렇게 버젓이 혐오선동과 마녀사냥을 하며 설치고 다니는 현실은 지금 EBS 류재호 부장 같은 태도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뽀로로는 씩씩한 파란색 캐릭터로 나오고 루피는 그저 귀여운 분홍색 캐릭터로 나오지 않고, 뿡뿡이가 자신의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방송에서 그려지는 세상입니다.
EBS 앞에서 항의시위 하시는 저 분들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보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한 남자에게 사랑을 받고 그를 닮은 아이를 낳고 또 그 아이도 그렇게 손자손녀를 낳는 것이 여자의 행복이라고 하시더군요.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행복한 세상은 혼자 살든 함께 살든 행복한 세상, 부모님과 살든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든, 동성과 살든 이성과 살든, 누구도 경제적인 걱정이나 사회적인 낙인과 차별 없이 원하는 사람과 함께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EBS가 방송을 통해 그런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방송을 은하선 씨와 함께 까칠남녀 시즌2에서 보여주길 바랍니다. 그런 방송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계속해서 EBS를 규탄하며 함께 싸울 것입니다.
발언3. 연지현(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부의장)
안녕하십니까,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 부의장 연지현입니다.
대한민국에는 성소수자를 주제로 다루는 더 많은 방송이 필요합니다. 마치 주류적인 한국 방송에서는 성소수자가 없는 것처럼 그 삶을 재현하려는 시도조차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성애 코드/트랜스 코드 등 한국의 확고한 성적 규범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난 존재가 방송을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나기라도 하면 "우리의 존재가 조금이라도 가시화된 것일까?" 하며 설레고, 작은 분량이더라도 몇 번이나 방송을 돌려보며 응원하는 성소수자들이 많은 것입니다.
이번 까칠남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인 동시에 양성애자라고, 그리고 동성의 파트너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당당히 밝힌 은하선씨의 존재는, 당연히 방송인 개인이 성소수자들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우리 한국에 소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반대로 EBS에게도, 온갖 악의적인 시선들 속에서도 당당하게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하여 직접 속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말해온 고마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방송 하차 통보라니요. 어이가 없습니다.
참 앞뒤가 안 맞습니다. 퀴어문화축제 후원번호를 게시한 것이 잘못이 있더라도 꼭 짚어야 하는 것은 그 번호로 인해 의도와 다르게 후원하게 된 사람들은 은하선씨에게 전화테러를 가하려고 시도한 사람들입니다. 그 일은 은하선씨가 하차해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방송 외부적으로 많은 차별과 공격을 받고 있었다는 증거로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책임감 있는 언론이라면 그런 환경으로부터 은하선씨를 최대한 보호해야 하는 게 맞는 겁니다. 방송 출연을 더 하지 못할 결격 사유가 있었다는 변명은 사실 이제는 좀 지겹습니다. 도의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숱한 연예인들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번 결정은 그저 부담스러운 성소수자 쳐내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명백한 방송가의 성소수자 탄압입니다. EBS는 이번 결정을 반드시 사과해야 합니다. EBS는 사회에 성소수자 차별을 다시 학습하도록 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성소수자 특집 방송 이후, 댓글에서는 “성소수자, 특별하지 않은 거 알겠어. 근데 왜 굳이 커밍아웃하고 특별히 다뤄지려고 해?” 라는 반응이 종종 보이곤 합니다. 커밍아웃이 특별한 것이 되는 이유는 그 존재가 유별나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차별이 유별나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홍석천씨가 불이익을 받았던 일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영상이 내려졌던 저희 큐브 활동가 강동희씨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성소수자로서 드러났을 때 부당한 차별을 받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드러나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성소수자 특집 편에서도 출연하셨던 김보미씨가 2015년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에 레즈비언으로서 커밍아웃하고 당선되고 나서, 김보미씨는 단순히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동성애 독재자”라는 팻말을 든 일인시위를 학교를 지나치며 봐야만 했었습니다. 지금도 네이버 기사들을 찾으면 레즈비언이 총학생회장이라니 라며 분개하는 보수 개신교원의 칼럼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김보미씨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더 시끄럽게 떠들어야 해!” 특별한 것이 특별한 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에겐 성소수자를 다루는 더 많은 방송들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로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은하선님께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일동을 대표하여 위로의 말씀드리고, 앞으로도 연대하겠다는 말씀을 전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발언4. 김동찬(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이번 까칠남녀 사태는 촛불이후에 들어선 체제에서 발생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10년 동안 우리 사회의 공영방송은 심각한 발전지체를 거듭해왔습니다. 성장하는 시민들의 정치사회의식을 담아내지도 못했고요, 다양한 인권담론을 수용하지도 못한 채 구시대적인 국가이데올로기를 전파해내는 선전도구로 기능해왔습니다.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지난 10년 동안 공영방송에서 우리의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새로운 형식의 새로운 포맷의, 아니면 새로운 의식을 얘기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습니까? 저는 전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공영방송은 발전을 지체해왔고 정체해왔는데 그 가운데 유일하게 이 까칠남녀라는 프로그램이 발전지체를 돌파해냈습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이 여러 가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페미니즘과 성소수자라는 구시대의 암묵적인 블랙리스트를 해체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블랙리스트는 어떤 정치권력과 무관하게 형성되어 왔고요. 그래서 더 강고하게 언론을 지배해 왔던 차별과 혐오의 블랙리스트입니다. 이 블랙리스트를 돌파한 최초의 프로그램이 바로 까칠남녀라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담론은 비로소 주류방송사 안에서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었고요. 성적 권리에 대한 진정한 공론장이 공영방송을 통해 형성되었습니다.
지금 EBS는 이 사태가 출연자 개인의 자질문제라고 그렇게 규정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 사건의 본질은 성소수자 배제라는 구시대적 방송블랙리스트의 부활이라고 규정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구체제의 블랙리스트가 촛불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오랜 투쟁을 통해서 새롭게 EBS사장이 바뀌고 나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더 문제적이라고 생각하고 만약 여기서 우리가 멈춰버린다면 우리가 그동안 외쳐왔던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것의 범위는 겨우 이정도 수준에서 멈춰버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이문제가 단지 성소수자 인권의 문제일뿐만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펼쳐나가야 될 공영방송의 정상화의 그림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론단체이지만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성소수자 이슈에 연대하는 차원에서 열심히 함께 하겠습니다.
제가 인권전문가는 아니지만 인권전문가들께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런 혐오와 차별에 대한 공격이 들어왔을 때 지도자가 어떤 차별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따라서 언론들이 은하선 작가의 패널로서의 결격사유를 논의하고 있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EBS 장해랑 사장이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적절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그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지 그것을 따져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하고 싶은 말은 안타까운 겁니다. 저희 언론운동이 지난 10년 동안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을 하면서 가장 앞에 내새웠던 구호가 바로 언론자유와 제작 자율성이었습니다. 그리고 언론노동자들의 외침에 정권차원의 압력과 탄압이 있었고 많은 해직언론인들이 발생했고 징계를 받는 언론인들도 많았습니다. 이런 언론인들이 제작 자율성 보장과 언론자유를 들고 일어섰을 때 시민들이 많이 지지해주었습니다. 시민들이 지지해준 이유는 단지 너희에게 자유를 주겠다는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유족이신 유경근 씨께서 촛불집회 나와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언론파업을 지지하는 것은 내가 또다시 죽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BS 사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과연 EBS가 보이고 있는 행태가 지난 정권에서 KBS, MBC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보인 태도와 무엇이 다른가. 지금 출연자를 보호하지 못한 일선 제작진을 우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일선 제작진들의 의사는 EBS공식입장과는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명백한 제작 자율성의 침해라고 생각하고 이런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공식적인 논의를 통해서 그 내용들을 공개하고 그런 절차를 밟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EBS가 어떤 논의과정을 거쳐서 패널 선정을 결정했는지 물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합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발언5. 김성애(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 위원장)
안녕하세요. 작년 서울시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해서 다양한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조사 내용 중 자신의 성적지향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학생의 퍼센트가 13%였습니다. 그러나 학교, 교실에서는 교사던 청소년이던 자기 주변에서 성소수자를 본적이 많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없는 사회적 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까칠남녀라는 프로그램은 EBS 공영 교육방송으로서 소수자를 드러내고 목소리를 들려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혐오세력의 공격에 대하여 EBS방송사는 너무나 허망하게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 까칠남녀 방송은 심야시간 때이지만 SNS를 통해서 많은 청소년들이 보았습니다. 여성 청소년 성소수자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이들 청소년들은 이 방송을 보면서 자신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얘기할 수 있다는 큰 기쁨을 얻었고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는 어떤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또한 교사들에게는 교실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인식되고 있었던 소수자들의 존재에 대해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소중한 방송인데, 혐오세력의 공격을 핑계로 하여 은하선 작가를 하차 통보한 EBS에 정말 유감을 표합니다. 저쪽에서 목소리 높이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남녀는 평등해야 한다.’ 이때, ‘여자는 여자답게 남자는 남자답게 평등해야한다.’ 이런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계신 모든 분들,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대다수 여성들, 소수자들은 여자답게 남자답게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불평등을 내포하고 무수한 권력관계를 내포한 말인지 알고 계실 것 입니다.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교실에서 학생을 만날 때 여자답게 남자답게 이런 말 안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답게 자기답게,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까칠남녀의 문제의식은 저희 전교조 여성위원회 그리고 많은 페미니스트 교사들의 문제의식과 잇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페미니스트교사들에 대한 공격이 작년에 엄청났습니다. 그런 공격을 했던 사람들이 오늘도 연일 혐오차별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세상의 모든 인간이 자기 개성을 바탕으로 인권을 존중받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심각한 알러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된 것에는 그동안 여러분들이 지적했듯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시대의 교육 문화적 적폐, 사회적 적폐인 혐오와 차별을 동원하여 통치를 했던 권력의 문제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저희 교사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이 좀 더 페미니즘적 가치를 바탕으로 평등을 이야기하고 성평등을 얘기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저희들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전교조는 올해 학교에서의 성평등 교욱의 페미니즘적 전환 그리고 이런 것들을 방해하는 혐오세력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적지향, 성별에 관계없이 자신의 개성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투쟁에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은하선 작가에 대한 일방적 하차통보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지금이라도 EBS는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이상 과거의 적폐와 함께 가지 말고 새로운 평등한 세상에 함께 가는 길을 선택할 것을 엄중 경고합니다. 이상입니다.
발언6. 초등성평등연구회 소속교사
이번 하차 논의들을 보면서 이것이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불평등사례와 유사함을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꼈고 마치 저의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교실에서는 동성애반대가 아닌 동성애자 존재의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동성애자가 존재하는 것조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페미니스트 또는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탄압하는 것을 자꾸만 비추어주는 언론환경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에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 페미니스트들이 탄압받는 것보다 응원 받고 지지받는 모습을 더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페미니스트도 혼자서는 나아갈 수 없습니다. 페미니즘을 주장하고 교실에서 페미니스트를 주장하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구나, 밥그릇을 뺏길 수도 있구나,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구나 하는 언론들만 보게 된다면 선뜻 함께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하고 싶다 해도 함께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성평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합니다. 아직까지 성평등을 얘기할 때 남성과 여성만을 이야기 합니다. 학교에서는 양성평등이라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주장하고 있습니다. 양성평등이라고 이야기 했을 때, 남성과 여성만을 포함하게 되는 것을 우리는 지나치고 있습니다. 까칠남녀는 성평등을 표방하며 제작된 공영방송 프로그램입니다. 이 성평등의 울타리에 소수자는 들어갈 수 없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교사들이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학부모들이 계십니다. 학교에는 여성혐오에 물든 나쁜 남자아이, 반동성애 단체와 뜻을 같이하는 무지한 학부모님만 계시는 게 아닙니다.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시민으로서 연대와 지지를 보내주시는 학부모님들이 존재하며, 여성혐오적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며 교실에서 자정작용을 하고 있는 남학생, 여학생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바로 교실입니다. 그런 것들을 마치 없는 것처럼, 교실은 여성혐오에 찌들어 있는 것처럼, 이런 것을 타계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은 핍박만을 받는 것처럼 보도하지 말아주십시오. 또 페미니즘을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폄하하지 말고 목소리를 막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기자회견 이후, 단체들은 은하선 작가 하차 철회를 촉구하는 민원을 EBS 측에 전달했다. 기자회견에 앞서서는 여성, 성소수자, 언론, 교육 시민사회단체들이 각각의 논평을 내기도 했다. 민원 내용과 논평은 아래에서 볼 수 있다.
민원 내용
1. EBS는 지난 1월 13일 <까칠남녀> 출연자인 은하선 작가에게 하차를 통보 하였습니다. 이에 많은 단체들이 이를 철회하라는 논평과 성명을 발표 하였으며 함께 출연하였던 출연자들 또한 해당 방송 녹화를 보이콧 하고 있습니다.
2. 이러한 상황에서 1월 17일 EBS는 은하선 작가의 하차에 대한 공식 이유를 발표하였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은하선 작가가 개인 SNS에 성소수자운동 단위의 후원문자 번호를 프로그램 담 당 PD의 전화번호로 올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사기죄’ 로 명명하여 이러한 사람은 EBS 출연자로 부적합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게시글은 지난 성소수자 특집 방송 이후 일부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성소수자 혐오세력이 담당 PD의 개인 휴대번호로 폭력적 언사를 반복한 것에 대한 대항 행위였고 공식 입장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구두 경고조치로 끝난 사안입니다.
3. 두 번째 이유는 개인 계정에 십자가 모양의 딜도 사진을 올렸고 기독교를 조롱하였다는 민원 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EBS출연자로서 적절치 않다고 하였 습니다. 이는 EBS가 비겁하게도 민원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면서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입니다.
4. 이 모든 하차 이유는 성소수자 방송에 대한 반대 시위와 무관하며 단지 제기된 ‘민원’을 검토 한 결과, 공영방송인 EBS의 출연자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담당 CP의 최종 판단 하에 내린 결정 이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 여성, 성소수자, 언론, 교육계 단체들도 EBS에 은하선 작가 하 차 철회를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하는 바입니다. 이 또한 검토하여 1월 25일까지 답변해 주시길 요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