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세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 2020 평등버스 인천지역 기자회견과 아이다호 지하철 광고 지킴이 활동을 다녀와서
신규(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팀)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며 다녔던 평등버스가 지난 8월 28일 드디어 인천에 도착했습니다. 오후 2시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앞에서 열렸던 기자회견은 지나간 태풍의 영향으로 인한 폭우와 개신교 혐오세력의 조직적인 방해로 기자회견 내내 정말 힘들었습니다. 평등과 인권을 얘기하려는 자리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혐오세력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막무가내였습니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에게 폭언과 혐오발언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기자회견 장소에 난입하려 했으며, 음향장비를 동원해서 소음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발언자로 참석했었던 저는 그들의 모습에서 2년 전에 열렸던 1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의 폭력 사태를 떠올렸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것과는 별개로 기자회견은 힘있게 진행되었습니다. 전국을 순회하면서 정신적, 신체적으로 많이 피로했을 평등버스 기획단의 신나는 율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지오님, 소주님, 유경님 등의 행성인 활동가들을 만나서 더욱 좋았습니다. 다만 전국을 돌아다니시다가 마지막으로 인천에 오셨는데 폭우와 혐오세력들로 인해 힘들지는 않으셨을까 걱정이 들더라구요. 평등버스 기획단 여러분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인천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다음 날인 29일 토요일에는 아이다호 신촌역 지하철 광고 지킴이를 하러 신촌역에 갔습니다. 무지개행동 소통방에 토요일 저녁 담당자가 없다는 얘기를 보고서 7시부터 9시까지 두시간 동안 지킴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30분 일찍 도착한 현장에는 얼마 전 행성인 LT에서 만났던 이경님과 나단님께서 계셨어요. 반갑게 인사하고 나서 나단님은 먼저 가시고(나중에 또 오셨지만) 이경님과 함께 있었습니다. 지킴이를 하는 동안 누군가는 무지개색 꽃다발을 놓고 가셨고, 어떤 분은 평등버스를 붙여 놓고 가셨습니다. 음료수를 사다주시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광고조차 쉽게 하지 못하고 또 어렵게 게시된 광고를 지키기 위해 사수조를 꾸려야 한다는 현실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당사자로, 또 앨라이로 찾아주시는 많은 분들을 보면서 비록 한국의 수많은 역 중 한 군데, 그것도 잠깐 걸리는 광고이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나중에 차별 없고 더 평등한 사회가 되었을 때 이 광고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제 교대 시간은 9시였지만, 9시부터 12시까지 담당인 행성인 상임활동가 오소리님이 혼자 신촌역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12시까지 같이 있기로 했습니다. 대신 막차가 끊겨 집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결국 숙소를 제공 받기로 했습니다. 큐캔디 팀의 영상 촬영, 관심을 가져주시던 시민들로 인해 한가하지 않던 터라 5시간이 훌쩍 가버렸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평등버스부터 아이다호 신촌역 광고 지킴이까지 뭐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주말이었습니다. 코로나19 시기 잘 견디고 모임에서 또 반갑게 만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