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행성인 3> 민주노총 앨라이 회원 3인방 "최고의 연대는 입금입니다"
곽이경(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원)
‘일 천개의 행성이 빛나는 후원’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행성인 회원들이 말하는 행성인의 이야기를 함께 전합니다.
행성인에 숨은 회원들이 직접 전하는 회원 인터뷰,
<내가 만난 행성인> 을 통해 행성인의 희노애락을 만나보세요.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이야기가 일 천개의 행성으로 빛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
알고보니 행성인 회원! 민주노총에서 일하는 행성인 후원회원 3인을 만났어요. 행성인 회원모임에 참여하지는 못하고 회비만 내는데 인터뷰까지 하려니 쑥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시작한 인터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진(이하 안): 민주노총 총무국장이에요. 민주노총에서 일 한지는 12년 되었네요.
박민(이하 박): 저는 민주노총 조직국장이에요. 민주노총에서는 2004년 2월 5일부터 지금까지 17년 있었어요. 민주노총 고인물이죠 하하. 정년이 3년 남았네요.
김선민(이하 김): 민주노총 총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로 조합비, 의무금 관련 제도 개선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독립영화와 일본의 조선학교를 응원하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구요.
민주노총 활동가들은 단체 후원을 많이 하는 편이죠. 그래도 성소수자 단체 후원하는 분은 아직 드문 것 같아요.
박: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에요. 노조 활동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운동은 사람이 하는 거고 관계 속에서 감동을 줘야 일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행성인 활동하는 동지를 만나게 됐어요. 이렇게 신심을 갖고 하는 운동이면 어떤 걸까 관심을 갖게 됐죠. 일단 후원이라도 하는 게 작지만 생각한 것을 실천하는 방법이 아닐까 해서 하게 됐어요.
안: 단체 후원을 요청받는 경우는 자주 있어요. 그런데 성소수자들은 드러내고 활동하거나 후원을 권유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자면 이런 곳을 더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김: 역시 ‘최고의 연대는 입금’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습니다. 동인련이 행성인으로 전환하면서 저도 뭔가 보탬이 되고 싶었어요. 당사자들에게 커밍아웃이 갖는 의미가 있듯이, 저에게도 ‘앨라이’임을 밝히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작이 행성인 회원가입이었어요.
노동조합에서 성소수자는 좀 낯설기도 한데요. 처음 성소수자나 성소수자 이슈를 접했을 때는 어땠나요?
안: 처음 성소수자를 만난 것은 10대 때에요. 제가 봉제 공장에서 일할 때 언니들 커플이 있었는데 사랑싸움을 하더라고요. 한 언니는 남자 같았어요. 저는 그 둘이 친구 관계가 아니라 연인관계라고 느꼈어요. 그게 첫 경험이에요. 그들이 달라 보이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기숙사에 같이 살았거든요. 다른 사람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어요. 저는 처음부터 성소수자에게 거부감을 느끼진 않았어요.
박: 여성운동 공부하면서 성소수자 이야기를 접했어요. 제 노조활동 경험과 성소수자 운동도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노조할 때도 빨갱이 소리 듣고 지탄받아가며 했듯이, 성소수자도 그런 길을 가면서 영역을 넓혀온 것 아닌가. 제 딸이 직장 동료가 성소수자로 커밍아웃했는데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사회가 바뀌고 있고 20대 여성들이 그렇고, 활동가들의 노력이 변화시켰다고 생각해요.
김: LGBT영화제 자원활동을 했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50명은 되었는데, 스트레이트 남성은 저 하나였어요. 다른 분들은 모두 여성이거나 게이거나 그랬거든요. 내가 소수자의 위치에서 생활을 해보니까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다 티가 나더라구요. 내가 ‘기본’이나 ‘상식’으로 여겼던 많은 것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바깥세계에서 내가 가졌던 ‘기본’이나 ‘상식’들이 소수자들에게는 폭력일 수 있다는 것도요.
후원회원으로 지켜보며 행성인 활동이 뿌듯했던 적 있나요?
박: 신입회원 모임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이런 활동을 지속하면 좋겠어요. 노조를 처음 가입한 사람들도 궁금하고 두려운 게 많을 때 자꾸 만나며 일상적인 노조활동으로 연결되면서 활동가가 되더라구요. 신입회원 모임이 그런 역할일 것 같아요.
안: 행성인 뉴스레터는 늘 끝까지 읽게 되요. 인상적인 글은 남웅님의 글이었어요. 위원장 임기를 마치며 쓴 글이 너무 좋았어요. 직을 내려놓으며 정리하는 과정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 진솔하게 느껴졌어요. 나도 나중에 활동을 정리한다면 이런 관점으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행성인 활동 중에서도 조직문화개선 활동에 관심이 가요. 뉴스레터를 보고 한번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아직은 부끄럽네요.
김: 저는 역시 노동 쪽에 관심이 많아요. 일터에서 성소수자들이 편하게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활동하는 노동권팀의 활동을 응원하고 있어요. 쌍용차 투쟁 때나 다른 노조의 투쟁, 세월호 등 사회적인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어쩌면 투쟁당사자들이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는데 지속적으로 함께 연대하고, 그 결과로 연대를 받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노동조합에서의 조직문화나 성평등 이슈에 관심에 각별히 많은 분들인 것 같아요. 이와 관련해서 노조에서 지금 꼭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안: 무조건 첫 번째는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성평등 강사단 교육받고 저 스스로도 인식이 많이 변했어요. 성평등과 소수자 관련한 교육이 인식 변화에 정말 필요해요.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 예의 없는 말이 아니었을지 되짚어 봐요. 두렵기도 하지만 모르면 그런 실수를 하는거라고 생각해요. 세대 문제도 있죠. 자녀 세대는 드러내고 편하게 얘기하는데 내가 속한 부모세대는 차별 문제를 잘 알지 못하고 세대 간에 이해를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박: 민주노총이 퀴어문화축제에 결합하면서 폭이 넓어졌어요. 민주노총이 무지개 깃발을 들고 간 것은 중요한 계기죠. 그걸 본 분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길 들으면 좀 다를 거에요. 깃발같은 상징적인 변화 외에도 굿즈 같이 노동자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것들을 만들고 스며드는 시도를 하면 좋겠어요.
김: 민주노총이 대외적으로 ‘앨라이’임을 더 자주 알리면 좋겠어요. 민주노총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민주노총이 일터잖아요. 직장으로서 성소수자들의 노동권이 보장되는 곳, 성소수자들이 마음편히 다닐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래요. 민주노총에 입사지원을 했던 사람을 만났었는데, 면접을 보러 민주노총에 왔는데 제 책상에 붙어있던 스티커와 달력을 보고 무척 반갑고 마음이 놓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투쟁조끼에 무지개리본을 달고 다니는 것도 집회에서든 민주노총 건물에서든 그걸 보고 누군가 힘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달고 다닙니다. 민주노총이 성소수자들에게 힘이 되는 조직이 되면 좋겠어요. 지방에서 근무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느 날 뒤풀이 때 지역간부가 저에게 ‘국장님 혹시 그런 사람이예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성소수자냐고 물어보는 거였는데, 귀걸이도 하고 있고 무지개리본도 달고 다녀서 그랬던 것 같아요. 민주노총 내에도 성소수자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관심 가지고 있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아요. 간부기본교육에도 성소수자 내용이 담기면 좋겠어요. 그러다보면 집회든 행사든 선전물이던 더 신경을 쓰게 되고 바꿀건 바꾸게 되지 않을까요?
행성인 회원들과 기회가 생긴다면 만나볼 생각이 있으신가요?
박: 저는 행성인 20주년 행사에서 이미 만나봤어요!
김: 행성인 회원으로서 회원모임이나 의무교육에는 나가고 싶어요. 노동권팀활동에도 관심이 많아서 함께 하고 싶기도 하구요.
행성인이 어떤 단체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요?
박: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성소수자의 자유로움과 비례하더라구요. 성소수자가 자유로운 세상이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행성인은 고생도 있지만 보람도 있을 거에요. 천개의 행성을 넘어서 천만개의 행성이 빛나는 모임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해방이 오겠죠!
안: 저는 오히려 행성인에 이걸 물어보고 싶어요. 성소수자 입장에서는 지지자들이 무엇을 하면 좋겠나요?
박: 일상의 차별에 제동을 걸 수 있고 함께 막아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아요.
김: 앞장서서 깃발을 들고 나가는 사람에게도 힘이 되어주고, 일상 속에서 삶을 꾸려가는 소수자에게도 힘이 되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벽장 밖으로 나오지 못한 분들에게도 힘이 되었음 하는 거죠. 한마디로 데모도 잘하고, 회원관리도 잘하고, 선전전도 잘하고, 여론전도 잘하고, 교육도 잘하고, 모든 걸 다 잘하는 단체가 되기를!!!
🪐‘일천 개의 행성이 빛나는 후원’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행성인 회원들이 말하는 행성인의 이야기를 함께 전합니다. 행성인에 숨은 회원들이 직접 전하는 회원 인터뷰, <내가 만난 행성인> 을 통해 행성인의 희노애락을 만나보세요.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이야기가 일 천개의 행성으로 빛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일천 개의 행성이 빛나는 후원 참여하기
후원 계좌 1005-003-926339 우리은행 (예금주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환영의 메시지 남기기! https://bit.ly/1000pride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