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에세이] 슬픈 2월을 보내며
정현(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매년 2월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변희수, 은용... 몇 년 전 이 즈음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동료들이다. 특히 변희수 하사를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 하지만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거라 생각은 했으니 그가 나에게 없던 존재였던 적은 없었다. 그런 그가 내 시야에 들어왔던 건 군 복무 중 성확정수술을 받고 성별정정을 함으로 인해 군 전역 위기에 처해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장소나 환경만 달랐지 그 일이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당사자가 그가 아니라 내가 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그가 이 세상과 등졌을 당시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장기간 구직 상태였다. 전 직장을 다니면서 호르몬주사를 맞기 시작했기 때문에 내 신체는 점점 변해갔고 주민등록상 성별과 겉으로 보여지는 성별의 불일치로 인해 입사지원 서류 통과 전화를 받을 때 면접이 취소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가 생각이 났다. ‘이렇게 외로웠겠지. 이렇게 좌절했겠지.’ 그렇게 2년 가까이 무직으로 있다가 운이 좋게 취직을 하여 현재 1년 넘게 한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다행히 지금 근무하고 있는 곳은 성별정체성을 그렇게 중요하게 따지지 않는다.
살면서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직장에서도 커밍아웃을 했고, 가족에게도 커밍아웃을 했고, 주위에 앨라이들이 많은 성소수자니까.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직장에 다니는 어떤 트랜스젠더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근무하고 있을 것이다. 직장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맞지 않은 복장을 강요받고, 자신의 정체성과 맞지 않은 화장실에 가는 게 싫어 참다가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해도 나 또한 그런 적이 있으니까.
본인이 살고 싶은 모습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은 과연 올까? 성별 또는 젠더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를 바라보는 세상은 과연 올까?
대한민국 기업에 바라는 것이 있다. 가급적이면 사내에 성중립화장실을 한 칸 정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성별정체성을 떠나 젠더가 다른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이 같이 화장실에 가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며, 자신의 차림에 따라 화장실에서 상대가 놀라는 경험을 할 일이 적어질 것이다. 그리고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복장을 허용하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거의 모든 직종은 복장을 굳이 성별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여자는 치마복장, 남자는 바지복장 등의 성별이분법적인 복장을 요구한다. 그 다음에는 모든 이력서에 성별을 기재하는 란을 없애주었으면... 쓰다보니 계속 늘어나서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 어딘가에 살고 있을 트랜스젠더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당신과 직접 만나지는 못 하지만 항상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도움을 청하면 들어줄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라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