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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 연재] 페티쉬의 길 (fetish Road) - #2. 이상한 시선 속에서 밖을 보고 나를 돌아보기

행성인 2023. 9. 22. 11:33

Rubber Lee(행성인 HIV/AIDS 인권팀)

 

 

2023년 방콕에서

 

나는 페티쉬를 가지기 오래전 부터 인권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10대 후반부터 행성인에서 청소년자긍심팀으로 시작하여 30대인 지금까지 깊게 짧게 꾸준히 활동을 하고 나의 권리를 위해 모두를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20대 중반까지 나의 페티시를 알리지는 않았다. 사람들에게 생소한 소재인데다 나 이런 취향 있다고 말하면 분명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거라는 불안감이 있던 것이다. 성적 지향을 알리는것보다 나의 페티쉬를 알리는것이 더욱 말하기 어려웠다. 또다른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까. 나의 페티쉬를 함께할수 있는 사람은 없는 걸까?

동료를 찾아 열심히 이곳에서 사람을 찾아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당시 또래들이 사용하는 싸이월드와 버디버디, 네이트온을 그렇게 열심히 사용하지 않았다.

그게 재미있나

고등학교 졸업후 나는 나와 같은 사람을 찾기 위해  페이스북,트위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인권활동 하는 친구와 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페티쉬가 같은 친구를 찾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의 변태같은 페티쉬를 인정하기 싫었던 것 같다. 그래도 물에 물감 번지듯 차근차근 나와 같은 페티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나섰다.  

 

역시나 첫 시작은 대부분 외국사람이었다.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구나, 생각 할 때쯤 누군가 디엠을 보냈다. 자신도 이런 페티쉬를 가지고 있고 만나서 너무 반갑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연락을 했다. 온라인으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만나자는 약속을 잡아 (지금은 없어진) 종로 컬컴 카페에서 4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나의 페티쉬부터 꺼내면서 자연스럽게 행성인에서 활동한다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분은 '마루'라는 이름으로 행성인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서울 퀴어퍼레이드에서

 

마루를 시작으로 페티쉬를 가진 친구들에게 성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하고 퀴어퍼레이드도 같이 가자고 하나둘씩 손을 내밀었다. 

심지어 외국에서 만난 페티쉬 분들에게도 성소수자인권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정보를 알려줬다. 최근 만난 동료와 얘기를 나눴는데, 한국퀴어퍼레이드에는 태국정부관광청이 부스를 내지만 태국퀴어퍼레이드에서는 관광청이 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얘길 들었다. 

 

그렇게 나는 페티쉬 활동을 열심하면서 나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성덕이 되었다. 

 

보통 페티쉬 분들에게 인권활동 한다고 하면 그런 거 관심 없다고 하지만, 나는 아니다. 성소수자인권이 튼튼해져야 페티쉬 문화도 자연스럽게 다양하게 누릴 수 있는 문화로 이어지는걸 확신하기 때문이다. 하여 더더욱 멈출 수 없다.(이 문장은 주어가 없다)

거리에서 또는 온라인에서 나의 권리를 당당하게 외쳐야 나의 페티시도 당당하게 이어갈수 있다고 믿는다. 그날을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모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