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이야기/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22. 퀴어 패밀리의 가시화: 인구주택총조사표를 뜯어 고쳐야만 한다.

행성인 2024. 2. 20. 12:22
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인구통계총조사의 정의

 

호주 통계청(호주통계청, 2022) 인구주택총조사를 호주의 인구를 추정하고 정부 예산을 분배하며 호주 전역의 지역사회를 위한 서비스를 계획하는데 이용되는 자료라고 정의 합니다. 예를 들면 교육, 보건 인프라를 위한 국가 예산, 노인과 돌봄의 계획 웰빙의 개선 그리고 지역사회 건강관리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은 2025년이면 인구주택총조사 10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오랜 역사를 가졌으니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한국 통게청(2025, 1 시험조사표) 인구주택총조사를 각종 국가의 정책 수립과 평가, 학술연구 민간부문의 경영 등에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중요한 국가 승인 통계라고 정의 합니다. 한국도 호주처럼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면 좋겠습니다.

 

인구 통계를 기반으로 동성부부 가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작업 입니다. 왜냐하면 앞서 리뷰한 Bos Crouch 논문과 같이 연구에 중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때문 입니다. 그래서 먹고 한국, 호주, 미국의 인구조사 양식을 비교해보았습니다.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필리핀도 포함해서요.

 

 

한국과 호주의 가족구성 표기

 

커플의 구분은 한국과 호주 모두 가구원1, 가구원2 나누었습니다. 한국이 남편과 부인으로 표기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호주에서는 가구원을 사람(Person)이란 단어를 사용합니다.

 

한국은 성별을 남과 여로 구분하여 이분법으로 나눠서 제시합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호주는 성별의 표기를 , , 논바이너리라는 3개의 항목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젠더를 보다 구체적으로 응답할 있도록 만들었더라구요. 논바이너리란 성별과 젠더를 남성과 여성으로 분류하는 이분법적 성별 이외의 젠더를 가진 사람 입니다. 젠더퀴어인 저는 남자가 아니라 논바이너리로 응답하고 싶습니다.

 

심각한 항목은 결혼상태를 묻는 항목 입니다. 한국은 배우자(가구원2) 미혼인지 배우자가 있는지를 파악합니다. 그러나 호주는 배우자가 남편 또는 부인 인지, 사실혼 배우자 관계인지 묻습니다. 이는 결혼하지 않는 이성커플 아니라 동거커플도 파악할 있는 질문 입니다

 

[1]  호주와 한국의 가족형태 조사

국가 호주(2021) 한국(2025, 기초조사)
커플의 표기 Person 1 Person 2 가구원1 가구원2
성별 – ㅁ –ㅁ
– ㅁ논바이너리
– ㅁ – ㅁ
– ㅁ논바이너리
– ㅁ – ㅁ
 
– ㅁ – ㅁ
 
관계   – ㅁPerson1
남편 또는 부인
  – ㅁ가구원1
남편 또는 부인
결혼상태   – ㅁ남편/부인
– ㅁ사실혼 배우자
  – ㅁ미혼
– ㅁ배우자 있음
특징 – ㅁ성별의 표시를 남성, 여성,
논바이너리로 구분
– ㅁ성별의 표시를 남성과 여성으로만 구분
조사방법 – ㅁ인터넷 – ㅁ인터넷(PC, 모바일) 가능

 

 

 

미국과 필리핀의 커플의 관계는?

 

저는 남편의 나라 필리핀에서 살고 있어 필리핀 조사표가 궁금했습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필리핀도 한국과 비슷할 거라고 얘기하더군요. 하지만 조사표를 찾아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어머나 미국과 같네, 이게 웬일이니! 미국과 필리핀은 커플의 관계를 이성커플냐 아니면 동성커플이냐를 묻고 있더라구요. 한번 깊이 들여다 볼까요?

 

미국(2023, 미국 통계청) 필리핀(2020, 필리핀 통계청) 조사에서 커플의 관계를 아래와 같이 보다 세분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성부부는 배우자와의 관계를 이성 남편/부인/배우자, 결혼은 하지 않았으나 함께 사는 이성 파트너로 구분했습니다. 그리고 동성부부도 동성 남편/부인, 비혼인 동성 파트너로 하고 있고요. 필리핀은 아직 동성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았는데도 조사는 이렇게 선진국형 입니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동성커플의 수를 찾아볼 없어 아쉬웠습니다.

 

[2] 미국과 필리핀의 부부관계 표기

국가 미국(2023) 필리핀(2020)
커플의 호칭 가구원1 가구원2 가구원1 가구원2
성별  ㅁ녀  ㅁ남  ㅁ녀 ㅁ남 –ㅁ ㅁ남 –ㅁ
커플관계   이성 남편/부인/
배우자
혼인하지 않은
이성 파트너
동성 남편/부인/
배우자
혼인하지 않은
동성 파트너
  이성 남편/부인/
배우자
혼인하지 않은
이성 파트너
동성 남편/부인/
배우자
혼인하지 않은
동성 파트너

 

 

 

동성커플을 위한 필리핀의 여러 시도들

 

올해 2023 수도 마닐라에 위치한 케손시티는 동성커플이 특별한 위임장을 작성해 서로를 위한 (입원과 수술,치료와 검진과 같이 중요한) 건강 관련 배우자의 권리를 허용하는 돌봄권리 (Right to Care) 카드를 출시했습니다. 지방자치 조례로 만든 같은데 동성결혼법이 부재한 필리핀에서 아주 중요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한 겁니다. 케손시티에 박수를 보내요, 잘했어요. 서울시에서도 가능할런지 궁금해집니다.

 

 

필리핀에서도 차례에 걸쳐 동성결합 법제화가 시도되어 왔습니다. 로빈후드 파딜라(Robinhood Padilla) 상원의원은 민주사회주의자당(Democratic Socialist Party, PDP-Laban) 소속 입니다. 멋진 사회주의 정당이 있더라구요. 2022 그는 동성과 이성 커플 모두를 위한 시민결합법을 발의했습니다. 법안에는 동성 파트너의 재산과 입양권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빈후드는 필리핀이 커플의 성별 관계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동성커플에게도 동등하게 인정하고 권리를 부여하여 기본적인 사회적 보호와 보장을 받을 있도록 해야할 때이다라고 호소했어요. 어떤 분일까 궁금해서 찾아보았지요. 사진에서 보듯이 훈훈하고 소수자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노력하는 진정한 정치인 이라는 인상을 갖게 되었어요. 신기하게도 배우 출신인 그가 마치 로빈후드 영화의 주인공처럼 느껴집니다. 로빈후드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톨릭에서 차별당하는 소수 종교 무슬림으로 개종했고 진보적인 법안을 만들어 입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동성결혼의 범죄화를 주장하는 필리핀 반동성애 세력

 

필리핀에서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가톨릭 아니라 개신교와 무슬림도 함께 맞장구를 치고 있어요. 필리핀의 동성애반대 혐오세력은 한국처럼 떼로 몰려다니지는 않는답니다. 그래도 저는 혐오 세력을 보면 너무도 역겹습니다. 예수님의 이웃 사랑과는 정반대로, 동성애를 단죄하고 지옥에 떨어지라고 저주를 퍼붓는 모습을 퀴어문화축제에서 똑똑히 듣고 보았기 때문 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필리핀의 성서침례교 목사 아반떼 라는 ( ()) 동성간의 결합을 범죄화 해야한다고 제안했다고 해요. 자의 행위는 단순히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차원을 넘어 동성커플을 범죄자로 처벌해야한다는 악의적인 범죄화 입니다.

 

 

퀴어세계의 가시화 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한국의 퀴어커플과 가구의 특성이 보이도록 가시화 작업이 필요 합니다. 가시화 없이는 계속 유령으로 만들어 존재의 가치를 무시당하죠. 제가 지적한 관련 항목을 수정한다면 동성가족 아니라 혼인하지 않고 동거하는 이성커플의 가구도 파악할 있으니 일거양득이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기존의 인구주택총조사표를 뜯어 고쳐야 합니다.

 

새로 고친 조사표의 결과는 한국의 성소수자 진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있습니다. 통계자료를 통해 동성커플의 수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동성결혼법 (또는 이에 준하는 시민결합이나 생활동반자법과 같은 ) 필요한 이유를 주장할 통계 자료는 강력하고도 과학적인 근거가 되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동성부모들의 슬하에서 자라고 있는 자녀들도 파악할 있습니다. 동성부모 슬하의 양육, 영유야 돌봄과 유치원 교육 등의 지원 정책에도 중요한 기초자료로 이용될 있어요. 성소수자들도 국가에 세금 내는 시민 입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퀴어가족들도 건강과 복지 서비스를 받아야 공정한 처사가 아닐런지요?

 

한가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퀴어 프랜들리 양식으로 바뀐다면, 실명과 개인 정보를 기재하게 되어있어 아웃팅을 걱정하게 만들 있지요. 그러나 직접 대면조사가 아닌 인터넷이나 모바일 같은 비대면으로 응답한다면 불편감을 같아요. 그리고 조사 결과에 대해 비밀을 보장한다고 하니, 퀴어들이 용기를 낸다면 레인보우 패밀리가 더욱 가시화될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한번 다음 조사에서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도 생각 났어요.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혼인신고서 양식도 한번 뜯어보고 국가별로 비교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퀴어 가시화 행동을 위해 모국을 방문할 혼인신고도 접수하려고 합니다. 당연히 관공서에서 딱지를 맞겠지만 딱지의 수가 모이고 쌓여서 변화를 가져올 있도록요.

 

그나저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그토록 목청 높여 떠들어내는 글로벌 스탠다드는 도대체 어디로 것일까요? 사회가 발전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여러분께서도 보셨다시피 한국의 국가 통계 작업은 너무 후진 방식이지 않나요? 그러니 결론은 바꿔야 한다 입니다. 언제요? 지금, 당장이지요.

 

앞으로 필리핀 인구주택총조사표가 우리 집에 날아오면 남편과 이마를 맞대고 작성해야겠어요. 그리고 로빈후드 의원이 발의한 시민결합법이 통과된다면 우리 딸내미 손잡고 시청으로 달려갑니다. 딸내미에게 아빠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지요. 인보야, 날이 오면 우리 집에 무지개 깃발을 걸고 신명하네 한바탕 파티를 열자 꾸나.

 

 

우리 인보가 행성인 회원님들에게 세배 올려요.

이모 삼촌들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새해 건강하시고 복도 많이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