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이야기/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23. 곽이경+김하나의 결혼식: 어서와요, 퀴어부부 잔칫날 풍경

행성인 2024. 3. 25. 13:00
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랑하는 동생 이경과 하나의 결혼식을 위해 한달 하고도 열흘간 모국을 다녀 왔습니다. 아이와 남편에 대한 그리움은 매일 페이스북에서 얼굴 보는 것으로 달랬어요. 아빠와 공항으로 마중 나온 인보가 엄마를 보고 반가웠는지 한걸음에 달려와 저의 품에 안겼습니다.

 

지난 1월에 마을 보건소에서 영유아들 키와 몸무게를 측정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녀석의 키는 제법 크고 몸무게도 묵직하게 나가더라구요. 키는 아무래도 삼시 세끼 밥에 곁들인 고칼슘 우유, 야채와 고기를 골고루 먹여서 그런가 봅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키는 롱다리 엄마를 닮았구나!.

 

 

동성결혼 캠페인 상이 차려졌네

 

이경하나의 결혼식장 입구 켠에 모두의 결혼, 혼인평등부스가 차려져 있었어요. 멋진 부스에서 동성결혼 입법 촉구를 위한 서명 받고 있더라구요. 오늘까지도 이성결혼은 당연한 경사이지만, 동성결혼은 절대로 그리고 결코 용납하지 않는 한국 사회 반동성애의 가장 뜨거운 핵심이 바로 동성결혼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우리의 급진적인 사랑으로 동성혼의 법제화를 쟁취한 , 다음의 디딤돌은 무엇이 놓여 있을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 자유와 평등을 향한 투쟁의 연속선 상에서우리는 다시 어떤 쟁점의 아젠다에 투쟁의 불씨를 놓아야 할까?’ 떠올려 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입양과 양육의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이 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동성부모로서, 저는 향후 한국 사회에서도 서구에서 일어난 동성부부와 커플처럼 자녀의 입양과 양육에 관한 법적 권리를 요구하는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동성 커플이 결혼을 하고 사랑스런 아이와 함께 사는 삶은 자연스러운 가족구성 입니다. 이런 행복한 가정을 꾸릴 권리 이성애자 부부에게만 있지는 않은 거죠?. 아무렴 그렇지 않고 말고요죠. 퀴어도 그럴 권리가 있는 시민이자, 존엄한 존재 이니까요.

 

이제 경사 중의 경사, 결혼식장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반가운 동생들의 얼굴들

 

 

정말 많은 퀴어 하객들이 잔칫날을 보러 오셨습니다. 하객의 수가 무려 500 정도 되었답니다. 우리의 행성인 회원과 더불어, 이경이 활동하는 민주노총을 비롯하여 많은 단체에서도 참석했습니다. 우와, 민주노총의 양경수 위원장님께서 참석하시고 직접 축하도 해주시네요.

 

이번 결혼식을 통해 저는 특별히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생들의 얼굴을 있어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멀리 날아온 승우, 베트남 짝꿍과 함께 세훈, HIV/AIDS 활동가 한기, 신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시험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나라, 띵동의 일꾼 , 민주노총에서 일하는 병권이와 퀴어들의 마음을 살피고 돌보는 유결을 만났어요. 여성 CEO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로 멋지게 변신한 동생들도 있더라구요. 그리고 호랭이 담배 피던 시절 이성애자 여고생 교복을 입고 행성인에 왔던 영지는 어느덧 아이의 엄마가 되었더라구요.

 

우리는 반갑기 그지 없어 서로 끌어 안고 정말 오래 간만이라고 환하게 웃으며 덕담을 나누었습니다. 저에게 동생들의 미소와 얼굴은 천사들의 합창과 같았어요. 이런 동생들이 건강하고 하는 일도 되고 무엇 보다도 행복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원가족의 참석과 이동환 목사님의 축복식

 

2024 1 13 잔치가 열렸습니다. 양가 부모님, 형제자매 아니라 친척분들도 많이 오셨더라구요. 퀴어 결혼식에서 원가족이 오시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가족들의 축하를 듬뿍 받고 있음을 느낄 있었어요.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교단의 박해를 받으시면서도 퀴어를 응원해주시는 이동환 목사님이 오셨습니다. 사회적으로 힘이 약하고 배제되어 변두리와 인권의 끝자락에 놓인 사람들을 축복하는 일이 죄가 되나요? 자비롭고 인자하신 하느님과 예수님께서는 듬뿍 복을 내려 주시지 않을까요? 부디 목사님이 못된 교단과의 법정 싸움에서 이기시기를 모아 기도 드려요.  

 

이런 고통 속에서도 이동환 목사님께서 이경하나의 결혼을 축복해 주셨습니다. 결혼식을 마친 이경과 하나가 목사님을 찾아 뵈었답니다. 목사님은 동성혼이 법제화 되어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미래의 동성커플 결혼식을 보는 같아 좋으셨대.

 

 

나의 축사는 부모님에게

 

이경에게서 축사를 부탁 받고 어떤 내용으로 전달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딸내미를 키우고 있다 보니 제일 먼저 이경과 하나의 어머니들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래서 어머니들에게 키워주셔서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집안의 경사를 맞이하였으니 당연히 축하도 드려야지요.

 

부모들은 새끼 혹시 다치지 않을까 금이야 옥이야 키우셨을 겁니다. 넘어져 다치 지나 않을까? 차가 무서운데 교통사고나 입지 않을까? 물놀이 가서 사고나 나지 않을까? 이런 저런 걱정을 하게 되는게 엄마의 마음인 같아요.

 

엄마는 아이에게 맛있는 것을, 싱싱한 것을, 영양가 높은 것을, 건강에 좋은 것을 먹이고 싶답니다. 어디 이뿐 인가요? 예쁜 , 좋은 , 즐겁게 있는 장난감도 사주고 싶고, 멋진 곳에 데려가 보여주고 싶지요.

 

아마도 이경과 하나의 부모님들은 이렇게 애지중지 키운 딸내미들이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 했을 많이 놀라셨을 겁니다. 또한 사회적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하셨을 테지요. 그리고 아마도 밤을 눈물로 지새우셨을런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머니들께서 당신들의 고통을 견뎌내고 일어나셔서 새끼 편을 들어주시고 온전히 품어주셔서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마음을 헤아려 저는 어머니 딸을 훌륭하게 키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오늘 결혼식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라고 축하 드렸습니다.

 

 

하나 어머니의 바램: 엄마의 마음으로 새긴 동성결혼의 함의

 

끝으로 한국 사회가 동성결혼을 어떻게 여겨야 하는지를 말씀해주신 하나 어머니의 바램은 저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은 다른 동성커플과 그들의 부모님들에게도 용기를 북돋아 것입니다. 나아가 한국 사회에게 울려 퍼져서 언젠가는 동성혼 법제화를 성취하게 날이 것입니다. 이런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을 우리 가슴에 담아 볼까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사랑하는 힘들다는 거라예.

 

좋은 사람 만나는 것도 힘들고

나와 맞는 사람 만나는 것도 힘들고

행복을 가늠하는 것도 힘들다는 거라예.

 

그란데 사람들은 만났잖아예.

서로 보고 웃고, 서로를 보듬어주고

서로가 사랑하는

저는 그것만으로도 좋더라고예.

 

그라니께네 우리가 일은

갸들과 같이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되는 거라예

 

모두가 사랑할 까지

모두가 행복해질 까지.”

 

 

도전하자 동성결혼, 퀴어로 사는 축복!

 

무지개 깃발 아래 동지들이여,

국가와 사회적 편견 따위를 무서워하지 마오.

축하하지 않은 원가족이 있다해도 슬퍼하지 마오.

()가족들이 결혼식장에 오지 않아도 둘이서 손잡고 웨딩마치 있다오.

 

퀴어로 사는게 축복임을 깨닫는다는 이경과 하나가 결혼을 마치고 밝힌 소회를 한번 보세요. 정말 멋져 부러. (모두의 결혼 유튜브: 10 레즈비언 신혼부부, 신혼여행은 대륙횡단, 사랑이면 충분해 https://www.youtube.com/watch?v=Hj4k4iLySrw)

 

그렇다오,

나의 삶은 나의 것이요 퀴어함이 바로 나의 삶이라오.

 

퀴어커플 여러분,

커플의 사랑으로 단디 묶어 결혼에 도전해보세요.

그리고 아이를 정말 좋아한다면,

그대들이 원하신다면 주저하지 말고 입양이나 출산해서 키워보세요.

도전이 나의 길을 걷게 만들고 디딤돌이 되어 줄거예요.

 

동성결혼이 법제화 되고

더이상 차별과 배제 당하지 않을 때까지

모두를 위한 결혼, 평등한 결혼 화이팅 입니다.

무조건 무조건이야로~ 여러분의 결혼식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