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이야기/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25. 생일 잔치: 아이가 세 살을 먹으니

행성인 2024. 5. 26. 18:14
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아이가 지지난주에 감기에 걸려 많이 콜록거렸습니다. 이번 감기는 열이 빨리 잦아들었으나 기침을 계속 하면서 토하기까지 해서 힘들게 보냈습니다. 소아과에 갔더니 폐렴(?) 있다며 처방이 보따리 였습니다. 다행히도 청진기로 숨소리를 들어보니 심하지 않고 고열이 없어 그래도 안심하면서 지켜보았어요. 예전에는 (달짝지근한) 감기약을 받아 먹었는데 새로 처방 항생제가 맛이 써서 그런지 발버둥을 쳤습니다.

 

 

세살 먹고 생일잔치

 

드디어 인보가 세살을 먹었습니다. 멀리 사시는-필리핀 남부에 위치한 가장 민다나오-인보 친할머니가 오셔서 함께 생일잔치에 참석하셨어요. 엄마가 한국인이니 빠진 날엔 뭐니뭐니해도 미역국을 먹여주고 싶지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라고 잡채도 만들어서 먹이고 저도 덕분에 맛있게 먹었어요.

 

필리핀에서 자녀들의 생일은 매우 중요한 입니다. 찰스 아빠도 유별나게 준비 했습니다. 행성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초록색 티셔츠를 보더니 올해 아이의 생일 잔치 드레스코드를 초록색으로 설정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인터넷으로 초록색 드레스를 주문하더라구요.

 

 

필리핀 잔치에 (음식상 차려 놓은 사진처럼) 돼지를 통으로 구운 바보이레촌이 빠지면 서운하지요. 잔치를 위해 새끼 돼지 마리를 사와 지인의 축사에서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달이 되니 녀석이 무척 커졌더라구요. 나중에 바보이레촌을 요리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가를 물어보았습니다. 내장 등을 준비하는데 2시간, 불로 굽는데 3시간 5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구요. 요즘같은 땡볕에 이웃 삼촌들이 고기 굽느라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하객들이 많아 음식 준비를 많이 해야 했어요. 조안과 이웃들이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들어 테이블에 한가득 음식 상을 차렸습니다.

 

 

잔치 무대 꾸미기

 

찰스 아빠는 행사장을 꾸미는데 선수 입니다. 전에 성인식을 이웃에게서 왕관과 풍선을 빌려왔습니다. 여러 색깔의 천을 빌려 벽에 걸고 테이블에 깔았습니다. 그리고 식탁에 깔았던 무지개 깃발을 대문에 걸었어요. 생일 케익도 빠질 없지요. 그야말로 남편은 이런 준비를 신나게 합니다.

 

드레스 폭이 푸하게 퍼지도록 (한복 속에도 입는다는) 무지기를 속에 입혔더니 아이는 뒤뚱뒤뚱 걷는게 너무 힘들다며 벗겨 달라고 합니다. 사진만 찍고 바로 편안한 옷으로 갈아 입혀야 했습니다. 이런 드레스는 조금 커서 입어야 좋을 합니다.

 

 

어린이 과자 따먹기 놀이

 

필리핀 어린이 생일잔치에 오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와 사탕을 준비해서 선물로 나눠 줍니다. 풍습을 찰스 아빠는 놓치지 않고 준비했습니다.

 

대나무로 틀을 만들어 과자를 주렁주렁 매달았습니다. 그리고 줄을 연결하여 나무에 걸쳐 놓습니다. 줄을 당겼다 놓았다 하면 아이들이 깡총깡총 뛰어 과자를 뜯어 냅니다. 아이들이 신나는 과자 타임 이지요. 우리 인보가 신기하게 쳐가보길래 저도 아이를 안고 과자를 낚아채 안겨주었더니 좋아라 합니다.

 

 

먹으니: 신체적 변화

 

 

아이가 우리 품에 안기고 , 처음으로 목욕 시킬 손바닥만 했던 녀석이 그간 무럭무럭 자라 키는 103cm 크고 몸무게는 17.5kg 제법 묵직해졌습니다.

 

요즘 샤워는 아빠보다 엄마랑 하겠다고 난리 입니다. 왜냐면 저는 아이를 목욕시킬 저도 같이 하여 아이가 물장난을 오래 있어서 그런 같아요. 아이가 커서 협조가 잘되니 목욕시키기가 한결 수월 해졌답니다. 비누칠은 (내가 한다는 의미로) “me, me!” 외쳐 댑니다

 

 

먹으니: 언어적, 놀이의 변화

 

살이 되니 아이가 수다쟁이가 되었습니다. 엄마와 아빠에게 요구사항도 너무 많아 졌어요. 티비(유아용 유튜브) 보고싶다, 핸드폰 하구 싶다. 아이패드 하구 싶다는 시시 때대로 요구 합니다.

 

어디 뿐인가요? 선풍기를 때나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재빨리 끼어들어 하겠다네요. 물을 먹고 싶을 외쳐 댑니다. 엄마 아빠는 커피”, (아가) 인보는 주스 불러 댑니다. 장볼 사서 냉장고에 넣어 놓은 야쿠르트, 요플레도 꺼내 달라고 합니다. 

 

살이 되니 같이 안돼 말하기 시작 했어요.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쇼핑센터 입니다. 그곳에 가면 에스컬레이터를 탈수 있고 아이스크림과 사탕을 먹을 있기 때문 이지요. 누구랑 같이 거냐고 물으면 자신도 같이 가야 한다고 같이, 같이 외쳐 댑니다.

 

안돼 자신이 하기 싫을 때도 외쳐 댑니다. 먹자고 하면 안돼”, 엄마 아빠 시장에 갔다올께 하면 안돼, 같이라고 외쳐 댑니다. 아프면 안돼, 강아지가 말썽 피우면 안돼, 자신을 떼어 놓고 엄마나 아빠만 어디 가면 싫다 라는 거지요. 이런 ‘~안돼 제가 이야기하면 아이 또한 알아들어서 좋더라구요.

 

 

먹으니: 심리적, 정서적 변화

 

요즘 아이는 아닌 척도 아주 합니다. 눈을 아련하게 뜨면서 엄마 아빠의 표정을 살펴보는 것이지요. 제가 우리 인보는 아빠 , 엄마 ?” 하고 물으면 아빠 이라고 답하고 저의 표정을 살핍니다. 제가 엉엉 우는 척을 하면 엄마 이라고 바꾸고 제가 우와 감사합니다하고 자신의 볼에 뽀뽀를 하면 신나라 합니다. 이렇듯 의도를 알면서 장난치는 법도 알았더라구요. 어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저에게 뭐라고 뭐라고 하면서 물어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엥그리하게’ ‘러블리하게라는 말하기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과 엄마 아빠 그리고 강아지를 부를 부드럽게 부를 것인가 아니면 소리지르며 신경질적으로 부를 것인가를 구별하는 놀이 입니다. 아이는 저의 장난끼 넘치는 소리를 듣고 싶어 엥그리로 불러 달라며 웃는 얼굴을 합니다.

 

 

아이 양육권의 협상

 

지난달 남편은 아이 입양을 관장하는 사회복지부 직원과 화상 회의를 했습니다. 오랜 회의 끝에 결론은 저희와 생부모가 아이를 가지고 더이상 줄다리기 하지 것으로 났습니다. 남편은 아이를 보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꼬옥 안아주면서 “(아이를 보내도) 우리 둘이 같이 있으니 괜찮아라고 위로해주더라구요.

 

회의 전에 남편과 저는 아이를 데리고 성당에 가서 촛불을 켜고 간절히 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저희 슬하에서 계속 키울 있도록요. 그러나 회의 결과는 너무도 참혹했습니다.

 

아이 생일날에도 인보 친할머니와 함께 성당에 갔습니다. 성모 마리아님 앞에서 기도하면서 남편은 아이를 바라보고 엄마 아빠 곁에서 멀리 떨어져서 가면 안돼, 우리가 너를 키울 거야라고 아이에게 이야기 하면서 아이와 저를 껴안고 펑펑 울었습니다. 할머니도 저희 뒤편에서 보셨고 마음이 찢어지는듯 했어요.

 

 

저희의 이런 분쟁을 아신 지인께서 저희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필리핀에서 여러 문제로 법적 분쟁의 경험이 있으셔서 여러 대안들을 알려주셨지요. 그래서 법적 입양은 완전히 포기하기로 하였습니다.

 

대안으로 아이가 앞으로 10 뒤면 생부모가 되찾아가도 스스로 우리 곁으로 찾아올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생부모와 아이 양육권을 협상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저희는 아이 없이는 하루도 없어요. 이렇게 부모-자식간에 깊은 정이 들었는데 어떻게 보낼 있을까요? 어찌 되었든 우리는 아이 아이를 지키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아이를 놓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영혼을 받쳐 기도 드리오니, “하느님, 아이가 저희 곁에서 저희와 함께 있도록 지켜주세요.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고,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