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이야기/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26. Pride Month: 휘날려라 무지개 깃발! 진군하라 퀴어퍼레이드!

행성인 2024. 6. 25. 15:31
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밖엔 소낙비가 내립니다. 건기 동안 오랜 만에 찾아온 반가운 입니다. 코끝에 스치는 내음이 참으로 좋습니다. 비가 내릴 이런 비내음이 난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어요.  

 

요즈음 인보는 통증에 대한 생각이나 판단도 조금씩 생겨나는 같습니다. 이리 저리 뛰어 놀다 넘어지면 ~ 하고 울어 댑니다. 아빠 껌딱지가 아프면 엄마한테 달려와 ~ 하고 안긴답니다.자신이 넘어진 곳을 손으로 가리키고 어디가 아픈지도 짚어 냅니다.

 

요즘엔 천천히 천천히’, ‘조심 조심이란 말도 알아듣기 시작했습니다. 아프면 약을 먹고 상처가 나면 연고를 발라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녀석 약이 달달하면 받아 먹지만, 쓰거나 이상하면 그냥 뱉아버려 실랑이를 벌이곤 합니다.  

 

지난 주엔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헌혈하러 갔습니다. 아이가 엄마와 아빠가 침대에 누워 주사기를 꽂고 있는 모습과 피가 모이는 헌혈팩도 들여다 보았는데 크게 놀라거나 무서워하지는 않더라구요. 제가 멍든 주사 바늘 자욱을 가리키며 아프다고 꾀병을 부리면 우리 딸내미가 ~’하고 불어 줍니다.

 

 

유쾌, 상쾌, 통쾌 삼쾌(三快) 드랙 언니들의

 

카톨릭 전통에 따라 5월은 성모성월 입니다. 기간에 여러 행사들이 열립니다.

 

하나는 어머니 미인 대회 입니다. 많은 수의 필리핀의 엄마들은 돈을 벌기 위해 홍콩, 싱가폴 또는 아랍 국가에 가사도우미로 이주 노동을 다녀 옵니다. 참가자는 장기 자랑 시간에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학대를 이겨내는 모습을 연극으로 보여줍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한 어머니의 강인함과 극복력을 표현한 같아요. 연극의 배경음악으로 아낙(자녀를 의미하는 필리핀어 anak) 흘러 나옵니다. 아낙은 필리핀 국민 가수 프레디 아귈라가 불러 세계적인 애창곡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안되어 인기가 높았고 저도 좋아 합니다.

 

하나의 미인 대회로 아름다운 여왕(Chada Queen)’ 뽑는 드랙쇼가 열렸습니다. 퀴어들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보여주는 유쾌, 상쾌, 통쾌한 삼쾌 (三快) 드랙쇼 였습니다. 참가한 드랙 언니들의 화려한 화장과 컬러풀한 의상이 빠질 없지요. 드랙 언니들의 코믹하고 아슬아슬한 몸짓을 보이면 퀴어 청소년들이 환호성을 질렀고 관람객들도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관객들의 환호성이 넓디 넓은 체육관에 팡팡 울려 퍼졌답니다. 남편과 저도 아주 오랜만에 크게 웃었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퀴어들의 끼는 만국 공통어 같아요. 퀴어로움은 예술 자체 입니다.

 

 

실리만 대학교 퀴어 동아리의 성중립 화장실 투쟁 

 

우리가 사는 이곳에 퀴어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올해 퀴어 행사를 검색해 보았지만 깜깜 무소식 입니다. 검색 하던 2019 실리만 대학교의 퀴어 동아리 소식을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실리만 대학교는 미국 선교사가 설립하여 123년이란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 입니다. 운영 교단은 연합그리스도교회 (United Church of Christ, UCC)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친동성애 종교단체 입니다.

 

실리만 대학교에는 스펙트럼의 (Illuminates of the Spectra, 약어로 ISPEC, 이하 스펙트럼빛)’ 이라는 퀴어 학생 동아리가 있습니다. ISPEC 교내 성중립 화장실 만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성중립 화장실이 제안된 배경을 이러했습니다.

 

트랜스젠더 학생 코리 (Cory Gunn) 체육 수업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너무 힘들어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동아리의 제안을 받은 학교의 학생처장 깔린가숀은 모든 사람은 대학 구성원의 종교, 민족, 의견과 성적지향을 존중하고 관용해야 한다라고 명시한 실리만 대학교의 기독교 공동체 강령을 언급하였다고 합니다. 아주 멋진 존중과 포용력을 보여주는 교칙 입니다. 기독교 공동체라고 하면 바로 이렇게 예수님의 사랑과 존중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 사회가 트랜스젠더와 화장실에 대해 반대하는 것과 같이, 대학에서도 성중립 화장실에 대해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어색함과 불편함을 궁시렁 댔다고 하네요. 이런 태도에 맞서 스펙트럼빛 회원은 투쟁의 목적이 화장실 자체를 바꾸는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사고 방식을 바꾸고 성별과 성적지향을 포괄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성중립 화장실을 도입하는 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멋진 반박 입니다.

 

그렇습니다. 시민 여러분, 트랜스젠더들이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어도 화장실 문제로 참아야만 하는 고통을 아로새긴 컵의 문구를 귀담아 듣고 사회 변화와 혁신에 동참해주세요. 왜냐하면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모두에게 좋은 것이니까요.

 

 

멈춰라 서울시의 차별행정, 진군하라 서울 퀴어퍼레이드

 

한국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의 성명을 들었습니다. 서울광장을 불허하고, 축제 기관에 필요한 장소의 대관도 불허하여 차별행정을 규탄하는 성명서였습니다. 행정의 정의가 무엇인지 따져봅시다. 적극행정 운영규정 2조에서 적극행정이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정을 개선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주먹 불끈 쥐고 외치고 싶습니다. “서울시 정신차려라! 차별행정이 아니라 적극행정으로 퀴어 단체의 행사를 지원하라. 서울시의 친동성애적 행정은 퀴어 아니라 서울 시민에게 문화적 다양성과 풍성함을 선물하는 적극행정의 역할이 것이다.”라고.

 

모진 고난에도 불구하고 올해 퀴어문화축제 참가자 수는 15만명이 참가하여 대박 축제가 되었더라구요. 동성애가 죄라고 단죄를 휘두르고 저주를 퍼붓는 반동성애 집회가 재미 있을까요? 아니죠, 오색 찬란한 무지개 빛으로 친구랑, 애인이랑, 앨라이랑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퀴어 축제가 훨씬 재미있지요.

 

 

 

그리 멀지 않은 훗날을 꿈꿔봅니다. 우리의 사랑이 혐오를 완전히 무찌른다면, 퀴어문화축제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마디그라 축제처럼 서울시를 대표하는 멋진 축제로 자리 잡을 것을. 매년 서울 잔디광장에서 즐거움이 팡팡 터질 입니다. 그날이 어서 와서, 반동성애 혐오세력의 집회는 레인보우 광선을 맞아 불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날이 오면 경찰의 보호벽으로 둘러 쌓이지 않아 트인 광장의 모습을 보게 것입니다.

 

세계 퀴어 동지 여러분~

 

매년 찾아오는 자긍심의 6 Pride Month 찾아 왔어요.

우리 모두 어깨 활짝 펼치고, 손에 손을 맞잡고, 소리 질러 마음껏 우리의 축제를 즐겨보자구요.

 

휘날려라 무지개 깃발!, 진군하라 퀴어퍼레이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