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남성을 위한 성교육: 센조이, 항문질환, 성매개감염병
김민지 (행성인 HIV/AIDS 인권팀, 의사)
지난 9월 20일, 행성인 교육장에서 HIV/AIDS인권팀이 야심차게 기획한 성소수자 남성을 위한 성교육 행사가 열렸다. <문란하고 싶지만 성병은 무서워 ~성교육은 커뮤에서 배웠습니다~> 라는 긴 제목으로 열린 행사는 작년부터 성소수자 남성을 위한 성교육의 부재를 아쉬워했던 팀원을 위해 오랫동안 기획된 행사였는데, 나는 성소수자 남성을 위한 성교육에 그간 꾸준히 흥미를 느끼고 자료를 모으고 있었으므로 회의 끝에 성교육 세션의 진행을 담당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신청자 수에 긴장하기도 했고,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느라 막막해하기도 했지만 성황리(?)에 행사를 진행 후, 자료의 아카이빙을 위해 웹진에 이 글을 싣게 되었다.
행사를 위해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아직까지도 성소수자 행동양태 연구가 너무나 부족하고, 성행동(Sexual behavior)에 대해 의학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성교육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 글을 정리한다.
들어가며
성소수자의 성행동에 대해서는 많은 편견이 존재한다. 때로 이러한 편견은 성소수자 본인들에게 내재화되기도 한다. 더글러스 크림프의 책 <애도와 투쟁>의 서문에 언급되는 커밍아웃한 게이 언론인 앤드루 설리번(Andrew Sullivan)은 ‘쾌락만을 좇고, 아무것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게이들에 대한 서사를 반복적으로 발화하였고, <애도와 투쟁>은 이에 대항하는 책으로서 쓰여졌다. 때로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성소수자와 성소수자의 성행동을 분리하려는 혐오 발화를 들을 수 있다. ‘동성을 사랑하는 건 괜찮아, 하지만 이러저러한 성행동은 용납할 수 없어!’ 류의 이야기나, ‘나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의 일부 성행동만을 혐오한다’ 류의 발화는 드물지 않게 보인다.
그러나 성소수자 의료 교과서인 Fenway guide to LGBT health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의료인이 취해야 할 태도를 명확히 설명하고 있다. 때로 성소수자의 성 건강 관리 문제는 실제로 의료인과 성소수자 환자 사이에서 갈등을 유발하고 신뢰를 깨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건강 관리의 질을 질환을 실제로 얼마나 예방하거나 발견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경우 이러한 인식이 두드러지나, 최근에는 환자가 자신이 원하는 성적 실천을 통해 충분한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의료질 평가의 중심이 변화하고 있다. 책에서는 성소수자 환자와 모든 종류의 성건강(행동, 정체성, 기능, 만족감)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성적 욕망이나 행위가 어떻게 실천되는지/실천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가정이나 판단 없는 열린 태도를 분명하게 의료진에게 요구한다.[1]
의학은 더 이상 성에 있어서 ‘무언가를 해야 하고, 무언가는 하지 말아야 하고’를 말해주는 인도자나 지시자가 아니며, 어떤 행동을 할 때 어떤 위험이 있고 어떻게 위험감소전략을 세우며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을지를 상의하는 동반자이자 보조자이다. 성소수자가 어떠한 성행동을 하거나 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는 것에 있어서 ‘잘못된’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성소수자 대상의 성교육이 거의 부재하는 특성상, 성행동에 대해 의학적인 지식과 위험을 바로 알고 위험감소전략을 상의할 수 있는 폭이 여전히 매우 좁다. 이 글의 목적은 성교육을 접하지 못해 해소되지 못한 불안감 또는 잘못된 성지식을 가지고 있는 성소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지, 성소수자들이 의학적으로 알려진 사실을 통해 성행동에 대해 도덕적 판단 또는 금기를 느끼는 것이 아니다.
센조이
‘센조이’는 주로 성소수자 남성들이 삽입받는 항문 성교(Receptive anal intercourse, RAI)를 하기 전 시행하는 직장/항문 세정(anal douching) 또는 관장(enema)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샤워호스를 사용한 물관장만을 센조이라 가리키는 경우도 있으나 이 글에서는 편의상 항문성교에서 삽입받기 전 시행하는 모든 항문 세정 및 관장 행위를 포괄적으로 센조이로 지칭하고 있다.
의학적으로 센조이는 성관계 전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매운 음식을 피하고 고섬유질 식이를 하고 샤워시 센조이 없이 항문 주변을 깨끗이 씻는 정도를 권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여전히 센조이의 필요성을 느끼며[2], 그 경우 의학적으로 조언해야 할 것은 센조이를 하지 말라고 말하거나 금욕을 권고하기보다는 센조이를 하면서 취할 수 있는 위험감소전략에 대한 상담이다.[3]
센조이는 인터넷 시대 이전에는 구전(?)으로, 이후에는 간단한 그림 도식과 설명, 또는 유튜브를 통한 설명으로 주로 성소수자 남성 사이에서 알음알음 전해져 왔는데, 성소수자 남성들에게 주로 알려진 센조이 방법은 다음 표와 같다.
Figure 1 주의사항 : 이 표는 결코 '적절한' 센조이 방법이나 용품, 시간에 대한 의학적 권유가 아니며, 성소수자 남성들 사이에 퍼져 있는 '센조이'에 대한 개념을 조사하여 정리한 것일 뿐이다.
그림 1 Carballo-Diéguez A, Lentz C, Giguere R, Fuchs EJ, Hendrix CW. Rectal Douching Associated with Receptive Anal Intercourse: A Literature Review. AIDS Behav. 2018 Apr;22(4):1288-1294.
거의 모든 센조이 관련 자료는 센조이 방법을 ‘얕은 센조이’와 ‘깊은 센조이’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며, 대체적으로 따뜻한 또는 미지근한 물을 사용한다. 수돗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항문 성교를 오랫동안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또는 항문 피스팅과 같은 깊은 삽입이 예상되는 경우에 깊은 센조이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 얕은 센조이를 하게 된다.
센조이에 대한 행동양태 연구는 국내에 없지만 외국에는 존재한다. 이에 따르면 센조이는 항문성교에서 삽입받기 전 87–97%가, 삽입받은 후 13–48%가 시행한다. 센조이를 하는 사람들의 79–93%가 관장용액을 구입하기보다는 물 또는 물을 기반으로 센조이를 위한 용액을 제작해서 시행하는데, 이 중에서 따뜻한 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비눗물, 소금물(식염수) 순이었다. 센조이를 하며 상업적 제품을 사용하는 11–31%의 사람들 중에서는 식염수를 베이스로 한 상업적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4]
그 동안 센조이는 ‘항문/직장의 상피세포를 손상시켜 성매개감염병(Sexually transmitted disease, STI)의 위험을 높일 것’으로 일반적으로 여겨져 왔다.[5] 그러나 최근 발간된 연구들에 따르면, 고삼투성(hyper-osmolar) 용액에서만 직장 내 상피세포의 손상이 확인되었으며 등삼투성(isoosmolar) 또는 저삼투성(hypoosmolar) 용액을 사용 시 직장 내 상피세포의 손상은 확인되지 않았다.[6] 그러나 지나치게 잦은 센조이 또는 흔히 ‘샤워호스’로 대표되는 강한 압력의 센조이를 할 경우 직장 및 항문 점막의 손상이 생길 수 있다.[7]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장기나 관장용품을 사용하거나, 삽입을 쉽게 하고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특수한 샤워헤드 부착물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한 도움 없이 센조이를 할 경우 10%가량의 사람들이 저절로 해소되는 정도의 출혈을 경험한 적 있다.[8] 또한 성관계 후 ‘씻어내기 위해’ ‘더 위생적일 것 같아서’ 센조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이 통계에서 보고되고 있으나, 이로 인해 오히려 장이 자극될 수 있어 권고하지 않는다.
센조이를 하지 않는 군에 비해 센조이를 하는 군이 HIV positive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관성이 보고되었으나[9] 인과관계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센조이를 하는 군과 하지 않는 군에서 성관계의 빈도와 파트너 수 등 HIV 감염의 위험을 높이는 다른 요인에 대한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흔히 알려진 ‘센조이가 성매개감염의 위험을 높인다’ 라는 기존 관념 및 연구[10]와 달리 센조이 여부와 임질/클라미디아 감염은 관계없다는 연구[11] 역시 보고되었다.
약국에서 흔히 관장약으로 파는 글리세린 관장은 대부분 농글리세린으로 고삼투성(hyper-osmolar) 용액이다. 장 벽 안에 있는 체내의 수분을 장 안으로 배출되게 하고, 이로 인해 복통이나 전해질 불균형과 같은 부작용이 드물게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센조이를 위해서 이와 같은 글리세린 관장약을 사용하는 것은 장 내 불편감이나 잔변감이 남을 수 있으며 비사코딜(bisacodyl)과 같은 하제가 포함된 경우 장 수축으로 인한 복통과 설사가 발생할 수 있어 권하지 않는다.
센조이와 관계된 여러 의문 중, 센조이를 자주 하면 장이 마비되어서 스스로 배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을 종종 접할 수 있다. 관장을 포함한 하제(laxatives_변을 부드럽게 배출시키는 약제)에 대한 의존은 실제로 존재한다. 변비로 인해 약국에서 변비약을 사 먹었는데, 처음에는 한 알만 먹어도 변을 볼 수 있었으나 갈수록 많은 양이 필요해졌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일 것이다. 하제 의존성(laxative dependency)에 대한 연구와 자료는 충분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도 만성 변비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센조이 목적의 관장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지만, 일반적으로 하제 의존은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행동교정과 약물 조절 등으로 완화하거나 해소가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변비약과 같은 하제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스스로 배변하기 힘들어 센조이로 배변을 해결하려는 습관이 있지 않는 이상 스스로 배변을 잘 할 수 있다면 의존성을 걱정해 센조이를 하지 않을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성교육을 준비하며 자주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센조이가 장내세균총(gut microbiome)에 영향을 미쳐 장 기능이 좋지 않아질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었다. 장내세균총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매우 안정적으로, 잠깐 변화가 생기더라도 곧 원상복구된다. 또한 환경, 음식, 약물, 항생제, 심지어 스트레스까지 장내세균총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는 너무나 많다. 따라서 센조이로 인해 장내세균총의 변화가 생기고 장 기능이 좋지 않아진다는 것은 장내세균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너무나 많은 요소,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안정적인 장내세균총에 대해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12]
센조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중 가장 위험할 수 있는 항목은 장천공(colon pefroration)일 것이다. 센조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지만, 만성 변비 환자에서 변비 완화를 통해 항문으로 관장을 시도할 때 장천공의 가능성은 백만 당 2-6건으로 보고되고 있다.[13] 장천공이 발생하면 심한 복통이 배변이나 다른 행동에 관계없이 계속 지속되며, 반드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장천공의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고 관장시 복통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이 많아 복통 발생시 바로 장천공을 의심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윤활제
항문 성교에서 윤활제의 사용은 필수적이다. 충분한 윤활 없이는 항문성교를 통한 쾌감을 느끼기 어렵다. 때로 항문성교에서 정액이나 침 등의 체액으로 윤활제를 대신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는데, 체액은 젤에 비해 윤활 기능 자체가 매우 부족하여 적절한 윤활 효과를 누리기 힘들며 성매개감염의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윤활제는 보통 세 종류로 나누어진다.
- 오일 베이스 윤활제 (oil-based lubricants) : 만약 올리브 오일, 코코넛 오일 등의 제품을 사용해 본 적 있다면 그 또한 여기 포함된다. 바셀린이나 바디로션, 핸드크림 등의 윤활제가 아닌 제품 역시 윤활제로 사용한 적 있다면 이 항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단, 윤활제가 아닌 제품은 기본적으로 윤활력이 부족하다!). 오일 윤활제의 가장 큰 단점은 콘돔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점이며, 따라서 콘돔을 사용하려고 할 경우는 오일 윤활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 외에 오일 윤활제는 항문/직장에 잔여물이 남아 불편감 또는 복통/설사를 쉽게 유발할 수 있고, 바셀린/베이비 오일 등 윤활제가 아닌 오일 베이스 제품들을 윤활제로 사용한 경우 염증과 감염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으나[14], 다른 종류의 윤활제와 적극적으로 비교한 자료가 아직 불충분하다. 올리브유, 코코넛유 등은 윤활제로 판매되기도 하나 이를 사용한 연구는 충분히 보고된 바 없다.
- 실리콘 윤활제 : 효과가 좋으며 쉽게 마르지 않고, 콘돔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 실리콘 성분 자체는 먹는 경우에도 몸에 흡수되지 않아 대부분 무해하나, 다른 첨가물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만약 윤활제를 먹게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개별 윤활제의 성분을 확인하고 먹을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등삼투성 윤활제로 장 상피세포에 미치는 손상 역시 고삼투성 윤활제를 사용한 경우보다 적다.[15] [16]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 가장 흔하게 사용되고 또 권장되기도 하지만, 실리콘으로 제작된 성용품을 성관계시 함께 사용하게 될 경우 실리콘 윤활제가 실리콘 제품의 겉면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 수분 베이스 윤활제 : 콘돔이나 성용품에 아무런 손상을 입히지 않지만, 대부분 아주 빨리 말라서 성관계 중에도 반복해서 윤활제를 사용해 주어야 한다. 실리콘 윤활제보다 고삼투성인 경우가 많은데, 고삼투성 윤활제의 경우 위의 ‘센조이’ 파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원리로 장의 상피세포에 등삼투성 윤활제보다 손상을 입힐 수 있다.
항문 성교와 관련된 항문 질환
항문 성교를 하면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은 오랫동안 혐오의 맥락에서 반복되어 왔다. HIV/AIDS 또는 다른 성매개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질환을 징벌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나 나올 수 있는 표현인데, 이는 특정 질환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게 하는 관점으로 사라져야 할 관점이다.
항문 성교는 실제로 변실금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연구는 대체로 삽입받는 항문 성교를 하는 사람에서 변실금의 발생 위험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성인 남성과 여성에서 성행동과 변실금 증상에 대한 설문을 시행한 한 연구에서, 항문성교에서 삽입받는 남성의 경우 변실금의 발생 가능성은 11.6%로 그렇지 않은 경우 5.3%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7]
또 다른 연구는 남성과 성관계하는 남성(Men who have sex with men)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주 1회 이상 항문성교에서 삽입받는 경우 변실금 증상이 있다고 보고한 경우가 12.7%, 항문성교를 하지 않는 경우 변실금 증상이 있는 경우가 5.7%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는 변실금과 관련된 요인 몇 가지를 확인했는데, 항문 성교에서 주 1회 이상 삽입받는 경우 (Odd ratio_OR 1.64), 피스트퍽(OR 1.61), HIV 양성인 경우(OR 1.78), 켐섹스 (OR 1.67),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OR 1.32 or 1.40)를 연관 요인으로 꼽았다.[18]
다른 연구에서는 직장항문수지검사(digital anorectal exam)을 통해 항문괄약근의 조임을 평가한 결과, 항문성교에서 삽입받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들 중 14.1%가 휴식 시 항문 괄약근 조임(sphincter resting tone)의 감소를 보였으며 이는 삽입하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에 비해 OR 2.11의 연관성을 보였다. 그러나 해당 연구에서 비만한 사람은 휴식 시 항문괄약근 조임이 떨어져 있을 연관성 OR 2.25를 보였으며, 휴식 시 항문 괄약근 조임의 감소와 가장 큰 연관성을 보인 요인은 성관계에서 선호하는 포지션과는 관계없이 연령으로 매 1세가 증가할 때마다 괄약근 조임이 정상군보다 감소할 가능성 9%가 증가하였다.[19] 항문 성교에서 삽입받는 역할은 변실금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으나 그 외에도 변실금 또는 괄약근 기능저하와 관계된 다른 강력한 요인들이 많으니, 변실금을 ‘항문 성교를 해서 생겼다’ 라고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다. 실제로도 항문 괄약근의 기능으로 항문 성교 여부를 맞출 수 있는지를 연구해 본 결과 해당 검사는 항문성교의 여부를 알아내는 데 전혀 신뢰성이 없었다.[20]
변실금의 많은 부분은 식이 조절과 적절한 약제를 통한 변 굳기 조절, 골반저기능강화, 바이오피드백 등을 통해 호전될 수 있으나[21] 항문 성교와 연관된 변실금의 치료에 대해 따로 연구된 바는 아직 부족하다.
항문 성교시의 통증은 치열(anal fissure) 등 항문의 외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통증 중 가장 많은 것은 삽입시의 통증 (39.6%)이고 그 다음은 삽입 및 움직임 시의 통증 (16.7%)이다.[22] 일반적으로 삽입시의 통증은 항문괄약근의 과긴장성 또는 괄약근 경련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으며, 직장(rectum)에서 결장(colon)으로 넘어가는 직장구불결장 이행부(rectosigmoid junction) 에 삽입물이 닿는 경우 장간막을 자극하여(mesentery stretching) 통증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23]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항문의 과긴장 상태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며, 여기에는 성교 중 배설물이 묻어나는 데 대한 걱정도 포함된다.[24] 파트너와의 충분한 대화와 성관계에 대한 심리적 긴장 완화가 성교 시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25] 이러한 과긴장 및 괄약근 경련을 호전시키기 위해 미리 항문에 다이레이터(실리콘 딜도 역시 사용 가능) 또는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26]
항문성교 시 항문의 찢어짐과 상처가 발생하는 치열(anal fissure)이 발생할 수 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며, 증상이 반복될 경우 항문의 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 치열이 발생한 경우 내, 외과적 치료를 통해 완전히 호전되기 전까지는 항문 성교를 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며, 치료 후 치유 과정에서 항문이 좁아졌다고 느낄 수 있으며 이 경우 딜도 등의 다이레이터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흔히 치질로 불리는 치핵(hemorrhoids)의 경우 항문성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나, 항문성교로 인해 이미 존재하는 치핵이 악화될 수 있음이 밝혀져 있다.[27] 그러나 성관계시 통증 또는 출혈이 없는 경우 특별한 문제없이 항문 성교를 할 수 있다.[28][29] 또한 과민성 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기능성 설사 등의 기능성 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항문성교는 가능하며 고섬유질 식이 및 설사약이나 위장관운동조절제를 사용해 볼 수 있다.[30]
많은 사람들에게 ‘결장(S자 결장, sigmoid colon)’ 삽입에 대한 여러 낭만이 있고, 또한 그런 낭만은 거짓이며 결장 삽입은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있다. 실제 사람의 항문 및 직장의 해부학적 구조에서, 항문관(anal canal)은 2.5cm-4cm 가량을 차지하고, 그 이후 직장(rectum)에 진입하게 된다. 직장의 길이는 항문관에서부터 12cm가량이며, 이후 직장구불결장 이행부(rectosigmoid junction)를 통해 가장 하부의 결장인 S자 결장과 연결된다. 직장과 S자 결장은 질과 자궁경부와는 달리 어떠한 괄약근이나 가로막고 있는 기관도 없는 상태이며 서로 다른 장기에 속하지도 않는다. 이어진 하나의 장(bowel)으로 쭉 열린 상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항문 성교를 통해 해당 부위에 닿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어떤 특별한 쾌감이나 다른 감각, 호르몬의 변화, 심지어 피삽입자에게 ‘결장으로 넘어갔다’는 인지를 주지는 않는다. 다만 직장구불결장 이행부에는 전립선의 신경과 연결되는 하복신경총(hypogastric nerve plexus) 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극이 쾌감을 유발할 가능성은 있으나, 반대로 장간막을 자극해 복통을 유발할 가능성 또한 있다.
그림 2Dickstein DR, Edwards CR, Rowan CR, Avanessian B, Chubak BM, Wheldon CW, Simoes PK, Buckstein MH, Keefer LA, Safer JD, Sigel K, Goodman KA, Rosser BRS, Goldstone SE, Wong SY, Marshall DC. Pleasurable and problematic receptive anal intercourse and disease
또 하나 항문성교에서 유의할 점은, 항문에 성기 외의 무언가를 삽입할 경우, 항문관(anal canal)은 좁은 데 비해 직장의 지름은 약 5cm로[31][32] 넓기 때문에 삽입한 이물이 완전히 직장 안에 들어간 경우 좁은 항문에 가로막혀 다시 배출하거나 꺼내기 힘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물이 직장 안에 완전히 삽입된 경우 스스로 혹은 하제를 복용하고 꺼낼 수 있는 경우도 있으나, 그러한 방법으로도 빼낼 수 없는 경우 의료진의 도움을 얻어야 한다. 항문을 통해 직장에 이물이 삽입되어 병원에 내원한 경우 가장 흔한 것은 유리병(42.2%)이었고, 일반적으로 천공이 없으며 항문을 통해 이물을 만질 수 있을 경우에는 먼저 항문을 통한 접근으로 제거를 시도하나 이를 통해 제거가 불가능할 경우 개복을 통한 수술적 치료를 요할 수 있다.[33] 항문을 통해 직장에 삽입된 이물이 직장 천공을 유발한 케이스 보고가 있으나, 이 경우 삽입된 이물은 드라이버(나사를 박아 넣을 때 사용하는 그 스크류 드라이버)로 일반적으로 항문 성교의 목적으로 삽입하는 이물과 매우 다른 양태였다.[34] 이러한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이물 삽입 시 몸 안에 완전히(밖으로 나와서 잡아당길 수 있는 부위 없이) 삽입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이물을 장에 끝까지 완전히 삽입하고자 하는 경우 좁은 항문으로 인해 다시 빼내기 어려울 수 있음을 명심하고, 배출을 위해 손가락 등을 넣었을 때 붙잡고 잡아당길 수 있는 고리나 손잡이 부위가 있는 물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 매개 감염병
성소수자 남성은 성적 행동, 네트워크 내의 기존의 높은 유병률, 생물학적 요인 등의 여러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성 매개 감염병에 취약한 그룹으로 여겨진다. 여기에서는 성 매개 감염병의 위험 평가 원칙에 대해 설명하고, 성소수자 남성이 알아야 할 성 매개 감염병과 그 증상, 치료에 대해 설명한다.
성 매개 감염병의 평가는 보통 5P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아래 다섯 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이다.
- Partner : 누구와 하는가? 고정적인 상대인가? 여러 명인가?
- Practice : 어떤 행위를 하는가? 구강성교, 항문성교, 도구 사용 등
- Protection : 어떻게 스스로 보호하는가? 콘돔? 검사를 받는다면 검사 주기는? 파트너와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나?
- Past history : 이전 성 매개 감염병의 과거력이 있는가? 지금 치료받는 병이 있는가? 검사를 받은 적 있는가?
- Pregnancy : 지금이나 추후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가? 임신 중인가?
만약 성 매개 감염병에 대해 위험 감소 전략을 고려하고 싶다면, 위의 항목들에 자신이 어떻게 해당하는지 생각해 보고 각각의 항목에 대해 위험감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아래는 대표적인 성 매개 감염병과 성소수자 남성이 주의해야 할 질환들이다.
- 헤르페스 : HSV-1, HSV-2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주로 입가 또는 생식기 주변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항문 주변을 포함해 다른 부위에도 발생할 수 있다. 통증을 동반한 수포의 형태로 흔히 발현되는데, 수포가 있는 기간에는 전염력이 매우 강하며, 수포가 없는 기간에도 전염력이 없지 않다. 침을 포함한 각종 체액으로 전염될 수 있으며, 체액을 교환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대상포진을 유발하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ericella-zoster virus)와는 종류가 다르므로, 헤르페스가 발생했다고 대상포진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생식기 헤르페스의 유병률은 미국의 14-49세 인구를 대상으로 11.9%에 달하며, 생식기 헤르페스는 일반적으로 HSV-2형으로 알려져 있고 대체적으로 그런 경향을 보이나[35], 여러 연구에서 젊은 여성 및 성소수자 남성에서 HSV-1에 의한 생식기 헤르페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36] 같은 생식기 헤르페스의 경우에도 HSV-2형의 경우 재발이 잦은 경향을 보이므로 아형에 대한 검사는 필요하다. 증상이 있는 경우 경구 항바이러스제를 통한 증상 조절이 권고되며, 호전 후에도 생식기 헤르페스가 반복되는 경우 2차 예방을 위해 항바이러스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37]
- 매독 : 성기 접촉, 구강 성교, 항문 성교를 통해 모두 전염될 수 있으며, 치료가 모두 끝난 지 7일이 지나기 전에는 콘돔을 사용하더라도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권고된다. 1기에서 특징적인 증상을 보이는데, 통증이 없으며 만졌을 때 딱딱하게 굳은 느낌을 주는 궤양이 발생한다. 주로 성기 궤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항문, 샅, 입술, 혀 등 다양한 부위에 매독 궤양이 발생할 수 있다. 통증 없는 경성 궤양(chancre)으로 특징적이므로 해당 증상이 있는 경우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궤양은 없어지나, 1기 매독에서 질환이 진행되어 잠복매독으로 넘어간 것으로 매독은 자연 치유되지 않는다,. 페니실린 근육주사로 쉽게 치료할 수 있으나 치료 후에도 매독 혈청검사시 지속적으로 양성이 나오기 때문에 추후 매독이나 종합 성 매개 감염병 검사 시 매독 감염 및 치료력이 있음을 이야기해야 하고 추가 검사를 통해 재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 임질/클라미디아 : 서로 다른 질환이지만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목구멍의 인두와 후두,즉 인후두 및 직장(rectum)에 감염되어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남성의 경우 페니스에서만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검사를 하지 않으면 남성 성소수자에서 임질/클라미디아감염의 70% 가량을 놓치게 된다는 연구가 있다.[38] 대부분의 항문 감염은 무증상이나[39], 감염이 확인된 경우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한다. 항문 감염의 증상은 일반적으로 변비 또는 설사 등 배변습관의 변화, 항문 주위 또는 하복부의 통증, 항문의 분비물과 소량의 출혈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40]
- HPV (human papillomavirus) : 흔히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는 항문에 감염되었을 때 항문암의 원인이 된다. 세계적으로 90% 이상의 항문암이 인유두종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41] 미국의 경우 시스젠더 남성에게서 발생한 항문암의 43%가 성소수자 인구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42] HPV 바이러스는 항문암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가능하다면 반드시 HPV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모든 HPV 아형을 예방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감염 여부에 대해 항문에서 검체를 얻어 바이러스 검사가 필요하지만 현재 한국에는 관련 검사가 도입되어 있지 않다. HPV는 콘딜로마(곤지름)의 원인이기도 하며, 콘딜로마는 약물을 통한 내과적 처치가 아닌 레이저로 지지는 소작 또는 외과적 절제를 통해 치료해야 한다. 재발이 없는 경우도 있으나 반복되는 재발이 있을 수도 있고, HPV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접촉을 통해 타인에게 전염될 수도 있다.
- 장염 : 분변구강경로를 통한 장염과 감염성 장질환이 일반 인구보다 성소수자 인구에서 더 흔한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 A형 간염 : 역시 분변구강경로를 통해 흔히 감염되는 질병이며, 예방 접종으로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 성소수자 남성에서 일반 인구보다 유병률이 높으나 일반 인구에서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질병이다.
- HIV : 미국 기준, 성소수자 남성은 일생동은 1/6 가능성으로 HIV에 노출된다. 이는 이성애자 남성의 1/500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43] 한국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유병률이 낮은 상태이나,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성소수자 남성은 HIV 감염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HIV에 감염되더라도 치료를 받고 항바이러스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삶의 질 및 기대수명은 비감염인과 다르지 않고, 바이러스 수치가 미검출에 도달하면 성관계를 통한 감염의 가능성도 없다.(Undetectable=Untransmittable)
여러 성행동의 종류에 따라 HIV의 감염 위험은 다른데, 항문성교에서 삽입 받는 쪽의 감염위험은 상대적으로 삽입하는 쪽보다 높다. 그러나 HIV 양성이며 전파력이 있는 상대와 성관계를 하더라도 반드시 HIV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며, 만약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노출 후 예방 요법(PEP; Postexposure prophylaxis)을 통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노출 후 예방 요법을 하지 않더라도 전파력이 있는 상대와 관계했다고 모두 한 번만에 바로 감염되지는 않는다.)
Figure 2Patel P, Borkowf CB, Brooks JT, Lasry A, Lansky A, Mermin J. Estimating per-act HIV transmission risk: a systematic review. AIDS. 2014 Jun 19;28(10):1509-19.
무엇을 해야 할까?
성 매개 감염병을 예방하고 꾸준한 검진으로 조기발견하기 위해서 권고하는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예방접종 : A형 간염, B형 간염, HPV(인유두종바이러스)
- 성적으로 활발하며 여러 명의 고정적이지 않은 파트너가 있는 경우 3-6개월마다 성 매개감염병에 대한 종합적인 검진을 권고한다.
- 해당 부위에 노출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인후두(목구멍)/직장에서 검체를 얻어 임질/클라미디아 검사 시행을 권고한다.
- 매 년 항문직장수지검사를 통해 항문암을 평가하며, HPV 감염력이 있거나, 바이러스로 인해 항문 세포의 변화가 생기는 항문의 세포이형성(anal dysplasia, 이것이 적절한 치유 없이 악화되면 항문암으로 진행하게 된다.)이 확인된 경우 고해상도 항문경(High resolution anoscopy)를 통해 정기적으로 검진한다.[44][45]
나가며_필자의 말
재미있게 쓰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재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지한 글이 되었을까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을까요?
실제 행사는 이렇게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었답니다.
다음에는 더욱 친근하고 재미있는 자료로 찾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 참고하면 좋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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