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지향 · 성별정체성/트랜스젠더

[인터뷰]제시카, 성별정정을 축하해!

행성인 2012. 5. 6. 18:02

인터뷰/정리 : 유결(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작년 태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돌아와 올 봄에 성별정정이 된 제시카란 친구가 있습니다. 故육우당이 동인련에 데리고 온 친구였지요. 열일곱 나이에 홀로 서울에 올라와 일을 하며 돈을 모아서 결국 성전환수술까지 하고, 이번엔 성별정정도 통과되었습니다. 성별정정을 축하하며 늦은 일요일 오후에 카레를 먹으며 수다 떤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성별정정 되고 나서 좋은 게 뭐가 있어?”

“남자들을 만나도 어제는 당당하게 지갑을 확 던져놓고 만났잖아. 너무 좋더라니까. 어딜 가도 클럽 갈 때도 입장할 때 신분증 내놓으래길래 당당하게 보여줬지.”


“성별 바뀌고 나서 해보고 싶은 거 있어?”

“내가 국회의원 해볼까? 돈 많아야 되나? 우리나라에서 제일 어린 국회의원이 몇 살이야? 그런데 나는 국회의원으로 나가면 트랜스젠더라고 그게 나올까봐 싫어.”


“국회의원은 왜 하고 싶은데?”

“그냥 해보고 싶어. 요즘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스튜어디스도 해보고 싶고 그런데 학력이 안 되더라. 검정고시 볼까 봐. 근데 호적이 바뀌어서 보는 게 까다로울 거 같아.”


“넌 군대 안 갔잖아? 면제 받은 거지?”

“응, 가슴수술하고 나서였는데. 완전 이쁘게 하고 힐 신고 신체검사장에 갔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묻길래 종이를 촥 펼쳐들면서 ‘신체검사 받으러 왔습니다’라고 가슴을 있는 대로 내밀고 보란 듯이 말했다? 그랬더니 막 당황하면서 정신과로 데려가더라고. 가서 앉아선 ‘군대 가고 싶어서 왔는데요. 입대시켜주세요’ 그랬지. 사람들 표정 정말 가관이었어.”

“그랬더니?”

“‘죄송합니다.’ 그러던데?”

“신검 받으러 온 사람들 반응은 어떻든?”

“어릴 적 친구들을 많이 마주쳤는데 오랜만이란 애들도 있고, 욕하는 애들도 있고 뭐 오랜만에 본 동네친구들이 많이 놀라더라고.”


“수술 하고 나서 달라진 건 어떤 게 있어?”

“수술하기 전에 남탕을 한번 갔다 왔어야 했는데. 그게 제일 아쉬워.”

“어차피 가슴 때문에 안 되는 거 아냐?”

“아랫도리만 까고 갈걸. 수술 전에 게이 사우나에서도 안 받아 주더라고. 트랜스라고 했는데도. 지난번에 홍콩 갔을 때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


“수술하기 전에 게이커뮤니티에서 트랜스젠더라고 이야기하면 반응이 어때?”

“그땐 이제 다들 처음 시작하는 거니까 말리는 사람들이 많지. 그래서 그 5년 만나던 남자랑도 헤어진 거잖아. 수술한다 그래가지구. 게이들이 더 싫어해. 수술한다 그러면.”


“넌 언제 수술해야겠다고 생각 한 거야?”

“옛날부터 생각은 있었어. 있었는데 그때 만나던 오빠가 너무 싫어했거든. 힘들다는 이야기도 너무 많이 들었지. 그런데 살다 보니까 이건 아닌 거야.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닌데… 하다가 준비했지.”



뒷자리가 2로 시작하는 제시카의 새로운 주민등록증.



“학교 다닐 때 여성스러운 성격 때문에 힘들거나 왕따 당하거나 그러기도 했어?”

“나는 그런 거 없었어. 나는 워낙 어릴 때부터 여성스러워서 그런 게 없었거든. 초등학교 다닐 때도 남자애들한테 확 뽀뽀하고 그랬어. 동네애들한테 서방님 서방님 하면서 따라다니고. 그러니까 애들이 쟤는 원래 그러는구나 했어. 그리고 난 여자애들도 만났어. 내가 그렇다는 걸 애들한테 인식시켜줄 필요는 없으니까. 학교 다닐 때 여자애들이 날 좋아했어. 사귀자 그러구 이쁘다 그러구. 그러니까 그냥 사람들은 쟤는 여성스러운데 여자들도 만나는구나, 하고 넘어간거지.”


“그럼 고등학교 그만둔 건 그런 거랑 상관없었겠네?”

“응. 아는 오빠랑 언니들이 있어서 그 학교에 가면 편하게 다니겠지 싶어서 그 고등학교를 갔는데 나랑 정서가 너무 안 맞는 거야. 학교도 너무 가기 싫고. 그래서 애들이랑 학교 안 가고 서울 가서 좀 놀고 돌아왔더니 선생이 마대자루로 엉덩이를 스무 대나 때리는 거야. 왜 학교 안 나왔냐고. 아팠다니까 약봉지 가져오고 진단서 떼 오라는 거야. 내가 아팠다는데 왜 그래야 되냐고 따졌지. 그리고 엄마한테 엉덩이 피멍 든 거 보여주면서 학교 다니기 싫다고. 여자 될 거라고. 그래서 엄마랑 학교에 가서 엄마가 따지고 자퇴서에 도장을 찍었더니 선생이 남자애가 돼 가지고 학교에 귀고리를 하고 다니질 않나 그러면서 이야길 하는 거야. 그랬더니 엄마가 애가 귀고리를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고. 여자가 되고 싶다는 애한테. 선생한테 그랬지. 그러고 바로 자퇴하고 서울로 온 거야. 입학한지 한 달도 안 돼서 자퇴한 거지. 계속 다녔으면 명물 났을 텐데.”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신 거야?”

“내가 어릴 때부터 엄마 옷 입고 할머니 한복 입고 춤추고 그랬으니까. 난 엄마가 먼저 여자 될 거냐고 물어봤는걸. 그래도 엄마는 내심 기대를 했었대. 어릴 때니까 그런 생각하겠지 했는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까 이렇게 빨리 다가올지 몰랐다고 하시더라구.”


“난 어릴 때부터 선머슴 같았는데 왜 내 주변 어른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할까?”

“그건 우리나라 정서가 여자가 남자 같은 건 선머슴 같네 하고 이해하고 넘어가는데 남자가 여자 같은 건 용납 못해서 그런 거 아냐? 뭔가 잘못된 것 같아. 남자도 충분히 여성스러울 수 있는데.”


“주변에 수술한 다른 사람들 가족들은 어때?”

“내 주변에는 집에 숨기고 사는 사람이 많아. 집에도 잘 안가고, 가게 되더라도 가슴에 압박붕대 꽉 감고 박스티 입고. 머리 긴 건 미용일을 해서 그런 거라고 둘러대고. 결혼해서 애 낳고도 수술하는 사람 많아.”

“그럼 수술은 해도 애 있으면 호적정정 불가능하잖아?”

“그렇지...”

“가족한테 숨기고 수술하고 호적정정까지 하는 건?”

“불가능해. 가족동의서가 있어야 돼. 가족 중 하나라도 꼭 동의해줘야 하니까.”


“심사일에 뭐 물어보든?”

“수술은 왜 했냐. 언제 했냐. 지금 하는 일은 뭐냐. 호적 한 번 바뀌면 못 돌아오는데 괜찮냐. 뭐 그런 게 다야. 5분도 안 걸렸어. 왜 여길 와야 되냐 물으니까 그래도 호적이 바뀌는 건데 확인하려고 오라 그런 거래. 바뀌어도 괜찮냐고… 의무적인 거지.”


“넌 우울했던 적 없었어?”

“별로 없었어. 한때 잠깐 있었지만. 나도 이렇게 살면서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되나 계속 느끼는 것도 아닌데 뭐. 처음 우울증 걸렸을 때 호르몬 치료받고 그럴 때였는데, 수술하기 전인데 죽어야겠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가슴수술을 하고 나니까 아니 내가 가슴수술까지 했는데 왜 죽어야 돼?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내가 가슴수술을 했는데 이거 뽕을 빼고 죽어야지. 그런 생각하니까 억울하더라. 내가 왜 죽어야 돼? 그리고 수술하기 전에도 잠깐 힘들 때가 있었는데. 수술하고 나니까 아니 내가 수술까지 했는데 남자만 만나면 되는데 내가 왜 죽어야 돼? 뭐가 우울해? 그런 생각이 드는 거라. 이제 호적까지 바뀌고 나니까 내가 이젠 완벽한 여잔데 왜 죽어야 돼 그런 생각이 들었지.”

“하긴 너 호르몬치료 시작할 때 말고는 우울해하진 않았던 거 같네.”


“불편했던 적은?”

“딱히 그런 건 없었어. 내가 난데 어쩌라고.”

“남고를 다녔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니까. 다른 학교 하나가 남고였는데, 게이가 하나 있었던 거야. 너무 부럽지. 남고는 여름에 팬티만 입고 다닌대. 아휴 너무 가고 싶더라니까. 지금이라도. 내가 남고를 다녔으면 더 훨훨 날았을 텐데.”

“그러게. 나도 고등학교를 여고를 다녔어야 했어. 아까워죽겠네.”

“나도 남고 다녔으면 학교 그만 안 두고 더 열심히 다녔을 텐데. 여러 남자 만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