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인 활동/활동 평가

열 가지 키워드로 알아 본 2008 동인련 활동

행성인 2009. 1. 30. 17:49
 

“나이가 든 다는 것은 단순히 쇠락만은 아니네, 그것은 성장이야” “삶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더 이상 돌아가고 싶지 않아. 앞으로 나가고 싶어하지.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하지...”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중에서 -



동인련도 이제 한 살을 더 먹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초등학교도 졸업할 나이가 됩니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정말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새해를 맞이할 즈음이면 개인이나 단체 할 것 없이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목표했던 바를 얼마나 이루었는지 돌이켜보게 됩니다. 시작조차 못한 일들도 있고, 마무리가 되어 갈수록 흐지부지되어버린 일들도 있을 것입니다. 동인련도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 12월 여러 동인련 회원들이 함께 모여 1년 동안 우리가 일구어 온 활동들을 점검하며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지만 서로에게 나눠 줄 선물도 준비해오고, 각자의 새해목표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웃고 떠들던 시간도 지나고 또 다시 새해의 1월을 맞았습니다. 새로운 활동들을 기획하고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가장 무섭고 피해야 할 일이 있다면 처음의 열정을 뒤로하고 이제 나이대접을 받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는 것입니다. 단체가 나이대접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 단체는 정체되거나 혹은 정체성마저 변질되어버리기 쉽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쇠락의 의미가 아닙니다. 성장하기 위한 처음의 열정을 되찾는 과정입니다. 열 가지 키워드로 2008년 동인련 활동을 돌아보며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열정이 무엇인지 찾아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레인보우, 촛불과 함께하다.


 2008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촛불일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파문으로 시작된 촛불은 이제 저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언어가 되어 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5~8월 MB OUT을 외치는 촛불 현장마다 레인보우 깃발을 들고 참여했다. 당시“진짜 비정상은 이명박”을 외치며 촛불소녀보다 더 의미있는 “촛불게이, 촛불레즈비언”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광장에서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레인보우는 우리들의 자긍심이었고, 변화를 앞당기는 이정표였다. 또한 우리가 낙원동 거리를 행진하며 외쳤던 “무지개가 대안이다”라는 구호는 변화를 바라는 성소수자들의 큰 울림으로 기억된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유일하게 알려주고 있는 촛불이 지금은 무차별적인 정치탄압으로 위축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씩 저항의 기지개를 다시 켜기 시작했다.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곳곳에서 촛불이 빛나고 있다. 2009년,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뜨거운 한 해가 되겠지만, 진정한 사회변화를 바라는 레인보우들도 이제 다시 출발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두 번쨰, 뜨거운 포옹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간다. 2008년 HIV / AIDS 인권활동

 

 누군가와 진심으로 뜨거운 포옹을 하게 될 때 시리도록 추운 가슴을 따뜻한 녹여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2008년 동성애자인권연대가 함께한 HIV/AIDS 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빛이 났다. 한국정부의 무능함과 제약자본의 비열함으로 AIDS 치료제 ‘푸제온’이 시판되지 않은 현실. 치료비 지원이 줄어들까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HIV/AIDS 감염인들.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 없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HIV/AIDS 감염인들은 예외였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감염인들의 치료권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10월7일 제약회사 로슈 규탄 12시간 국제공동행동을 감염인, 보건의료인,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함께했고 12월1일 감염인 인권의 날을 맞이해 서울역, 대학로 등지에서 HIV/AIDS 감염인 지지 선언을 받기 위한 캠페인을 조직하고 참여했다. 11월27일에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함께 낙원동 거리에서 HIV/AIDS 지지 캠페인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HIV/AIDS 감염인 인권을 증진시키고, 성소수자 내부의 편견을 깨기 위한 활동은 2009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세 번째, 더 이상 죽이지 말라! 故 육우당, 오세인 추모 거리문화제 개최


10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났지만 너무 많은 눈물이 흘렀다. 2008년 4월24일 서울 보신각 거리에서 처음으로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이 자리를 준비한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추모제를 기획하면서도 과연 거리에서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없었지만 한번 해보자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70명이 넘는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셨다. 누구보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참여는 매우 뜻 깊었다. 여전히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이었을까. 지금도 이름 모를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비관해, 주변의 따가운 시선으로, 가족과 친구들의 외면 때문에 목숨을 져버리고 있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  이 구호는 성소수자 인권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계속 될 것이다. 이제는 죽음을 추모하는 모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성소수자 인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네 번째, 뜨거운 여름! 머리도 마음도 뜨겁게 채우자

      “이반들의 자신만만한 세미나” 개최 


2008년 뜨거운 여름, 청량제 같은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 총 5회, 7월부터 9월까지 진행되었고 총 6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하였으며 매회 열띤 토론을 벌였다. 동성애의 역사, 정체성 정치, LGBT문화, 젠더, 동성애자 억압에 맞선 저항 등 그동안 쉽게 다루지 못했던 주제들로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반만세 세미나의 경험은 2009년 겨율 ‘청소년 이반, 인권활동을 위한 첫걸음’ 세미나로 이어져 장차 인권활동에 주축이 될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뜨거운 토론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다섯 번째. 살아있는 토론과 주장, 성소수자의 눈으로 세상 바로보기!

        온라인 소식지 웹진 ‘랑’ 발간


2008년 6월 준비호를 시작으로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웹진 ‘랑’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성소수자들의 삶과 고민들을 그대로 싣고, 함께 토론해보고자 했다. 비록 완벽하지 않은 글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웹진에 방문해 다양한 의견과 소감을 남겨주었다. 회원들은 물론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해주는 많은 분들(서울경기 이주노조,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 인권교육센터 들, 에이즈 인권연대 나누리+ , HIV/AIDS 감염인 연대 카노스 등)이 정성스레 글을 준비하여 기고해 주었기에 월 2000회가 넘는 방문자수를 기록할 수 있었다. 2009년에는 좀 더 짜임새 있는 웹진기획으로 독자들의 열띤 호응에 보답할 계획이다.  


여섯 번째. 2박3일 여름 워크샵 - 회원들만의 즐거운 여름휴가.


8월1일부터 3일까지 2박3일로 진행된 여름 워크샵. 30명이 넘는 회원들이 함께 한 시간. 비가 많이 오고 후덥지근한 방안에 모였어도. 뭐가 그리 즐거웠는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회원 둘 씩 짝지어 진행한 백분산책, 인권교육 프로그램도 서로의 의견을 함께 나누고 무엇보다 서로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 중의 백미는 물놀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서늘한 날씨 속에서도 이상한 돌고래 인형을 물속에서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게 새록새록 기억난다. 2009년에는 더 많은 회원들과 즐거운 여름휴가를 함께 보냈으면 한다.  


일곱 번째, 차별 없는 다른 세상을 꿈꾼다.

 

“연대는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입니다.” 2008년 퀴어문화축제에서 동성애자인권연대가 축제에 참여한 성소수자들에게 나눠 준 유인물의 마지막 문장이다. 당시 이주노조 위원장, 부위원장이 표적단속으로 강제출국 당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예비범죄자라는 낙인 아래 자유롭지 못했던 시점이라 이주노조에 대한 연대 캠페인은 더 없이 중요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주노동자 인권 지지 호소 유인물이 배포되었고 13만원 정도의 후원금이 모금 되었다. 이 비용은 바로 이주노조에 전달되었다. 이주활동가들은 한국에서 추방된 이주노동자 활동가들을 만나기 위해 네팔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여러 연대단위의 모금을 통해 성공적으로 네팔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2008년 상반기에는 이랜드,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싸움을 지지하기 위한 온라인 모금을 진행하였다. 이 역시 13만원 정도의 모금액이 모여 이랜드 노조에 전달되었다. 4월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에서도 당당히 레인보우 깃발이 휘날렸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 차별없는 세상은 나 혼자 자유롭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성공적인 커밍아웃을 통해 지지자를 하나 둘 만들어 가듯이 연대는 나를 지키고,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중 하나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2009년에도 활동원칙에 맞게 사회적 소수자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그 가운데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수 있도록 좀 더 강화된 연대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여덟 번째. 무지개빛 인권바람! 군대에서 가능할까?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준비 및 발족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공동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 협력사업에 공모한 프로젝트가 최종 당선되었다. “무지개빛 인권바람! 군대에서 솔솔!”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로 군대 내 성소수자들의 인권증진을 위한 활동과 연구, 그리고 차별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했다. 12월 최종 마무리된 프로젝트는 2008년 동안 <군 입대를 앞둔 이반들이 궁금해 하는 10가지 질문들이 담긴 리플릿>과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병영지침서>를 발간하였고 군대와 게이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파헤쳐본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무엇보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문제 발생 시 함께 연대하고 지원해줄 전문가, 활동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11월 중순 군사법원이 헌법재판소에 군형법 계간조항 위헌법률 신청을 제청한 시기에 발맞춰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와 개인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각계의 의견을 전달하였다. 아직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지 않고 있고 동성애자 군 복무 문제는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아홉 번째,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차별반대! MB아웃!을 외친 2008년 퀴어문화축제


가장 정치적인 커밍아웃이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우리의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우자~!! Fight! for your Rights! 참가단을 구성하고 5월31일에 개최한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했다. 한국사회가 미쇠고기 수입반대, MB아웃으로 들끓고 있던 가운데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었고, 퍼레이드 이후에도 당시 가장 큰 촛불집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동성애자인권연대는 퍼레이드 차량 마지막을 맡았다. 화려하게 차량 디자인을 하지 못했지만 예쁜 머리띠와 성소수자 차별반대가 적힌 무지개 손피켓 만큼은 참가자들에게 빅히트를 쳤다. 퍼레이드를 시작하기 전에는 2시간 정도 서울경인 이주노조 방어 캠페인을 진행하였고 연대와 관련한 유인물을 참석하러 온 성소수자들에게 배포하였다. 퍼레이드 차량이 출발할 즈음에는 마지막 차량에 선 성소수자들, 연대단체 회원들과 쥐를잡자! 송을 함께 부르며 차별반대! MB아웃!을 외쳤다. 퍼레이드를 마치고 마지막차량의 레인보우는 촛불문화제로 향했다. 






열 번째,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함께. - LGBT포럼 참여, 반차별선언 조직 등


2007년 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차별금지법 대응 및 성소수자 혐오, 차별 저지를 위한 긴급 공동행동(성소수자차별저지긴급행동)의 활동을 바탕으로 탄생한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소수자 차별을 반대하고 공동의 활동을 모색하기 위한 단체와 개인들이 모였다. 무지개행동은 국내 유일의 성소수자 운동 연대체다. 2008년 2월에는 총선을 맞아 “재밌다 선거, 우리동네 레인보우 만들기 프로젝트”로 정당 총선후보들에게 反차별 선언을 조직해내었고, 11월에는 LGBT 인권포럼을 서강대에서 개최하였다.




 정욜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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