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치6

[회원에세이] 행성인 (준)부치들의 마라톤 해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행성인 운영위원에는 부치로 보이고 싶은 여성 퀴어(슈미)와 부치로 보이지만 애매한 여성 퀴어(내)가 있다. 우리의 공통점은 행성인 운영위원이자, 사기업 임금 노동자이자, 강부치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이다. 행성인은 경쟁을 지양하는 단체지만,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누가 더 강한 부치인지 판별 받길 원했고, 이는 부치의 숙명이라고 생각했다. 특출난 운동신경이 없는 우리는 마라톤이라는 종목으로 서로를 겨냥했다. 누군가는 포기할 줄 알고 시작한 경쟁은 5km에서 7km 거기서 더 나아가 10km까지 올라갔다. 다행히 슈미님은 큐리블이라는 풋살 모임, 나는 크로스핏을 하고 있었기에 마라톤을 하기 위한 사전 준비는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행사날 프린세스 부치 되기.. 2024. 3. 25.
레즈비언으로 활동하고 예술하고 사람 만나기 - 〈아무PT대잔치 문상훈 작가 특별 초대석〉후기 남웅(행성인 미디어 TF) 활동을 하다 보면 정해진 스텝이나 전거가 없어 새로 길을 내고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자원을 확보하고 사람을 만날지, 언어를 어떻게 다듬고 어떤 미디어를 활용해서 바깥에 알릴지, 나의 메시지는 누가 들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작업은 때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막연하게 드는 것이다.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문상훈 작가는 2019년 이지오 기획자와 함께 전시 《레즈비언!》(별관, 2019.9.19.-9.26)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활동과 예술이 하나로 모이는 지점에 주목한다. 언니네트워크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읻다, 보지파티와 협력한 전시는 일종의 아카이브를 감각적으로 전시했다. 여기서 문상훈은 퀴어여성운동 안에서.. 2022. 8. 29.
‘끼순이, 부치 사절’ - 사람들은 그들을 왜 ‘사절’ 할까? 오소리(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끼순이 사절”, “부치 사절”, “일틱 선호”. 데이팅 어플을 둘러보다 보면 한 번씩은 봤음직한 문구들이다. 어플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주변 지인들이나 온라인 상에서 들려오는 경험담을 통해 접했기에 그다지 낯설지 않은 문구들일 것이다. 물론 단순 취향 차이로 끼순이, 부치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종종 보이는 “끼순이/부치 나오면 죽여버린다” 등의 호불호 이상의 혐오성 짙은 과격한 문구들은, “끼순이/부치 사절”을 단순 개인의 취향만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그토록 혐오 당하며 사는 사회인데, 왜 또 누군가를 혐오하게 되는 걸까? 일단 ‘끼순이’, ‘부치’에 대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게이는 남성을 좋아하는 ‘여성스러운’ 남성, .. 2017. 11. 10.
아무도 묻지 않은 '남성성 반성'의 기록 일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아니, 내가 남자가 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멋있어’보이고 싶었고, 영화를 보면 항상 남성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했으며 내게 선택권이 생긴 이후로는 항상 남자 옷을 입었고 머리를 짧게 잘랐다. 2차 성징이 나타난 후에도 나는 내 몸과 별로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동성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에 더 편안함을 느꼈다. 뭔가 애매하게 내가 여자가 아닌 것 같은데 여자인, 아니면 여자인 것 같은데 여자가 아닌 듯한 느낌을 안고 살다가 페미니즘을 만났다. 페미니즘은 내가 왜 스스로가 여자가 아니라고 느꼈는지-사회에서 재생산하는 여성상에 내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사회에서 내게 보여준 여성상이 얼만큼 허구인지.. 2017. 11. 10.
팸의 조건 다란(동성애자인권연대) 지난 8월, 이벤트 기획 단체 ‘핑크 플라밍고’가 레즈비언을 상대로 한 첫 이벤트로 ‘팸투팸 파티’를 기획했다. 퀴어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고 성소수자가 사회와 보다 밀접하게 소통하게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기획된 이벤트였는데, 당연히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열렬한 반응을 보내왔다. 그러나 '팸투팸 파티'에서 요구하는 '팸'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팸투팸 파티'는 '팸' 성향의 레즈비언들이 가입한 카페에서 프로모션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페미닌(feminine)한 외모 스타일과사회적으로 여성스럽다고 여겨지는 덕목 수행에 대한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래도 '페미닌한 외모 스타일'은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문제는 그 다음 항목이다. 도대.. 2014. 10. 15.
<우리지금만나> 두 번째, 성소수자에게 여성주의란? 오리(동성애자인권연대) 두 번째 만나는 시간이어서 약간 걱정했어요. 지난 프로그램이 별로여서 안 오면 어쩌지? 새로 온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첫 번째 시간처럼 15여명 정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시작 프로그램은 “내가 처음 만난 여성주의/페미니즘은?”이었어요. 각자 기억을 더듬었죠. 그 만남을 드러내는 단어나 문장을 종이에 적어서 한 명씩 이야기를 했어요. 모두 달랐어요. 누구는 “여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가 그게 뭐니?” 같은 말들을 듣고서는 여성주의를 떠올렸고, 누구는 엄마가 가사노동을 다하는데도 아무런 경제적인 권력이 없다는 걸 보고 여성주의 책을 찾아봤어요. 또 다른 누구는 “요즘은 여자를 배려해 줘야 장가간다고. 짐은 당연히 남자가 드는 거라는” 소리를 여성주의자에게 들었다고 했고,.. 2012.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