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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SAY] 9월의 렛세이 렛세이어 달 시계도 시간이 흐르면 고장이 난다. 셔츠와 넥타이와 손목시계는 어린 내가 좋아하던 것, 그리고 가지지 못했던 것. 시간이 흘러 청소년기를 맞이하며 세가지를 모두 가지게 되었다. 새하얀 셔츠의 감촉과 살짝 목을 죄는 넥타이, 손목을 감싸 무게감을 드러내는 검은 손목시계. 교복 셔츠에 교복 넥타이, 입학선물로 받은 몇만원짜리 시계였지만 그 만족감은 왜 그렇게 컸는지. 5년 반. 학교에도 사복을 입고 다니면서 셔츠와 넥타이는 멀어지고, 생활방수라지만 꼬박꼬박 정기적으로 물을 먹던 손목시계가 망가지는 시간. 지하철을 타고 도계를 넘어가 수리를 받아왔지만 원인불명의 고장이 번번히 일어났다. 손목시계에 맞닿아 있던 살갗은 반들거리게 닳아있고 타지 않아 하얗게 바래있다. 5년 반은 그렇게도 긴 시간이다... 2014. 9. 10.
동인련 7, 8월 활동 소식 조나단 (동인련 웹진기획팀) 비가 많이 온 올 여름 건강하게 보내셨어요? 동인련은 7, 8월 동안 문화 프로그램으로 회원들과 소통했습니다. 8월 웹진 휴재로 7월과 8월에 있었던 동성애자인권연대 소식을 같이 전해드립니다. 7월 8일 - 감염인 요양병원 대응 확대간담회 오후 7:00, 보건의료단체연합 사무실 7월 11일 - HIV/AIDS 인권팀 영화 상영회, 오후 6시 30분, 더 노멀하트 7월 12일 살롱 드 에이즈 1, 오후 4시, 한국여성노동자회 지하교육장 공간과 일 7월 19일 레인보우 티파티, 오후 2시, 무지개텃밭 무지개청소년세이프스페이스 후원을 위한 후원상영회, 오후 3시, 인권재단 사람 7월 25일 캐나다 토론토 세계 성소수자 인권 회의 참가 및 미국 뉴욕 성소수자 단체 방문 경험 나누기 .. 2014. 9. 10.
동인련 9월 활동 알림 오랫만에 이주사입니다. 휴가 잘 보내셨나요? 벌써 9월. 동인련도 숨가쁜 상반기를 뒤로하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추석 잘 보내시고 9월에도 다양한 활동 속에서 만나요! 추가되는 일정, 더 많은 일정을 동인련 캘린더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문의: lgbtpride@empas.com 9월 13일 토 12시, 동인련 무지개텃밭 청소년자긍심팀 모임 - 퀴어영화 함께 보고 토론해요 (청소년동인련 카페가기) 9월 16일 화 19시, 동인련 무지개텃밭 성소수자 부모모임 (부모모임 카페가기) 9월 19일 금 19시 30분, 동인련 무지개텃밭 성소수자노동권팀 - 일하는 성소수자 모임 9월 20일 토 15시, 동인련 무지개텃밭 동인련 신입회원모임 디딤돌 9월 20일 토 17시, 여성재단 동인련 정기.. 2014. 9. 10.
“이상한 사람들 천지네” - 대구퀴어문화축제 후기 덕현 (동성애자인권연대) “이상한 사람들 천지네”, 이 말은 대구퀴어문화축제 하던 곳을 지나가던 사람이 한 말이다. 이 말을 듣는데 맞는 말 같더라. 이 세상은 이상한 사람이 정말 많은데 왜 다들 숨기고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정상’은 얼마 없고 ‘비정상’이 더 많은데 왜 다들 ‘정상’인 척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이상함이 정상인 퀴어문화축제가 좋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올해가 6회째인데 올해는 성소수자 혐오세력들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보수기독교단체 몇몇은 퀴어문화축제가 이루어지는 장소 바로 옆에서 ‘동성애 척결! 동성결혼금지법 제정을 위한 기도회’를 하고 퍼레이드 차량 앞을 가로막기도 하였다. 방해에도 불구하고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신나고 즐겁게 진행되었다. 특히 올해에는 처음으로 퀴어버스.. 2014. 7. 17.
동인련 긴급회원토론 - 혐오세력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오소리 (동성애자인권연대) 이번 제15회 서울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이하 퀴퍼)는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의 얼굴을 직접 대면한 자리이기도 했다. 퍼레이드공간에 반대집회를 허가 낸 서대문구청의 이중성을, 행렬을 가로막는 혐오세력을 수수방관한 경찰들의 위선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노골적인 조롱과 반대에 굴하지 않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냈다. 본의 아니게 퍼레이드는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끝났다. 밤 11시가 넘도록 거리에 모여 함께 외쳤던 분노와 기쁨의 목소리를, 길바닥에 쏟아낸 땀과 눈물을, 억압과 혐오를 벗어던진 우리의 몸들을 기억해야 한다. 퀴퍼 이후 뉴스와 SNS에서는 저마다의 정리와 감상, 평가와 비판, 적지 않은 쟁점들이 오갔다. 온라인에 올라온 수다한 글들은 퍼레이드.. 2014. 7. 17.
성소수자와 공적 공간: 물의인가, 무리인가? 종원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지난 6월 3일부터 15일까지 제15회 퀴어문화축제(Korea Queer Festival)가 있었다. 6월 11일 저녁, ‘인권중심 사람’에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토론회 “성소수자와 공적 공간: 물의인가, 무리인가?”가 열렸다. 퀴어문화축제 스페셜 이벤트로 기획된 토론회에 50여 명이 참석해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성황을 이루어 거듭되는 성소수자의 공적 공간 사용 불허 이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약 2주 후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일환으로 개최된 “우리는 공공의 적인가요?” 토론회 역시 성소수자에게 공공 장소란 어떤 곳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서울과 마찬가지로 행사장이 만원을 이루었다고 전한다. “성소수자와 공적 공간: 물의인가,.. 2014. 7. 17.
게이 아들을 둔 엄마가 성소수자 부모님과 자녀에게 드리는 글 지인(18살 동성애자 아들의 어머니, 성소수자 부모모임) 아들은 해피보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항상 미소짓는 밝은 아이였습니다. 언제나 엄마를 웃게 해주던 아들의 얼굴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였습니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힘들어하는 아들이 안쓰러워 저는 학교를 옮겨 주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전 아들이 학교에 적응을 못하는 것은 다른 아이들보다 마음이 여리고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년 반 전 16살의 해를 넘길 무렵이었습니다. 한참 동안 머릿속이 멍한 상태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아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마음에 조급해졌습니다. 아직 어려서 그런 거라고, 남자애들과 친하고 싶은 마음을 착각한 거라고,.. 2014. 7. 17.
에이즈 감염인 친구가 소개팅을 해 달라고 했다. 버터남 (동성애자인권연대) HIV/AIDS 감염인 친구가 소개팅을 해 달라고 했다. 전부터 소개팅 시켜 달라고 하긴 했지만 언제나 장난스럽게 말했었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소개팅을 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누구를 소개해줘야 할지 앞이 막막했다. 그 애가 감염사실을 알고, 처음 말한 사람은 나였다. 3년 전 여름이었다. 친구는 그때 씁쓸한 표정 이었다.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지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적어도 극단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친구는 보건소에서 들은 말을 내게 해 줬다. 이제 에이즈도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관리만 잘하면 오래 살 수 있고, 건강검진을 주기적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성인병으로 일찍 죽는 사람들보다 더 오래.. 2014. 7. 17.
2014년 7월 동인련 활동 계획 다란(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동성애자 인권연대 7월 주요 활동 일정을 알려드립니다. 7월 8일 오후 7시 감염인 요양병원 대응 확대 간담회, 보건의료단체연합 사무실 7월 11일 오후 2시 신흥중 인권동아리 강의, 동인련 사무실 오후 6시 30분 HIV/AIDS 인권팀 영화 상영회, 동인련 사무실 7월 12일 오후 4시 살롱 드 에이즈 1, 한국여성노동자회 지하교육장 공간과 일 7월 15일 오후 6시 동인련 성소수자 부모모임, 동인련 사무실 7월 19일 오후 2시 레인보우 티파티, 무지개텃밭 오후 3시 무지개청소년세이프스페이스 후원을 위한 후원상영회, 인권재단사람 7월 25일 오후 7시 30분 캐나다 토론토 세계 성소수자 인권 회의 참가 및 미국 뉴욕 성소수자 단체 방문 경험 나누기 “태평양 너머 평.. 2014. 7. 17.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 랑 2014년 퀴어퍼레이드 특별호 《호외》 2014 퀴어문화축제 - 퀴어퍼레이드 맞이 동인련 웹진 호외입니다. 이날 동인련은 호외를 비롯 '혐오에 맞서 행동하자! / 돈 보다 생명! 안전보장이 인권이다!' 등의 손피켓을 제작하여 축제 참여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호외 1,000부 그리고 손피켓 1,000부는 거의 소진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당일 호외를 만나지 못한 분들을 위해 pdf 파일로 올립니다. 아래의 유의사항을 잘 읽고 퍼가기, 인용 등을 부탁드립니다. 나눠드린 동인련 호외에는 동인련 회원, 후원회원 가입서가 들어있었습니다. 정부, 기업의 후원 없이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인들의 후원으로 활동하는 동인련에게큰 힘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작성 후 스캔하거나 사진을 찍어 동인련 lgbtpride@empas.. 2014. 6. 11.
6월 4일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고 인권과 존엄, 안전을 위해 혐오에 맞서 투표합시다! 6.4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0일이 지났지만 슬픔과 좌절, 분노가 여전히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16명이 하루 빨리 사랑하는 이들의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합니다. 또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 소재를 낱낱이 밝히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윤이 사람보다 먼저인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책임회피와 허울뿐인 대책으로 일관하며 사람들이 이 비극을 잊기만을 바라는 모습입니다. 유가족들의 절규와 시민들의 분노를 억누르기에 급급한 작금의 사태를 보며 분노와 통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부조리한 혐오와 차별로 숱한 친구들을 잃은 우리들은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고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애도라.. 2014. 5. 26.
트랜스젠더 신여성 지은이 보내는 편지 김지은 (차세기연 회원, 섬돌향린교회 교인) 안녕하세요?이렇게 동인련 웹진에서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요즘 다들 안녕하지 못하시죠? 저 또한 안녕하지 못한건 분명한 사실인데요. 아마 트랜스젠더로 살아오면서부터, 아니 그 전에 성정체성 고민을 할 때부터 안녕치 못했겠죠. 아마도 대다수 성소수자들이 겪는 문제겠지만요. 잠시 소개드리면 전 올해 31살의 아직 미혼인, 우리사회가 말하는 트랜스젠더라고 불리는 여인이죠. ㅋ 저는 의학적 용어로 불리고 싶지않지만, 제 이름 김지은 앞에는 항상 트랜스젠더라는 용어가 따라다닙니다. 그동안 제가 트랜스젠더로 살아오면서 차별를 받고 힘들었던 점을 써달라고 부탁받았는데, 글쎄요… 그 힘들었던 삶을 단 몇 장에 적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차별? 이것은 트랜.. 2014. 5. 26.
5월 활동소식 조나단 (동인련 웹진기획팀) 5월은 거리 이곳 저곳에서 무지개 깃발을 많이 볼 수 있던 달이었습니다. 노동자의 날부터 아이다호 데이, 그리고 세월호 관련 촛불집회 등 곳곳에서 무지개 깃발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성소수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과 가지고 있는 고민은 노동, 안전, 교육, 인권, 복지 등 여러 사회 문제들과 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함께 연대하며 세상을 바꿔나가기 위해 행동하고 있습니다. 5월 1일 - 오전 11:00, 보신각, 제2회 알바데이 집회 - 오후 2:00, 서울역, 124주년 세계 노동자의 날 집회 일터에서의 차별을 없애고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위해 동성애자인권연대도 알바데이 집회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보신각에서 명동을 거쳐 서울역으로 피켓을 들고 이동하며 우리.. 2014. 5. 26.
2014년 6월 동인련 활동 계획 오소리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동성애자인권연대 6월 주요 활동 일정을 알려드립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와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외부 압박으로 인해 개최에 있어 많은 어려움에 쳐해 있다고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려요! 6월 4일 전국동시지방선거 6월 7일 오후 1:00 제15회 퀴어문화축제-퀴어퍼레이드, 신촌 연세로 6월 14일 오후 1:00 레인보우티파티, 무지개텃밭 6월 17일 오후 6:00 동인련 성소수자 부모모임, 무지개텃밭 6월 21일 오후 3:00 동인련 정기회원모임, 장소미정 6월 28일 오후 1:00 제6회 대구퀴어문화축제, 2.28기념공원 청소년광장(대구) 2014. 5. 26.
육우당 문학상 우수작 - 어느 교실의 풍경 어느 교실의 풍경 배주호 "코끼리는 자신의 때가 다할 때쯤, 코끼리 무덤이라는 곳에 가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는 말이 있지. 들어본 사람 많을 거야……." 하라는 수업은 안하고 또 딴소리 하고 있다, 저 사람. 국어 선생이면 국어를 가르쳐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니 고3 교실에 들어와서, 저게 무슨 장광설이냔 말이다. 언어영역 성적이 안 나오는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단다……." 물론 내 성적이 낮은 이유는 따로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내가 공부를 안 한다는 거? 지금도 내 국어 공책은 낙서로 가득 차 있고, 더 채워지고 있다. 백지를 버릴 수는 없으니까. 뭐 그래도 국어선생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속 편하다. "사실 이건 밀렵꾼들이 지어낸 이야기야. 상아를 .. 2014. 4. 30.
육우당 문학상 우수작 - 다리에서의 크리스마스 다리에서의 크리스마스 박선용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내가 어른이 되기 전에 맞는 마지막 크리스마스이브. 눈이 온다. 맞으면 마음속까지 치덕치덕해지는 싸락눈이 온다. 얼마 입지도 않았는데, 동물의 가죽을 엉성하게 뜯은 것처럼 낡아빠진 코트가 그나마 그 더럽고 미묘한 기분을 그나마 막아준다. 하지만 당장에라도 벗고 싶다. 눈이 코트 위에 앉아 녹으면 녹을수록 무거워져서 어서 벗고 싶다. 안 된다. 내가 가려고 하는 곳까지는 벗을 수 없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나름 힘들여서 다림질한 셔츠를 입었으니까. 마지막 순간이나마 깔끔한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던 마음으로 다림질한 하얀 셔츠니까. 방금 여자 친구에게 헤어지잔 말을 했다. 그 애는 뭔가 알고 있었다는 듯이 예전 크리스마스와는 달리 죄다 검게 입고 날.. 2014. 4. 30.
육우당 문학상 우수작 - 거리에서 거리에서 강요한 배가 고파서 그래, 사실 아파서인지도 모른다 손을 잡고 걷는 길 위로 수 만 개의 시선이 나를 무는 것 같아서 질식할 것 같다 그림자는 이미 발밑으로 숨어든 지 오래 네 손도 날 꽉 물고 있다 몸 전체가 너무 저릿한데, 백지 위를 걷는 기분이다 끝없이 발을 놀려도 자꾸만 주저앉게 돼 배가 고파서 그래, 네 손을 문다 흘러내리는 건 나와 똑같은 살이야 새싹같이 곱게 자리한 더듬는다 나를 앙 물고 있음에도 놓으면 사라질까, 놓으면 날아가 버릴까 네 입술은 나비를 닮았다 네 입에 나비 한 마리를 더 맞대면 거리 사람들이 나비와 날아가 버릴까, 입 맞추면 날아가 버릴 것 같다 꽉 잡으면 건네지는 한 마디의 신경 쓰지 마 2014. 4. 30.
육우당 문학상 우수작 - <2009.4.18 1950 - 2009.11.30 0142> 2014. 4. 30.
육우당 문학상 우수작 -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익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의 시간은 익지 못했다. 양진솔 1. 연락을 끊었다. 이곳으로 오며 한국에서 알고 지냈던 대다수와. 하지만 몇몇은 남겨두기로 했다. 그렇게 정리하고 정리해서 남겨둔 이들의 대략 120명에서 20~30명으로 팍 줄어버렸다. 알고 지내도 별 상관없는 사람들이 100여명이라니, 지우는 내내 신기하고 허탈해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주소록을 정리하다 보니 애매한 번호들이 몇 개 남고 말았다. 아, 이 번호들을 지워야 할지, 아니면 그냥 놔둬야 할지.. ‘삭제’에 대한 확인을 승낙하기가 어렵다. 겨우 번호 몇 개 때문에. 나는 그 번호들의 주인들을 찬찬히 떠올렸다. 그렇게 찬찬히 되새겨 보니 지우는 번호가 또 늘었다. 그러다 보니 또 줄어든 번호들을 보며 난 손톱을 자근자근 씹었다. 가족도 아니고 .. 2014. 4. 30.
육우당 문학상 우수작 - 물감옥 물감옥 비로 나는 너를 보고 있다. 5월, 축제가 있는 계절.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너는 굼뜨게 움직이는 중이다. 느릿느릿. 팔을 활짝 벌려 벽을 한 번 껴안았다가 떨어진다. 벽보가 삐뚤지 않게 제대로 붙었나 눈으로 가늠한다. 나는 사람이 콸콸 쏟아져 흐르는 학생회관 통로 한가운데 서서 그런 너를 보고 있다. 너의 얄팍한 윤곽을, 좁은 어깨를, 균형이 기운 골반을 본다. 인파가 어깨를 치고 스쳐간다. 숨쉴 틈 없이 밀려오는 사람들의 체취를 비집고 어디선가 비릿한 향이 풍겨 온다. 돌아선 그 애도 나를 알아 보았다. 향은 너에게서 온다. 독 같은 달콤함으로, 속이 메슥거린다. 네 뒤로 압정이 빠진 종이 한 귀퉁이가 덜렁거리는 게 보인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소수자입니다……」 고해 같은 글자가 고개를.. 2014.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