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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3

[회원 에세이] “근데, 거기 가면 덜 외로워.” 글, 그림: 무나(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 원가족과의 불화에 관한 일화는 널리고 널렸다. 특히 퀴어라면 더더욱. 나는 원가족을 지독히도 미워했다. 원가족과 같은 집에서 십 대를 보내며 스무 살만 되면 집을 나가 원가족을 버리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세상일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한때 원가족과 거의 연을 끊다시피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대학에 다시 다니게 되었고, 부친의 소원 중 하나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우리의 필요는 간만에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해서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늙어버린 부친에게 생계에 필요한 돈을 받으며 나름 평화롭게 연을 이어 가고 있다. 내가 행성인에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 2023. 7. 26.
서른을 맞이하는 한 레즈비언의 이야기 요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웹진기획팀) 30살. 서른. 서른을 앞둔 사람에게 세상은 참 짓궂다. 청춘을 그리워하는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부터 30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작가와 독자가 같이 고민하는 자기계발서까지.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아직 겪어보지 못한 미래가 마음을 흔들어 놓는 그런 나이다. 나도 곧 서른이 된다. 나는 서른이 두렵다 나는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집에서는 평범한 이성애자로 살고 있다. 회사 선배들은 결혼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며 회사에서 유일한 ‘처녀’인 나에게 결혼적령기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있다. ‘남자친구 있니’라는 질문에 남자친구가 없다고 하면 자연스레 총각인 선배들과 연결시켜 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들을 조용하게 해 줄 ‘저는 독신주의자인데요’는 더 이.. 2015. 5. 10.
외로움에 대하여 얼마 전, 5년째 베프인 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했다. 친구는 나의 협박에 반 강제적으로 나를 받아들였고 내 결혼식에도 꼭 참석하겠다고 했다. 행복했다. 약 2년 전에 처음으로 ‘게이로 산다는 것’이 인간관계에 아주 기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 못하고, 어느 정도 이상은 절대로 마음을 열지 못하게 만드는 그 무엇.분하고 억울해서 자다가 깬 그날 새벽, 블로그에 글을 마구 적었다. 마음을 열지 못하게 하는 그 ‘무엇’이란 상처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날 괴물 보듯 할 거라는 걱정과, 그런 사람들에게는 조금도 마음을 빚지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절친한 동생은 얼마 전에도 내게 이런 말을 했다.“버려지기 전에 버려야 해요.”반은 맞는 말이다. 버.. 2012.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