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2. 새 - 나, 나 아닌
長篇小說 金 飛 2. 새 - 나, 나 아닌 나는, 내가 아니다. 사람들은 나를 가리키며 내 이름을 불렀지만, 그건 내가 아니었다. 거기에 나는 있었고 사람들은 나를 불렀지만, 대답한 건 나 아닌 나. 다른 이름이니, 그건 내가 아니라고 나는 말해야한다. 여기에 있으면서 여기에 있지 않고, 언제나 없는 나를 찾아 여기에 있지 않은 나를 불러내야하는 것. 나 아닌 나로 나를 부르는 것. “왜 자꾸 말을 빙빙 돌리세요? 그러니까 지금 내 정체성에 의문을 재기하시는 거잖아요? 당신이 어떻게 트랜스젠더냐, 수술까지 해놓고 여전히 남자처럼 하고 다니는 건 도대체 무슨 정신 상태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잖아요, 지금?” 그래서 나는 내가 내 이름을 만들어주었다. 내가 사는 이 사회는 인정하지 않고 오직 나 자..
2014. 11. 23.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 | 1. 산 - 그래, come
長篇小說 金 飛 1. 산 - 그래, come 우리를 가로막은 건, 가루로 그려진 하얀 선이었다. 옆에 사람을 곁눈질하면서도 서로를 마주보지 않았고, 보이지 않는 결승선만 바라보았다. 누구도 말하지 못했지만,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선 가까이 발을 딛기 위해 모두 안간힘 썼을 것이다.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두려웠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사진 속 나는 과장된 웃는 모습뿐이었는데, 나는 그때의 내가 겁에 질렸다는 걸 스물이 훨씬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엄마의 말대로 항상 어깨를 활짝 편 채 걸었고, 선생님의 질문에 제일 먼저 손을 들어 대답했고, 답을 모르더라도 일단 손부터 들고 생각했다. 맞고 틀리고는 나중 일이었다.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준비물들을 두 개씩 챙겼고, 착한 학생이 되려고 항상 선생님..
2014. 11. 16.
우리의 우울에 입맞춤|프롤로그 - Cafe, 데리다
長篇小說 金 飛 그녀인 나와,나의 그에게 0. 프롤로그-카페, 데리다 “그런 건, 좀 유치하지 않아?” “쫌… 그렇긴 해.” “뭐가, 그래? 매번 술 먹고 서로 들어주지도 않는 말들, 목소리 높여 떠들다가 돌아가면 그게 좋으니?” “잎새 누나 말이 맞긴 하지. 들어주는 사람은 없는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들어줬다고 착각하면서 말이야. 그러고 나중에 물어보면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여간 또 삐딱하다, 저거.” “상우 형이야말로 또야? 형, 매번 용호가 무슨 말만 하면 쟤한테 시비거는 거, 알아? 혹시 용호한테 관심 있어? 박쥐네 뭐네 바이섹슈얼이라고 매번 시비 걸면서, 그건 항상 쟤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단 이야기잖아?” “난 사양할게요.” “저게? 나도 아니올시다야, 인..
2014.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