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행성인 운영위원장)
행성인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운영위원장 지오입니다.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설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저는 이번 설 연휴동안 SF영화를 두 편 보았어요. [듄]과 [정이]였습니다. 두 영화 모두 스토리와 별개로 초반에 몰입이 잘 되지 않아 애를 먹었어요. 서로 다른 요인들이 작용한 탓이겠지만 두 영화 모두 공통적으로 상상력의 방향에 대해서는 짚고 싶습니다. 한 편은 지금으로부터 만 년 이후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편은 백 년 이후의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그토록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심지어 지구가 아닌 다른 장소로 넘어갔음에도 여전히 전쟁 중인 세상이 거기 있었습니다. 신분을 세습하고 혈통을 중시하며, 돈에 따라 계급을 매기고, 광물을 캐기 위해 한 지역을 식민화하는 세상 말이에요.
하늘에는 열차가 떠다니고, 침대가 자기동력으로 움직이며, 어떤 장치는 인체의 분비물을 마실 수 있는 물로 변환시킵니다. 인간 생존을 위한 기술력은 놀랍게 진일보하였는데 그 기술을 업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만 년 전, 백 년 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마법의 힘을 가진 여인이 고작 아들을 낳아준 어미에 그치고, 전투력 만렙의 영웅은 돈이 없어 제 신체를 기업에 팔아 넘겨야 합니다.
미래를 그리는 방식에서 지금 시대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마주합니다. 그 긴 세월에도 돈이 최고인 세상이라니요. 평등을 상상해 본 적 없고, 자본을 떠난 삶을 고민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곤궁한 상상력이 빚어낸 결과인 것만 같습니다. 영화 속 암울한 배경은 현재의 민낯을 반추하게 하지만 실제 다가올 미래로 믿어지진 않습니다. 인류에 대한 막연한 기대라기 보다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이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고 그 상상을 오늘로 당겨와 다른 세상으로 길을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늘을 떠다니는 자동차도 좋지만 누구나 탈수 있는 지하철은 어떤가요. 아들과 딸을 구별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요. 그런 상상이 뻔한 디스토피아를 바꿉니다. 누구나 탈 수 있는 지하철을 상상하는 이들이 그리는 미래가 신체에 등급을 매기는 곳은 아닐 테니 까요.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혈통 중심의 세습사회를 그리지는 않을 테니까요.
“장애인도 함께 지하철을 타자”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라”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우리가 외쳐온 말 속에 다른 세상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납작한 세상에 상상력을 불어넣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우리의 외침이 이 사회에 필요한 상상력입니다. 저는 이 외침의 힘을 믿습니다.
2023년에도 우리의 외침은 멈추지 않습니다. 상상하고 모이고 외치면서 뻔한 디스토피아에 무지개를 띄웁시다. 그러니까 여러분, 올해도 어김없이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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