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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396

[코코넛의 눈코입귀]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코코넛(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내가 이따금 나가는 모임이 있는데, 다름이 아니고 가톨릭 앨라이 아르쿠스의 월례 미사이다. 한국에 퀴어 당사자와 앨라이가 모여서 퀴어 정체성을 긍정하며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장소가 그렇게 많지 않기도 하고, 사람들이 들으면 놀라겠지만 내가 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유신론자로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성소수자임을 받아들이기 전부터 젠더나 성소수자 등의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서 아르쿠스 미사를 나가기 시작했고, 퀴어 커뮤니티에 나오고 나서도 시간이 되면 아르쿠스의 미사나 워크숍 등의 행사에 참여했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포덤대학교에서 만든 퀴어 기도문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한국의 퀴어 당사자나 앨라이들의 이야기까지 수록된 책자를 만드는 아르쿠스.. 2025. 2. 21.
[문수의 지구여행기] #1 시골과 서울 연재의 말게이들은 외계에서 온 것 같다.그래서 지구에 여행 온 외계인의 삶을 기록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참…이 나이에 글을 쓸 줄이야, 가 아닌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제야 풀어 보는구나,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남자로서가 아닌 게이로서의 내 삶을 솔직하게 기록해 본다.  문수(한국HIV/AIDS감염인인권연합 KNP+)  경상도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는 볼 수 있는 남자라고는 동네 친구와 학교 같은 반의 친구들이 전부였다. 더구나 우리 동네는 집성촌으로 같은 성씨만 거주하는 마을이었다. 그 당시 아버지께서는 시골 우체부 직에서 퇴직해서 술로 나날을 보내고 계셨다. 아버지께서 노름과 술로 가산을 탕진해서 우리 집안은 가난 그 자체였다. 엄마는 일제 치하에서 소학교만 졸업했는데도 머리가 총명하셨.. 2025. 2. 21.
[여기동의 레인보우패밀리] 육아#33. 미운 네 살, 머리에서 뿔났네 기획의 말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동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행성인 동지 여러분, 설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저희 집도 한 살 더 먹는 떡국을 끓이고 잡채를 만들어 먹었답니다.  설날은 아이들에게 뭐니 뭐니해도 세뱃돈, 머니를 받는 날이지요? 그래서 인보에게 세배를 가르쳐 주었어요. 삼촌을 따라 절을 하여 세뱃돈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 년간 저금통에 모은 동전과 세뱃돈을 가지고 은행에 갔습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은행 창구 언니에게 통장과 돈을 건네고 저금하는 훈.. 2025. 2. 21.
[코코넛의 눈코입귀] 광장의 게이가 보는 광장의 남자들 지난해부터 행성인 코코넛 활동가는 웹진에 매월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는 코코넛의 글을 '코코넛의 눈코입귀' 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코코넛(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새해에도 집회마다 광장에 나간다. 추운 겨울에 몇 시간씩 찬바람을 맞으니까 육체적으로 피로하지만, 윤석열 체포, 더 나아가 구속이라는 기쁜 소식을 접하면 조금이나마 풀린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집결한 극우 세력이 법원을 때려 부수고 혐오 표현을 서슴없이 내뱉는 소식을 들으면 다시금 눈앞이 깜깜해진다. 이런 와중에 광장에 나와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있는 이들, 혹은 발언 무대에 올라 스스로를 밝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유심히 보게 된다. 다양한 성별과 계층과 연령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윤석열 탄핵 촉구라는 계기가 아니었다면.. 2025. 1. 19.
[회원 에세이] 연애와 활동 그리고 반성과 자기 돌봄 언저리에서 바람(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24년 12월 3일 계엄렴이 선포되었다. HIV/AIDS 인권팀 행사 참여 후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X(트위터)를 하다가 소식을 접했고, 갑자기 겪은 소식에 몹시 당황스러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같이 살고 있는 룸메이트에게 소식을 접했는지 물어봤다. 룸메는 나의 걱정과 달리 덤덤하게 ‘어차피 금방 해결 될 일이다’ 라고 말하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애인에게 연락했을때, 계엄령이 정확히 어떤건지 되물었다. 나 또한 계엄령이 정확하게 어떤건지 몰라 검색한 정보를 조합해 설명했다.  ‘헤엑 진짜 미쳤네’  설명을 마치고 애인에게 내일 퇴근하고 집회에 참여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애인은 의문을 품었지만, 그저 가야할 것 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는 계엄령이 선포된 것보.. 2025. 1. 19.
[회원 에세이] 나의 퀴어 정체성 찾기 이현(행성인, 부산 주민) 앨라이 선언 꽤 외로운 학창시절을 보내왔다. 몇 년의 시간을 빼면 반에서는 늘 겉돌고 혼자 다니는 조용한 아이였다.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하거나, 네이버 블로그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으로 알게 된 친구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인터넷 생활은 익명으로 이루어져서일까, 내 주변에는 퀴어(성소수자)가 많았다. 레즈비언, 바이, 게이, 그리고 트랜스젠더친구들. 성 정체성이 어떻든, 성 지향성이 어떻든 그냥 친구들이 힘들지 않았으면 해서, 고민을 들어주다 보니 커밍아웃도 여러 번 받고. 주변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니까, 성소수자가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는지,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가려 하는 그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응원해주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도.. 2025. 1. 19.
육아#32. 2025년 을사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기획의 말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인보가 행성인 이모, 삼촌들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큰~절 올려요.    동지 여러분, 연말연시 잘 보내셨는지요? 그리고 새해 소원도 비셨는지요? 저희는 아이 손을 잡고 성탄 미사에 다녀왔습니다. 한 해 동안 하느님께서 우리 가정에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드렸어요. 큰 사고나 환란을 입지 않게 보호해 주시고, 아이를 우리 부부 슬하에서 계속 키울 수 있게 양육권을 주셨지요. 그리고 부모의 마음을 담아 내년에도 아.. 2025. 1. 19.
[회원에세이] 거리의 크리스마스- 꺼지지 않는 목소리를 위해 코코넛(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연말을 맞아 시의성 있으면서도 뭔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그리고 연말에 맞는 글 주제가 뭐가 있을까 하고 행성인 웹진을 담당하는 남웅 활동가와 연초에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실 지금 시의성이 있을 만한 주제라고 하면 하나밖에 생각이 안 나긴 한다. 그런데 뭔가 너무나 중요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주제여서, 나뿐만 아니라 12월 웹진에 원고를 보내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얘기만 쓸 것 같았다. 하지만 며칠 전, 내가 경험한 12월에 대한 전반적인 기록을 써 줘도 좋겠다는 제안을 남웅 활동가에게서 받았다. 마침 나는 원고 작업을 시작조차 하지 않던 시점이었으므로, 원래 쓰려고 했던 이야기는 좀 더 나중으로 미뤄두고 제안받은 주제에 대해 글을 쓰기.. 2024. 12. 24.
[회원에세이] 연수에게 애벌레(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인권팀)    벌써 올해가 끝나갑니다.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한 지도 삼 개월이 지났고, 이곳은 가을과 겨울 사이 어딘가 쯤의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입니다. ​막 글을 다 썼습니다. 북미의 트랜스젠더 이론을 공부하면서 김비 작가님의 두 편의 소설을 분석하고 트랜스 페미니즘을 꿈꾸면서 썼습니다. 학술적인 글이었지만 개인적인 마음이 담기지 않을 수 없더군요.  연수의 브런치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동지들이 남긴 추모 글도 읽었습니다. 가끔 멈춰서 울었습니다. 조금 후련해진 다음에는 다시 썼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연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연구를 해서 세상을 조금은 바꿀 수 있을까요. 이론적 언어를 .. 2024. 12. 24.
육아#31. 재롱잔치와 동성결혼 배우자로 등록하기 기획의 말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행성인 동지들에게. 올해도 마지막 달을 맞이했습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정중동(靜中動)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서울의 밤, 그 밤에 동생 훈이와 전화 통화를 했어요. 훈이: 형 큰일 났어. 한국에 계엄이 선포되었어.나: 아니 뭔 소리야?훈이: 지금 여러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와. 전화를 끊고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지옥의 불구덩이에 뛰어드는구나, Go.. 2024. 12. 24.
육아#31. 어디에나 존재한다: 필리핀 퀴어 친구들 2탄 기획의 말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달달한 날, 할래윈 파티  우리 인보는 드디어 단것을 좋아하는 마니아가 되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사탕과 아이스크림입니다.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혀로 핥아 미감을 느낄 때 그 눈 빛은 황홀하기 그지없는 달달함입니다. “아~맛있다. 아~행복해요”라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집에서 사탕, 아이스크림 그리고 청량음료는 금지입니다. 단것을 일상에서 먹지 않도록 하는 저의 방식이지요. 단것들은 오로지.. 2024. 11. 24.
[회원 에세이] 맞기도 때리기도 싫지만 그래도 킥복싱 정우 (행성인 HIV/AIDS인권팀)   이 글은 (아마도) 킥복싱을 영업하는 글이다. 행성인 웹진의 지면을 빌려서 (인권 말고) 운동을 영업하는 글을, 그것도 게이가 쓰고 있다니. 만약 축구하는 게이와 비교하며 그쪽이 오히려 뻔하다고 말하면 주변의 축구게이 친구들(놀랍게도 축구를 좋아하며 무려 몸으로 실천하는 게이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때론 본인이 축구하는 사실을 '일틱'의 속성으로 주장하기도 한다.)이 분개하려나.  아무튼 이 운동을 어림잡아 1년반 동안 꾸준히 해오고 있다. 보름 전에는 무려 대회에 참가하여 링 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부터 킥복싱에 대한 경험을 쓰고 싶었지만 감히 내가 이 운동을 욕보이게 될까봐 미루고 미루다 쓴다. 짧은 기간의 운동시간이고 고작 일주일에 2, 3일 나간 경험에.. 2024. 10. 22.
[회원에세이] 우리의 드리블은 준결승까지 갔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소연(행성인 운동소모임 큐리블)  지난 10월 12일, 초가을의 더운 햇살 속에서 퀴어여성게임즈가 진행되었다. 큐리블의 오랜 숙원 사업이자 염원이었던 퀴어여성게임즈에 참여하게 되었다. 참가팀으로 등록하기 위해선 10명의 팀원이 있어야 했는데, 팀원을 모으는 것부터 어려웠다. 큐리블에서 정기적으로 풋살에 참여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하여 지수, 소하, 슈미, 사비 5명이었다. 나머지 사람을 어디서 채워야하는지 고민을 하던 찰나에, 큐리블의 정신적 지주(?)를 맡고 있는 슈미가 발 벗고 나섰다. 지오, 평과, 엔진 그리고 다른 풋살팀에서 활동하는 3명을 초대하여 총 11명이 되었다. 경기 날, 나는 족저근막염으로 인해 참여하지 못하고 나머지 10명이 선수로 등록되어 경기에 참여했다. 슈미의 열정적인 리더십으로 .. 2024. 10. 22.
육아#30. 어디에나 존재한다: 필리핀 퀴어 친구를 소개합니다 1탄 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동(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모국에 늦더위가 찾아와 많이들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동지들 추석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저희는 잡채와 파전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며칠 전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기뻤습니다. 사진에 비친 그녀의 모습과 잔잔한 음성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제 글의 대부분은 혐오와 차별에 맞서 날 선 글이 많은데, 저도 말하고 글을 쓸 때 그녀를 닮고 싶어 졌습니다.    사고 쳤다: 싹둑싹둑(?) 인보는 세.. 2024. 10. 22.
육아#29. 어린이집 입학 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동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어린이집 입학, 학부모가 되다 천방지축 딸내미가 유니폼 입고, 책가방 메고, 엄마 아빠 손잡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어린이집에 입학하였습니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남편이 부회장을 제안받았는데 전혀 망설임 없이 OK, 부회장을 맡았습니다(이런 활동을 아주 그리고 많이 좋아라 하지요).  아이 덕분에 우리 부부는 학(學)부모(父母)가 되었습니다. 한자 의미를 되새겨보니, ‘아이만 배우는 학생이 아니고 부모도 자식 농사를 잘.. 2024. 9. 24.
나의 퀴어커뮤 라이프 1 행성인은 인권 단체이지만 회원들이 모여 일상을 만들고 친밀함을 만들어가는 커뮤니티이기도 합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커뮤니티가 행성인만 있지는 않을 텐데, 여러분은 어디에 적을 두면서 관계를 맺고 무엇을 하는지, 어떤 일상을 누리는지 말이죠. 꼭 지속적으로 찾는 공간이 아니어도 당신은 어디서 사람을 만나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했습니다.행성인 활동 회원 여섯 분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편하게 남겨주시길 청하며, 답할 것이 없을 경우 그냥 '없음'이라고 남겨주십사 요청드렸습니다. 질문이 다소 불분명한 점에 대해서는 대략의 맥락에 맞춰 답을 남겨주시라 부탁드렸습니다.  정리: 미디어TF    1. 활동명을 알려주세요.  애벌레  2. 스스로를 어떻게 정체화 하나요? (알려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직.. 2024. 8. 26.
나의 퀴어커뮤 라이프 2 행성인은 인권 단체이지만 회원들이 모여 일상을 만들고 친밀함을 만들어가는 커뮤니티이기도 합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커뮤니티가 행성인만 있지는 않을 텐데, 여러분은 어디에 적을 두면서 관계를 맺고 무엇을 하는지, 어떤 일상을 누리는지 말이죠. 꼭 지속적으로 찾는 공간이 아니어도 당신은 어디서 사람을 만나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했습니다. 행성인 활동 회원 여섯 분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편하게 남겨주시길 청하며, 답할 것이 없을 경우 그냥 '없음'이라고 남겨주십사 요청드렸습니다. 질문이 다소 불분명한 점에 대해서는 대략의 맥락에 맞춰 답을 남겨주시라 부탁드렸습니다.   1. 활동명을 알려주세요.준2. 스스로를 어떻게 정체화 하나요? (알려주지 않아도 좋습니다.)게이입니다.3. 보통 어디서 사람을 만.. 2024. 8. 26.
육아#28. 어린이집, Ready Go! 행성인의 오랜 회원인 여기동님이 필리핀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2015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하고 남편의 나라로 가서 살림을 꾸리는 여기동 님은 딸 '인보'를 입양하여 육아일기를 쓰고, 최근에는 성소수자 연구들을 리서치하며 공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여기동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요즘 아이와 경찰에 전화하는 폴리스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을 때 “여보세요, 폴리스 헬프 미(뭐라고 뭐라고 궁시렁 궁시렁대고), 우리 집에 와서 이놈 해주세요” 하고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의 놀이랍니다. 요 녀석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서 일러바칩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코코멜론과 아기상어를 즐겨 보았어요. 지.. 2024. 8. 26.
[회원 에세이] 내 몸과 화해하는 중입니다 연수(행성인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    지정된 몸과의 불화  나는 남성으로 지정된 몸과 함께 살아왔다. 트랜스여성으로 정체화하기 이전부터도 사실 내 몸을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키 165cm에 몸무게는 55kg. 시스젠더 남성들 중에서는 왜소한 체구에 속했고, 그렇다고 딱히 근육이 있거나 날렵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나는 항상 내 몸이 아쉬웠다. 말 그대로 ‘아쉬운’ 정도였기에 그때까지는 내 몸과의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다가 정체화를 하고 나서부터는 내 몸과 맺는 관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를 ‘남성’으로 인식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들이, 이제 ‘여성’의 정체성을 갖게되자 다 문제로 여겨졌던 것이다. 이마는 왜 튀어나왔지? 수염과 다리털은 왜 자꾸 나지? 가슴은 왜 없지?.. 2024. 7. 28.
[회원 에세이] 술잔이 불빛을 담을 때 코코넛(행성인 HIV/AIDS인권팀)     작년 9월 초, 신촌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왜 만나기로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만난 지 오래되어서 술이나 먹고 놀기로 했던 것 같다. 내가 종종 찾는 (지금은 폐업한) 비건 옵션이 있는 퀴어 프렌들리 술집에서 1차로 술을 마신 후에, 친구가 또 데려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서 바로 앞에 있는 다른 술집으로 데려갔다. 처음 방문하는 곳은 아니었다. 작년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끝나고 나서 그날 밤에 잠깐 들른 적이 있는 술집이었다. 게이바나 퀴어 술집은 아니고, 모두를 환영하는 퀴어 프렌들리 술집을 표방한, 더빠(실제 상호명을 언급하는 데에 있어 사장님의 허락을 받았다는 사실을 명시해야 할 것 같다)라는 이름의 가게였다. 그 당시에는 날이 날인지라 사.. 2024.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