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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인 활동/활동 소식

성소수자 인권교육 꾸러미가 발간됐어요!

by 행성인 2013. 2. 5.


2013년 동성애자인권연대는 청소년 성소수자들과 함께 또래상담과 인권교육을 시작합니다. 그 일환으로 동인련은 성소수자 인권교육의 길잡이가 될 자료집을 발간했습니다. 자료집을 준비한 회원들이 <어렵지 않게 시작하는 성소수자 인권교육 꾸러미>를 발간하게 된 취지와 과정을 소개합니다. 이 자료는 동성애자인권연대 홈페이지 무지개 놀이터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가치에 던지는 물음! 


누구나 진행할 수 있는 성소수자 인권교육 자료를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을 때만해도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외부교육을 진행할 때 사용했던 교육내용을 모아 목차를 만들고 살을 덧붙이면 그럴듯한 자료 하나쯤은 쉽게 발행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성소수자 인권교육이 뭐지? 라는 원초적 물음 앞에 자료제작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교육의뢰가 들어오면 강연자 1명에게 모든 책임과 역할이 부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성소수자 인권교육의 목표와 가치, 담겨야 할 내용에 대해 토론하고 정리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현실을 알리는 것, 그것이 인권교육의 전부일까라는 의문이 들자 짜깁기 자료가 아니라 성소수자 인권교육의 가치와 목표를 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다룬 교육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권교육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나 청소년 관련 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 워크숍 과정에 성소수자 인권교육이 2~3시간 정도 배치되기도 합니다. 비록 상담으로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강연의뢰가 올 때마다 그 소중한 기회를 놓칠까 싶어 거절해본적도 없습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가 있습니다. 성별, 장애, 인종 문제를 다루는 것과 달리 성 이슈는 반차별 인권교육에서도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주제입니다. 인권교육은 모두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책자에서조차 성소수자라는 단어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외면하고 비껴가고 싶을 주제로 취급받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주제고 당사자가 아니면 쉽게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수 없는 현실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인권교육가들도 나도 내용을 잘 모르는데 교육 참여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제대로 된 대답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어렵지 않게 시작하는 성소수자 인권교육 꾸러미” 자료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꾸러미 자료를 준비하며 인권교육 교사모임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교육현장에서 보급되면 너무 좋겠지만 과연 누가 이 자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특히 청소년의 성 이슈에 대해 침묵하는 교육현장 분위기가 성소수자 인권교육 프로그램 보급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교사연수나 다양한 인권교육 워크숍에서 이 자료가 활용되면 좋겠다고 격려해주셨습니다. 한번쯤 학생들에게 성소수자 인권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교사분도 계셨습니다. 그것이 작은 시작이고 바로 이 자료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 마음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소수자 인권교육은 단순히 성소수자들의 척박한 삶을 소개하고 차별하면 안 된다는 당위를 이해시키는 교육이 아닙니다. 남성성과 여성성, 성별규정에 대해 물음을 던질 수 있고  정상과 비정상 사이 존재하는 모호한 경계에 대해서도 토론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가족 형태에 대해서도,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에 대해서도 과연 그것이 옳은지 의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2~3시간의 교육으로 성소수자 인권감수성을 갖게 되진 못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찾기보다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가치에 대해 한번쯤 의문을 가져볼 수 있도록 하는 것. 바로 그것이 성소수자 인권교육이 가진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합니다.  


이 자료가 성소수자 인권교육을 고민하고 시도해보고 싶은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이 자료를 활용해 인권교육을 진행해보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동성애자인권연대에 문을 두드려주세요. 늘 함께하겠습니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정욜, 이경, 상근,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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