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학에 들어올 때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 (성소수자 운동과는 크게 접점이 없는)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며 집회에 나가곤 했습니다. 집회에 나갈 때마다 알록달록한 무지갯빛의 ‘동인련’ 깃발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성소수자면서도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아는 사람이라곤 한명도 없지만 반가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그러다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누적되고 건강도 나빠져서 하던 활동을 그만두게 되었고, 사회문제에는 관심을 거의 끊다시피 지냈습니다. 자연히 한동안 집회에 나갈 일도 없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풀리지 않는 고민들을 싸매고 혼자 끙끙거리고 지내다가, 다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 ‘동인련’이 제일 먼저 떠올랐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관련된 많은 글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부터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로 그 이름을 바꿨고, 정말 다양한 곳에 연대하며 중요한 일에 목소리 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찾아보고도 행성인에 가입하기로 결정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5월 초 행성인에 덜컥 가입했습니다.
가입하는 데 꽤나 많은 고민을 했기에 긴장 반 설렘 반 속에 얼른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행성인 행사를 찾아보니 아이다호가 있었지요. 그날은 갑자기 몸 상태가 나빠져서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은 아쉬움 속에 장장 한 달여를 기다려 참석한 것이 5월 30일에 진행된 ‘디딤돌’이었습니다.
디딤돌은 한 달이나 묵혀두었던 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행성인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부터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었습니다. 행성인 사무실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동네에서 자주 마주치던 분이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시더니 같은 층에 내리시는 거예요! 어찌나 놀랐는지 당황해서는 계속 딴청을 피웠습니다. 그분은 알고 보니 지난번 디딤돌 후기를 써주신 ‘어나더 미’님이셨어요.
이번 디딤돌에는 정말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습니다. 처음에 제가 도착했을 때도 의자가 몇 개 남지 않았었는데, 행사가 진행되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참석자가 늘어났습니다. 처음에는 꽤 넓다고 느꼈던 공간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좁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제가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행사를 시작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앞서서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고 행성인 작년 활동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는 영상이었습니다. 열심히 1년을 채운 모습들이 멋졌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모두 사이가 좋아보여서 보기 좋았어요.
첫 번째 프로그램은 ‘내 옆에 앉은 사람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기’였습니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토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대방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풍성한 이야기를 나눈 조도 있었고 이야기는 많이 했지만 추리는 과정에서 내용이 간략해진 조도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제 옆에 앉았던 사람이 저에게 했던 질문이 인상 깊어요. ‘나를 기분 좋게 해 주는 말은 뭔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살면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질문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결국 대답하지는 못했지만,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제 옆에 앉았던 분은 ‘너 참 섹시하다!’라는 말이 좋다고 하셨어요.)
다음으로 진행된 것은 이번 모임의 메인 프로그램은 ‘웹진 기사 기획해보기’였습니다. 참여한 사람들이 직접 기사를 기획해 보기에 앞서, 웹진팀이 지금까지 어떤 기사들을 써왔는지 간략하게 훑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기획을 새로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재미있고 의미 있는 기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어서 각자 기사를 기획해 보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기사들을 보면서 새로운 기획이 가능할까 생각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기획들이 나왔습니다. 역사 속의 퀴어에 대한 기획, 해외여행 할 때 꼭 가봐야 할 곳을 소개하는 기획, 요새 이슈가 되는 성소수자를 선택해서 이슈와 함께 소개해 보는 기획, 행성인 20주년을 되돌아보는 기획, 등등. 사람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본 프로그램을 마치고 진행된 뒤풀이 역시 즐거웠습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아요. 낯을 많이 가리는 저도 다른 사람들과 금방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다음번 모임도 한껏 기대하게 되는 뒤풀이였습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될지 정말 기대됩니다.
갈까 말까 고민하는 분이 계시다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마시고 행성인에 나와 보세요! 여러분들에게도 예상치 못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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