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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와 가족/성소수자 부모모임

성소수자 부모모임 열세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by 행성인 2015. 6. 19.

성소수자 부모모임 소개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가시화되면서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모도 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자녀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어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임입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기도 하며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악화된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신앙과의 갈등에 대해,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대해, 어떤 고민이든 이야기할 사람이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니까요.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rainbowmamapapa/






성소수자 부모모임 열세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일시: 4월 11일 토요일 7시

장소: 서울 마포구 동인련 사무실

참석:
- 지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산지기: 게이 아들을 둔 아버지
- 하늘엄마: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오소리: 양성애자(가족이 전혀 모름)
- 수환: 게이(부모님과 누나들이 알고 있음)
- 바람: 젠더플루이드 범성애자(부모님과 형이 알고 있음)
- 지민: FTM 트랜스젠더(부모님이 조금 알고 있음)
- 엔군: 퀴어 (부모님이 알고 있음)
- 서진: 트랜스맨 범성애자(누나와 어머니가 알고 있음)
- 박재경: 게이(가족이 모두 알고 있음)
- 서진석: 게이(가족이 모두 알고 있음)


수환: 안녕하세요. 지난 한달간 잘 지내셨나요? 오늘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자기소개와 함께 지난 한달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나누면서 시작할까요? 저는 수환이구요, 남성 동성애자입니다. 제가 게이인 건 부모님과 누나들이 알게 된지 4년 정도 되었구요, 사이가 좋다가 안 좋다가 했어요. 요즘은 돈 버는 일은 쉬고 있어서 이것저것 벌여 놓은 돈 안되는 다른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오소리: 오소리입니다. 26살이고요. 양성애자로 정체화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나 가족은 아무도 모르고 있는 상태에요. 어머니께 말해서 이 모임에 모셔오는 게 목표입니다. 요즘은 놀면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구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의 활동에 주력하고 있어요.

산지기: 저는 수환이 아버지이고, 지난달에는 서강대에서 모임을 하기로 했는데 하필이면 그때 일이 생겨서 못 왔어요. 못 온 시간 동안 특별한 사건은 없었던 것 같고, 밀양에 몇 년 전에 산골에 집을 지었는데 주말에만 집에 가서는 집이 유지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할 수 없이 거기서 집을 지키고 있는데 지금 굉장히 농번기여서 오늘도 기차 타기 전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밭 열심히 갈고 이랑 만들다가 와서 온몸이 욱씩욱씬해요. 저는 우리 셋째가, 저 녀석은 부모와 싸웠다고 하는데 저와는 싸운 적이 없고, 엄마랑 누나들이랑 욕심이 있어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고, 저는 계속 쟤 편이었는데 저렇게 말해서 섭섭해요. 이런 모임을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길래 해외 사례를 찾아보니까 부모들이 나서서 많이 하더라고요. 지난 겨울부터 오기 시작했고, 편견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됐으면 해서 계속 오고 있습니다.

엔군: 저는 지민 따라 온 엔군이라고 해요. 오늘 지민이 온다길래 따라와 봤어요. 딱히 집에 커밍아웃 한 적은 없고요. 근데 알고는 있으실 것 같아요. 제가 워낙 걸커(“걸어다니는 커밍아웃”의 준 말. 걸어다니기만 해도 성소수자임을 알 수 있을 만큼 티가 나는 사람을 뜻함)라.. 집에서도 별 말 없는 거 보면 딱히 커밍아웃 해도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진 않아요.

산지기: 정체성은 어떻게 되세요?

엔군: 게이, 바이 왔다갔다 하는데요. 사실 규정 짓고 싶지 않아요. 딱히 규정해서 어디에 써먹을 데가 있나 싶고. 퀴어라고 하면 그걸로 충분하기도 하고. 저는 정체성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정치료 이런 거 말고요.

수환: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세요?

엔군: 남동생 하나 있어요. 남동생도 모를 거예요. 학생이어서 최근에 조별 과제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지민: 저는 지민이라고 하고 FTM 트랜스젠더 이성애자이고, 아직은 커밍아웃하지 않은, 누가 보면 시스젠더 여성이라고 볼만한 사람입니다. 백수이다가 그저께부터 취직해서 일 다니고 있고 학교는 휴학중이고 엄마랑 동생이랑 셋이서 사는데 여동생이 시집을 갔어요. 조카가 13개월이에요. 엄마한테는 고3때 ‘라틴’이라고 청소년 성소수자 온라인 커뮤니티 가입된 걸 들켜서 아웃팅 됐어요. 제가 지금 26살인데 엄마는 요즘도 조금만 여지가 보이면 회유를 하세요. 아직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하고 FTM이라고는 말 안 했거든요.

엔군: 위장하기 위해 저희 둘이 서로 이용하기도 해요. (웃음)

송서진: 저는 사람들이 주로 FTM(Female To Male)이라고 부르는 트랜스맨이에요. 저는 “FTM”이라는 단어에서 “Female”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안 들어서 트랜스맨이라고 소개해요. 성적지향은 범성애자에요. 양성애자보다 좀 더 넓은 개념이에요.

산지기: 언제부터 정체성을 알게 됐어요?

송서진: 다섯 살때 부터요. 부모님이 이혼을 하셔서 아버지한텐 얘기 안했고, 엄마와 누나만 알고 있죠. 최근에 알바를 시작했어요. GID(Gender Identity Disorder) 진단을 받았고 호르몬도 곧 시작할 거예요. GID 진단을 받아야 성별정정이 가능해요. 근데 진단 받을 때 묻는 질문 중에 이상한 것들이 많아서 싫었어요.

하늘엄마: 게이 엄마고 우리 아들은 서른 세살 됐어요. 동성애자라고 알게 된 건 스물 일곱살, 졸업할 때 쯤, 졸업 가까웠을 때 알게 됐죠. 그때 알게 되면서 참 몇년 동안은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그랬는데 지금 살고 있는 파트너가 4년쯤 됐는데, 그 친구를 만나면서 우리 애가 좀 편하게 지내고, 직장 생활도 3년째 되어가고 그래요. 지금은 제가 보기엔 안정이 된 것 같아 보여요. 제가 친구사이 모임에 3년쯤 나왔어요. 아들이 취직하면서 나왔는데, 여기 오기 전에는 서점에서 책도 찾아 보고, 병원도 가고, 집안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줄 알고 남편이랑 애를 강제로 상담을 받게 했어요. 그랬는데도 우리 애가 동성애자인건 변함이 없었어요. 친구사이 오기 전까지는 환경에 의한 건줄 알고 엄마로서 내가 잘못 키워서 이런 건가 했는데, 친구사이 와서 동성애자라는 사람들을 보니까 우리 애랑 너무 똑같더라고요. 손짓이나 말투나 태도 같은 것들이. 그래서 이건 원래 그런거구나 하는 걸 알고 마음이 좀 가벼워졌어요. 그 원인을 찾아내는데 쓸데없이 힘들게 몇 년을 소모했는데, 그 몇 년 동안에 엄마라는 게, 자식 키운다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근데 이게 그렇게 태어나는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내 죄가 아니구나. 우리 아들이 파트너랑도 잘 지내고. 집에 아빠도 그러고 누나도 그러고 저희 아들보다 같이 사는 애가 더 낫다 그래요. (웃음) 그래서 지금은 우리 애가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저는 마음고생할 때 정말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같은 게이의 엄마였어요. 교수, 심리학자 다 만나도 해결이 안 되더라고요. 제일 만나고 싶었는데 그 당시에는 엄마 모임 같은 게 없었어요. 상담을 할 때도 혹시 엄마는 연결이 안 되냐고 물어도 연결이 안 된다더라고요. 제가 간절히 바랐듯이 지금도 그런 엄마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엄마가 있으면 제주도 끝이라도 찾아가서 만나드릴 수 있어요. 지식은 없지만 제가 그때 고민했던 거 이야기는 해드릴 수 있어요.

산지기: 저는 어머니 말씀에 백프로 공감하거든요. 부산을 중심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부모가 있다면 도와드리고 싶어요. 그러면서 저도 치유 받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노력을 하고 시도도 하는데 성공한 적은 없었어요. 심하게는 쌍욕도 듣고.

하늘엄마: 우리 아들한테 친구사이 모임에 나간다고 하니까 아들이 조심하라고 그러더라고요. 봉변 당할까봐. 처음에 충격 받은 부모는 그럴 수 있다고 봐요. 그 충격 받은 시기가 지나고 마음의 결정을 하려고 할 때는 들으려고 할 것 같아요.

산지기: 단계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충격→분노→자책→수용으로 이어지는.

하늘엄마: 저는 친구사이 모임에 오기 전까지는 ‘자책’ 단계였어요. 근데 친구사이에서 다른 게이들을 보니까 행동거지나 제스처, 어휘, 표정, 사고, 그런 게 다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타고나는 거구나.’

산지기: 저도 후천적인 것이냐 선천적인 것이냐 하는 고민이 처음에 있었어요. 근데 선천적인 것이어도 어차피 유전자도 부모 탓이니까 자책감이 드는 건 똑같더라구요.

하늘엄마: 그건 저도 그래요. 저는 이 모임 나오기 전에는 저를 자책을 했는데, 알고 보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나오기 전에는 잠을 못 잤어요. 그러면서 또 아들한테는 내 힘든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서 더 힘들었죠. 저는 종교에만 파묻혀 살았는데 지금은 꼭 이 문제가 아니더라도 오해 받는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더라고요. 성소수자 문제와는 별개지만 예를 들어 장애아를 낳은 부모들의 마음, 그 마음과는 같을 수 있죠.

산지기: 저는 뇌성마비 장애인 재활원 운영을 했는데 그걸 하면서 굉장히 세상 보는 눈이 넓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반성을 많이 하는 게, 그것 때문에 제가 굉장히 교만해져 있었더라고요. 버려진 26명을 위해 돈을 그렇게 썼는데 내 아이가 게이라는 거예요. 사실 하느님이 많이 원망스럽더라고요. ‘남들 하기 힘든 일을 열심히 했는데’ 하면서요. 부모들이 충격 받는 게, 자기 애가 안 예쁜 사람이 어디 있어요? 힘든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게 충격인거죠. 편견 없는 세상이라면 게이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잖아요. 적어도 하늘이 있다면 내 자식한테는 복이 갈 것 같은 생각이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천벌을 받은 거 같았어요. 하지만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제 부족함을 많이 알게 되고 더 성장하게 된 것 같아 요즘엔 자식에게 참 고마워요.

하늘엄마: 저도 종교단체에서 교도소 재소자도 많이 만나고 호스피스 봉사도 했거든요. 저도 선생님처럼 교만했다고 생각을 해요. 아무리 봉사를 했어도 그들은 제3자에요. 내 자식이 아니잖아요. 근데 이건 내 자식을 건드렸다는 거죠. ‘왜 내 자식한테 이러십니까” 하고 몇년 동안 그랬어요. 하지만 내 자식이 아니면 바닥으로 내려갈 수 없거든요. 내 자식 덕분에 바닥으로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교만이더라고요. 소외된 사람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배우게 됐어요.

재경: 저는 친구사이에서 3, 4년 정도 가족모임 팀장을 했었고 지금은 청소년 자살예방 프로젝트 ‘마음연결’을 맡고 있습니다. 기존에 했던 건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어머니 아버지 연결해드리고. 커밍아웃 고민하는 친구들도 부모님과 함께 상담을 하고 그랬어요. 얼마 전에 다음에 블로그를 만들었어요. 전에는 친구사이가 주도적으로 했는데 이제 부모님들이 활동하시는 걸 도와드리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부모모임은 에너지가 있는 모임인 것 같아요.

산지기: 부모들이 당사자들과 이야기를 하면 커밍아웃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예행연습을 하는 거죠. 성소수자 자살 예방 활동을 하신다고 하셨는데, 그런 사례가 꽤 있죠?

재경: 정확한 데이터는 아닌데 이성애자들에 비해서 2배 정도 높다고 하더라고요.

산지기: 제가 아는 어떤 부모는 아이를 정신과에 끌고 가서 강제로 입원을 시켰어요. 그 친구는 정신과에 강제 수용되어 있다가 자살 시도를 했는데, 다행히 발견이 됐어요. 그게 선천적인 게 아니라 후천적인 거라고 알려주고 우리 모임도 소개해줬어요. 여기 온 모든 부모가 똑같은 과정을 겪더라고, 당신은 지금 이런 단계에 있는거라고 말해줬어요. 자식이 자살 시도를 하니까 부모가 충격이 컸어요. 자살 시도 이후에 부모가 싹 바뀌더라고요. 아까 저한테 쌍욕을 했다는 부모는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접근을 하는 것도 그 이후에 해야할 것 같아요. 지금은 뭐라고 해도 귀에 안 들어가는 것 같더라구요.

하늘엄마: 저는 전화 상담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여자 분이 굉장히 기분 나쁘게 말하더라고요. 저한테 잘못 키워서 그렇게 된거라는 식으로. 그래서 “당신 같은 사람이 무슨 상담을 해?!” 하면서 막 뭐라고 했어요.

재경: 저도 친구사이 가족모임 프로그램 진행을 하면서 초반에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힘 빠지게 하는 말들을 많이 들었어요. 나중에 깨달았어요. 내가 잘못했다는 걸.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정보를 준다는 미명하에 강요를 했던 것 같아요. 이런 방식이 부모님에게 안 좋다는 걸 느꼈어요. 어머니 한 분이 정신과 상담도 다니시면서 저희한테도 상담 신청을 하셨는데, 내가 너무 화가 나는데 이게 정상이라는 걸 당신이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아직도 힘드신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하늘엄마: 근데 그 힘든 부분은 부모가 짊어지고 가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지금도 티비 볼 때 부부가 잘 살고 있는 모습 보면 나도 모르게 울어요. 우리 딸은 여기에 지방에서 오는 분도 있다고 하니까 참 대단한 분들이라고, 정말 훌륭한 부모님들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산지기: 여기 오는 분들은 힘든 시기는 넘은 분들이에요. 우리가 편견 없는 사회를 만들려면 초기 단계에 있는 분들한테 재경님이 했던 그런 상담을 부모들이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도 언젠가는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제가 전화 상담을 할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서진석: 저는 서진석이라고 하고요, 21살 때 작은누나, 24살 때 큰누나, 26살 때 엄마에게 커밍아웃했어요. 커밍아웃하기 전부터 친구사이 가족모임에 나왔었고, 커밍아웃하고 엄마 아빠가 다 알게 되셨어요. 엄마하고 누나하고 가족모임에 나왔었어요. 작은 이모도 가족모임에 나오셨고. 작은누나랑은 답답해서 싸우다가 홧김에 했고 큰누나한테는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했어요.

산지기: 근데 그 사이에 누나가 엄마에게 말 안 했어요?

서진석: 작은누나도 그렇고 큰누나도 그렇고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더라고요. 엄마는 오히려 담담히 잘 받아들이셨고요. 제가 좀 힌트를 많이 주긴 했어요. 어릴 때부터 난 결혼 안할거라고 계속 이야기 하고. 커밍아웃만 안 했지 티가 많이 났던 거죠. 여성스럽고. 다들 여자같다고 얘기를 하고. 근데도 나중에 전혀 동성애자라고는 생각 안 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또 헷갈리게 출가를 할 생각도 있다고 이야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저에 대해서 포기하게끔 했어요. 결혼이나 손자 이런 거 기대하지 마시라고. 준비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산지기: 지금 친구사이에서 활동하고 하는 것도 가족들이 다 아시고요?

서진석: 네. 가족들도 네 인생이니까 알아서 잘 살라고 해 주시는 편이에요.

바람: 21살이고 혼자 살고 자취 10개월차입니다. 엄마에게는 80프로 정도 들켰고, 형한테 제가 받아 놓은 300기가 야동을 들켜서 형이 부모님에게 아웃팅을 했어요. 엄마가 이상한 사람 만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지인: 형은 요새 막 괴롭히지 않아요?

바람: 형과 연락 끊겼어요. 가끔씩 제 안부 물어본다고 하더라고요.

지인: 저는 게이 아들 둔 엄마이고, 한 3년 전에 알았어요. 아들은 지금 미국에 있어요. 지금은 좀 안정된 것 같아요.

산지기: 지난 달 우리 정기모임이 LGBTI 인권포럼으로 대체됐었는데, 저는 그날 못 와서 그때 어땠는지 궁금해요.

지인: 그때 굉장히 많이 왔어요. 70명 정도? 다들 궁금해하는 게 많더라고요. 부모님은 라라님도 오셨고, 트랜스젠더 부모모임에서 오신 어머니도 한 분 계셨고, 저랑 하늘어머니까지 해서 네 명 왔었어요. 그때 느낀건 ‘다들 부모 마음을 진짜 모르는구나.’ 부모들도 자식 잘 모르지만요. 예를 들면 어떤 분은 커밍아웃을 했는데 부모가 아무 반응이 없는 것에 화가 나 있더라고요.

하늘엄마: 저는 그날 오신 트랜스젠더 부모모임 어머니가 자식이 호르몬 치료 하는데 그게 부작용도 생기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고 하신 게 참 마음이 아팠어요. 거기 온 젊은 분들이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더라고요. 그런 마음이 너무 강했어요. 저는 카톨릭 신자거든요. 항상 미사 지향이 젊은 사람들이 상처 받지 말고 하느님이 잘 돌봐주시라고 했는데 지금은 더 구체적으로 그런 지향으로 바뀌었죠.

산지기: 저희 집사람도 성당에 다니는데 저희 집사람은 아들이 커밍아웃 했을 때 괜히 성당에 갔을 때 화풀이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늘엄마: 그게 좋은 거죠. 괜히 사람에게 하는 것보다 거기 가서 하는 게.

수환: 포럼 때 참가자 중 한 분이 “부모가 자식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하셨어요. 그게 인상 깊었어요.

지인: 재경님이 LGBTI인권포럼에서 발표하신거 보면 최근 1년 간 자살 생각하는 비율이 70% 이상이에요.


2부


수환: 엔군님은 주로 어떤 상황에서 위장을 하세요?

엔군: 지금은 잘 없는데 예전에는 좀 더 걸커여서...

수환: ‘걸커’가 뭐죠?

엔군: ‘걸어다니는 커밍아웃’이요. 게이들에게서 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목소리나 행동이나 말투나. 근데 지금은 나이도 있고 그러니까 안 물어보죠. 동기들이 안 물어봐요. 지금까지 한두번 정도 위장했어요. 예전에 룸메이트에게 청소년 성소수자 온라인 커뮤니티 ‘라틴’에 들어간 게 걸렸을 때 위장을 했어요.

지인: 커밍아웃은 하고 싶어요?

엔군: 꼭 해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계속 밑밥을 깔고는 있지만 커밍아웃을 하려는 건 아니고 나중에 들켰을 때 멘탈을 잘 붙잡으시라고 그러고 있어요.

재경: 저희 모임의 아버님은 자식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 상태로 죽는 것만큼 슬픈 일이 없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건 자녀도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부모와 관계가 어긋나고 뜻대로 되지 않기도 하지만 거의 다 회복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지레 겁 먹는 게 좀 많은 것 같아요. 부모로서는 위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식이 그냥 혼자 늙어가는 모습만 보게 된다면 내가 죽게 된다면 어떻게 살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아요. 혼자가 아니고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일률적이진 않지만, 부모님들은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지인: 저는 더 나중에 알게 됐다면 모르고 산 세월이 더 길어져서 미안함 때문에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산지기: 저는 만약에 애가 LGBT인 걸 모르고 죽으면, 몰라도 죽고 나서 알게 되면 원귀가 되어서 떠돌게 될 것 같아요.

수환: 그렇군요. 저는 진석씨가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한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고 싶어요.

서진석: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생각해서 시나리오를 짰어요. 제가 성격이 꼼꼼하거든요. 어떤 반응이 나와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하기 전에 바비를 위한 기도를 봤어요. 볼 때마다 울었어요. 엄마가 충격을 많이 받으실 것 같았어요. 입이 잘 안 떨어지더라구요. 어쨌든 이야기를 하고, 커밍아웃을 하자마자 바비를 위한 기도를 같이 봤어요. 엄마가 조금 당황하긴 하셨는데 괜찮으시대요. 저는 오히려 엄마가 너무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섭섭한 거예요. (웃음) 내가 이렇게 마음 고생을 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서 친엄마 맞냐고 물어봤어요. (웃음) 엄마 정말 괜찮냐고 계속 물어보고.

수환: 그게 언제죠?

서진석: 2011년도요. 제주도에 살 때요.

지인: 아 그 분이구나. 제주도에서 오셨던.

하늘엄마: 그 분 아들이구나!! 그때 솔직히 제가 그분에게 굉장히 화가 났어요. (웃음) 제가 여기 왔을 때 첫날에 진석씨 어머니를 만났어요. 처음에 쇼크 받은 상태일 때 그 얘기를 하는데 진석씨 어머니가 “아니 뭐 그걸 가지고..” 이렇게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저는 처음 왔는데 그 어머니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는데, 제가 ‘내가 여기 다신 오나 봐라’ 생각했어요. 그날 헤어질 때 그냥 삭힐까 하다가 ‘아 이건 얘기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나 같은 사람이 올 수도 있고, 처음 온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 어머니가 다른 얘기를 할 거잖아요. 그래서 헤어질 때 그렇게 얘기하시지 말라고, 다른 어머니들은 상처 받을 수 있다고 그랬어요. 그 다음에는 어머니랑 이모랑 오셨는데, 자매가 계속 웃고 너무 밝으신 거예요. 그분들은 처음부터 그랬어요. 뭐 사람들이 다 다른 거지. (웃음)

산지기: 전에 저희 모임에 오셨던 시우님도 그랬어요. 아드님 파트너가 집에도 오세요?

하늘엄마: 두 번 왔어요. 밖에서 밥도 먹고.

지인: 저도 더 나이 많은 형이 우리 애를 감싸주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하늘엄마: 그래서 요즘은 “너 형 말 잘 들어~” 해요. 집에서도 무조건 그 형 편을 들어주니까 애도 그런가 보다 하더라고요. 착해요. 저희 애가 둘째인데 응석받이로 키웠구나 싶어요.

산지기: 진석씨 어머니는 특별하신 분인 것 같아요. 근데 감정이 마음 속에 묻혀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서진석: 저희 엄마 어렸을 때 마을에 여자 두 분이 살았는데 친구인 것 같진 않고 미묘한 관계였대요. 근데 나중엔 쫓겨나듯이 마을에서 나가셨대요. 근데 저희 엄마가 그 분들이랑 친하게 지내셨대요. 낙천적이시고. 제가 어렸을 때부터 네 인생은 네가 책임져야 한다고 하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성소수자를 접하면 나중에도 거부감이 덜할 것 같아요. 해외에서는 학교에서 교육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하늘엄마: 제가 고백을 하는데, 우리 애들 어렸을 때 방을 하나 세 놨어요. 여자 분이 들어와서 살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머리도 숏커트에 남방 입고 완전 남자였어요. 사실 저는 그게 참 좋았거든요. 예쁘지 않으니까. 근데 아가씨가 주방에도 들어오고 선을 넘길래 방에 들어가서 몰래 일기장을 보니까 레즈비언이더라고요. 그땐 너무 싫더라고요. 그게. 지금도 그 아가씨가 그렇게 생각이 나요. 철들어서 만났으면 정말 미안하다고 할 텐데. 그 당시에는 방을 다 쓰게 됐다고 둘러대면서 나가게 했죠. 저도 선입견이 대단했던 거죠. 지식이 없었던 거예요.

수환: 저희 아버지에 대해 한가지 폭로하자면, 아빠가 어렸을 적에 학교에 여자 같이 행동하는 애가 있었는데, 아빠를 포함한 무리들이 그 분을 산으로 끌고가서 “니 꼬추 있나?”하면서 바지 벗기고 놀리고 그랬다고 합니다. 예전에 그걸 참 자랑스럽게 말하시더라구요.

산지기: 맞아요.. 여자애 같이 구는 애들은 그렇게 보기가 싫어서 많이 괴롭히고 그랬어요.


[ 소감 나누기 ]


바람: 저는 오늘과 최근에 3일 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오소리: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빨리 어머니 데리고 오고 싶어요. 최대한 빨리요.

산지기: 저는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친구사이에 계신 분들 만나봬서 참 좋았고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부모모임에 참여하는 분들이 좀 많아져서 독립적으로 자생적으로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점에서 오늘 한 발짝 진일보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인: 저 혼자 두 부모모임에 다 갔잖아요. 오늘 함께 만나서 참 좋았어요. 여기도 그렇고 저기도 그렇고 계속 오시는 분들만 계속 오세요. 숫자가 적으니까 합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하늘엄마: 제가 처음에 알았을 때는 이런 자료 같은 게 없었어요. 온라인 카페를 만드셨다 그래서 들어가봤거든요. 내용이, 그 당시에 이런 걸 알았다면 빨리 안정을 취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요. 그게 불과 7년 전인데 7년 사이에 이런 게 만들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산지기: 또 7년이 지나면 더 좋아져 있겠죠.

하늘엄마: 저는 저번 인권포럼 때 트랜스젠더 부모님 이야기를 듣고 느낀 게, 내가 만약에 그 입장이다, 자식이 수술을 했는데 부작용이 있다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때 간호가 필요하다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인: 트랜스젠더 부모모임에서는 다같이 최면 치료도 가고 심리 치료도 가고 그러신대요.

재경: 전에 친구사이 가족모임에서 트랜스젠더 부모님이 한 분 오셨는데 트랜스젠더 부모님들은 게이 레즈비언 부모님들에게 소외감을 느낀대요. 너무 부러운 거예요. 같이 하기 힘드시다고 그러더라고요.

서진석: 저희 엄마도 “수술은 안 할 거지?”라고 하셨어요. 저도 오랜만에 가족모임 와서 새로운 분들 뵈어서 좋았습니다.

재경: 저도 인사만 하고 가야 하나 생각 했는데 있다가 보니 가족모임의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친구사이가 아는 분 중에 게이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상담해오신 분이 계신데,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해보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