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모임 소개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가시화되면서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모도 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자녀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어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임입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기도 하며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악화된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신앙과의 갈등에 대해,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대해, 어떤 고민이든 이야기할 사람이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니까요.





성소수자 부모모임 열한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일시: 2월 14일 화요일 4시

장소: 서울 마포구 동인련 사무실

참석:
- 지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산지기: 게이 아들을 둔 아버지
- 오소리: 양성애자(가족이 전혀 모름)
- 모리: 게이(부모님과 누나들이 알고 있음)
- 바람: 젠더플루이드 범성애자(부모님과 형이 알고 있음)
- 현진: 퀘스쳐너리(가족이 전혀 모름)
- 쑤: 게이(부모임이 알고 있음)
- 진: 레즈비언(가족이 전혀 모름)
- 지민: FTM 트랜스젠더(부모님이 조금 알고 있음)
- 허원: 양성애자(어머니가 알고 있음)
- 재경: 레즈비언(가족이 전혀 모름)

속기: 현진, 재경, 모리



모리: 그럼 부모모임 열한 번째 모임 시작하겠습니다. 모리입니다. 동인련에서 3년째 활동하고 있어요. 가족들은 알아요. 저희 누나가 아빠한테 말했어요. 발렌타인 데이에 누나랑 놀면서 그날 있었던 일을 트위터에 썼는데 그날 작은 누나가 제 트위터를 발견하면서 가족들이 알게 됐어요. 작은누나가 큰누나에게 말하고 큰누나가 엄마 아빠한테 얘기해서.. 처음에 엄청 싸우고 좀 화해했다가 다시 싸우고 다시 화해하고 그러고 있어요. 저희 아빠는 지금 동인련 후원회원이에요.
 
오소리: 오소리입니다. 양성애자고요. 부모님은 모르세요. 부모모임엔 저번 달부터 참여하게 됐어요. 부모모임 운영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바람: 바람이고요. 범성애자로 정체화하고 있고 오늘은 특별히 저랑 같이 라디오 방송을 하는 친구들에게 소개하려고 참여하게 됐어요. 지금은 알바를 안 하고 있어서 백수예요.

현진: 현진이고요. 퀘스쳐너리라고는 하지만 일단은 남자를 좀 더 좋아하는 양성애자로 정체하고 있어요. 어머니께는 얼마 전에 우연히 같이 점심을 먹다가 말하게 되었어요. 제가 동인련에서 활동하는 건 이미 알고 계셨거든요. 그날은 어머니께서 “네가 거기서 일하는 게 그냥 인권에 관심 있어서 그런거냐, 아니면 그 쪽 당사자라서 그런거냐”하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원래 커밍아웃할 생각은 없었는데 당황해서 내가 당사자라서 활동하는 거라고 대답하고 말았어요. 어머니는 저에게 “그럼 바이냐 게이냐”하고 물어보셨고 전 일단 바이라고 했어요. 어머니는 남자를 만나는 건 상관 없는데, 섹스는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 자리에서는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넘어갔어요.

재경: 재경이라고 하고요. 레즈비언이고 동인련에서 웹진팀을 하고 있고요. “전국 퀴어 모여라”라는 모임도 하고 있어요. 저희 부모님은 전혀 모르시지만 10년 안에는 말할 계획이에요.

지인: 동인련 활동을 한 지는 오래되었나요?

재경: 몇년 전에 영화 “종로의 기적”을 통해서 가입하게 되었어요. 영화 번개하면서 동인련 사람들을 만나게 돼서.

산지기: 저는 모리 아버지입니다. 세번째 오게 되었고, 부모모임이 동성애자들의 편견을 깨주고, 저변을 확대하는데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숫자가 절대적으로 모자란 것 같아서 오게 되었습니다.

모리: 어머니의 숫자도 모자랍니다. (웃음)

산지기: 가까운 미래에 아내와 같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아내가 교직 활동을 하다가 며칠 전에 그만 두고 요즘은 손주 보느라 바쁘긴 하지만 한번 데려 올 생각입니다.

진: 스물 한살 레즈비언입니다. 바람이 한 번 와보라고 제안했고 궁금하기도 해서 왔어요. 외동입니다. 전부터 서른 살 되기 전에 부모님에게 커밍아웃 하고 싶었어요. 근데 중3 때인가 화장을 여성스럽게 한 남자 트로트 가수가 TV에 나왔는데, 엄마가 저런 거 싫다고 넌 어떠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난 괜찮다”고 대답은 했지만 그때부터 커밍아웃을 많이 망설이게 됐어요. 자신이 없어졌어요. 요즘은 영어 학원을 다녀요. 영어 학원에서 여러 주제가 나오는데 게이 관련된 단어들도 나오고 그래요. 요즘엔 미드에서도 게이가 많이 나오잖아요. 주말마다 바람네 집에서 라디오도 녹음하고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허원: 재경을 오늘 만났는데 밸런타인데이인지 모르고 만났어요. (웃음) 네 시에 어딜 간대서 따라가도 되냐고 물어보고 왔어요. 바이(양성애자)로 정체화 하고 있고, 출판사에 다니고 있고, 엄마한테 5, 6년 전에 커밍아웃 했습니다. 처음 했을 때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기억에서 지워버리신 것 같았는데 한번 더 이야길 하니까 받아 들이시는 것 같아요. 정확하게 이야기는 안 하셨지만 저더러 죽지만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경우엔 레즈비언이든 바이든 정체화하며 살아오는 동안 별로 고통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이 조금 뜬금 없었는데, 그래도 엄마한텐 맥락이 있나봐요. 엄마 남동생이 스무 살에 죽었거든요. 저한테는 삼촌 되는 그 분에 대해서 ‘게이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는데, 지금처럼 살면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헤어지지 못하는 가족이니까 오늘 이야기하면서 각자 어떻게 살아가는지 좀 더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지민: 트랜스젠더이고, 여자를 좋아하는 이성애자입니다. 동인련엔 2년 전부터 나왔고요, 부모모임은 몇 개월 전에 한 번 왔다가 오랜만에 오늘 다시 왔어요. 한부모 가정이고 엄마와 삽니다. 엄마는 제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는데, 처음에는 인정하는 척 하다가 갑자기 남자친구 이야기 하다가 그런 식으로 하더라고요. 2년 전에 짜증 나서 제가 화낸 이후로 말 안하고 있고요. 성별 정체성 관련해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어요.

쑤: 21살이고 3남 중 장남이에요. 퀴어라고 알고 나서 지금은 시스젠더 남성 게이로 정체화 했습니다. 커뮤니티 활동은 4년 됐고, 대한문 집회에 나갔다가 바람을 만났어요. 요즘엔 퀴어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어요. 신선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해서 하게 되었어요. 부모님 모임이니까 부모님께 커밍아웃한 이야기를 말씀 드릴게요. 중 3때 부모님과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을 같이 보다가 커밍아웃을 했어요. 전부터 일부러 남자 아이돌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는 식으로 밑밥을 던졌었고 부모님도 제가 여성스럽다는 건 알고 계셨는데 게이라고는 생각 못 하셨나봐요. 엄마 아빠한테 거짓말하기 싫다고,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했어요. 커밍아웃한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빠가 “응, 그래”하고 말없이 골프채를 꺼냈다는 이야기 같은 게 많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부모님이 욕을 하거나 정신병원으로 데려가거나 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아빠가 저한테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울고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버지는 “네가 게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않겠는데 25살까지 계속 그러면 받아줄 거”라고 하셨고 엄마는 커밍아웃한 뒤로 4일 동안 말이 없었어요. 남남처럼 지내다가, 4일째 되는 날 학교에서 야자를 하고 저녁 급식을 먹는데,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어요. 엄마가 “네가 여자를 안 사귀어봐서 모르는 거다”하고 문자를 보냈더라구요. 그래서 “일단은 많이 사귀어보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도 계속 똑같다면 그때 다시 커밍아웃 할 테니까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어요. 엄마와는 그런 상태예요.

지인: 그럼 부모님께 말 한지 지금 얼마나 된 거예요?

쑤: 3년 됐어요.

지인: 저는 부모모임에 나온 지 1년 되었고, 아들이 둘인데 둘째가 게이에요. 큰애는 24살, 작은 애는 고2 나이인데, 2년 전에 알게 되었어요. 저는 마찰이 심했어요. 원래 미국에서 살았는데 작은애 초등학교 때 한국에 들어왔어요. 한국학교를 다니다가 나중에 외국인 학교로 옮겼는데, 애가 자기는 미국 가야 된다고, 한국에선 못 산다고 그러더라구요.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도 이유는 말을 못 한대요. 그래서 원래는 그러지 않았는데 걔 문자를 몰래 봤어요. 그걸 보고 얘가 게이인 걸 알게 됐어요. 멍하니 있다가, “넌 너무 어리다”, “스무살 지나도 그러면 인정해 주겠다”고, “너가 잘 몰라서 그러는 거다”, “친구를 잘 못 사귀니까, 남자애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으니까 그런 거다”고 말했어요. 애가 어릴 때는 좀 여성스러웠는데 크면서 남성스러워졌거든요. 그래서 애한테 남자답게 찍은 사진 보여주면서 설득도 하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애가 “엄마는 깨어있는 사람인 척 하더니 동성애자라고 하니까 안 좋게 본다”고 해서, 아니라고, “엄만 홍석천도 그렇고 하리수도 그렇고 다 괜찮게 봤는데 넌 내 아들이라서 그런다”고 했어요.

재경: 저는 엄마한테 말하기가 무서운 게, 엄마가 받을 충격이 너무 걱정인 거예요. 아빠는 걱정을 별로 안 하는데 내가 사랑하는 엄마가 얼마나 상처를 받을까 하는 걱정이 너무 커요.

산지기: 왜 아빠는 더 걱정 안 한다고 생각하세요?

재경: 아무래도 엄마랑 더 친하니까..

산지기: 집집마다 다른 것 같아요. 우리 집사람은 한결같거든요.

재경: 처음 이야기 들으셨을 때 어떠셨어요?

산지기: 그건 뭐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전혀 생각하지 못 했어요.

지인: 단계가 다 있더라구요. 충격 단계가 지나면, 죄책감 때문에 잠을 못 자요. 애가 게이인 걸 알고나서부터 작년 초까지가 제 인생에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그렇게 힘든 적이 없었어요. 잠을 거의 못 자고 2, 3일에 한 번씩 울고. 밤에 자다가 깨면 ‘나 때문에 애가 힘들게 살겠구나’, ‘내가 이렇게 저렇게 키운 게 잘못이었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정말 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근데 그렇게는 도저히 살 수가 없어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동인련에 연락해서 동성애자인 사람들 부모님 좀 만나게 해 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작년 2월에 여기 처음 왔는데, 저는 여기 처음 온 그날부터 잠을 잘 잤어요. 작년 6월에 퀴어문화축제 갖다 온 후로도 많이 나아졌어요. 맨  처음 나아진 건 바비를 위한 기도를 보고 나서였어요. 그 영화를 보고 나면, ‘지금 동성애자인 게 중요한 게 아니구나, 죽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산지기: 같은 처지에 있는 성소수자 부모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변해가는 과정이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거의 비슷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냐면, ‘우리 부모모임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굉장히 크겠구나’ 하는 거예요. 과정이 같은 거라면 적어도 답이 보이는 문제를 풀고 있는 거잖아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커밍아웃 과정을 밟고 있는 자녀와 부모에게는 우리의 존재가 확실히 도움이 되겠더라구요.

상수: 저는 부모님이 “섹스는 하지 말아라”고 말할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내가 성소수자인 것과 섹스가 무슨 상관이지?’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성행위와 관련해서 정체화하지 않는데 듣는 사람은 그걸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어머니도 섹스 얘기 하면서 에이즈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시더라구요. 성소수자들의 커밍아웃을 도우려면 동성애자가 감염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안전하게 섹스하면 된다는 걸 알려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지인: 저번에 에이즈에 대한 기사 댓글에 이상한 이야기가 많아서 싸웠어요. 이건 그냥 바이러스인데 동성애자가 옮기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라고 썼어요.

모리: 저는 오늘 처음 오신 쑤님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은데요, 어머니가 4일 동안 이야기 안 하실 때 기분이 어땠어요?

쑤: 엄마가 혐오를 표현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커밍아웃을 했어요. 많은 부모님들이 자기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생각을 잘 안 하니까, 정보가 없으니까 받아들이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저를 죽은 사람 대하듯 했어요. 제가 커밍아웃을 한 다음에는 제가 늦게 일어나도 깨우지도 않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할 때도 대답도 안 하고.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떨려요. 일단 저희 부모님은 두 분 모두 트랜스포비아세요.

지인: 제 생각에는 엄마들이 일단은 이게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잘못이예요. ‘내가 인정을 해 주면 얘가 진짜 안 바뀔지도 모른다.’ 그래서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는 거죠. 내가 괜찮다고 얘기하면 계속 게이로만 살 것 같으니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쑤: 커밍아웃하고 나서 저는 방에서, 엄마는 거실에서, 아빠는 화장실에서 울었어요. 아빠가 나오라고 해서 거실에서 같이 이야기를 했는데, 아빠가 전부터 남성적이어서 학교에서 아빠를 동경하는 친구들이 많았대요. 아빠 친구 중에 노총각인 분이 있는데 그 분 이야기를 하시면서 그럼 그 아저씨도 게이냐고... 설득하려고 하셨어요.

재경: 설득하려고 하셨구나.

지인: 부모 입장에선 자식이 어려 보여요. 그리고 애가 힘들어했는지 몰라요. ‘렛미인’에서도 보면 트랜스젠더 자녀한테 부모가 “너 어떻게 부모한테 이럴 수 있어!” 하잖아요. 그게 선택인 줄 아니까 괴로워했을 거라고 생각을 못하는 거예요.

산지인: 부모가 자식의 커밍아웃을 받은 뒤의 과정이 처음엔 ‘충격’, 다음은 ‘분노’, 그 다음엔 ‘자책’이거든요. ‘내가 뭘 잘못 했을까’하는 거죠. 부모 자식 사이의 갈등을 줄이는 방법은, ‘자책’ 단계로 바로 넘어가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 전 단계에서는 안 울었어요. ‘이 자식 철이 없어서 그래’, ‘잘 가이드 하면 되겠구나’하는 생각만 했어요. 근데 자책 단계에서 엄청 울었어요. 이 단계에서는 사실 부모가 자식 편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자식들이 자기 고통을 이야기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지인: 맞아요.

산지인: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에도 다 나와요. 그 영화에서도 바비의 가족이 자책하기 시작하는 부분부터 감동이에요.

모리: 근데 조금 딜레마가 있는 게, 자식 입장에선 내가 얼마나 불행한지보다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동성애자이거나 트랜스젠더라고 해서 불행하게 살지 않을 거라는 걸 증명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있어요. 사실 부모님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도 그거잖아요. 자식이 불행하게 살지도 모른다는 걱정. 그런 걱정을 덜어줘야 날 받아들여주지 않을까 하는거죠.

산지기: 충격, 분노 단계에 있는 부모님들이 우리와 이야기할 수 있다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쑤: 2년 전에 김조광수 감독님이 청계천 광통교에서 결혼을 했잖아요. 저도 친구들이랑 정장을 차려 입고 갔다 왔어요. 다음 날 엄마가 뉴스 봤냐고, 그렇게 결혼을 하더라고. 엄마 아들이 거기 갔다 왔다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지인: 부모님들이 초반에는 그런 모든 게 영향을 줬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쑤님의 어머니께서 아무 말도 안 하신 이유는 부모들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줄지 모르니까.

산지기: 그리고 많은 자녀들이 착각하는 게, ‘내 엄마 아빠는 완벽할 것이다’, ‘어른일 것이다’ 하는 게 착각이에요. 부모들도 완벽하지 않거든요. 이런 모임을 통해 미리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죠.
 저는 제가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 사회에 성소수자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별과 편견 때문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며칠 전에 외화를 봤는데 다빈치가 동성애자였다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에 사회적인 편견이나 법령 같은 게 나오는데 많이 힘들었겠더라고요. 동양보다 억압이 더 심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랬던 서구 문화가 이젠 성소수자 인권에 앞장서고 있잖아요.
 부모로서는 자식이 내 자식이 좀 더 편한 세상을 살게 하고 싶고, 힘들게 살까 봐 마음이 아픈 게 사실이에요. 당사자 입장에서는 자기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부모가 보기엔 안타까운 부분이 많아요. 이성애자였다면 지금쯤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해보면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데 스스로 포기한 게 너무 많아요. 마치 편견이라는 바이러스가 성소수자의 몸에 퍼져있는 것 같아요. 동성애자라는 건 자신을 이루는 100가지 중에 한 가지일 뿐이 거잖아요. 다수자들이 지배하는 편견과 싸우려면 그 역량을 갖춰야하는데, 그런 욕심을 스스로 접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재경: 저는 최근에 회사에서 시청 점거 농성을 계기로 회사 게시판에 글을 올렸어요. 농성장에 지지 방문을 해 달라고. 아웃팅이 걱정돼서 회사에 있는 다른 이성애자 분께 저 대신 글을 올려 달라고 부탁했어요. 근데 파주에 계신 분이 댓글로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하고 달아주셨어요. 그래서 ‘우리 편이 한 명 더 있구나’하는 생각을 헀어요. 힘이 되더라고요.

상수: 이상적으로는 일터에서 커밍아웃을 하는 게 정말 중요한데, 내 밥줄이 달려있으니까 어려워요.

산지기: 어떻게 보면 집에 커밍아웃 하는 것보다 더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방은 서울과 많이 달라요. 한 15년 정도 늦어요. 그런데 그나마 부산대 안에 성소수자 모임이 있다는 건, 젊은 사람이 있는 조직이어서 가능한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기성세대만 있는 회사에서 커밍아웃을 한다는 건 참 힘들 것 같아요.

상수: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점점 더 편해질 것 같아요.

재경: 커밍아웃해도,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뭐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회사에서도 동지들을 모으고 있어요.


< 모임 참여 소감 >

재경: 처음 왔는데 아는 얼굴이 너무 많아서 동인련 웹진팀 회의 온 느낌이었어요. 많은 걸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모님에게 어떤 태도를 취할 지가 가장 무섭고 두려운 일이었는데 지금 당장은 말할 수 없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은 감이 오는 것 같아요.

쑤: 저는 거부감 없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곳에 갔으면 선입견이 있었을텐데 오늘 모임은 일상에서 가까운 모임이잖아요. 그래서 좋았어요.

허원: 저는 오늘 처음 왔는데, 엄마한테 커밍아웃을 할 당시에도 그랬고 여태 까지도 크게 변한 게 없다는 생각이, 크게 마찰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엄마의 고통에 대해서는 신경을 못썼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부모 자식 간에 흘리는 눈물이 뭔지 잘 몰랐어요. 안 흘려도 될 눈물이니까, 그건 엄마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엄마의 심정이 어땠을 지를 제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오늘 와서 부모님들 얘기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무책임한 것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반성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진: 저는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이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했는데, 부모님들이 이런 단계를 거쳐가면서 느끼는구나, 하면서 처음 알았어요. 커밍아웃을 어떻게 할까 생각해도, 제가 시험관으로 낳은 아이라 좀 더 망설여져요. 부모님이 더 자책을 많이 하실 것 같아서. 서른 살 안에는 커밍아웃을 했으면 좋겠어요.

산지기: 너무 늦어지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모리: 언제 하는 게 좋을까요?

지인: 저는 자녀 입장에서는 늦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부모님이 ‘혼자 사느니 그게 낫겠구나’하면서 더 잘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거든요. 근데 엄마 입장에서는 더 일찍 알아야 하는데 늦게 알게 되면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미안함이 너무 클 것 같아요.

산지기: 저도 그건 똑같아요. 20대 중반에 알게 되어서. 애가 12살에 자기가 게이인 걸 알았다니까, 한 십 년 혼자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바람: 청소년 성소수자의 경우엔 자기 혐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제 주변에는 자기 혐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에 부모님이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경우엔 자기 혐오를 하면서 부모님한테도 압박을 받으니까 많이 힘들어 하더라고요. 스스로를 긍정하는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저도 그랬거든요. 저는 스스로를 완전히 긍정하고 난 후에, 26살 즈음 되면 하지 않을까 싶어요. 엄마는 걱정하시겠죠.

상수: 언제 커밍아웃을 하는 게 좋을진 모르겠지만, 부모도 자식을 바꾸려는 시도를 하지만 자녀들도 자기 자신을 바꾸려는 시도를 많이 해요. 자기 혐오가 끝난 다음에 하지 않으면 많이 힘들어요. 끝난 다음에 해야 할 것 같아요.

지인: PD수첩에서도 보면 커밍아웃을 하면 많은 부모들이 상담을 받으러 많이 가요. 근데 상담자들 중 태반이 동성애가 정신병이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상담 받을 때도 그랬어요. 부모들이 그 상태로 가서 그런 이야기 들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저는 상담자가 편견이 없어야하고, 어떻게 상담해야 할지 제대로 배우고 상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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