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모모임 소개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가시화되면서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부모도 늘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자녀의 성정체성을 알게 되어 고민하고 있는 부모님들의 모임입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기도 하며 어디에서도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습니다. 악화된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 신앙과의 갈등에 대해,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대해, 어떤 고민이든 이야기할 사람이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니까요.



성소수자 부모모임 열 번째 정기모임 대화록


일시: 1월 16일 화요일 7시

장소: 서울 마포구 동인련 사무실

참석:
- 지인: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옥: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 산지기: 게이 아들을 둔 아버지
- 오소리: 양성애자(가족이 전혀 모름)
- 모리: 게이(부모님과 누나들이 알고 있음)
- 바람: 젠더플루이드 범성애자(부모님과 형이 알고 있음)
- 민수: 게이(부모님이 알고 있음)
- 마루: 게이(가족이 전혀 모름)
- SH: 레즈비언(가족이 전혀 모름)
- 해리: 퀘스쳐너리(가족이 전혀 모름)
- 상수: 퀘스쳐너리(가족이 전혀 모름)

속기: 민수



모리: 다들 잘 지내셨나요? 오늘로 열 번째 모임이고요, 오늘도 마찬가지로 돌아가면서 자기소개하고 지난 한달 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이야기 하도록 해요. 저부터 할게요. 저는 모리이고요, 스물 일곱 살, 남성 동성애자입니다. 저번 모임 때오 오셨지만 오늘도 저희 아버지가 오셨어요. 저는 직접 말하진 않았고 누나가 엄마 아빠에게 4년 전에 말해서 아시게 되었고, 사이가 좋다 안 좋다 반복하고 있어요. 아버지는 많이 지지해주시는 편이에요. 동인련에 후원도 하고 계세요. 어머니는 별로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요. 큰누나랑은 사이가 많이 안 좋고, 작은누나는 제가 게이란 걸 알게 된 그날부터 한번도 대화를 한 적이 없어요.

상수: 저는 상수라고 하고요, 커밍아웃은 부모님께는 안 했고,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겐 딱히 숨기고 다닌 적은 없어요.

바람: 저는 바람이고요, 젠더 플루이드(성별 정체성이 유동적인 사람, 자기자신을 때로는 남성으로, 또는 여성으로, 혹은 규정 짓지 않는 사람) 범성애자 입니다.

모리: 어려운 용어가 나와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해드릴게요. 누구에게 성적 이끌림을 느끼느냐의 문제가 성적 지향이고요, 자신을 남성, 여성, 혹은 다른 무엇으로 느끼는지가 성별 정체성이에요. 많은 분들이 남성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여성을 헷갈려하는데, 동성애자는 성적 지향이 동성을 향하는 사람이고, 트랜스젠더는 자신이 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과 다른 성별로 스스로를 인식하는 사람이에요. 트랜스젠더도 이성애자일 수도 있고 동성애자일 수도 있어요.

산지기: 제가 알기로는 ‘floating sexuality’라는 용어로도 사용되는 것 같은데 맞나요? 계속 떠다니는. 모리 같은 경우엔 확실하게 남성으로써 남성을 좋아하는 동성애자이잖아요. 저 분은 아닌 거죠.

바람: 맞아요. 요즘 제 자신을 범성애자로 정체화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젠더 플루이드로 정체화하고 있어요.

모리: 범성애자라는 용어가 나왔는데요, 범성애는 성적 지향의 한 범주로, 쉽게 이야기하자면 양성애자와 비슷해요. 하지만 “양성애자”라는 말은 성별을 남성과 여성 둘로만 나누는 것이어서, 그런 성별이분법에 따르지 않고 어떤 성을 가진 사람에게든 이끌림을 느끼는 사람들을 일컬어요. 양성애자보다 조금 더 넓은 개념이죠.

바람: 최근에 집을 또 옮겼어요. 면목동에 살고 있었는데, 친구들을 많이 데리고 온다는 이유로, 끼떨고 시끄럽게 해서, 주인 집에서 쫓아냈어요. 자기 건물엔 동성연애자가 들어올 수 없다고. 옆집 여성 분이 신고를 했대요.

산지기: 동성애자라서가 아니라 그냥 시끄럽게 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부모들이 걱정하는 건 그냥 일반적인 이유일 수 있어요. 그런데 본인들이 소수자로 살다 보니까 너무 작은 일에도 상처를 쉽게 받는 게 부모로선 마음 아파요. 이번에도 그런 경우인 건 아닐까.

바람: 이번에 방 새로 넓은 곳으로 다시 구했어요.

민수: 스물 아홉 살 게이입니다. 부모님은 알고 계세요. 곧 거제도로 내려가요. 어머니가 다치셔셔 병간호 해드리러 갑니다.

마루: 저는 마루고요. 게이에요. 학교 졸업하고 회사 다니다가 동인련에 작년 4월에 가입했고요, 활동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에 회사 그만두고 조만간 다시 일 시작할 것 같습니다. 집에는 말씀 전혀 안 드렸어요. 주변에는 고등학교 동창 가장 친한 세 명에게만 했어요. 다행히 잘 받아줬고 지금도 잘 연락하며 지냅니다. 올해로 서른 한 살입니다. ‘내가 동성애자가 맞구나’하는 확신이 생긴 건 2008년도에요. 그 전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평범하게 그냥 살았어요. 주변에서도 의심한적 없고 신경도 안 쓰고 그렇게 지내왔던 것 같아요.

모리: 알아도 숨기거나, 부정하거나, 그러죠.

마루: 군대 갈 때만 해도, 이성과 연애 경험이 3번 있었어요. 4번째 여자친구를 군대 가면서 사귀었어요. 근데 성적으로 끌려서 사귄 건 없었던 거 같아요. 사회에선 이성애가 정상적이고, 그냥 그 아이가 괜찮으니까, 그래서 사귄 거죠.

시우: 양성애자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마루: 결국 군대가서 헤어졌어요. 군대에서 있던 시간이 스스로 고민을 제일 많이 한 시기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성에겐 성적인 매력이 전혀 안 느껴지는 거에요. 말그대로 그냥 여성인 거예요.

시우: 설렘, ‘보고 싶다’ 같은 감정 이런 게 없어요?

마루: 예쁘고 친하게 지낼수 있다고는 해도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에요. 그러다보니 ‘아 난 게이가 맞는 거였구나’하는 결론이 나왔고, 제 성적 지향을 깨닫게 된 거죠.

시우: 그럼 이게 바뀔 수도 있어요?

마루: 저는 그렇다고 생각해요. 성적 지향이란 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이분법적인 것도 아니라, 어느 선 상에서 조금 덜한, 혹은 더한 정도에 존재하는 거라고 해요.

산지기: 조심해야 할 것은, 부모들은 이성애자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는 거죠. 그렇지만 그런 기대는 안 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요.

시우: 저도 ‘부모가 어떻게 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때에는 양성애자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여전히 부모가 관여할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오소리: 저는 동인련에서 활동하는 오소리이고요, 스물 여섯 살이고 올해 졸업해요. 양성애자라고 깨달은 지 2년 밖에 안 되었어요. 그 전까진 여자만 좋아하는 이성애자인 줄 알고 있었고. 아직 부모님껜 말씀드리지 못했고 친한 친구에겐 이야기하고 다니고요, 현재는 남자를 사귀고 있어요.

시우: 친구들에게 말했을 때 반응은 어때요?

오소리: 제 경우엔 다 좋았어요. 나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친한 친구에게만 이야기하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모리: 남자도 좋아하는 줄은 어떻게 알았어요?

오소리: 지금 사귀는 애를 만나면서 알았어요

모리: 전염된 거 아니에요? (웃음)

오소리: 최근에 미국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어요. 미국 성소수자 가족 모임인 PFLAG 모임에도 갔는데, 큰 감동을 받았어요. 저도 한국에서 이런 모임을 만드는 데 참여해서 저희 어머니를 여기 데려오고 싶어졌어요.

지인: 어디 갔었어요?

오소리: 워싱턴 D.C., 솔트레이크 시티, 뉴올리언스에 갔어요. 뉴올리언스에 간 날이 마침 한 달에 한 번 PFLAG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이라 초대받아서 갔었어요. 성소수자 당사자도 오고, 부모와 같이 오기도 하고, 이성과 결혼해서 자식까지 낳은 사람인데 늦게 깨달아서 오신 분도 있고. 저는 좀 걱정되는게, 저희 어머니께선 제가 게이일 거란 생각을 전혀 못 하실 것 같아요. 제 친구들에게는 다 게이라고 이야기했거든요.

지인: 전혀 상상 안 해요 부모들은.

오소리: 예전에 “푸른 눈 모녀”가 <안녕하세요>라는 TV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거든요. 그때 “엄마 내가 결혼을 저런 특이한 사람이랑 하면 어떡할거야?”하고 물었는데, 절대 안 된대요. 방금전까진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차별해선 안 된다고 말하셨는데. 조금 실망했어요.

시우: 지금은 동성과 사귀시고 계시지만, 만약 헤어지고 여성과 만나 결혼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소리: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마 여자랑 결혼하진 않을 거 같아요.

시우: 애 낳고 싶진 않을까요?

오소리: 애 낳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지인: 저번에 모임에 오신 여성 양성애자 분께도 부모님께 커밍아웃하면 많이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린 적 있어요. 양성애자 부모님 입장에선 작은 희망이 있는 거니까 계속 이성을 만나게 하려고 할 테니까요.

오소리: 커밍아웃을 해도 그냥 동성애자라고 말하지 양성애자라고 말하진 않을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 처럼 여자 사귀라고 계속 노력하실 테니까요.

모리: 근데 지금 남자친구와 연애를 되게 오래 했잖아요. 부모님이 모르세요?

오소리: 모르세요.

모리: 맨날 나가면 어디가는지 안 궁금해하세요?

오소리: 저는 자취해서 그럴 걱정이 없어요.

상수: 저는 커밍아웃은 안 했는데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는 이야기 드렸어요. 저는 열네 살 전후에 일찍 안 편이에요. 계속 남자를 좋아해왔는데, 어느 순간 생각해보니까 이게 동성애자라고 부르는 거더라고요. 만약 부모님께 커밍아웃 했을 때, 니가 이런 단체에서 활동해서, 그런 사람들이랑 어울려서 영향 받은 거라고 말하실 거 같아서 커밍아웃하는 걸 고민하고 있어요.

시우: 부모님이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것 같아요.

산지기: 부모님께 언젠가는 말씀드려야 하잖아요? 커밍아웃을 받은 부모 입장에서 말하자면, 커밍아웃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부모님이 나를 편견으로 볼 거라는 건 기우인 것 같아요. 저희 아들은 자기 자신이 소수자이다 보니까 본인 무의식 속에 방어기제가 굉장히 발달되어 있어요. 조금만 뭐라고 해도 상처를 크게 받는. 건방진 소리인지도 모르겠지만, 부모 입장이고 오래 살았으니까 한 마디 하자면, 내 부모, 내 가족은 내 편이에요. 그것에 대한 믿음은 100% 믿고 말씀하시면, 어떤 방식으로든 될 거라 생각해요. ‘나를 계속 사랑할거야’라고 생각하면. 서로 말이 거칠면 서로 상처 받아요. 소수자들은 자기가 더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없앨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상수: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제 친구 중엔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하고나서 사이가 안 좋아져서 집을 나왔는데, 자살 시도까지 하고, 아버지는 더 이상 연락도 안 되고 그런 애도 있어요.

오소리: 저는 제가 상처 받는 것보다 어머니가 상처 받는 게 두려워요. 제가 얼마 전에 인권운동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고 어머니께 말씀 드렸는데, 밤새 우셨대요. 대기업에 취직하고 평범한 삶을 살길 원하시니까. 고작 이걸로도 우셨는데 게이라고 말하면 얼마나 더 우실지.

시우: 한번 더 우셔야 해요. 한 번 울고 나면 마음이 조금 풀리기도 하고, 받아 들일건 받아들이고.

모리: 자기 자신이 준비가 되었을 때 말하는 게 좋은것 같아요.

마루: 안 좋은 반응이 나올 것도 예상하고 말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들이닥치면 감당하기 힘들겠죠.

모리: 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커밍아웃 받는 사람을 위한 시간이기도 해요. 가족에게 커밍아웃 하고 나면, 가족들이 나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에이즈부터 동성결혼까지 이것저것 물어볼 텐데, 사실 성소수자라고 해서 자동으로 그걸 알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내가 행복할 수 있는지 나도 확신할 수 없는데 가족에게 그걸 어떻게 설득해요. 어떻게 살아갈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내 스스로부터 확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걸 무시하고 저희 누나처럼 자기 마음대로 아웃팅해버리는건 정말 폭력적이에요. 누나한테만 부모인 게 아니거든요. 내 부모이기도 한데.

상수: 남에게 커밍아웃하면 관계가 틀어지면 그만인데, 가족은 그렇게 관계를 끊을 수가 없으니까.

바람: 저희 형도 제 계획을 다 틀어놨어요. 형이 술마시고 부모님께 고자질했어요. 그걸 방 밖에서 들었을 때 정말 멘붕이었어요. 아버지껜 6년 뒤에, 어머니껜 좀 더 천천히 이야기 드리려고 했는데.

(민해리씨 도착)

민해리: 안녕하세요, 동인련 여성모임에서 활동 중인 스물 아홉 살 직장인 민해리입니다. 저는 퀘스쳐너리에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않은 상태인 거에요. 이성애자일 수도 있고 레즈비언일 수도 있고,

지인: 갈등은 없었나요?

민해리: 지금도 있지만 관계에 대한 불안감 같은 게 있어요. 부모님의 관계가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 ‘누군가와 사랑해야겠다’, ‘만나야겠다’하는 생각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부모님과는 크게 갈등하지 않아요. 나름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근황은 늘 그렇듯 일을 많이 해서… 동인련 활동보단 직장 일을 더 좋아해요.

시우: 여자분들 중에 저런 분들이 많아요. 연애 관심없고, 쿨하면서, 자기 일에 집중하고, 마흔 살이 되도록 결혼 안하고 일만 하는. 그럼 그런 사람들이 다 동성애자인 거예요?

민해리: 다 그렇다고 볼 수는 없죠. 사람마다 다 상황이 다르니까요. 잘 모르겠어요. 무성애자일수도 있고요.

모리: 무성애자라는 용어가 나왔는데요, 쉽게 말하자면 무성애자는 사랑하는 감정은 있어도 그 사람에게 성적인 이끌림은 느끼지 않는 사람이에요.

시우: 이렇게 다양한 줄 몰랐어요.

마루: 분절적인 여러 개의 정체성이 아니라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이해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이성애자, 양성애자, 동성애자라는 용어 때문에 나눠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람마다 조금씩 그 정도의 차이가 있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그냥 이성애자라고 생각하지만 100% 이성애자는 얼마 없을 거예요.

상수: 이성애자들도 그 스펙트럼 상에 놓여있는 거에요.

지인: 저희 아들은 19살이에요. 애가 미국에 있다가 어렸을 때 한국에 왔는데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힘들어했는데 원인을 몰랐어요. 그냥 애가 약해서 그런가보다 했거든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기는 미국에 가야한다고 하길래, 애 핸드폰 문자를 보고 알게 된 후 며칠 동안 아이와 마찰이 심했어요. 제가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는, 두 가지만 알았어도 안 싸웠을 거예요. 하나는 얘가 동성애자인 게 선택한 거라고 생각한 것, ‘그 결심만 바꾸게 하면 되겠구나’하고 생각했던 거에요. 다른 하나는 애가 그 전부터 혼자 많이 힘들었다는 거. 애랑 한창 싸울 때 애한테 얼마나 되었냐고 물어보니까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그랬다는 거예요. 저는 그때 니가 뭘 아냐고, 잘못 안 거라고 말해버린 거에요. 그렇게 힘들었단 걸 알았다면, “혼자 많이 힘들었겠구나”하고 말해줬을 텐데, 그 때는 ‘이게 엄마를 힘들게 하려고 하는구나’ 이런 생각 밖에 못 했어요. 여기 와서 다른 분들 이야기 들어보니까 동성애자들은 4학년, 5학년 이때 쯤 많이 자각하더라구요.

시우: 부모교육이 참 필요해요.

지인: 선택이 아니라는 자료를 보여주면 좋을텐데. 근데 인터넷엔 잘못된 자료도 너무 많아요. 네이버에 검색하면 바성연이랑 건사연에서 쓴 글들만 맨 앞에 쭉 나와요. 저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트랜스젠더인 자녀에 대해 이야기 한 거랑,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가 좋아요.

마루: 그 영화를 얼마 전에 혼자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지인: 자식을 완전히 지지하기 이전의 부모들이 이 영화를 보면 정말 좋아요.

옥: 저는 서른두 살 게이 아들을 둔 엄마에요. 알게 된 건 정말 옛날이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대학교 1학년 때 “엄마 나 할 말이 있어” 하는데 감이 딱 오더라고요. 멈칫멈칫 하더니 이야기를 했어요. 저는 일단은 받아들였어요. 그 후에 아들이 갖다 준 책에 영화 <바비를 위한 기도>와 비슷한 내용이 있었어요. 그걸 읽고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그때부터 무조건 아들 편을 들었는데, 문제는 아빠한테 이야기했는데 부딫힌 거예요. 갈등기간이 상당히 길었어요. 아들은 예전부터 여기 와서 활동했어요. 지금은 이 문제보단 어떻게 살지로 더 고민하는 것 같아요.

산지기: 가족이 편하게 받아들여야 밖으로 나가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산지기이고요, 모리 아빱니다. 부산에서 왔습니다. 이 모임을 통해서 여기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요., 이 모임 사이트 조회수가 꽤 되더군요. 처음에 낯설고 잘 몰라서 오해하는 부모님들이 카페에 올라오는 것들을 보면서라도 마음의 평화, 희망, ‘이쪽 세상도 괜찮네’하는 위안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거의 어머니들만 계신 것 같기에 아버지도 한 명 참여해야 할 것 같아서 모임에 나오게 됐습니다. 근황은 아까 커밍아웃 맥락이랑 같이 하자면, 다음 달에 설이잖아요, 저희 아들이 아까 자기 소개할 때 이야기했지만, 누나들이랑 문제 있고 나서 서로가 삐져서 안 보려고 하거든요. 지난 몇 년간은 싸울까봐 아들이 명절에 집에 안 내려왔었어요. 만 3년째 안 내려오는 설인데, 올해는 내려오고 싶어해요. 근데 조건이 누나들 오지 말라고 해 달래요. 근데 제 욕심엔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는거고, 서로서로를 용서하고 이해해서 같이 있으면 좋잖아요? 얼마 전엔 큰아이에게 이야기했어요. “막내동생이 내려오려고하는데 내려올래?”하고. 서로 자존심이 강한데, 서로 인정 안 하지만, 어쨌든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얘는 누나가 자기에게 사과하라고 이야기했어요. 근데 제가 보기엔 큰아이가 저 애를 사랑하니까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거죠. 큰아이가 얼마 전에도 그러더라구요. “제가 성 정체성 때문에 화를 내고 나무라는 게 아니라, 그걸 왜 어릴 때부터 같이 컸던 누나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속였느냐 하는 거예요.”라고. 근데 서로 감정이 격해지면 본인도 모르게 말이 나오는 거죠. 얘 누나도 다 받아들인다고는 했어요.

SH: 안녕하세요 저는 레즈비언이고, 스물 아홉 살이에요.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여자가 좋았어요. 중학교 때 사귀던 여자친구 통화를 오래하다보니 당시에 핸드폰 요금이 18만원이 나와서 엄마한테 혼난 적이 있어요. 그 후로 집을 나오고 싶어서 기숙사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지금은 사이가 좋아진 편이긴 해요. 하지만 지금 이 문제를 제가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마음 속에 계속 거리감이 있을 것 같아요. 결정적으로 부모님에게 이야기하고 싶게 된 계기는, 전에 만났던 여자친구가 부모님이 다 알고 계서서 저랑 여자친구 부모님이랑 밥도 같이 먹고 그랬었거든요. 여자친구랑 싸우면 그 친구는 친구의 부모님한테 하소연도 하고 그럴텐데 저만 제 편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저는 가족과 직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 정체성에 대해 알고 있어요. 주변 다른 사람들은 받아줬는데 가족은 아닌 거예요. 그래서 커밍아웃이 하고 싶은데 무서운 거예요.
 왜 무서운지 생각하다가 부모님이 엄격하긴 하신데 이게 문제는 아닌거 같고, 커밍아웃이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큰 문제라 그런 듯 해요. 사회적 분위기가 이쪽에 대해 성숙하지 않았고 커밍아웃을 하기엔 아직 방어막은 없는데 그 피해는 개인에게 돌아가니까. 상처가 되는 게 두려운 것 같아요. 더 좋으려고 하는 건데 상처가 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제가 주위에 물어보면 대부분 부모님에게는 안하는게 낫다고 말해요. 상처만 남고 이해받지 못한 커밍아웃인거죠. 행복해지기 위해 커밍아웃을 하는건데, 결국 안하느니만 못한 고백이 된 거예요. 그런데 이게 왜 자꾸 반복이 될까? 결국 개인의 힘으로는 풀어내기 힘든 문제인거죠. 그런 의미에서 커밍아웃은 꼭 성공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공의 기억이 쌓이다보면 사회가 변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생각을 한게, 사회적으로 연예인들이 커밍아웃하는건 이슈만 될 뿐이지 큰 변화가 일어나진 않지만, 사회구성원의 한 명 한 명의 커밍아웃은 영향력이 클 것 같아요. ‘TV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구나, 내 옆에도 있는 사람들이구나’하는 거죠. 그런데 만약 그것이 특정한 기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그렇다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확산이 되고, 사회적 이슈가 되고 인식이 바꾸는데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생각해오던 운동인데 부모모임과 연계되면 좋을 것 같아서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가장 큰 두려움은 ‘혹시 부모님 귀에 들어가진 않을까?’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저는 해가 갈수록 나이들어가는 부모님을 보며 걱정이 되요. 조금이라도 정정하실 때 커밍아웃을 해야하는데 말이죠. 얼마 전에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자식이 부모님에게 성소수자 부모모임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주는 방식으로 커밍아웃을 하는 걸 봤어요. 커밍아웃을 하면 부모님들이 많이 괴로워하시거든요. 부모모임이 활성화되면 '내 자식이 이상한 게 아니구나.'하는 위로도 받을 수 있고 편견도 좀 더 쉽게 없앨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 치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모임이 한국에서도 가능할 것 같은게, 초등학교 중학교 어머니회처럼, 부모님들께는 자식을 주제로 한 모임을 이미 여러 번 경험하셨잖아요. 이런 모임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왔는데 이해해주시는 부모님들이라 정말 감동이고 힘이 되네요. 감사합니다.

지인: 부모모임을 알리면서 커밍아웃하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부모님들도 자기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못하거든요. 이런 자조모임이 제일 좋아요. 마음이 치유가 되고.


- 끝 -


* 다음 모임
2월 14일 토요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동인련 사무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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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03 22:31 [Edit/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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