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들은 정상성 규범으로부터 일탈되고 배제되고 삭제압력을 받지만 그렇기에 정상성규범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저항하고 새로운 윤리와 제도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 장애와 접점을 갖는다. 장애로 취급되거나 장애 당사자로서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성소수자로서 장애를 대하는 경험은 어떨지 여러 분야에 걸쳐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바람(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상대방에게 비장애인으로 보여지는 사람들이 있다. 일상 속에 존재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회색지대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회색의 공간
내가 앓고 있는 선천성심장질환 그리고 수술
1995년 1월 의사에게 ASD(심방중격결손증) 와 VSD(심실중격결손증), MR 이라는 질환을 진단 받았다. (선천적으로 심방과 심실 내부에 구멍이 생겨 ‘정상적인’ 심장운동 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말한다.) 진단을 받은 뒤에 세 번의 수술을 무사히 받고 저녁마다 약을 심장의 운동기능을 활성화 시켜주는 약물을 복용 해야 하는 귀찮음이 있다.
장애인으로써 커밍아웃의 어려움
장미뉴스에서 장애 관련 기사를 읽던 중에 ‘장밍아웃’ 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유해하지 않은 단어지만 장애인과 커밍아웃의 합성어 겠거니 하고 웃어 넘겼다. 하지만 기분이 이상하다.
나의 장애를 굳이 커밍아웃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속상하고 또 웃기다.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장애인이라고 커밍아웃을 하지 않으면 장애인에 대한 농담, 성희롱, 조롱 같은 반인권적인 단어나 문장을 들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인 언행들
지하철 교통약자석에 앉아 귀가 하던 중 한 노인 승객에게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말과 혐오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 승객들에게 나를 가리키면서 “장애인 새끼들은 다 총으로 쏴 죽여야 한다.”, “나라에 도움도 안되고 세금만 축 내는 쓰레기들”이라는 말을 뱉으면서 “자기 아들 같다는”이유로 내 왼쪽 허벅지를 만졌다. 내가 반항을 하자 그 노인은 내 멱살을 붙잡고 “장애인 새끼가 어디서 따박따박 어른이 하는 말에 토를 다느냐, 장애인이면 장애인 답게 장애인 연금을 받으면서 밖에 나오지 말고 방에서만 지내라.”고 소리 질렀다.명백한 폭력이었다.
“나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폭력을 당하지 않겠지” 했던 오만한 생각이 깨졌다.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그대로 받으니 말로 표현을 못할 정도의 공포감이 몸을 덮었다. ”아 정말 나는 저 사람의 말처럼 ‘장애인’ 이니까 세상 밖으로 나가면 안되고 비장애인 이하의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집 밖의 풍경이 공포로 다가왔다. 장애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인도 이 정도의 공포감을 갖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장애인 그대로,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결국 한국사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라는 체념과 분노가 교차했다.
만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순환기 장애 3급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장애인으로 등록되고 장애인으로 살아간지 2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장애인이 살아가기에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아직 우리나라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많은 위험과 차별 그리고 혐오가 존재한다.
나 또한 장애인혐오를 최근 들어 경험하고 피해당했다.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 할수록 장애인이 살기에는 위험한 나라가 되고있다.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점차 커져간다. 혐오를 어떻게 감당하고 이겨낼지 끝없는 고민에 휩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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