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종종 성소수자와 장애인에 접근하는 사회적 인식을 비교하곤 한다. 혐오와 동정, 배제와 시혜의 관점은 비슷한 듯 다르게 체감된다. 동성애가 성도덕을 위반하는 혐오대상으로 갈음된다면 장애인은 동정과 시혜로 필터링된다는 비교가 이젠 익숙하게 (그만큼 전형적으로) 들린다. 동성애가 성도덕 사수를 위한 최후의 보루처럼 사회전반을 검열하여 정치적 논쟁으로 소모된다면, 장애는 시혜성 제도 아래 의료적 손상을 등급으로 나눠 사람의 장애와 비장애 여부를, 장애 등급을 구분한다고 풀어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물론 이 접근은 역으로도 적용할 수 있다. 성소수자는 불행하고 우울한 존재이기에 치유와 전환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동성애 진영 내부에 환기된다. 반대로 장애인은 (최근 지적장애인시설 반대를 보더라도)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존재, 올바른 교육에 악영향을 주는 존재로 낙인찍힌다. 장애와 성소수자 양자의 넓고 복잡한 맥락을 뭉뚱그린 거친 비교지만, 정상성 규범과 그에 대한 오랜 투쟁의 역사는 둘의 상이한 맥락들을 관류한다.

 

정상성 규범 위에 사회적 소수자 당사자와 비당사자를 나누는 이분법적 구도는 당사자로 하여금 동정과 수치심을, 혐오와 모욕을 동반한다. 하지만 이분법이 항상 몸과 마음을 간명하게 재단하는 것은 아니다. 단적으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트랜스젠더는 젠더불일치 장애로 명명되었다. HIV/AIDS감염인과 같은 만성질환 당사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는 장애인이 보장 받는 공적 제도의 적용을 고민하게 만든다. 성소수자 차별선동과 혐오가 난무하는 사회에서 당사자는 정신질환에 취약하다.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바로잡는 자긍심운동이 정신질환을 겪는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로도 이어진다. 커뮤니티 내부 성소수자 장애인은 고민된 적이 있을까. 성소수자 장애인들의 젠더감수성과 성적 권리는 아직까지 오랜 침묵 속에 제 언어가 울림이 될 수 있는 통로를 탐색하고 있다.

 

불편이고 불완전이며 불안으로 점철되곤 했던 소수자의 몸과 마음에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장애와 비장애가 교차한다. 장애와 성소수자로 호명되는 언어에 대해 구성원들은 동일시하거나 거리를 두고, 때론 부정하기도 한다. 명명하고 명명되는 가운데 나와 규범의 관계, 나와 타인의 관계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나아가 규범에 대한 태도가 저마다의 삶을 구성하기에 성소수자와 장애의 문제는 존재와 관계로 확장된다. 제도와 인식의 경계에 정위되어 노동권을 상실하고 공적 장소에서 소외된다는 점에 성소수자와 장애는 노동과 빈곤의 문제와도 결부된다. 열악한 치료접근권과 건강권은 표준적인 노동주체의 모델을 상정함으로써 성소수자와 장애를 노동과 엮는다. 규범은 다시금 성소수자와 장애인을 2등시민으로, 하위주체로 밀어넣는다.

 

이는 우리의 삶에서 장애가 어떻게 경험되고 있는지 묻게 한다. 성소수자로서 장애를 대하는 경험, 혹은 그 반대적 경험은 어떻게 접근되어야 할까. 장애의 낙인 한편에는 장애로조차 인지되지 못하는 오랜 아픔들이 있고, 사회의 보호와 지원을 필요로 한다. 장애인으로서 자신을 정체화하고 치료와 사회접근권을 요구할 수 있지만, 나의 몸과 마음의 울렁임을 장애로 호명하는데 저항하고, 장애를 굴레로 만드는 사회적 제도와 환경들에 문제제기 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장애로 인정받고 제도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등록되지 못한 ‘장애’의 호소가 울리는가 하면, 장애와 사회적 지원을 저울질하면서 당사자들에게 등급을 매기고 제한을 두는 제도적 프레임을 집단적으로 문제삼을 수도 있다. 끊임 없는 질문과 다양한 갈래의 경험들을 고려하는 장애와 성소수자가 교차하는 성찰의 과정은 새로운 언어, 몸의 새로운 해석을 가능케 하는 가능성을 배태한다.

 

성소수자들은 정상성 규범으로부터 일탈되고 배제되고 삭제압력을 받지만 그렇기에 정상성규범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저항하고 새로운 윤리와 제도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 장애와 접점을 갖는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정치적인 이유이자 장애가 정치적인 이유일 것이다. 장애에 대한 다양한 결의 생각들, 내 몸과 마음이 안고 있는 장애를 장애로 인지하는 경험들, 우리의 문제로서 장애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여기의 필자들은 성소수자로서 얼마간의 경·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고백하거나 의식적으로 장애와 거리를 유지하고 둘 사이의 접점과 교차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읽어가며 장애와 비장애 구분에 앞서 타인을 마주함에 나의 몸을 바라보고, 나와 타인을 구획짓는 사회의 기준을 비판적으로 주시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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