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들은 정상성 규범으로부터 일탈되고 배제되고 삭제압력을 받지만 그렇기에 정상성규범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저항하고 새로운 윤리와 제도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 장애와 접점을 갖는다. 장애로 취급되거나 장애 당사자로서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성소수자로서 장애를 대하는 경험은 어떨지 여러 분야에 걸쳐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성소수자와 장애] 기획의 글- 반짝반짝 서로를 비추는 성소수자와 장애의 이상한 커넥션 보러가기


상훈(청소년·청년 HIV/AIDS감염인 커뮤니티 ‘알’)

 

 

나는 2011년도 ICCAP10(부산에서 개최된 제 10회 아시아태평양HIV/AIDS대회) 을 통해 첫 HIV/AIDS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첫 활동인 만큼 경험이 없었지만, HIV/AIDS청소년감염인 당사자 활동을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청소년 위원회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다행히도 여러 분야에 경험이 많은 은찬, 해밀, 곱단과 같은 청소년활동가들과 함께 ICCAP10에서 청소년위원회를 담당하는 일종의 프로젝트팀이 꾸려졌었다.
 
ICCAP10 이후 청소년·청년감염인 커뮤니티 '알'을 만들고 조금 지나서 감염인들 사이에 HIV/AIDS감염인을 대상으로 장애인등록이 허용돼야 한다는 이슈가 종종 수면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쳤다. 알에서도 잠깐 우리들이 가진 질병으로 인한 장애등록을 이야기나눴다. 분위기만 보자면 '반대'가 우세했고, "우리가 장애를 갖지 않았는데 무슨 장애인등록이냐"라는 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된 이유였다. 그러다가 곱단이 이야기를 막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장애'라는 정의는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장애인 등록에 대해서 논의하려면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장애인 등록'에 대해 논하려 했던 자신이 부끄럽다.

 

이런저런 고민을 했다. "왜 활동가들 사이에서 감염인을 장애인등록을 하도록 하자라는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해서 물어봤다. 누군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는 "감염인들은 사회적인 차별과 편견이 심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기가 힘들다는 사회적인 요인으로 '장애'가 발생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어느 정도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의문이 가득했다.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난무하는 집단은 비단 감염인 집단만 해당하지 않지 않은가? 그렇다면 성소수자들도 장애인으로 분류돼야 하는 것 아닌가?

 

[2016LGBTI 인권포럼 : The 더러운 커넥션]의 HIV/AIDS섹션을 듣기 위해 서울대를 방문했다. 섹션을 마친 '웅'님이 나에게 다가와 행성인 웹진에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웹진에 글을 실으려고 한다"면서 HIV/AIDS감염인들의 장애인 등록과 관련해서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흔쾌히 하겠다고는 했지만 내심 걱정도 많았다.
 
원고청탁을 받으면서 시간이 될 때 마다 장애인 관련 정보들을 찾았다. 생소한 정보들을 접하면서 스스로가 한심하고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의 눈이 좋지 않으셔서 어머니가 외출을 할 때면 늘 가족 중 누군가가 동행해야 했다. 동행인이 주로 나였음에도 장애인 관련 이슈에 민감하지 않았던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스스로가 미워지기도 했다. 모르는 단어들 천지에, 지식이 없다 보니 정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일쑤였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그 동안 이슈가 몇 번 되었다. 어머니의 외출에도 늘 고민이 많았던 나로서는 장애인 이동권은 충분히 공감하던 바였다. 하지만 '장애등급제 폐지'같은 경우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장애인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ICF(기능, 장애, 건강에 대한 국제 분류)를 접했다. 현재의 장애등급제가 건강조건이나 손상정도에 치중한다면, ICF는 건강조건과 신체기능과 조건, 환경적 요소와 개인적 요소를 모두 체크해 분류하게 된다. HIV/AIDS감염인에게 적용시켜보자면 건강상태는 HIV감염상태이고 상황에 따라서 AIDS로 진행 될 수도 있다. AIDS로 진행됐다면 기회감염을 통해 신체적 손상을 불러 올 수도 있다. 환경적 요소로는 사회적 차별과 편견이 심하다. 따라서 ICF의 분류대로라면 HIV/AIDS감염인도 장애로 분류 된다.
 
현재 한국은 HIV/AIDS감염인을 장애인으로 분류하는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ICF를 도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HIV/AIDS감염인을 장애인으로 분류한 모든 나라가 ICF를 도입한 것은 아니다.) 장애등급제를 적용하는 상황에서 현재 HIV감염인들은 AIDS상태에서 기회감염 이후 신체적 손상을 갖게 된 사람들에 한해서만 장애등급을 받는다.
 
HIV/AIDS감염인들은 사회적으로 차별과 편견이 심하기 때문에 제도적 보호가 절실하다. 그래서 ICF도입을 적극 찬성한다. 비단 감염인 당사자로서가 아니더라도 눈이 좋지 않으신 어머니부터 누나가 일하는 복지관으로 봉사활동을 가서 만났던 많은 장애아동들이 ICF도입으로 더 나은, 더 올바른 복지를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등급제폐지가 '첫 걸음'이라는 것을 이 글을 준비하면서 알게 됐다. 너무 늦게 알게 된 것 같아 아직도 부끄럽다.
 


 
HIV/AIDS감염인당사자들이 장애인 등록을 위해서 한국사회의 '장애'에 대한 정의부터 재정립 해야 하고 HIV/AIDS활동가들의 ICF에 대한 이해와 HIV/AIDS감염인 당사자들과 함께 장애등급제폐지를 함께 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알려준 곱단과 더 많은 공부를 할 동기를 부여해준 웅씨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많은 HIV/AIDS감염인들이 이 글을 읽고 HIV/AIDS감염인들의 장애인 등록과 함께 장애등록제폐지에 대해 생각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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