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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AIDS

알과 행성인, 2017년에도 서로의 동료가 되자

by 행성인 2016. 12. 14.

인터뷰 한 사람: 호림(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팀)

인터뷰 받은 사람: 상훈, 소리(한국 청소년·청년 감염인 커뮤니티 '알')

 

최근 3-4년 동안 행성인 HIV/AIDS 인권팀과 가장 많은 일을 함께 한 단체는 한국 청소년·청년 감염인 커뮤니티 알이었습니다. 2014년 퀴어문화축제 부스를 함께 준비하며 처음 만난 알과 인권팀은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만들어왔습니다. 인권팀도 알도 활동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2016년은 외부로 드러나는 연대활동은 적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만나 고민을 나누고 새로운 일을 모색하며 관계가 한층 더 끈끈해진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세계 에이즈의 날 다음날인 12월 2일, 행성인의 호림이 알의 상훈 & 소리를 인터뷰 했습니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존댓말과 반말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터뷰를 가장한 수다를 펼친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주세요!

 

* 인터뷰 녹취록 작성에는 빗방울과 용용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호림: 일단, 각자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상훈: 소개? 소개를 뭘 하지...

 

소리: 몇 살이고, 어디살고, 탑인지 바텀인지, 장소는 있는지 없는지(웃음)

 

상훈: 29.9살, 청소년 청년 감염인 커뮤니티 '알' 에서 활동하고 있고, 최근에 방송국을 그만두고 (12월) 15일부터 띵동에 출근하기로 한 상훈입니다. 장소는 이제 없어요(웃음)

 

소리: 같이 알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리라고 하고, 미아동에 살고 있고, 대학교 졸업예정이에요. 졸업 후에는 아마 활동을 계속 이어 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호림: 청소년 청년 감염인 커뮤니티 알은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상훈: 알은 2011년도 아이캅 (참고: 사진과 영상으로 다시 보는 2011년 제10차 아시아 태평양 에이즈 대회 IN BUSAN) 을 계기로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초기 멤버로는 소주, 저, 은찬도 있었구요, 되게 많았어. 그 고등학생 이라는 분도 있었고. 많은 멤버교체가 발생하는 중에 저만 유일하게 살아남아서...(웃음)

 

소리: 형이랑 소주만 살아남았지.

 

상훈: 공백 없이 활동한건 저 밖에 없구요.

 

상훈: 알이 초기에 만들어졌을 때 알이라는 모임에 대한 그림은 이런 거였어요. 활동하는 집단, 지금의 지기(*알에서는 운영진을 “지기”라고 부른다)들이 있고, 커뮤니티 회원들이 있고. 커뮤니티 회원들이 알이라는 모임에 모여 놀면서,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이런 걸 얘기하면 함께 놀던 지기들이 이걸 캐치해서 활동으로 만들어내는 거죠. 그래서 처음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모임을 만든 거 였어요.

 

호림: 소리는 알에서 언제부터 활동했지?

 

소리: 나는 커뮤니티 멤버로서만 활동을 하다가, 정확하게 시작한건 작년 7월 인권캠프 준비하면서부터. 지금 현재는 커뮤니티 내부 프로그램을, 정기모임이라든가 비정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고. 대외적인 활동으로는 알이 KNP+(한국 감염인 연합회)에 소속되어있으니까 거기 활동. 그리고 나누리라든가 HIV/AIDS 이슈에 관련된 활동이면 거의 다 참여하고 있어요.

 

상훈: 나는 주로 하는 게 행성인 같은 협력단체들에서 뭔가 필요하다고 하면 가서 같이 하고, KNP+는 얘(소리)가 주로 맡고 있고. 커뮤니티 내부 모임은 지금 정기적으로 모이는 건 한 달에 한번인데, 격 달로 한 달은 교육, 인권에 대한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한 달은 편하게 모이는 모임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청소년 청년들의 이슈를 엄청나게 터트리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다른 이슈들에 묻히는 게 싫었어

 

 

호림: 감염인 자조모임 중 알은 유일하게 10대 20대 감염인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이기도 하고, 연령 제한을 두고 있는 유일한 모임이잖아. 왜 10대 20대를 대상으로 한 모임을 만들게 된 거 였어?

 

상훈: 처음에 어땠냐면... 아이캅을 시작할 때, 개인적인 침체기였어. 뭔가를 극복해 보고 싶다 하는 생각 때문에 아이캅에 나가게 된 거야. 딱 그 전역해서 복학하기 전까지 그 기간이 너무 심심하잖아요. 복학하고 나면 좀 괜찮을 것 같아, 사람도 만나니까. 근데 사람을 안 만나는 그 방학 시즌이 너무 두려웠던 거야. 그래서 방학 때 뭔가를 해야 될 것 같은데... 내가 막 영어공부를 할 성격은 아니고(웃음). 뭘 하고 싶은데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때 한창 건강나누리 있을 때였거든. 문수 대표랑 건강나누리에서 아이캅 준비를 함께 하자고 하더라고.

 

호림: 감염인임을 드러내고 활동하는 건 되게 용기를 내야하는 일이잖아.

 

소리: 얼굴을 내비춰야 하니깐.

 

상훈: 그 전에는 모임도 한 번 나갔나, 두 번 나갔나...

 

소리: 용기 많이 냈네.

 

상훈: 내 스스로도 뭔가 극복해보자 생각해서 나갔던 게 아이캅이었는데, 그때 딱 나가고 보니까 청소년 소위원회에 감염인 당사자가 필요해. 근데 당사자(나)는 있는데, (나는) 활동 경력이 없잖아. 거기에 은찬이 들어오고 소주 들어오고, 해밀도 오고 이렇게 해서 그때 당시엔 프로젝트 팀이 만들어 진거지, 아이캅을 위한. 생각 외로 아시아에 되게 청소년 “유스 Youth”라는 네임을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가 엄청 많더라고. 그때 당시 없는 데가 세 군데였는데, 일단 아시아 지역에선 한국, 중국, 일본.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다 있었어.

 

소리: 정말 끼리끼리 없네.(웃음)

 

상훈: 각 나라의 청소년 이슈에 대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 하고 활기차게 뭔가를 하는 게 되게 멋져 보이기도 했고, 한편으론 우리나라도 그런 게 필요한 지에 대해 고민도 하기 시작했거든. 지금도 KNP+만 봤을 때 한창 막 집중하고 있는 게 진료거부 사례니까 우리하고 약간 다르잖아. 물론 진료거부도 포함 되어있긴 한데 그게 우리한텐 교집합의 느낌이거든. 우리는 직장문제나 군면제, 가족들하고 엮여있는 사람도 많으니까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조명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싶어. 물론 감염인 단체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청소년, 청년이 뭔가 소외된다는 느낌이 싫어서... 청소년과 청년들의 이슈를 엄청나게 터트리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다른 이슈들에 묻히는 게 싫었어. 그래서 묻히지 않게라도 하자, 그런 생각이 있었지.

 

호림: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보자면, 청소년 청년 감염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뭘까?

 

상훈: 일단 군대 문제, 취업. 가장 큰 건 이 두 가지 같고,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자면 가족, 연애, 인간관계.

 

소리: 군대는 일단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군대 가기 전에 알았거나 입대 후에 알았거나. 나 같은 경우에는 군대 가기 전에 알았고. 검사를 통해서 HIV양성 반응이 나오면 자동으로 6급 판정을 받아서 면제로 빠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내가 면제인 이유를 설명하기도 되게 애매해지는 거지. 그리고 워낙 오지랖이 넓은 한국 사회다 보니까 취업 때 면접관들이 항상 묻는 게 “군대 왜 안다녀왔어요?” 이런 질문. 나 같은 경우엔 “그걸 꼭 말해야하나요?” 이런 식으로 되받아 칠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진 않지. 가장 그게 큰 문제인 것 같고.

 

두 번째론 아까 말했다시피 군대에서 진단 받았을 경우. 올해 초에도 사건 (참고: [성명] “질병정보 노출, 에이즈 강제검사, 내무반 소독” 경찰청의 무능하고 호들갑스러운 대응이 에이즈 공포를 강화 시켰다!!) 이 있었죠. 문제가 왜 컸냐면, 정보 관리자들이 법적으로 개인정보를 누설해서는 안 되고, 에이즈예방법에도 질병정보를 누설해선 안 된다고 나와 있는데, 그게 기자들에게 누설이 되었고, 그 기자들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뉴스 기사가 터졌고, 경찰청 측에서도 맞다고 했고, 이러니까 문제가 더 커진 거죠. 그 후의 조치가 더 웃겼던 게 격리조치를 하고나서 부대 내부 전체를 소독을 했다고... 일반적으로는 가장 많은 사례가 군대 내에서 알게 되어 강제전역을 당하고 부모님께 통보당하는 사례에요. 보통 강제전역일 경우 법정보호자에게 연락이 가게끔 되어있는데 별다른 고려 없이 그냥 “당신의 자녀가 HIV에 감염되었다, 양성이다” 그렇게 내보낸다고. 그러니까 본인이 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모님께 알려지는 결과가 나오게 돼서 더 큰일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소리: 또 한 가지 이슈인 게 청소년. 학교도 학교인데, 만 19세 미만의 감염인일 경우에는 무조건 법정 보호자에게 병명이 통보되게끔 되어있어서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에 있어서 제약을 많이 받는다는 점.

 

호림: 본인이 준비가 되었을 때 알려야 하는데...

 

상훈: 가족이 엮인다는 것 자체가...

 

소리: 가족이 엮이면 다 이슈가 되거든.

 

상훈: 그리고 20대 같은 경우에도 병원에 꾸준히 다녀야 하니까 특진비가 생긴다든지 아니면 예방접종을 맞아야 한다든가 그러면 경제력을 활용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20대 초반에는 대학을 다니는 상황이라면 특히 부모님의 손을 빌려서 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에 부모님께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은 상태라면 경제적인 문제도 생기기도 하고.

 

 

내가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딱 박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경험, 이 맛을 나만 알고 싶은 게 아니었던 거야

 

 

호림: 2011년 알이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데 2013년 정도까지만 해도 알은 거의 내부적인 활동밖에 안 했던 거 같아. 그런데 점점 외부 활동이 많아졌고 최근에는 외부적으로 뭔가를 많이 하잖아. 행성인이랑은 언제부터 뭔가를 같이했었지?

 

상훈: 2014년 퀴퍼가 거의 처음이야. 그때 당시 포니가... 나 무슨 산 역사야(웃음) 포니가 되게 끼스러운거 좋아하잖아.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퀴어 퍼레이드가 딱 홍대에서 했을 때 끝나고 나서 회의하는데 포니가 “퀴어 퍼레이드 한다는데 우리도 나가면 안 돼?” 막 이러는 거야. 그때 소주가 좀 알아봤어. 어떻게 하면 참여할 수 있는지 등등... 그때 예산 편성 좀 하고...

 

호림: 근데 왜 우리랑 같이하게 됐지?

 

상훈: 그게 우리만 딱 나가면 우리 얼굴 팔리니깐.(웃음) 인력도 모자르지, 얼굴도 팔리지...

 

소리: 그래서 행성인하고 같이하면 좋겠다. 어차피 행성인도 HIV/AIDS 인권팀이 있으니까.

 

상훈: 우린 실무 경험도 없었으니깐 행성인한테도 도와달라고 얘기해볼까 하다가 호림한테 얘기 하니까 “어, 괜찮아” 이래가지고.

 

호림: 근데 그때 그런 일이 있었잖아. 우리 부스는 함께 진행하고 뒷풀이는 같이 못한 거. 

 

(일동 웃음)

 

소리: 그때 회원들이 있었고, 우리가 익명성을 워낙 회원들이...

 

상훈: 아냐 내가 얘기할게. (웃음)

 

소리: 그냥 그렇게 포장하면 안 돼? (웃음)

 

상훈: 아냐 우리는 현실주의니까... 나는 되게 정확하게 기억이 나. 알 카페에서 일이 터진 거지. 우리는 커뮤니티 기반이니까 뭐 할 때 회원들한테 물어보고 한단 말야. 우리 이번에 퀴어 퍼레이드 같이 하는데 행성인이 도움도 줬고 뒤풀이를 행성인이랑 같이 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어떻냐, 이렇게 물어보니까 난리가 난거야. 너네가 지기면 적어도 다른 회원들 아웃팅 되는 거 방지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너네들이 조장하는 거 아니냐....

 

호림: 맞아 그래서 당일 뒷풀이를 같이 못했지. 그때 진짜 과도기였던 거 같아. 약간 조심스러움 반 뭔가 그런...

 

상훈: 나 같은 경우도 원래 막 처음 활동 할 때, 다른 단체들이랑 막 연대가 되기 시작하니까  나도 솔직히 되게 부담스러웠거든. 감염인이 아닌 누군가에게 (감염사실을) 드러내야 된다는 게. 내가 감염인인 사실을 딱 박고, 그 사람을 만나야 되니까, 그것부터가 커밍아웃이니까. 그래서 되게 조심스러웠거든. 한참 고민을 했었는데, 여러 활동가들을 만나니까 생각보다 별 일이 없는 거야. 별거 아닌 거야. 그냥 그런 게 너무 좋았어, 생각지 못했던... 오히려 보면 내재화된 낙인이 어느 정도 풀리는 지점이었다고 해야 하나? 퀴어 퍼레이드 부스를 할 때쯤이 다른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어느 정도 그런 게 해소가 되기 시작했던 시점이었거든. 근데 이 맛을 이제 나만 알고 싶은 게 아니었던 거야, 난. (웃음) 감염인들끼리 만나는 것도 좋긴 하지만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고, 어떻게 보면 하나의 용기가 될 수 있고.

 

호림: 그래서 결국은 당일은 같이 못했지만 나중에 부스 준비한 행성인 인권팀 사람들이랑 알이랑 같이 뒷풀이를 했잖아. 근데 그때 심지어 그날 당일에 퀴퍼에 안온 사람들도 왔어.

 

상훈: 맞아 맞아. 그게 되게 또 웃겼던 게 밥 먹고 소주방 가서 술 게임 하고 (웃음)

 

호림: 나의 첫 술 번개 (웃음) 근데 사실은 그런 거 있다? 내가 되게 자연스럽게 그런 상황을 버티는 거 같잖아. (웃음) 근데 나도 진짜 그런 거 되게 부담스럽다? 사실은 알이 아니면 내가 그렇게 게이들만 있는 모임에 나갈 일이 없어. 행성인에서 남자 비율이 높은 모임에 가더라도 행성인 회원들은 어차피 계속 보던 사람들이라 내가 혼자 여자고 이런 걸 의식할 일이 별로 없다? 근데 알 만날 때는 나도 약간 신경이 곤두서는 거 있잖아. (일동 웃음) 나 혼자 여자라는 게, 그래서.

 

상훈: 맞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우리 이번 캠프 때도 한번. (웃음)

 

※ 편집자 주: 알은 매년 여름 청소년·청년 감염인을 대상으로 인권 캠프를 진행한다. 올해 알 인권캠프에는 호림이 강사로 참여했다. 캠프를 떠나기 전 주최 측인 상훈과 소리가 호림의 생물학적 성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숙소 방을 한 개만 잡은 사실에 호림이 항의했고 이후 강사용 숙소를 따로 잡았던 해프닝이 있었다.

 

호림: 맞아! 캠프 때 내 방 안 잡고!

 

소리: 방 안 잡아줬어. “호림 씨 방 따로 잡아야 돼?” 괜찮잖아 그냥 막 이러면서.

 

호림: 그니까. 그래서 내가 막 항의했어. 내가 막 진짜 정색하고 항의 했어, 미쳤냐고 니네. 그래갖고 방을 잡았죠.

 

상훈: 맞아 그게 생각이 났어 (웃음)

 

호림: 근데 사실은 그게 그 상황에 닥치면 막상 괜찮은데 처음에 가기 전까지가 신경이 막 곤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나를 쟤는 비감염인이고 활동가고 여성이고 레즈비언이고 딱 그렇게 보잖아. 그러면 쟤가 어떤 앤가 이렇게 재는 게 있어. 나 같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사실은 쟤도 뭔가 (감염인에 대한) 편견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으니까 재보는 거지. 그래서 나도 되게 신경이 쓰이는 게 있어. 알이랑 뭔가 할 때 재밌긴 한데 항상 긴장을 하는 거 같애.

 

소리: 내가 저 사람들한테 의도치 않게 실수하진 않을까 이런 거?

 

호림: 아니? 게이들의 간 보는 거를 내가 매번 당해야 되나, 이런 거.

 

(일동 웃음)

 

상훈: 그래 그게 피곤한 거야.

 

소리: 알겠어요. 아무튼 행성인이랑은 퀴퍼 때가 처음이었네요.

 

상훈: 암튼 그래서 막. 근데 그때 또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더라고, 내가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딱 박고 누군가를 만나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호림: 알 통해서 만났었던 사람들 중에 좋았던 사람들이 많아. 다들 보고 싶네요. (웃음)

 

소리: 아 맞아. 그 때가 전성기였어.

 


PrEP 비감염인과 감염인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호림: 올해 에이즈의 날에 가장 핫한 이슈가 PrEP(참고: HIV/AIDS 치료제 복용을 통한 노출 전 예방요법) 이잖아. PrEP에 대한 비감염인 게이들의 생각은 많이 들어볼 수 있는데, 감염인, 특히 청년 감염인들에게 PrEP은 어떤 걸까? 

 

상훈: 나는 도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PrEP이 만약 도입이 되고 이게 정말 붐을 딱 맞으면 어느 정도 인식 개선의 효과가 있어. 특히나 게이 커뮤니티에는.

 

소리: 나는... 내 개인적인 생각은 비슷한데 (감염인) 커뮤니티 내 반응을 보면 그렇게 막 “도입돼야 돼!” 이런 사람은 거의 없는 거 같아. 어차피 나는 약을 먹고 있는데 그게 나랑 뭔 상관이지? 이러면서. 그러니까 지금 (감염인인) 내가 약을 먹고 있으니까 상대방 약을 먹든 안 먹든, 지금 그냥 내가 힘든 상황에서 그것까지 신경을 쓰긴 쉽지 않아.

 

호림: 근데 올해 행성인 인권팀에서 PrEP 세미나를 했을 때 KNP+나 알에서 꽤 많이 오시고 질문하고 그러는 걸 보면서 다들 되게 이 약에 관심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그래서 물어본 거였어.

 

상훈: 방금 얘기했듯이 공감대는 있어. 감염인도 누군가를 만나야 되고, 그거를 해소시켜 줄 수 있을만한 하나의 콘돔을 제외한 매개체?

 

소리: PrEP은 성관계에 있어서 약간 좀 더 거리낌 없어지고 장벽이 하나 없어지는 느낌이니까. PrEP 자체의 이미지가. 근데 깊게 들어가면 보험 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딱 일차원적으로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인권적인 문제에서 어느 정도 그 장벽이... 비감염인과 감염인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긍정적인... 근데 본격적으로 이슈가 되면 보험 문제도 있고 어디까지 지원이 가능한 건가 복잡하게 있는데, 핫한 이슈이긴 하죠.

 

호림: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알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뭐였어?

 

소리: 나는 처음 여름 캠프. 진짜 첫 여름 캠프 때 거의 한 40명 가까이 왔었지. 그 때 욜씨가 강의 하셨어. 제일 재밌었어. 초창기 멤버 다 있었고, 지기 중에 내 친구도 한명 있어가지고 친구 따라서 온 거거든, 알을. 고등학생이라고 나랑 동갑인 애가 한명 있는데 만난 것도 되게 웃겼어. 다른 감염인 자조모임 정모를 나갔는데 걔가 있는 거야. 걔가 알이라는 카페가 만들어질 건데 만들어지면 들어와라. 그렇게 해서 알 가입하게 된 거고, 그렇게 또 지기들하고 친해지고 캠프가고 이러다 보니까 내가 지기가 됐어. 친구 따라 인권운동을. (웃음)

 

상훈: 난 되게 기억에 많이 남은, 가장 강렬한 걸 꼽으라고 하면 아무래도 퀴어문화축제. 공식적으로 대외적으로 드러내는 활동이었던 거 같애. 어떻게 보면 단체 커밍아웃을 한 거지. 얼굴 팔리고. 예전에는 막 진짜 하고 나면 “이제 우리 게이 인생 끝났다” 이럴 줄 알았거든. (웃음) 되게 재밌었어, 그 준비를 하는 거 자체가 뭔가. 그 때 재밌었어. 아이디어도 되게 통통 튀고 의욕도 되게 많았고. 그리고 아무래도 퀴어문화축제에 감염인 단체로 처음 딱 나가는 거다 보니까 주변에서 분위기도 되게 정말 핫했고.

 

호림: 나 갑자기 가장 강렬했던 장면이 떠올랐어. 2015년 시청에서 했던 두 번째 퀴어문화축제 부스 때, 그 전 해에 알에서 나눠 준 손수건을 가지고 나온 사람이 지나갔었잖아. 그때 다들 완전, 완전 감동. (웃음)

 

소리: 나도 두 번째 퀴어 퍼레이드가 기억에 많이 남는 게 그때 내가 디자인 다 하고, 물품 팔았으니까 그것도 기억에 남고. 그때 만든 포스터 지금 우리 집에 붙어 있어.

 

호림: 올해는 퀴퍼 부스를 안 해서 아쉽지 않았나요?

 

소리: 아뇨 너무 좋았어요. (웃음) 편했어요.

 

상훈: 이번에 되게 벅찼어요.

 

소리: 형이 벅찼어? 내가 벅찼지. 나는 트럭 올라가고 드랙하고.

 

: 얘는 그냥 KNP+로 나갔으니까. 우리는 그러니까 알에서 뭔가를 할 만한 여력이 전혀 없었던거야.

 

호림: 우리 내년에 하자.

 

소리: 내년에는, 돈이 없어 우리가.

 

(일동 웃음)


행성인과 알, 2017년에도 서로의 동료가 되자 


 

 

호림: 우리가 요즘 만나서 얘기 할 때마다, 예전이 전성기였다고 얘기를 하는데. 행성인 HIV/AIDS 인권팀도 그렇고 알 지기들도 소진이 많이 된 것 같아. 요즘 활동 관련해서 뭐가 가장 힘들어?

 

소리: 당연히 정기모임에 사람들이 안 나오는 거? 그리고 활동가를 같이 할 지기들을 찾는, 표면적으로 앞으로 나와서 같이 회의하고 토론하고 어느 정도 활동가 성격이 있는 사람들을 찾는 거? 당사자 중에서 특히나 더.

 

상훈: 나 같은 경우에는 처음에는 알을 했을 때 활동가를 모색하는 건 두 번째였어. 아, 뭐 있으면 좋고 아님 말고, 그런 느낌이었어. 그 때 당시 내가 활동이 벅차지도 않았을 때고 그래서 있으면 좋고 아님 말고 그런 거 였는데... 근데 또 한편으로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알의 이상향은 뭐였냐면 내가 뭘 하고 이러면 옆에서 다른 사람들도 관심 갖고 참여하고 이러면서 같이 성장해나가는 그런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만 열 내는 것 같고.

 

호림: 동료가 필요한 거지, 같이 얘기할. 너 내 동료가 되라 (웃음)

 

소리: 막 열내가지고 막 되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사람들이 안 오면 만든 의미가 없으니까.

 

호림: 다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것 같아. 그래서 최근에는 따로따로 하는 활동보다도 같이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해. 알은 행성인이랑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 없어?

 

소리: 나는 약간 친구사이의 ‘가진 사람들’처럼 행성인 내의 소모임을 만들어도 좋을 거 같애. 되게 막 그걸 활동의 발판으로 삼아서 뭘 해보자, 이런 거 까진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행성인 내에 자조모임으로 그냥.

 

상훈: 너 요즘 약 뭐먹니, 부작용 때문에 피부 다 일어났어, 이런 얘기 하고 (웃음) 내가 만약에 그렇게 들어간다면 좀 성소수자 그룹 내에서의 HIV/AIDS 편견이나 혐오가 좀 허물어지는 시작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었어.

 

소리: 그리고 나는 이번년도에 좀 행성인 보면서 많이 느꼈던 게 부모모임. 나는 그게 너무... 그게 좀 그랬거든. 원래 감염인들에게 가장 큰 지지가 될 수 있는 게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에게 말을 못하는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되게 많단 말이야. 근데 이제 부모모임에서 일단 HIV/AIDS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는 얘기도 들었고, 퀴어문화축제 때 프리허그 하는 모습을 보고 그랬더니, 부모모임하고도 뭔가 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도 많이 들었어.

 

상훈: 그리고 뭔가 성소수자의 문화가... 내가 봤을 때는 행동하는 성소수자들로부터 시작하는 느낌이거든. 그러니까 이게 막 아웃팅이나 커밍아웃과 관련된 이슈 같은 것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던 성소수자들에서부터 인식들이 퍼져나가면서 뭔가 삭 (담론이) 만들어지는. 그런 방식으로 성소수자 문화가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보니까. 만약에 내가 들어가서 현재 행성인 사람들과 융화가 잘 되는 상황들이 만들어 졌을 때, 그리고 그런 문화가 만들어 진다면 감염인에 대한 편견 없는 문화도 성소수자 문화로 퍼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호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한마디씩하고 끝내자.

 

소리: 일단 관심을 좀 많이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HIV/AIDS 이슈에 대해서 많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관심을 가지는 것부터 출발하는 거 같아요. 행성인 HIV/AIDS 인권팀에 계신 분들도 HIV/AIDS 이슈에 관심이 있어서 활동을 하시는 거고 청소년팀 같은 경우엔 청소년 이슈에 관심이 있어서 활동을 시작한 거잖아요. HIV/AIDS 이슈와 관련해서 우리가 항상 떠들어봤자 관심이 없으면 안 듣거든요. 일단은 조그마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 조그마한 관심이 어느 정도 커지고, 커지고, 커지다 보면 감염인 인권이 어느 정도 올라가지 않을까. 성소수자들과 감염인들의 차별, 장벽, 그런 것이 사라지는 것도 관심으로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상훈: 글쎄, 오글거리는 느낌인데 나는 약간 좀... 감염인들이 아무래도 인원수가 훨씬 적고 잘 드러내려고 하지도 않다보니까 굉장히 활동하는 그런 것도 약간 지치는 느낌이 없잖아 있어서... 나만 나대고, 나만 얼굴 팔리고 (웃음) 우리는 뭔가 목소리를 내도 조그맣다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 보니까. 뭐 인식개선의 얘기를 해도 그냥 그렇고 뭐... 그냥 나는 감염인의 스피커가 되는 성소수자들이 많았으면 좋겠어. 예를 들어서 술번개를 하는데 사람들이 잔을 돌렸다고 해봐. 그럴 때 누군가가 농담조로 “그러면 에이즈 걸려.” 이런 얘기를 했을 때 그런 거 아니라고 옆에서 얘기해줄 수 있을만한. 그냥 되게 소소하게? 누가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그런 걸 제지하고 올바르게 잡아줄 수 있는 그런 문화를 만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