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들은 정상성 규범으로부터 일탈되고 배제되고 삭제압력을 받지만 그렇기에 정상성규범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저항하고 새로운 윤리와 제도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 장애와 접점을 갖는다. 장애로 취급되거나 장애 당사자로서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성소수자로서 장애를 대하는 경험은 어떨지 여러 분야에 걸쳐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한희(SOGI법정책연구회 연구원)
트랜스젠더와 장애의 관계(엄밀히 말해 이 말은 좀 이상하긴 하다. 모든 트랜스젠더가 비장애인인 것도, 모든 장애인이 비트랜스젠더인 것도 아니니)는 일종의 양가성을 띠고 있다. 가령 현재까지도 논의가 진행 중인 트랜스젠더의 탈병리화에 대해서 트랜스젠더가 정신장애로 분류됨으로써 사회적 낙인이 심화되므로 질환목록에서 삭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오히려 의학적 지원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이를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2013년 미국정신의학회가 DSM-V에서 ‘성주체성장애’를 ‘성별위화감’으로 바꾼 것은 이들 두 입장의 사이에서 다소 어정쩡한 타협으로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한편 의료적 조치나 성별정정을 위해 정신과 진단을 받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서 정신질환 진단을 받아야 하는 현실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트랜스젠더가 적극적으로 장애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야기인즉, 트랜스젠더는 그냥 여자/남자인데 단지 몸을 잘못 갖고 태어난 것에 불과하니 이를 신체적인 장애로 정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트랜스젠더가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정신장애가 가진 낙인에서 벗어나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장애로 분류됨으로써 받는 사회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려는, 어찌 보면 모순된 것 같기도 한 복잡함이 존재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들 입장 모두 장애를 둘러싼 구조의 문제를 간과한다는 점에서 사실 그다지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전에 장애 인권에 대한 강의에서 장애가 그 사람이 가진 신체적, 정신적 손상에 의한 것이 아니고 환경과 구조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도 트랜스젠더에게 들어맞는다고 느꼈다. 트랜스젠더가 겪는 차별과 고통은 잘못된 몸 내지는 정신을 타고 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페니스달린 남성, 질이 있는 여성의 몸만을 정상적인 몸으로 보는 사회적 환경으로 인한 것일까? 치료받아야 할 비정상적인 몸/건강한 몸을 나누는 기준은 어디에 놓여 있을까? 아마도 트랜스젠더가 정신장애냐 아니냐를 논하는 것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면서 새로이 트랜스젠더와 장애의 관계를 정립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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