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주: '조각보자기'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의 발족에 맞춰 조각보 활동가 명의 고민, 의지, 희망을 담아 만든 문집의 표제입니다. 조각보라는 단체 명칭에 아직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 조각보라고 말하는 대신 보자기라고 말실수하시는 것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표제이기도 합니다.)

 

 

수엉, 준우(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활동가)
 

 

 

 

2015년 11월 14일,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가 발족했다. 조각보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국내 유일의 트랜스젠더운동 단체’ 라고 설명할까 싶다가도 조금 주저하게 된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꾸린 <인권지지기반구축 프로젝트,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프로젝트(조각보 프로젝트)>는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고, 트랜스젠더의 삶에서 마주하는 차별, 혐오, 폭력에 함께 저항하는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설립을 목표로 활동해왔다. 3년 동안 활동을 이어오면서 어딘가에 조각보를 소개하거나 트랜스젠더 인권단체가 필요하다고 설득할 때, 종종 다음과 같이 설명해왔던 것 같다. ’트랜스에 대한 차별 혹은 배제가 만연한 사회지만 트랜스젠더 인권을 위한 단체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인권 단체 설립이 절실하다. 조각보 프로젝트를 통해 트랜스젠더 인권단체를 설립하고자 한다.’

 

2015년 11월 14일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발족식에서, 활동가들의 무대 인사 장면

 

 

현재 한국 내 유일한 트랜스젠더 단체라는 언명은 트랜스젠더 운동을 촉구하고 설득하기 위한 것이지만, 말의 무게만으로 단체 설립을 당연시하거나 정당성을 곧바로 획득했다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발족식에서 진행을 맡았던 비온뒤무지개재단의 한채윤 상임이사는 그 동안 한국에 존립했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트랜스젠더 활동단체의 역사를  훑으며 오프닝 멘트를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온라인 공간에서 시작되었던 아니마, 2006년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그리고 2015년 겨울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우연찮게도 10년의 터울을 지닌 단체들의 이름을 열거해보면서, 트랜스젠더 운동이란 과연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프로젝트가 3년 간 진행되면서, 조각보는 많은 사람과 집단과 단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트랜스젠더 활동하고 있는 모습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트랜스젠더 이슈는 너무 다양하고 모순적이기까지 하다. 트랜스여성의 여성성을 매우 강조하고 지지/응원하는 모습부터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넓은 스펙트럼과 모순의 간극 속 어딘가에서 분열하며 동시에 뛰어다니고 있는 게 트랜스젠더 단체일 거다. 그렇다. 트랜스젠더 단체의 이미지는 언제나 모순 속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 같다.

 

 

2015년 6월 28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트랜스젠더 자긍심 깃발을 휘날리고 있는 조각보 활동가들

 

 

또한 유일 단체라는 타이틀은 자칫 트랜스젠더 이슈 모두를 다뤄야만 하는가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모든 이슈들을 하나의 단체에서 소화할 수는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는 데로 조각보의 생각이 모아졌다. 결론은, 트랜스젠더 운동을 '함께' 하기 위해 트랜스젠더 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트랜스젠더 단체가 꼭 있어야만 트랜스젠더 활동이 가능한 것이 아니듯, 트랜스젠더 단체만 트랜스젠더 운동을 하는 것 역시 아니다. 이미 많은 활동의 공간과 여러 사람들이 트랜스 이슈로 움직이고 있으며 젠더의 다양함을 고민하고 섹슈얼리티와 젠더의 복잡한 실타래를 동력 삼아 얘깃거리를 풍부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아직은’ 국내 유일일지도 모를 트랜스젠더 활동단체로서 조각보는 다중적이고 다층적인 복잡다단한 상황과 이야기들 속에서 충돌하고 협력하면서 이미 풍부해져 가고 있는 트랜스 운동에 하나 더를 보태는 시작일 것이다.

 

그러한 고민은 활동의 ‘지속’으로 이어졌다. 트랜스젠더로서의 지속가능한 삶이 조각보에게는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삶과 마찬가지로 활동도 지속되어야 한다.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 얘기가 나오게 하고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널리 퍼져가는 게 중요하다. 조각보는 그런 흐름이 스쳐가고 쉬어가고 모였다가 흩어지는, 말 그대로 트랜스젠더 운동의 플랫폼이 되면 어떨까 싶다.

 

 

ps. 발족식 때 시간 관계 상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을 웹진 랑을 통해 더할 수 있었다. 지면(?)을 할애해 준 웹진 랑 측에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남겨주세요

Name *

Password *

Link (Your Homepage or Blog)

Comment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