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차세기연 회원, 섬돌향린교회 교인)
김지은 씨
안녕하세요?
이렇게 동인련 웹진에서 만나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요즘 다들 안녕하지 못하시죠? 저 또한 안녕하지 못한건 분명한 사실인데요. 아마 트랜스젠더로 살아오면서부터, 아니 그 전에 성정체성 고민을 할 때부터 안녕치 못했겠죠. 아마도 대다수 성소수자들이 겪는 문제겠지만요. 잠시 소개드리면 전 올해 31살의 아직 미혼인, 우리사회가 말하는 트랜스젠더라고 불리는 여인이죠. ㅋ 저는 의학적 용어로 불리고 싶지않지만, 제 이름 김지은 앞에는 항상 트랜스젠더라는 용어가 따라다닙니다.
그동안 제가 트랜스젠더로 살아오면서 차별를 받고 힘들었던 점을 써달라고 부탁받았는데, 글쎄요… 그 힘들었던 삶을 단 몇 장에 적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차별? 이것은 트랜스젠더에게는 항상 일상에서 받고 느끼는 점이라서 글을 쓰기 위해 되짚어 보려니 한숨부터ㅋ 나오네요. 돌이켜보면 차별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져 차별이 차별인지도 모를만큼, 차별이라는 단어에 내성이 생겨 있었네요.
성소수자들 안에서도 가장 소수자에 속하는 트랜스젠더들 ...
속된 말로 친정 식구인 게이, 레즈비언들과 같이 잘 어울릴 수 없는, 소수자를 넘어 주변인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또 물론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트랜스젠더’하면, 여자보다 더예뻐야 한다고 규정된 이미지가 있죠. 저는 수십 번의 수술, 성형 수술, 성확정 수술을 받고 나면, 차별 따위는 없을줄 알았습니다. 13년에 걸쳐 제 몸이 여성으로 완성된 날이 아마 작년 3월 31일 이었을 것입니다. 수술이 힘든 것은 다 아실테니 넘어가겠습니다. 휴... 그리 원하던 수술을 마치고 난 후 저는 정말 여성으로서의 인생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아주 전혀 달랐습니다. 말이 좋아 여성이 된거지, 꾸준히 트랜스젠더라는 수식어는 따라다녔습니다. 거기다 덧붙여 은어 표현으로, ‘완트’ - 성전환수술 모두 마친 트랜스젠더 - 로 받아들여지면서 트랜스젠더들 사이에서도 소외감을 느낀 것 또한 사실입니다. 비수술 젠더들 사이에서도 말이죠. 물론 다 그렇지는 않을테지만요.
그렇다고 완벽하게 여성의 삶 속으로 포함되느냐, 그 또한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차별 문제에 맞닥뜨렸고 직장 문제, 경력 단절 등이 겹치면서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은 수술 젠더 친구나 언니들이더라고요. 이 또한 여의치 않습니다. 제가 수술 받은 사실을 숨기고 싶지 않지만, 나서서 드러내기 싫은 것 또한 사실이니까요. 비성소수자가 아닌 성소수자 안에서도 비수술 젠더, 수술젠더로 나뉘면서 차별받고 차별하는 점들이 정말 슬프더군요. 트랜스젠더라고 하면 기 쎄고 섹시한 모습 많이 떠올리시겠지만, (물론 그런 점들도 많겠죠. 저 또한 그러니까요.) 그런 점들이 다는 아닐테죠..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도 트랜스젠더의 일은 항상 뒤에 있는듯 합니다. 그 문제를 왜일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희 트랜스젠더들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그런 문제와 차별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희 트랜스젠더들 드세지 않습니다. 기갈스럽지만 물거나 해치지 않습니다. 레즈비언 게이 여러분. 그냥 같은 성소수자 일 뿐!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보면 먼저 말도 걸고 하셨으면 합니다. 정말 보기보다 저희 MTF 트렌스젠더들 가슴 따뜻한 여자들이거든요.
차별이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약간 다른 곳으로 흘러간 듯하지만, 제가 느꼈던 차별중에서 같은 소수자 안에서 느꼈던 차별이 더 차갑고 아프게 느껴졌기에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정말, 다름은 틀림이 아니잖아요? 정말 인간 그 자체로 느껴지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좀 더 바란다면, 트랜스젠더들의 활동이 많아졌으면합니다. 두서없이 적은 글이라 참 죄송합니다. 그만큼 할 이야기가 많구나 생각해주시고 혹여라도 오프라인에서 저를 보게되는 분들은 반갑게 허그 한번씩 하자고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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