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하(트랜스* 세미나 참여자)

 

 

트랜스 세미나 전 회를 참가하고 나서


 

 


나는 트랜지션을 시작하지 않은 26세 MTF 트랜스 여성이다. 행성인에서 주최한 트랜스 세미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한 친구의 권유였다. 그 친구는 트랜스젠더로서 뭘 해야할지 모르는 나를 보면서 참 많이 답답해 했다. 그 친구가 트위터를 돌아다니다가 소개해 준 것이 행성인 트랜스* 세미나였다.


처음 참가할 때는 ‘세미나’라는 제목에 부담됐다. 굉장히 전문적인 지식을 다룰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가하고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가볍게 참가 할 수 있었다.
 
트랜스 세미나 중 인상깊었던 회차는 1회차와 6회차였다. 1회차는 친구와 같이 참가했는데 솔찍히 ‘이게 뭐야…’ 라는 소리가 나올정도였다. 내가 너무 많이 알아보고 기대한 것인가 싶기도 했다.
 
1회차는 나쁜 의미로 인상 깊었다. 내게 너무 기본적인 것들만 다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자신의 정체성 고민을 막 시작한 사람에게 굉장히 유용한 정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트랜스* 세미나 6회차

 
세미나 마지막인 6회차 게스트로 참여하신 김비님 이야기는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김비님은 나를 지지할 조력자를 단 한 명만 끌고 가도 된다고 하셨다. 나는 무조건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끌고 가려했다. 지금껏 해온 시도가 무의미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일단 모두를 끌고 가려 한 건 최소한 한 명의 지지자라도 만들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김비님은 김비님이 살아오며 만든 가치관대로 주장한 것이고, 나는 나의 삶에 가치관을 세워 살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처음 느낀 혼란이 가셨다.
 
1회차와 6회차만 꼽았다고 해서 두 프로그램만 영양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모든 회차가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었다. 다른 프로그램들에서는 트랜지션, 동료(?)들의 용어 정리, 현재 겪고있는 차별과 문제들을 다뤘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서야 그것들이 내 앞에 놓인 내 문제임을 실감한다. 어떻게 보면 그 전까지는 외면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문제들을 직시한 지금, 앞으로 힘들 것이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동시에 세미나에 참가한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난 혼자가 아님을, 이 문제들은 나 혼자 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심도 생겼다.
 
세미나에 참가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세미나 내용이 도움되었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세미나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내 갈 길을 확실히 정할 수 있었다.
 
행성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단체 안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트랜스젠더(넓은 의미의)들에게 자신들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정보와 참여 기회들을 제시해주면 좋겠다. 물론 굉장히 부담스러운 부탁이긴 하다. 하지만 이상한 커뮤니티에서 잘못된 정보를 얻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보다는 행성인에 부탁하는 게 더 안전해 보인다.
 
더불어 세미나 이후에도 행성인에서 6개월의 텀을 두고 트랜스젠더들의 용어정리, 트랜지션 어떻게 하는지, 트랜지션 이후의 삶만이라도 다뤄준다면 혼란을 갖고 살아가는 트랜스젠더들에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쓰고 보니 굉장히 두서없는 세미나 감상문이다. 무식하고 미련한 사람이라 얻은 것에 대해 세련되게 말하지도 못하고, 가독성도 좋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거 하나 만큼은 말할 수 있다. 행성인 트랜스* 세미나는 내 삶에 큰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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