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화장실. 누군가에게는 옷을 갈아입는 곳, 누군가에게는 쉽게 용변을 처리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별을 지정당하고, 일자리를 바꿔야 할 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며, 폭력이 일어날 수도, 심지어는 죽을 수도 있는 곳이 화장실이다.

 

트랜스젠더의 경우가 바로 이렇다. 비트랜지션중인 트랜스젠더의 경우, 자신의 성별과 다른 성별화장실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의 경우 자신에게 맞는 화장실은 기존 성별이 분리된 화장실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트랜지션을 마친 경우에도, 트랜스젠더라고 의심되는 순간 언제나 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2011년 미국의 맥도날드에서 ‘크리시 리 폴리스’라는 트랜스젠더 여성은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하다가 참혹하게 구타당했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이런 광경을 영상으로 찍어서 올렸다. 당시 다른 맥도날드 직원들은 가해자들을 막기 위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행해진 트랜스젠더 설문조사를 보면 이런 현실이 더욱 더 잘 드러난다. 59%의 사람들이 공격받을까 두려워서 직장과 학교, 혹은 다른 곳에서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았다. 12%가 작년 한 해 화장실에서 괴롭힘당하거나 공격당하거나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했다. 31%가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음식이나 음료섭취를 자제한 적이 있다고 말했고, 24%가 누군가가 잘못된 화장실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9%는 작년 한 해 동안 올바른 화장실을 쓰는 것이 금지되었었고, 8%는 화장실을 쓰지 못해서 콩팥이나 요도에 염증이 생긴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부당함에 대해 여러 조치가 취해졌다. 필라델피아의 경우 시립 건물에서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기도 했고, 워싱턴 DC에서는 레스토랑, 회사, 그리고 공공장소에서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은 반드시 성중립 표시를 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가장 상징적인 행동 중 하나는 백악관에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된 일이었다.

 

 

 

특히 많은 발전을 이룬 부분은 바로 학교다. 트랜스젠더 학생이 제대로 된 화장실을 쓰지 못하는 것은 이들의 학습권에 대한 침해라는 주장이 대두되면서 여러 학교 내에서 트랜스젠더를 배려한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2009년 버몬트에서는 한 16세 고등학생이 "나는 8시에 등교해서 4시까지 공격당할까봐 화장실을 안 가고 참아야 했다. 너무 웃긴 일이다. 다른 학생이 이런 일을 겪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버몬트 주 내에 모든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에 적어도 한 개의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2013년에는 웨슬리언 대학교에서 비슷한 캠페인이 벌어졌다. 이들은 성별 분리된 화장실의 존재 자체가 트랜스젠더퀴어들을 배제한다고 주장했으며, 성별이분법을 강화시키고, 시스젠더 중심적인 분위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많은 대학이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했으며, 예일대학에서도 올해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미국에서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한 대학만 하더라도 150개가 넘은 것을 보면, 많은 캠퍼스에서 트랜스젠더퀴어를 위시한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조치들은 트랜스젠더퀴어 학생들이 화장실을 갈 때 폭력에서 자유로웠으면 하는 이유도 있지만, 이 외에도 이들이 위화감이나 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유 역시 컸다고 했다. 즉, 모든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편하게 있었으면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에도 성중립 화장실 설치 움직임은 더욱 더 퍼져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서 뉴욕 대학의 경우에는 아예 모든 화장실을 성중립 화장실로 바꾸는 등, 여러 혁신적인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브라운 대학교의 경우에는 성중립 화장실을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성별과 상관없이 모든 화장실에 탐폰을 구비해 놓기에 이르렀다.

 

 

 

현재 한국의 대학 내에서는 성중립 화장실에 대해 충분한 토의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미국의 예를 보면서 우리가 이들이 어떻게 성명서를 냈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운동을 전개했는지에 대해 참고해 봐야 할 것이다. 트랜스젠더퀴어 학생들이 화장실을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것은 이들이 학교생활을 편하게 하지 못하는 계기가 되며,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계속 참는 사태가 일어나게 해 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심각하면 이들의 건강마저 해칠 수 있는 중요한 이슈다. 성중립 화장실에 대한 논의가 한국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초등학교 등 모든 교육기관에서 이루어지길 바란다.


참고자료:

http://www.ustranssurvey.org/preliminary-findings/

http://www.nbcphiladelphia.com/news/local/LGBT-Gender-Neutral-Restrooms-206932591.html

http://www.hrc.org/blog/gender-neutral-bathroom-campaign-launches-in-washington-dc

http://www.politico.com/story/2015/04/white-house-gender-neutral-bathroom-116779

http://www.outrightvt.org/2009/08/27/16-year-old-begins-campaign-for-gender-neutral-bathrooms-in-vermont-schools/

http://wesleying.org/2013/10/17/desegregate-wesleyan-bathrooms-pissed-off-trans-people-on-the-diy-gender-neutralizing-of-wesleyans-bathrooms/

http://time.com/4175774/san-francisco-gender-neutral-bathrooms/

http://www.huffingtonpost.com/2014/07/18/gender-neutral-bathrooms-colleges_n_55973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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