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편집자 주 - 본 발언문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투쟁 3주년 맞이 '삶삼한 연대' 투쟁결의대회에서의 행성인 남웅 운영위원장의 연대발언 전문입니다.

'삶삼한 연대' 사진 스케치를 보려면 여기를 클릭.

 

언제부턴가 광화문역 하면 천막과 분홍종이배를 먼저 떠올립니다. 농성장을 지날 때마다 나란히 진열된 영정사진 얼굴들도 이제는 익숙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이 하나둘 늘어날 때마다 아픔은 커져만 갑니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며 광화문역사를 점거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3년의 농성은 짧지 않은 투쟁의 시간입니다. 기나긴 투쟁은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을 증명하기에 ‘축하’를 건네는 건 어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거리에서 생존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지금만큼은 수고의 박수를, 함께 투쟁하겠다는 연대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13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그린라이트 거리농성에 함께했습니다. 거리 위로 쏟아지는 소음들을 실감했던 자리였습니다. ‘이렇게 거리로 나와 사람들의 일상을 막아야 겨우 알아봐주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경찰은 시위대를 회유하고 위협하면서 저를 ‘도우미’ 라고 불렀습니다. 휠체어 타지 않은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불렸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어떤 연유로 욕됨을 무릅쓰고 거리에 나왔는지, 불편을 끼치면서 부르짖는 절박한 목소리가 무엇인지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장애인이 선량한 시민들을 선동하여 공공질서를 저해한다고 봤을지 모릅니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저를 비장애인으로 나누고, 동시에 장애인들의 외침을 분리하고 고립시켰습니다. 그들의 편의적인 분리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태도를 함축하는 폭력입니다.

 

그들 눈에 장애인은 불완전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막론하고 우리는 누구도 완전하지 않습니다. 누구라도 살면서 불편을 느끼고,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도움을 받기 위해 등급이 매겨지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조건에 몸을 구겨 넣기를 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시혜의 대상으로만 자리 매겨지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제도들은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마땅히 보호 받아야할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정상성의 잣대를 강요합니다. 도덕규범에 맞지 않는다고 ‘비정상'의 낙인을 찍고 제도로부터 삭제하려 합니다.

 

멀지 않은 차별의 풍경 위에 성소수자가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전을 비롯한 몇몇 지자체들의 성평등조례에는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차별을 금지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항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성소수자의 존엄과 인권을 끊임없이 요구했던 커뮤니티가 이뤄낸 성과이자, 사회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는 성소수자 보호와 지원이 상위법인 양성평등기본법과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지자체를 압박했고, 지자체들은 해당 조항을 삭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여성가족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올 초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학교에서 성교육을 실시할 때 성소수자 및 성적 지향에 관한 내용을 가르치지 말라는 지침을 명시했습니다.

 

소수자 혐오와 차별은 흔히 말하는 차별선동세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앙행정기관이 혐오와 차별에 나서고 있습니다. 성차별과 성폭력 철폐에 앞장서야할 주무부처들이 성소수자 평등을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압제적으로 무시하고,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삭제합니다. 여성가족부는 모든 개인의 존엄을 위한 양성평등기본법의 취지에 반하면서까지 자신의 존립자체를 부정하는 이들의 요구를 따르고 있습니다. 제 살을 깎아내면서, 우리의 이름을 지우면서까지 저들이 지키려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정상성의 제도, 남성과 여성만 존재하는 남성중심의 이성애적 성별규범에 묶여있는 한 성소수자의 자리, 장애인의 삶은 없습니다. 음란한 죄인, 사회의 병적인 존재, 시혜의 대상, 세금만 축내는 집단으로 낙인찍혀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삶은 위축되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사회전방에 세를 뻗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답을 요구하며 계속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엔 지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차별과 혐오 속에 우리를 떠난 이들의 빈자리가 발목을 잡습니다. 함께해온 동료들의 체온이 어깨를 감쌉니다. 어딘가 숨어버린, 숨겨져 드러나지 못했던 누군가의 외침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사회의 차별과 폭력에 우리의 몸들은 몸부림칩니다.

 

그간의 투쟁은 우리의 한데 모인 목소리가 어떤 울림을 주는지, 거리에 나온 불완전한 몸들이 어떤 힘을 만들었는지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연결되지 못했던 집단적인 힘이 어떤 파급력을 낼지 경험하지 못한 부분이 더 많습니다. 우리는 대낮 한복판에 모든 존재가 저마다의 빛을 내길 원합니다.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몸들, 혐오 받고 소외된 모든 몸들이 삶을 위협당하지 않고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을, 제도적 안전을 원합니다. 모든 이들의 존엄과 삶이 보장받을 수 있기를 원합니다.

 

연대는 벽장 안에 갇혀있던 우리를 다시금 우리로 만들 것입니다. 우리의 투쟁은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투쟁은 계속됩니다. 우리의 삶을 가로막는 차별과 혐오, 폭력과 불평등에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도 장애인 차별철폐 투쟁과 함께합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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