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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식/해외 인권소식

해외 사례를 통해 바라본 성소수자 가시화의 토양을 이루는 것

by 행성인 2016. 10. 9.

제이

 

 

 

저는 해외에서 12년이상 거주하고 이번에 한국에 잠시 들어온 20대 트렌스젠더 여성입니다. 미국과 유럽에 오랫동안 거주를 하며 현지 LGBT들의 삶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이는 한국의 LGBT 인권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분명 존재합니다. 미국, 유럽에서는 성소수자들을 보호해주는 법이 잘 제정되있지만, 평소 생활을 할 때 생활 곳곳에서의 차별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관공서에서 아이디를 보여줬을 때, 공항에서 여권 체크를 받을 때 차별의 눈빛을 띄거나 많은 질문들을 합니다. 물론 뉴욕, LA, 런던, 암스테르담 등 대도시에 가면 성소수자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더이상 ‘특별’하게 다가가지는 않습니다. 미국과 유럽에는 아주 많은 성소수자들이 사회 곳곳에서 떳떳하게 생활하고있고, 영향력 많은 연예인들 부터 정치인들까지, 성소수자들의 활약이 눈에 띄게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미국, 유럽에서는 성소수자들을 보호하는 법이 많이 제정되어있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미국과 유럽연합의회는 직장, 학교 등 모든 공공장소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전면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주마다 법이 약간 다르지만) 동성결혼,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생식기 수술을 하지 않은 분들도 성별 정정 가능) 등 성소수자들이 살아가는데, 비성소수자들과 정말 동등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법들과 애티튜드가 사회 곳곳에 배어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오랜 생활을 마치고 유럽으로 거주지를 옮겼을 때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유럽에서는 트랜스젠더들의 생식기 수술이 무료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유럽국가마다 법이 다르기는 하지만, 제가 살던 네덜란드에서는 외국인 트랜스젠더들을 포함해 그 국가 건강보험증만 있으면 수술이 전액 무료라는 것에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모든 트랜스젠더들이 그 수술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을 하지 않으신 분들도 성별정정이 정말 쉽게 (법원, 변호사 선임 필요 없이) 호르몬 기록과 의사의 편지가 있다면 성별정정이 가능하며, 외국 여권을 보유한 트랜스젠더도 현지 국가 ID 에는 본국 여권의 성별과 상관없이 성별정정이 가능합니다.
 
물론 성소수자들의 차별은 이 세상 어딜가나 존재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성소수자들은 법의 보호 아래 자신들의 정체성을 떳떳하게 말하며, 당당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성소수자의 인권 상황이 많이 좋지 않은 한국에서는 성소수자들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권리들조차 법적으로, 아니 지방의회에서조차 논의되고 있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저 자신을 포함한 우리 대한민국 성소수자들은 비성소수자들보다 더 많은 권리를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단지, 비성소수자들과 동등해지고 싶을 뿐입니다.
 
얼마 전 저의 미국인 친구가 한 말이 기억납니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많은 인정과 존경을 받고있는 국가입니다. 한국이, 앞으로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할 일은 성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입니다 .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고, 아무리 국력이 강해진들 소수의 인권을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 국가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절대로 글로벌 리더가 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