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쌍용차사태를 보도하는 한 시사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낯익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농성중인 노조원들과 세상과의 접촉을 가로막고 서 있는 전경들 그리고 물과 의약품을 전달하기 위해 전경들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시위대의 모습 그 한가운데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카메라는 그를 수많은 시위자들 중 한사람으로 비췄지만 그가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에게 그 장면은 더 많은 의미들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가 어떤 의도로 그곳에 가 있고 왜 그 현장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는지 그리고 쌍용차사태와 동성애자인권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까지 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투쟁에 연대하는 동인련 활동가들과 회원들의 모습을 보아왔다. 시청광장 촛불들 사이에서 어렵지 않게 무지개깃발을 찾을 수 있었다. 퀴어 퍼레이드에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할 권리를 외치는 동인련의 모습도 친숙하다. HIV/AIDS감염인 인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동인련의 모습들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HIV/AIDS감염인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묶은 영상물이었고 동인련 활동가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다. 금속노조, 사회보험노조 소속의 노동자들과 구속노동자회, 진보정당과 보건의료, 학생 활동가 등이 돌아가면서 HIV/AIDS감염인 인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연대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성소수자와 HIV/AIDS감염인들의 인권보장을 노동자그룹들이 함께 외치는 것도 물론 이전에 쉽게 볼 수 없는 장면들이었기 때문에 신선하기도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과 응하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지만 선명한 신뢰와 존중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의례적인 인터뷰에 응해 형식적인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조금은 다른 그동안 서로를 존중하기 위해 그 어떤 대화와 고민을 나눴을법한 공기가 전해져 왔다.
성소수자의 사회적 위치를 저항하는 이들과의 연대 속에서 찾아나가고 확장해나가는 자신들의 전략에 충실한 동인련의 활동방식과 구체적인 모습들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매번 동인련이 요즘은 어떤 사회적 이슈를 주되게 고민하고 실천하고 연대하는지가 궁금했다.
동인련에게 연대라는 가치는 실천의 밑그림이자 단단한 신념과도 같은 그 무엇인 것 같다. 동인련의 이와 같은 활동방식은 성소수자의 삶의 조건을 확보하는 좀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 성소수자의 삶을 노동조건, 성별, 나이, 인종, 학력 등과 같은 구체적인 차별요소와 연결시키고 구체화시키고자 하는 고민과 실천이 적극적으로 연대활동을 하도록 이끄는 힘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연대활동으로 다져진 동인련의 축적된 에너지는 성소수자의 삶을 바꾸는 새로운 저항의 지점들을 찾고 넓히는 동시에 성소수자의 사회적 발언력을 높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동인련을 지지하고 함께 하고 싶은 이유는 정체되지 않기 위해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동인련만의 활력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홍지유 _ 연분홍치마 활동가
연분홍치마는 여성주의 문화운동을 고민하는 5명이 함께 하고 있다. 2006년 성전환자성별변경과 관련한 입법활동과 실태조사 활동에 연대하면서 적극적으로 성소수자인권운동을 시작했고 2008년 성전환남성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3xFTM>을 제작하였다. 2007년 올바른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활동에 함께 하며 <긴급행동>의 미디어기록팀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2008년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국회의원 후보 최현숙 선거운동에 함께 하며 2009년 다큐멘터리 <레즈비언 정치도전기>를 제작하였다. 그리고 현재 한국남성동성애자 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공동으로 게이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를 제작하며 희노애락을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3xFTM> 개봉활동을 마무리하면서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상영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용산철거민 투쟁에 동참하며 촛불미디어센터와 촛불방송국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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