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글을 쓸까?’

 

말과 글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늘 떠올리는 질문입니다. 때로 단어와 단어를 이어 문장을 만들고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무력하게 느껴집니다. 누가 읽을까? 읽는다면 이 글이 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그 사람은 변화할까? 사람이 변하면 그들이 속한 세상도 달라지는 걸까? 나의 글은 무슨 힘을 가지고 있을까? 하지만 때로 그 질문들이 큰 욕심은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글쓰기를 지나치게 거창한 일로 여긴 것은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쓴다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야합니다. 모든 글은 성격과 유형은 다를지언정 본질적으로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로 어떤 일은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글을 씁니다. 기억하기 위해. 기억을 돕기 위해. 후에 사람들이 글을 읽고 기억을 습득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 3월 이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해왔습니다. 행성인 구성원들의 성폭력 및 폭력 사건이 있었고 조직의 문화가 이를 방조하며 묵인해왔다는 참담한 문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웹진팀의 팀장이자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저 역시도 통렬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또한 팀 차원에서는, 우리가 만들어낸 사태를 뒤로하고 계속해서 웹진을 발행하는 것이 책임이 있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부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잘못해 온 점을 철저히 반성하고 공동체의 문화를 개선하여 또 다른 폭력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 외에 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며 행성인이 모든 활동을 중단할 때에 여기에 웹진팀도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활동을 중단하고 침묵하며 자성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책임을 완벽하게 다 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고, 우리의 문제점이 무엇이라 파악했으며 이를 고치고 보다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지점을 반성하고 성찰했는지를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피해자의 경험과 공동체의 잘못이 지워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지금의 상황과 쇄신의 과정을 망각하지 않고 보다 평등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의 일을 기억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웹진팀은 무엇보다 말과 글을 다루는 팀입니다. 기록하고 이야기를 남기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렇게 남겨진 글은 여건상 비대위 활동에 함께하지 못했던 구성원들에게 우리가 했던 일과 목표를 공유하는 역할도 함께 할 것입니다.

 

이에 웹진팀은 임시로 다시 활동을 재개합니다. 비대위를 구성하고 운영하기까지의 경위, 비대위 체제에서 행성인이 조직 문화를 점검하고 책임을 이행하며 자성을 위해 세운 계획을 공유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함께하며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최대한 다양한 구성원들의 기록을 남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쉬운 점, 부족했던 점까지도 가감 없이 투명하게 적고 공유하겠습니다. 작가 앨리스 워커의 말처럼 어떤 주제에 관한 진실이란 이야기의 모든 측면이 모아질 때라야 나오는 것이며 각 측면의 상이한 의미 모두가 하나의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웹진팀은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겠지만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끔한 비판을 받을 문을 항상 열어두겠습니다. 그 말씀과 함께 채우고 보완하며 기록의 과정을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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