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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에세이

추억과 인연너머 연대를 향해

by 행성인 2009. 10. 27.

 

  동인련과의 인연에는 아득한 추억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2003년 즈음, 이라크전쟁 반대시위가 열리던 여의도에서 어정거리던 나를 어떤 활동가가 ‘정말 열심히 활동하는 친구’라며 욜(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_편집자 주)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때는 그저 그렇게 인사를 하고 종종 이러저러한 집회나 모임에서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던 듯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내가 언제부터 동인련에 후원하기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중요한 건 여전히 후원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은 인연의 끈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리라고 믿고 싶다. 이렇게 변명하는 건 동인련 활동가들의 빛나는 활동에 비해 내가 후원하는 것이 너무 미약하고 후원 이외에 적극적으로 활동에 연대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추억을 더듬으면 언젠가 여름캠프에 ‘가족’관련 연사로 초대받아 함께 캠프를 지내면서 동인련에 조금 더 다가가게 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 캠프에서의 여러 경험들이 아직도 생생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회원들의 재치 넘치는 농담과 야담(?), 그렇게 밝은 분위기 속에 날 저무는지 모르며 이어졌던 ‘수다’와 대화들의 기억도 새롭다. 성소수자를 둘러싼 세상의 억압으로부터 일종의 해방구 역할을 하는 캠프라는 공간은 아픔에 대해서는 모두 같이 눈물짓지만 다시 힘을 얻어 기뻐하며 감동을 나누던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가슴 아픈 사연들과 공감 속에서 또다시 시작되는 현실들에 대한 저항, 그리고 운동, 연대를 위한 상상들은 내가 계속 동인련과 인연을 맺는 토양으로 함께 자라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내가 동인련을 찾았다기보다 늘 동인련이 내가 가는 자리마다 있었던 것 같다. 노동운동이 쟁점이 되었을 때, 촛불시위가 진행될 때, 비정규직 문제가 사안이 될 때, 여성의 날 행사 때, 환경운동과 만날 때, 그런 곳 어디에서나 동인련 가판과 거리 캠페인의 행동반경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었던 듯하다. 욜은 물론이거니와 가브리엘, 권, 정숙, 그리고 다른 여러 사람들의 활동반경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던 듯하다. ‘아하, 내가 이 활동가들의 미소와 오고가는 농담과 이야기 속에 이들과의 연대를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군?’ 내가 굳이 동인련을 찾으려 하지 않아도 동인련이, 동인련의 활동가들이 한국 운동지형과 활동의 지점에 늘 참여해왔었기 때문에 내가 이들과 인연을 맺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늘 어디선가 만나기 때문에 후원을 끊지도 못하게 하는 굉장한 활동력이 있었다.

  동인련의 활동은 정말이지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것 같다. 올해에도 쌍용차 투쟁의 연대에서부터 용산투쟁에 이르는 일련의 활동에 함께 했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 관련 쟁점과 HIV/AIDS 관련 활동은 기본으로 진행해오고 있지 않은가. 활동을 기본과 기본 아님으로 구분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진행하는 활동으로도 힘겨워하는 여타 단체들에 비하면 일단 기본은 기본으로 하고 더 나아가 연대활동, 청소년 관련 사안 등등에 참여하며 함께 하는 활동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감탄을 연발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활동가들의 열정과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새삼 추억을 더듬을수록 내가 만든 인연이기보담 동인련이 적극 인연을 만들어왔다는 생각에 놀랍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아주 많은 활동가들도 아니면서 십년 넘게 이렇게 열심히 활동해온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자리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텐데 버텨줘서, 아니 버티는데 그치지 않고 계속 전진하고 힘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해야 할 것 같다. 실은 그 덕분에 나도 많이 힘을 냈다는 이야기를 이 자리를 빌어 쑥스럽게 전하고 싶기도 하다. 좀 더 나은 세상, 차별받고 억압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활동하는 그 길목에 같이 있어줘서, 때론 앞장서 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 길에 나의 조그만 후원이 보탬이 되었다면 그 역시 감동이고. 그 감동이 이어지도록 연대의 씨앗을 앞으로도 계속 뿌리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서 우리의 꿈이 현실이 되는 날까지 계속 같이 하자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노명 _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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