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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이야기/회원 에세이

해운대 _ Solid의 더블커플여행기

by 행성인 2009. 9. 14.
* 솔리드 커플과 솔리드 친동생 커플과의 여행기


 

1. 들어갑니다.


 나라와 열심히 채팅창에서 버닝중이었다. 그날은 여행 며칠 전이었던 것이다. 그저 그뿐이었는데 신이 나서 떠들다가 나라의 눈이 반짝 빛나며 먹잇감을 노린 것일까. 또 웹진팀에 글거리가 떨어진 것일까(이건 기우였다.. 웹진팀 게시판을 개척한 이후.. 한없이 초라해졌어..)?

일기장에 글을 쓰는 것과 다른 사람이 보는 공개된 곳에 글을 쓰는 건 역시 다른법이지. 내가 간 여행은 어떻게 보면 늘상 누구나와 같이 가는 여행이었던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난 지극히 개인적인 틀 안에서는(적어도 내 주변사람에게는?) 동성애자로써의 PRIDE를 가지고 그 것을 내재화시킨 뼛속까지 게이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생각하고 거듭 생각한 끝에 웹진에 어울리는 글을 쓰려면 회원이라면 누구나가 다 알고 더 이상 알고 싶어 하지 않는 내 과거사를 돌이킬 필요가 있다.



2. 예뻤던 시절 동생에게의 커밍아웃


#1

마샬 선생님께서 늘 하는 말..

“그래 Solid 너도 예뻤던 시절이 있었는데..”

 라고 하시던 그 예뻤던 시절. 외대 HUFSaneVAN에 열심히 참가하고 싶던 나는 욕심이 생겼다.

‘집에 돌아가서도 내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어..’ 라는..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동인련 청소년 활동가 중에는 이미 부모님께 커밍한 분들도 있지만 그 당시 가족에게 나의 정체성을 밝힌다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러웠던 생각이 든다. 이러한 기우와는 다르게 ‘나의 자유로운 공간’에 대한 열망감은 결국 내 평생의 친구 동생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졌다. 그 간의 고민에 비하면 정말 자연스럽게


Solid : “ 나 남자를 좋아해”

내동생 : “어.. 그래도 수술은 하지마.”


내 커밍아웃은 이렇게 끝났다. 허무하군. 일반 남성들과 다름없이 동생은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에 대해서 알 리가 만무했다. 저 말속엔 상당히 많은 말들이 내포하고 있겠지. 형이 남자를 좋아해도 되지만 여자로의 변신은 아직 무리야.. 라는.. 나의 커밍아웃을 성공시킨 동생의 논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에 대한 아가페적인 이해였다. 아마 내 정체성이 트랜스젠더 였다 해도 말로는 저렇게 했어도 결국 곁에서 나를 지원해줄 녀석이란 걸 요즘 들어서 더욱 확신이 든다. 하늘이시여 동생의 얼굴을 내게 반만 주셨더라면..



#2


 이렇게 얼떨떨하게 한 커밍아웃은 그야말로 집에서의 나의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동생과 함께 씨티에서 함께 글을 보며 웃기도 하고,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올라오면 ‘확실히 형네는 좀 힘들것 같아.’ 라는 의사도 표현하는 만큼. 나아가 자기 여자친구에게도 아웃팅을 시키기 시작했다. 내가 당황할 정도로 그는 그의 친구와 애인에게 나의 정체성을 ‘소개’ 시켰고 동생의 그런 아무렇지 않음은 오히려 내게 더욱 PRIDE를 심어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




3. 이런 내 동생과 제수씨와의 여행


#1. 미안해 동인련


동인련 워크샵을 열기로 한 8월의 어느 날, 워크샵을 손꼽아 기다리고 덩달아 좋은 사람까지 만난 나는 그와 함께 2박 3일 동인련으로의 워크샵에 들떠 있는 오후, 동생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화

내 동생 :  “ 형 해운대 가자, M(여기서 M은 제수씨-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으나 이렇게 부르고 있다)도 같이 가고 형이랑 같이 가고 싶어해”

제수씨  :  “형님~~ 우리 같이 여행가요 형님 없으면 재미없을 것 같아용~~~”

 

그래 가자~ 다음주에 워크샵이니까 놀일만 남았네. 그런데 아뿔싸 내가 알고 있던 워크샵은 그날이 아니었다. 공교롭게도 겹친 나는 동생에게 워크샵 때문에 못가겠다는 말을 남겼다(100% 사실임). 이 후에도 동생의 러브콜은 계속되었고 생각해보니 동생 내외와 나와 그가 한꺼번에 휴가가 맞는 것도 드물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 미안해 동인련 내가 빠지면 기갈이 5.5% 부족하겠지만 외도를 하겠다는 결심으로 동생과의 여행 출발.



#2. 여행의 줄거리(개괄)


첫째날, 제수씨 집에서 넷이 모여 술. 끝 -_-;;

둘째날, 아침은 나와 제수씨가 김치볶음밥을 해서 남자들(?)을 먹이고 제수씨가 한 특제 참치계란말이와 함께 해운대로 출발했다. 일단 내려갈 때 운전은 우리커플이 하고(어차피 그이가 다 했지만) 동생커플은 뒤에서의 취조(어떻게 만났어요 등등). 그리고 부산까지 자고 숙소 도착한 후 밥을 먹고 우리는 범일동으로 갔다. -_-;;;;;;;;;;

셋째날, 범일동의 효과로 오후에야 일어난 우리는 그제서야 물놀이 하러 나가게 됨. 예쁜 여자 다리를 좋아하는 의심스런 취향의 제수씨 덕에 동생은 같이 여성을 함께 볼 수 있었고, 우리는 남자분들을 감상할 수 있었음(뭔가 이상하다). 물놀이를 마친 후, 커피빈을 지나다가 남자 둘이 앉아있는 광경을 많이 봄, 탐앤탐스에 분위기를 마시러 갔더니 거기도 상황이 같음. 여기 분위기는 원래 이러나 했는데 제수씨 게이다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됨. 어차피 커플 여행이었기 때문에 그닥 관심은 가지지 않고 셋이 열심히 수다를 떰. 동생은 아주 조금 소외감을 갖는 느낌이었음.



#3. 마지막 날 새벽 제수씨와의 대화


 역시 마지막 날 밤은 술로 지새웠다. 같이 매트릭스 2를 보다가 깔깔대면서 술이 약한 동생과 그 사람은 먼저 뻗어버리고 제수씨와 나는 “남자들이란”을 연발하며 계속 술을 마셨다. 술이 달아오르니 생물학적으로 깊은 이야기 등 여러 대화가 오갔다. 서로의 파트너에 대한 장점부터 불만까지 별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이 오갈때쯤. 난 그녀에 대한 감사를 표시했다.

“날 이해해주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해. 내 동생도 너도 그리고 제수씨 동생도.”

“에이그 난 그저 형님이 좋을 뿐이에요.”

“이번 여행에 대해서 글을 좀 써줬으면 좋겠는데 한번 써볼테야?”

“글재주가 없어서 형님 ^^”

“나중에 때가 오면 후원도 해주고 글도 꼭 써줘야해”

“알았어용 형님 ^^”

“30살을 넘으면서 뭔가 막연한 느낌이 들었어. 20대만큼의 활기, 에너지는 점점 없어지는 느낌이 들고 그냥 우울하고 그랬는데 오늘 여행은 기분이 좋네. 뭔가 여유로워 진다고 해야할까? 어쩌면 부모님과 함께 말고 동생과 최초로 멀리 나온 처음 여행이고, 더군다나 서로 각자의 사람을 데리고 있고 말이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나이를 들어가는 건 우울해야할 일이 아니라 이전과 다른 새로운 분위기를 반가워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거.. 너희 둘이 아이를 낳으면 나를 뭐라고 부르고 내 파트너는 뭐라고 부를까. 그 아이들도 삼촌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시켯! (뭔가 말이 왔다갔다 하지만 술이 취한탓이다.)”

“알았어요 형님~ 우리 앞으로도 남자들 빼고 우리끼리 자주 마셔요. 전 형님이 좋아요”

(사실 나도 남잔데..)


이러한 반강제적 후원의뢰와 원고청탁으로 방안에서의 술자리는 저물어갔고 바닷바람 구경하면서 야외에서의 술자리는 계속되었다. 제수씨와의 이러한 이야기는 처음이었고 동생보다 더할지도 모르는 우애를 만들어가며 해운대의 밤은 저물어갔지...




4. 끝입니다.


뭐? 뭐? 이게 끝이라고?



네.. 이게 저와 제 동생커플과의 여행기의 모든 것입니다. 아무 일, 특별한 사건도 없었죠. 이미 동성애자의 삶을 옆에서 느끼고 있었던 동생과 제수씨이니까요. 아.. 하나를 꼽자면 만약 둘만의 여행이었다면 주변사람들을 의식했었을 지도 몰랐지만 동생커플과 함께 다니니 되려 주위 환경은 의식되지 않더군요. 옆에서 누군과 우리와 함께 있고 서로 서로를 좋아하고 믿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힘이 났습니다. 이런 일기장에 쓰여져 있을 법한 졸필에서 의미를 짜내고 짜내어 찾자면 동생커플이 보내주는 조그마한 연대의 힘이라 할까요.

감사합니다.




Solid의 더블커플여행기 흥행 대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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