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행성인 성소수자노동권팀)
지난 5월 16일에 민주노총 성소수자 조합원 모임의 주최로 성소수자 노동권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야기 마당이 진행되었어요. 이야기 손님에는 저를 포함해 민주노총 성소수자 조합원 모임에서 활동하는 민식님, 전교조 부위원장이자 무지개 동지인 손지은님, 민주노총 부위원장인 권수정님이 참여했는데요. 이번에는 성소수자 노동자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무지개 동지들도 참여하는 자리라서 어떤 이야기로 채워질까 설레더라고요. 역시나 굉장히 유쾌하고, 단단한 자리였어요.
노동조합이 성소수자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함께 할 수 있다는 믿음
처음 노동조합이 생겼을 때는 즐거운 상상 하느라 바빴어요. 이제 일터가 변하겠구나! 다들 물밀듯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묘한 기류가 흘렀어요. 어느 조합원은 아침마다 책상에 노동조합 탈퇴원서가 놓여 있었고, 어느 조합원은 관리자에게 자길 봐서라도 탈퇴해달라는 부탁을 들었고, 어느 조합원은 부서를 없애겠다는 압박을 받았어요. 꺾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노동조합에 탈퇴하겠다는 연락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노동조합을 떠나지 않겠다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일상적으로 버텨야 했던 시간의 연속이었어요. 그래도 자신의 신념과 삶을 지키기 위해 많은 조합원이 꿋꿋하게 버텼어요. 그리고 용기를 내 함께 일터를 변화시켰죠.
당시에 연차를 사용해야만 일터를 벗어날 수 있는 부서가 있었어요. 일 년 내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매일 짧게라도 일터에 묶여있는 거죠. 온전한 휴식이 보장될 리가 없죠. 부서의 구성원들도 근무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막혔다고 하더라고요. 더군다나, 그들은 몇 명 없는 부서였거든요. 그때 각자 버티기도 바빴던 시기였는데요. 그런데도, 조합원들은 그들만의 투쟁으로 남겨두지 않았어요. 함께 피켓을 들고, 일터에 요구했어요. 때로는 지나가는 사람의 차가운 눈빛을 견디며, 때로는 나의 통장에 꽂힐 수 있는 직접적인 이득을 포기하면서요. 그렇게 함께 투쟁하며 깨달았어요. 일터에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산다는 것은 침묵 대신 동료를 선택하겠다는 선언이구나! 그래서 저는 조합원들을 떠올리면 성소수자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함께 행동할 동료라는 믿음이 있어요.
지금 선언하라
노동조합이 없던 시절에 저의 관리자는 가족이 갑자기 돌아가셔도 퇴근 시켜주지 않았어요. 새벽에 응급실에 다녀올 정도로 아파도 출근하라고 말했어요. 그게 당연한 분위기였어요. 물론, 이제는 과거의 일이죠. 지금 저의 일터에는 단체 협약이 있거든요. 단체협약이란 노동조합과 일터가 맺은 약속인데요. 단체협약에는 노동자의 권리가 촘촘하게 적혀있어요. 그래서 이제는 가족이 돌아가시면 온전히 장례에 집중할 수 있고, 아프면 출근하지 않을 수 있어요. 경영진과 사무실은 그대로인데,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과 분위기가 변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는 존재들이 있어요. 사회적 합의라는 단어의 오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선언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즉, 노동조합이 ‘성소수자 노동자의 권리를 지지한다!’라고 지속적이고 선명하게 선언하는 거죠. 예를 들면, 단체협약에는 성별·종교·결혼·노동조합 가입 여부 등으로 차별하지 말라는 조항이 있어요. 여기에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명시하는 거죠. 단체협약은 법보다 우선하는 약속이거든요. 우리만의 차별금지법을 만드는 거죠. 이미 민주노총에는 성소수자 노동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내용이 담긴 평등 단협안도 있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겠죠. 이를 위해서는 성소수자 노동자가 각자의 현장에서 노동조합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퇴근 후에만 존재하는 삶이 아닌 일터에서도 존재하는 삶
권수정 부위원장님의 들려주신 이야기를 여러분에게도 들려주고 싶어요. 해외에 퀴어 운동을 하면서 노동조합 간부였던 활동가가 있어요. 그는 다양한 지역에 퀴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퀴어 공동체가 해방구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이런 노력으로 다양한 지역에 퀴어 공동체가 만들어졌죠. 그런데 어느 순간 퀴어 공동체가 아무리 많아져도 결국 퀴어가 해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대요. 자신에게 안전한 공간이 일터와 분리될 때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이 존재한 거죠. 결국 일터에서도 안전해야 한다는 답을 얻었대요. 그래서 퇴근 후에만 존재하는 삶이 아닌 일터에서도 존재하는 삶을 위해 투쟁하기 시작했어요. 퀴어에게는 노동 운동을 알리고, 노동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퀴어를 알리면서요. 맞아요. 우리의 삶은 분리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성소수자이자 노동자인 우리가 퀴어 운동과 노동 운동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함께 길을 모색하자
손지은 부위원장님은 전교조에서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그는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함께 할 사람이 적어서 때로 어렵다고 이야기했어요. 게다가 열심히 만든 자료가 여러 이유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잘 모르니까, 그래서 안 하게 되는 등의 이유요. 그러므로 저는 다양한 지역과 현장에 있는 성소수자 노동자들이 지금보다 더욱 많이 자신의 언어로 성소수자 노동권에 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생한 언어는 훨씬 많은 상상을 가능하게 하거든요. 처음부터 말하기는 어렵죠. 그래서 함께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행성인 노동권팀은 여러 방향에서 성소수자 노동권에 대한 언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RainbowatWork) 노동의 흐름이 다양해지는 만큼 우리는 더욱 많은 동료가 필요해요. 즉, 지금 행성인 노동권팀은 함께 할 동료를 찾고 있어요. 우리 함께 고민하며 길을 만들어가면 어떨까요? 날씨 좋은 날에 행성인 사무실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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