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퀴어버스 그리고 두 번째 퀴어버스에 오르기 전에


7월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청 광장 한 켠 재능교육 농성장에서 3차 희망의 버스와 함께하는 퀴어버스는 탑승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무지개 깃발을 펼쳤습니다. 희망의 승차권을 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7월 9일 2차 희망의 버스에서 처음으로 성소수자들이 모여서 만들었던 퀴어버스가 두 번째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7월 9일 당시 퀴어버스에 탄 60여명과 희망의 버스에 오른 1만이 넘는 탑승객들은 부산에서 1박 2일 노숙을 했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부산역에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근처까지 행진을 했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85호 크레인을 만날 수 있었지만 경찰은 평화적 행진에 물대포와 최루액을 쏘며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며 막아섰고, 급기야 희망의 버스에 오른 40여명을 연행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의 버스와 퀴어버스 탑승객들은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밤새 열리는 공연을 보며 발언도 들었고, 아침이 밝아오고 비 내리던 하늘이 개이고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에서도, 연행된 사람들을 석방하라고 외치는 장애인 참가자들과 함께 차벽 앞에 앉아 농성을 했습니다. 무지개 깃발을 휘날리며 희망의 버스 탑승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면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G-Voice'가 공연을 펼치기도 했어요. 그리고 인권 활동가들과 밥에 김 가루와 소금을 살짝 뿌려 만든 주먹밥을 1박 2일을 함께 보낸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85호 크레인에서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함께 한 모두가 아쉬워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연행된 탑승객들을 석방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성소수자,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




사실 7월 30일의 3차 희망의 버스, 그리고 두 번째 퀴어버스에 탑승객이 얼마나 모일지 걱정을 했어요. 한진중공업 문제가 사회 쟁점으로 떠오르고 국제적으로 알려지면서 정부는 희망의 버스 탑승객들에게 불법으로 채증된 사진들로 무차별 출석 요구서를 뿌렸습니다. 그리고 보수 우익 세력들이 희망의 버스는 절망버스라며 여론을 돌려 세우려고 애쓰고 있었거든요. 이들은 자기들 세력이 부족했던지 어버이연합까지 앞세워 참희망버스라는 걸 만들어서 본때를 보여주겠노라 했습니다. 오히려 그래서였던가요. 7월 30일을 며칠 앞두지 않고 퀴어버스에 올라 부산에 가겠다는 탑승객들이 늘어났습니다. 첫 번째 퀴어버스 탑승객 숫자에는 못 미치지만 버스 한 대를 넘겼습니다. 이번 3차 희망의 버스는 당초 우려했던 예상과는 달리 2차 희망의 버스를 넘어선 1만 2천여명이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희망의 무지개를 품고 부산으로 향하다


버스에 오른 탑승객들은 부산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서로 인사를 나눴습니다. 어떤이는 성소수자 단체 회원이고, 또 다른이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오기도 했습니다. 성소수자 개인도 있었고요. 그리고 퀴어버스에 꼭 올라 1박 2일의 여정을 같이 경험하고 싶다는 이성애자분들도 있었어요. 모두들 200일 넘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 조선소에서 수십년 동안 배를 만들어 오다가 일순간에 정리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85호 크레인에 가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어렵다, 경제가 어렵다는 핑계로 노동자들이 잘려나가는 일이 한진중공업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성소수자들이 퀴어버스에 오른 것은 아주 단순합니다.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삶과 우리의 일할 권리를 지키는 것과 같은 것이니까요. 성소수자들도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일터 어느 곳에나 있지요. 하지만 여간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변태이거나 비정상이라며 죄악시하고 차별하는 사회에서 성소수자임이 드러난다면 불이익을 당하고 쫓겨나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해고는 그저 부당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고립시키는 사회적인 살인과 같은 것입니다.



절망의 세상을 희망으로, 끝까지 웃으면서 싸우자!


퀴어버스 탑승객들을 비롯해서 희망의 버스에 오른 사람들이 우여곡절 끝에 영도 조선소 근처까지 왔습니다. 아직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영도 입구에서 경찰에 항의를 계속했고 언론을 통해 보았듯이 참희망버스에 오른 어버이연합 분들은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마치 경찰인양 길을 가로막고 현지 주민인지 아닌지 주민등록증까지 확인하는 어이없는 상황까지 몰고 갔습니다. 목검까지 휘두르는 활극을 선보인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부산에 흩어져있던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은 가파른 골목길을 지나 영도 주변 공원에 모였습니다. 여러 프로그램이 진행이 되었고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85호 크레인과 전화 연결이 되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여러 어려움을 넘어 이곳에 온 희망의 버스 탑승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200여일이 되도록 관심조차 없던 부산시와 사장 등이 내려오라는 요구를 하지만, 크레인에 올라 200여일을 버텨낸 이유를 모른 척하는 사람들에게 절망이 희망을 이길 수 없듯이 아무 사심 없이 하나가 된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녀는 바로 옆에 들리는 듯한 목소리로 영세 상인들, 철거민들, 비정규직과 해고된 노동자들, 장애인들, 성적 소수자들, 여성들, 등록금에 절망하는 학생들을 비롯해 도처에 무너지고 짓밟히는 삶이지만 끝까지 웃으며 함께 투쟁하자고 외쳤습니다. 야만을 향해 질주하는 세상에 우리 손으로 새로운 버스를 장만하며 저항하고 있으니, 우리 모두 곧 웃게 될 것이라고 외쳤습니다. 녹음을 하는 사람들,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 조용히 85호 크레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숨죽이며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듣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무얼 바라고 저 위에 올라갔을까요. 고통 받는 사람들을 대표해서 메시아처럼 올라섰을까요. 그를 보기 위해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노숙을 각오하고 이 먼 곳까지 찾아왔을까요. 전기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85호 크레인에서 밝은 빛으로 전해오는 목소리는 권력과 돈을 손에 쥔 자들이 음지에서 벌이는 추악한 일들로 인해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억압받는 이들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최소한의 인권은 커녕 민주주의라는 말이 사전에나 쳐 박혀있는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억울하게 내쫓기며 차별받는 이들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이지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서로가 손을 잡고 서로의 삶을 지켜야한다는 것을요.



85호 크레인에 승리의 무지개가 걸릴 때까지!


퀴어버스는 이번에 특별히 퀼트를 준비했습니다. 무지개 깃발을 담은 촛불과 무지개를 이끄는 버스가 그려진 천을 도로 한 켠에 펼쳤습니다. 퀴어버스 탑승객들이 모여 한땀 한땀 흰색 천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바늘에 실을 끼워 천위에 바느질을 하면서, 아마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1,300일 넘게 싸우는 재능교육비정규직,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발레오, 콜트-콜텍, 야간노동 없애자고 외치는 유성기업, 15명을 하늘로 보내야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비롯해 ‘인간답게 살아보자,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치며 싸우고 있는 100여개가 넘는 사업장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나아가 성소수자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에 대한 바람을 바느질에 담지 않았을까요.



퀴어버스 참가자들이 만든 퀼트




퀴어버스 탑승객들은 가로등마저 꺼져버린 새벽이 오는 시간이 될 때까지 즐겁게, 때론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면서 어느새 퀼트를 완성했습니다. 완성된 천을 둘러싸고 모두 뿌듯한 듯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습니다. 아침이 환하게 밝아오자, 부산 시내로 나가는 길목에다가 그 커다란 퀼트를 들어 희망의 버스 탑승객들에게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흰색천이 무지개로 물든 퀼트가 되었듯이 버스에 오른 사람들의 가슴에 저마다 원하는 세상을 희망으로 짜 맞추길 바랐습니다. 이렇게 3차 희망의 버스와 함께 한 퀴어버스는 희망을 전하면서 동시에 희망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장병권 _ 동성애자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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