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야심찬 기획 (동인련 회원모임)
우리 지금 만나
강연 형식 NO
글 뭉탱이 NO
학술 용어 NO
눈치 보기 NO
속 시원히 까놓고 이야기하자!
그냥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것임.
일단 예정된 주제들 (다 할지는 나도 몰러):
나이주의, 페미니즘, 장애, HIV/AIDS, 성노동, 성별정체성(트랜스젠더), ~한 성“취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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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만 상콤 발랄하게 말하고 끝내도 되겠으나, 지나치게 진지하고 평등한 관계맺음에 대한 강박이 있는 저인지라, 우울과 지루가 뚝뚝 떨어지는 글을 기어이 써야겠네요. 진지한 거 싫음 안 읽어도 돼요. 모임이 그런 건 아니니까 모임은 나오고요.
어떤 청소년 활동가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대충 이런 이야기를 들었데요. 청소년 활동에 대해 “그건 사회 구조를 먼저 바꿔야지,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너무하다”라고. 근데 어쩌다가 성소수자 운동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분노를 토하며 그 이야기를 꺼내자, 뭐 그런 자식이 다 있냐는 식으로 같이 분노해 줬다고 하네요.
이런 일들이야 많지요. 누구나 어느 면에서는 소수자이지만, 어느 면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그걸 알기는 쉽지 않아요. 이성애자들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기득권을 누리는지 자신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알게 된다 쳐도 되도록 기득권을 누리려고 하지요. 그게 편하니까요. 음, 나도 그래요. 거의 대부분 그래요. (그렇다고 여기서 너무 비관하진 말고요.)
게다가 같이 부대끼며 산다는 건 단순히 말로 “난 장애인 차별에 반대해”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죠. 뒤풀이 하나를 간다고 쳐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으면 휠체어 이용이 가능한 공간을 찾아야 하고, 청소년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찾아야 하죠. 남녀로 구분되어 있는 화장실이 불편한 이들도 고려해야 하고요. 그런데 이 사회에 그런 데는 거의 없어요. 그러다보니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하죠. 모두에게 말이에요. 게다가 우리가 말 속에도, 행동과 습관 속에도 소수자들이 불편해 할 만한 것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이 소통되지 못한다면 다들 떠나겠지요. 내가 이성애중심적인 공간을 떠나온 것처럼 말이에요. (자, 그렇다고 여기서 더 비관하지는 말고,)
그래도 저는 희망은 여기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소수자로 경험한 것들을 잊지 않고, 다른 소수자들과 공감하면서 자신과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거예요. 조금씩 조금씩, 어쩔 땐 한꺼번에. 군대에 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들이 바뀌길 바라는 게 너무 힘드니까, 아무런 변화도 없으니까, 내가 바뀌는 게 빠르겠다, 그게 덜 힘 빠지겠다’라고. 내가 이성애자가 된다는 게 아니고, 내가 가진 기득권들을 돌아보고 ‘나 자신을 타자/소수자/약자의 위치에서 새롭게 만들어가야지’ 했어요. 물론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조금씩 하려고요. 그래도 저는 여기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동성애자인권연대도 그런 곳이었음 해요. 여러 소수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사회를 바꾸어나가는 동시에 우리도 바뀌어가는 그런 곳. 그래서 이런 자리가 참 중요하고 또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그때 보아요~
(이렇게 쓰고 보니 나 엄청 착해 보이네.)
오리_ 동성애자인권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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