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리 : 이주사
마포는 대안적 공동체가 다양하고 활발하기로, 독립생활자와 성소수자 거주자가 많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를 비롯한 몇몇 성소수자 단체가 소재하고 있고, 2010년부터는 마포레인보우유권자연대에서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이하 마레연)로 이어진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성소수자 운동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4.11 총선을 앞두고 마레연,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를 비롯해 언니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마포 지역 단체와 개인들이 모여 성소수자와 독립생활자, 비혼 여성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한 유권자 모임인 보트피플을 결성했다.
보트피플은 정책요구안을 발표하고 “정치토크쇼 & 유권자파티”를 여는 등 활발한 총선 대응 활동을 벌이고 있다. 보트피플 기획단의 오김현주 씨를 만나 성소수자 지역운동과 유권자 운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 성소수자들에게 사는 곳은 자신을 감춰야 하는 곳인 경우가 더 많다. 성소수자 억압의 존재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오김현주 씨가 말한 내가 사는 곳에서 즐겁게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야말로 성소수자 운동의 출발점일 것이다. 도시에 살든 시골에 살든, 가족에게나 이성애자 친구에게나, 학교에서든 군대에서든 부정당하고 차별받지 않는 삶을 우리는 꿈꾼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존재를 드러내고 억압에 저항해야 한다.
마포의 지역특수성은 지역사회에서 우리를 드러내고 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놓은 듯하다. 마레연의 등장은 지역사회에서 성소수자 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보트피플은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정치 세력화하는 하나의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보트피플 정책워크샵에 참가하면서 우리 삶에 문제를 만들어 내는 지점들을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마포에서 조만간 진정으로 다양성이 인정받는 지역사회의 등장을 보게 될지 모르겠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성소수자 억압에 균열을 만들어 낼 되는 지정학적 구심을 기대하게 된다.
이주사(이하 이): 보트피플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오김현주(이하 오김): 재작년에 “마포레인보우유권자연대”을 꾸리고 활동하다가 이름을 “마포레인보우주민연대”로 바꾸고 일상적인 활동을 하기로 했어요. 작년에는 매달 밥상모임을 하고, 버스광고 같은 여러 활동을 했어요. 올해 사업 논의를 하다가 원래 유권자 운동으로 출발하기도 했으니까 총선에서 유권자 운동을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우리만이 아니라 더 넓혀서 여성 이슈라든지 혼자 사는 사람도 많으니까 독립생활자 이슈도 같이 다뤄보자고 했고, 여러 곳에 제안을 했어요. 그래서 한국성폭력상담소, 민우회, KSCRC, 마포에 비혼 페미니스트 방송 야성의 꽃다방과 마레연이 함께 기획단을 꾸리게 됐어요.
이름은 보트피플인데, 난민을 의미하는 보트피플(Boat People)이란 말이 서울에서 정주하지 못하고 계속 떠돌아다니는 우리 처지와 비슷해다 해서 그런 의미를 담고 투표한다는 의미를 같이 담아서 보트피플(Vote People)이라는 이름을 만들었어요.
외국은 유권자 운동이 활발해서, 미국에는 온라인 유권자운동으로 500만 명이 가입된 단체도 있고 활동도 많고 정책제안도 하고 공약도 요구하고 해요. 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기억나는 게 낙천낙선운동 정도잖아요. 그때 법적으로 문제가 많이 되고 해서 저희도 우려하는 지점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유권자 운동이 단순히 어떤 후보를 공천해라 이런 방식이었다면, 그것을 넘어서서 정책 제안도 열심히 하고, 실제로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으로까지 변했다고 해요. 저희는 그런 수준은 아닌 것 같고, 우선은 한국 사회에서 독립생활자, 성소수자, 비혼 여성의 요구가 거의 가시화된 적이 없고 이런 저런 활동들이 있긴 했지만, 유권자나 정책의 목소리로 드러난 적이 없어서 그것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LGBT운동에서 질의서를 많이 보냈는데, 허무해지는 것이 답변 오는 곳도 한정돼 있고, 총선이면 전국을 대상으로 보내는 거니까 정확한 타겟이 없다보니 성과가 남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질의하는 방식보다는 정확하게 마포라는 타겟을 잡아서 사람을 불러내고 우리의 이야기를 듣게 하는 적극적 방식의 유권자 운동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사진출처:보트피플cafe.daum.net/votepeople
이: 보트피플 활동은 사실 마레연에서 이어진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마레연은 어떻게 출발하게 됐고 어떤 활동을 벌였나요?
오김: 사실 마레연 전에도 역사가 있긴 한데, 마용서라고 마포용산서대문 커뮤니티가 있어요. 여기도 굉장히 규모가 커요. LGBT운동이 일상적인 문제들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인권포럼에서 지역 얘기도 등장하고 소수자 주거권 모임도 생겼죠. 이런 흐름 속에서 2010년 지방선거 때 이 동네에 굉장히 많은 레즈비언들도 살고 있는데 뭔가 해보자는 움직임이 있었죠. 그래서 그때는 질의를 보내고 했었죠. 그런데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서 이 모임을 해소하기가 너무 아까운 거에요. 그때 모은 유권자 명부가 100여명 정도 됐어요. 마포에 주소지를 가진 사람들만 모아도 수십 명 규모가 됐구요. 그래서 여기에서 정치적 활동뿐 아니라 일상을 같이 나누는, 삶을 같이 나누는 모임을 꾸리면 좋겠다고 해서 활동을 시작하고 밥상모임을 시작한 거예요. 또 하나는 우리뿐만 아니라 숨어있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은데 만나고 싶다는 욕구가 있어서 버스 광고를 하게 됐죠. 동네 사람들한테는 유명한 추격자에 나오는 마을버스 9번이랑 16번에 광고를 내기로 했어요. 모금도 하고 벼룩시장도 열고 해서 광고를 냈어요.
지역사회에 있는 사람들이 이 지역 커뮤니티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도 중요했고, 이 모임에 함께 할 사람들을 찾고 싶다는 욕구가 함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광고를 우리만 봤을 거 같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그 광고를 보고 카페를 찾아서 온 분들이 있었어요.
이: 보트피플을 보면 성소수자 이외에 비혼 여성과 독립생활자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성소수자 이외의 주민들과 관계 맺기에 대해 어떤 고민이 있으셨나요?
오김 : 작년까지는 마레연에서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였다면, 올해는 사업계획의 기조를 대마(포)공작으로 짓자는 얘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우선은 첫 번째 기획이 총선 대응인 거고 사실 하반기에 계획하고 있는 것은 이 동네에 마을 극장이 있는데 LGBT인권영화제나 여성영화제 같은 행사를 규모를 줄이고 지역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을 해보려고 해요. 또 하나는 이 지역에 시민단체가 굉장히 많은데 네트워킹이 돼 있어서 3년째 신년 모임을 같이 해요. 올해 같은 경우는 구청장도 오는 굉장히 큰 행사가 됐어요. 거기에 참석할 수도 있구요. 그리고 홍대 청소노동자 투쟁할 때나 두리반 싸움이 있을 때 마레연 이름으로 후원을 하고 했어요. 그런데 사실 마레연이라고 하면 정확히 인지가 안 되는 부분이 있고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교류가 없기 때문에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것도 있어요. 마레연이 교류하는 단체들은 보트피플과 함께 하는 단체로 한정된 것이고 우리 존재를 인지시키기 위해서 마포지역 활동가들을 초대해서 밥상모임을 하려는 계획도 있어요.
이: 보트피플에서 주되게 고민하고 있는 쟁점은 어떤 건가요?
오김: 정책 워크샵 주제로는 주거권, 차별금지법과 파트너쉽, 낙태권과 노동권을 잡았어요. 그 주제로 한정되진 않을 거예요. 건강권 얘기도 나오고 안전 얘기도 많이 했어요. 안전은 협소한 개념으로 주로 요즘엔 여성과 아이가 행복한 도시 같은 얘기가 많은데 그런 개념을 뛰어 넘어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범죄 등도 안전 개념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제일 많이 얘기가 나온 건 주거권이에요. 대부분 복지가 4인 가족 중심으로 돼 있는 것의 문제, 세입자 권리 문제 등의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어제 밥상모임에서는 독립생활자들이 생활패턴이 너무 달라서 지역정체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독립생활자들이 주민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저녁에 개방한다든지 하는 얘기도 나왔어요.
이: 마지막으로 지역 성소수자 운동, 성소수자 유권자 운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지금까지 마레연과 보트피플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오김 : 동네에서 지역에서 내가 어울리고 관계 맺는 사람들하고 편하게, 즐겁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런 소소한 커밍아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까 언급한 밥상에 활동가를 초대한다든가 버스광고죠. 누군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우리가 여기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방식인 것이고, 유권자 운동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물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그런 한계는 있겠지만 내가 자주 가는 공간, 곱창집이든 카페든 우리 정체성을 인정받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각자 욕구는 다르겠지만 제 경우는 지역사회에서 LGBT인권조례 같은 정치적 효시를 만들고 싶어요.
최근에 학생인권조례 운동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공간은 지역으로 한정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서울시를 상대로 하든, 지역사회를 상대로 하든, 국가를 상대로 하든, 집단적 정치적 경험이 가져다주는 집단적 각성이 이후에 큰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권력, 정치 이런 것들이 대변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면, 지금은 대변해 줄 모델이 생길 수 있다는 희망도 생긴 것 같고 유권자 운동을 통해서 우리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죠. 다양한 통로가 열려 있다는 생각,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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