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리 : 이경

 

19대 총선이 코앞이다. 선거 때마다 성소수자 관련 정책이 공약집의 한 부분을 채우기 시작한 것도 벌써 8년 가까이 되어가는 듯하다. 2004년 민주노동당에서 최초의 성소수자위원회가 만들어진 이후로, 성소수자 운동은 진보정당을 통해 성소수자 정책을 제안하거나 유권자로서 지지선언을 펼치기도 했다. 이후 진보신당에도 성정치위원회가 만들어지고 2008년에는 최초의 레즈비언 국회의원 후보가 출마하면서 성소수자 정치운동의 영역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왔다. 지난 시기 동안 성소수자들은 꾸준히 정치라는 영역에서 어떻게 존재를 부각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노력해온 것이다. 얼마 전에는 녹색당, 진보신당, 통합진보당 3당이 성소수자 정책연대를 선언하는 등 성소수자들은 본격적으로 정치 운동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직접 정당 운동에 뛰어든 성소수자들은 어떤 계획과 포부를 가지고 있을까? 그 중 한 명인 정민석 통합진보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만나보았다. 그는 오랜 동안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몸담아온 활동가인데 어떤 이유로 정치판(?)에 뛰어든 것일까? 미리 밝히자면 애초에 이 인터뷰는 진보정당들의 성소수자 공약을 소개하려는 취지로 마련되었는데, 그런 내용은 각 정당 공약집이나 정책연대 내용에 참 꼼꼼하게 나와 있어서, 여기서는 성소수자가 정당운동과 정치에 개입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나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의견을 듣는데 더 집중했다.


곽이경(이하 곽) : 통합진보당에서 성소수자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민석(이하 정) : 어렵다. 위상을 쉽게 가늠할 수 없다. 당원들의 감수성이 따라오는지 모르겠지만, 역할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소수자 부문위원회가 당 내에서 활동하는 것은 성소수자가 아니라도 일반적으로 어렵다. 정책 생산뿐만 아니라 성소수자가 당에서도 중요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진보정당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중앙당 부문위원회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어렵다. 칼럼도 쓰고 입장도 내면서 반응을 보지만, 지금까지 느낀 것은 당원들의 피드백이 없다는 것이다. 성소수자들의 글에 의견을 쉽게 달지 못한다는 점을 보면 성소수자와 당원들이 따로 존재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정당 입장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생산해낼 수 있는 부문위원회가 존재한다는 것은 좋을 것 같다. 물론 필요한 정책을 만들라고 당에 요구하는 것도 위원회의 역할이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역할은 당 안에서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성소수자 당원들이 찾아오는 안전한 공간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따로 노는 공기를 섞이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곽 : 성소수자 정책을 제안하는 통로로서 위원회는 어느 정도 자리잡은 것 같다. 하지만 성소수자위원회 하나 있는 것으로 당이 면피하려 하거나, 성소수자 운동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려는 아쉬움도 있지 않나.

정 : 성소수자 정책은 그저 공약을 위한 공약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왜일까? 위원회가 중요성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안주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의 리더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나는 둘 다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우리 공약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러면서 당사자로서 진보정당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굳건하게 가지면서 일을 추진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활동하면서 사람도 발견해보고 싶다. 지금 위원회는 존재하는 것 정도인게 사실이지만, 앞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지지자를 더 많이 만들고 역량을 구축하고 싶다.

 

곽 : 진보정당이 소수자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주는 깜냥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정 : 아마 생각도 못할 거다.

 

곽 : 정책생산기구로만 기능하던 위원회가 당에서 직접 당원들과 부딪히며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런 면에서 위원회가 성소수자의 실질적인 참여와 주체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정 : 당 통합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교육이나 지역 조직 등 그동안 준비해온 것들이 정체된 상황이다. 우리 나름의 계획이 있더라도 당의 행보에 따라 어떤 사업은 포기하기도 했고 반대로 어떤 것은 독촉을 받기도 했다. 지금 위원회는 성소수자 당원과 비성소수자 당원의 접촉면을 넓히고 점차 섞여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 첫 번째 방법은 지역이다. 당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조직이다. 일례로 선거 때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들에게 성소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지역에 소통구조가 필요하다. 그게 없으면 중앙 성소수자위원회가 모든 걸 다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역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면, 중앙 위원회는 정책을 생산하고 중앙 차원에서 정책 입안을 압박한다면, 지역은 밀착력을 가지고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면 좋을 텐데 말이다. 성소수자 이슈는 진보당원이라도 무지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진보정당 당원들은 그 어떤 사람들보다 사회 진보를 바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장에 이들이 소수자 이슈를 배제하거나 무관심하더라도, 우리가 이 공간에 함께 하면서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관계맺음 하면서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과 교육에 대한 집중, 이 두 가지는 당의 큰 변화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과제이다.

 

곽 : 지역에서 성소수자임을 밝히지 않고 활동하는 당원은 꽤 있지 않나. 지역에서 성소수자 당원들이 자신의 주체성을 드러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정 : 커밍아웃은 쉽지 않다. 커밍아웃은 하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사람의 온도차가 분명 존재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뭐 그걸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냐’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더라도, 성소수자들은 커밍아웃 자체가 쉽지 않다. 그 간극을 줄이는 것이 성소수자위원회의 역할이다. 커밍아웃에 대한 자신감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고, 커밍아웃하기 어려운 지역 분위기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는 필요도 있다.

 

곽 : 다수 성소수자 당원들이 활동하는 공간인 지역이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정 : 성소수자 당원들이 용기를 많이 가지면 좋겠다. 당은 학교나 군대 같은 곳은 아니다. 우리 정당은 소수자 인권이 신장되길 바라는 곳이라는 전제가 있는 곳이다. 어느 정도 신뢰를 가지고 부딪혀보자. 물론 주변에 나의 존재가 어떻게 읽힐 것인지 두려울 것이다. 그런 두려움을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이 모두 감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더 많이, 올바로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어도 지역에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당원이 있다면 거기서는 굉장히 의식적으로 성소수자 교육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 때 교육은 성소수자에 대한 예의이며 지지의 직접적 표현이다. 이런 교육은 향후에 더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렇지 않고 ‘커밍아웃을 했네’ 라면서 개인적인 일로만 치부하고 넘어간다면 문제다. 지역에서 이런 시도들을 해보는 것이 위원회의 과제라면 과제다.

 

곽 : 통합진보당은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차별금지법 제정’, ‘성전환자 성별정정 특별법 제정 및 취업, 의료지원 서비스 마련’,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HIV/AIDS감염인 인권증진 및 지원을 위한 법률로 개정’과 같은 세 가지 정책을 대표적인 성소수자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정 : 중요한 성소수자 정책은 너무 많지만 불가피하게 우선순위를 두었다. 17, 18대 국회에서 법안으로 제안되었지만 회기만료로 인해 폐기되었던 법안들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차별금지법에 삭제된 7개 영역의 차별 사유가 들어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성전환자 성별정정 특별법은 17대 국회 때 추진되다가 멈춘 법이다. 19대 국회에서는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법이 없기 때문에 성별을 변경하고자 하는 트랜스젠더들은 대법원의 별도지침이나 판사들의 주관적인 판단에만 의존해야하니 결정이 이랬다 저랬다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의료정보와 취업정보 서비스도 이를 주관하는 부서에서 직접적으로 제공자 역할을 해야 한다. 작년 국정감사 때 최경희 의원(새누리당)이 트랜스젠더 성전환율을 물었는데 0건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법원에서 성별을 변경하는 TG의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앞뒤 안 맞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트랜스젠더와 관련해서는 법 제정, 호르몬치료나 성전환수술의 국민건강보험 보장, 취업과 의료에 대한 서비스 제공, 이 세 가지가 매우 필요하다. 취업과 의료 정보 서비스는 2006년에 이뤄진 관련 실태조사에서도 당사자들이 많이 원했던 것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은 17대 국회 때부터 인권을 기준으로 한 전면개정을 요구해왔다. 그것을 요구한 감염인들의 활동이 있었고 지금도 감염인들의 욕구가 분명히 있다. 이것이 법으로 추진된다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정 : 지난 시기 법제정이 좌절되었다고 해서 우리 활동이 멈추거나 후퇴한 것도 아니다. 그간의 경험과 평가를 바탕으로 필요성과 의의를 확대한다면 회기만료에 임박해서 급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이르게 준비할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사회적 설득력과 당사자들의 요구를 더 많이 받아 안을 수 있지 않겠는가.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에 당선되는 국회의원들이 하겠지만, 당사자의 요구를 모으고 일이 되도록 추진하는 원동력은 성소수자 단체들이 되어야 한다. 성소수자위원회가 다리 역할을 잘 해야 하지 않을까? 잘난 국회의원 하나의 힘 보다는 삼박자가 잘 맞아서 법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

 

곽 : 우리는 아는 후보도 없는데 총선 시기에는 어떤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

정 : 우리가 준비하는 공약과 정책을 역으로 후보들에게 잘 알려주어야 한다. 직접적으로 밀착해서 제안할 필요가 있다. 통합진보당 안에서도 성소수자 공약에 대해 후보마다 온도차가 크리라 생각한다.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들 가운데 우리 안을 위해 노력할 후보를 발굴하고 제안하는 과정이 이뤄진다면 총선 후에도 일이 한결 수월하지 않을까? 성소수자 정책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여론화시키는 작업들도 하는 동시에, 당 안에서 성소수자 정책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임기 동안 끊임없이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과제다.

 

곽 : 성소수자를 비례후보로 배정한 정당은 없다. 왜 그런 것을 제안하지 않았나? 앞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성소수자 후보를 직접 배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나?

정 : 우리에게 소수자 비례후보가 주어지는 것이 올바른 대안일까 하는 의문은 있다.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성소수자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방편 중 하나일 뿐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물론 성소수자 정체성을 가지고 당내외에서 목소리를 낼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변화를 일구어나가는 사람들 중에 성소수자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배려차원으로 주는 것은 아니면 좋겠다.

 

곽 : 정당에서 비례후보를 준다는 것은 ‘의지’의 차원으로 읽힐 수 있지 않나.

정 : 장애 여성이 비례 1번으로 배정되었던 것은 장애인들의 투쟁의 성과였다. 당 통합 과정에서 그런 중요성이 희석되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다. 그것과는 별개로 비례 후보 배정이 대안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성소수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기회와 계기는 여러 가지라는 점을 상기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여러 방법들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싶다. 하지만 장애 여성이 비례 1번을 받는 것은 그녀가 받은 사회적 차별을 반영하는 것이자 장애인 활동가들이 열심히 싸웠던 결과이기 때문에 우리가 장애인 운동의 사례를 충분히 배울 필요는 있다.

 

곽 : 성소수자위원회는 정진후 후보에 대한 입장을 냈는데?

정 : 성소수자위원회는 젠더, 나이 등 다양한 불평등에 놓인 사람들과 연대해야 하고 이들의 입장에서 입장을 낼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한다. 입장을 내면서 여러 고민 지점이 있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정 위원장이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조직을 보위하기 위해 잘못된 결정을 방관하거나 2차 가해자들의 처벌을 경감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책임은 진보정당 비례후보로 나오지 못할 만큼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조직 보위를 위해 타협해선 안 될 문제에 타협하는 모습은, 좀 더 예민하다고 할 수 있는 성소수자 혐오와 관련한 문제에 대한 대처에서도 신뢰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국회의원은 아니었다. 또 하나, 당원으로서도 불만이 있다. 이런 논란 지속되는 상황에서 후보가 당원들에게 99% 교육 대혁명을 이뤄내자는 문자를 보내는 대신에 명확한 자신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 당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그걸 잘 하지 못했다. 결국 정후보가 사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비례후보 선거에서 그에게 반대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을 보건대, 여성과 소수자의 시각에서 이 사태를 바라보지 않고 문제를 처리한 지도부의 태도가 소수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 위원회는 계속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곽 : 총선 이후가 궁금하다. 영화를 보면 게이 할아버지들이 모여서 정치인들에게 편지 쓰는 정치활동을 벌이는 장면도 나오던데. 이런 시기에 성소수자 운동은 어디로 나가야 하는가? 진보에게 유리한 현 정세 속에서 성소수자의 정치참여는 어떻게 확대될 수 있을까?

정 : 총선 이후에 직접 움직여보고 싶다. 조직도 하고 기획도 하고. 첫째로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지지를 보낼 수 있다. 성소수자들의 지지를 받아 어떤 후보가 당선된다면 실질적인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략 자체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보니, 이 같은 시도를 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늘 있다. 선거시기에는 집단적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유권자운동을 확실히 해보면 좋겠다. 선거 때만큼은 성소수자들도 유권자로서 내 삶을 빗대어서 누구를 지지할 것인지 가늠해보고, 그런 요소들을 가지고 성소수자 운동도 전략을 짜면서 공동의 방향을 맞추어가면 좋겠다. 물론 선거 때에만 일시적으로 유권자운동 한다고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성소수자 정치 참여 운동이 지속적으로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는 18대 총선에서 레즈비언 후보가 출마한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제도권 정치 안에서의 첫 시험대였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또 다른 길도 모색하고자 한다. 유권자로서의 운동도 사실 정치참여 중 하나 아닌가.

정 : 아무리 유능한 사람들을 제도권 안에 들여보낸다하더라도 제도정치의 벽을 넘어서는 게 정말 중요하다. 정책 입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맞물렸을 때 정치의식도 향상될 수 있다. 성소수자위원회는 다리 역할을 확실히 하고 싶다.

 

곽 : 유권자연대 같은 모임을 꾸린다면 그 안에서 정치적으로 다른 입장들 때문에 경합을 벌이는 경우도 생기지 않겠나.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진보정당 성소수자들은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

정 : 진보정당운동의 뿌리는 얕은 편이다. 그런데 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다.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적은 편이지만, 적어도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만나서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성소수자들 가운데 정치적인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나꼼수에 열광하거나 민주통합당이 차선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 공간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에 대한 열망, 그것이 최소한의 공통점이다. 그것마저도 지금까지 시도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물론 정견 차이로 쪼개질 수도 있겠지만 쪼개짐이 두려워서 처음부터 시도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그 중에는 국회의원에 모든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나 밑바닥부터 운동해온 성소수자 활동가들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과의 관계를 두려워하게 되면 우리는 운동하는 활동가들만의 모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진보정치의 뿌리도 깊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만 있었을 때는 뿌리 내리기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설득해야 할 과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것을 매개로 싸우기도 하고 여러 과정을 거치겠지만 그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이번에 민주통합당 청년비례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출마한 것에 대해 평가가 여러 가지다. 나는 무엇보다 그 운동에 함께 참여한 사람들에 주목하고 싶다. 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임태훈씨의 선거참여를 바라보고, 이들이 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 이번에 민주통합당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성소수자에 대한 거부를 확인하면서 민주당에 실망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마음을 진보정당들이 받아 안고 있느냐,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여전히 대안이 뭘 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두고 ‘저 사람들은 우리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밀어낸다면, 뿌리는 깊어지기 어렵다. 우리가 지닌 부족함에 대해 토론할 때 진보도 성장할 수 있고 토론도 활성화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만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우리와 앞으로 함께 할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1. 이경
    2012.04.11 01:47 신고 [Edit/Del] [Reply]
    나 너무 잘 정리한거 같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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