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비가 많이 내렸던 4월 22일 일요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는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거리 캠페인이 열렸습니다.
동인련에 가입하고, 웹진팀으로서의 첫 활동을 가게 된 청소년 캠페인 취재. 전날부터 내리던 비는 그날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체 비는 왜 내리는 걸까요.
아쉬움 반 기대 반인 마음으로 대학로로 향하는 4호선을 탔습니다. 전날 청소년자긍심팀에서 캠페인 준비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가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일찍 가서 준비를 돕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밥은 먹고 가야지’하며 밍기적거리고 나니 고작 40분 먼저 도착.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분들이 와 계셨습니다. 내리는 비를 가려 줄 천막을 치고, 홍보물을 올려 둘 이젤을 펴고 있었습니다. 비도 많이 왔지만 바람도 많이 불어서, 이젤의 다리를 바닥에 고정하기 위해 테이프를 붙여야 했습니다. 근데 땅이 젖어서 안 붙어요. 돗자리도 안 붙고 게임판도 안 붙어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던 날이었습니다.
사실 한 명의 성소수자로서 거리에 나선다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일요일에 대학로라니!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쩌지’하는 생각을 며칠 전부터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학로에서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대표님이 마이크를 잡고 “아직도 동성애가 죄악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하고 외치시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캠페인에 대해 알리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그곳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외치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번 거리 캠페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서 진행되었습니다. 왼쪽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성소수자와 관련된 책을 판매하고, 후원도 받았습니다. 가운데에서는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시민들이 직접 메시지를 담아서 무지개 나무에 잎을 달아주는 행사를 했고, 또 오른쪽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재밌는 퀴즈 게임도 진행했습니다. 청소년과 성소수자에 대한 퀴즈를 풀고, 맞추시는 분에겐 건강까지 생각하는 동인련의 마음이 담긴 소정의 상품을 드렸습니다.
천막의 안쪽에는 고 육우당과 고 오세인을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고인의 유품과 추모집이 전시되고, 촛불 하나가 그곳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겪는 청소년기에, 고인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아픔을 겪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힘들어하고 아파했을 고인을 생각하며 마음 한구석이 아파왔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무지개 봄꽃을 피우다' 거리 캠페인은 편견에 맞서 싸우다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 육우당과 고 오세인을 추모하며, 더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입니다. 청소년 성소수자가 직접 거리로 나서서 성소수자의 존재에 대해 알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바른 인식을 유도하려 하는 것입니다.
경기도와 광주에 이어, 지난 12월 서울에서도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됐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많은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차별은 계속될 것입니다. 아마 이것이 그날 대학로에서 외쳤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소중한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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