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브리엘의 희망]
윤가브리엘님은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이자, 에이즈 인권연대 나누리+ 대표입니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다국적제약회사에 맞서 에이즈 치료제가 국내에 제대로 공급될 수 있도록 싸우고 있습니다. 한영애 음악을 매우 좋아하는 윤가브리엘은 하루 하루 자신의 병마와 싸우고 있지만 우리들에게 '그래도 희망이 존재한다' 말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이 글은 에이즈 인권연대 나누리+ 주최의 토론 '지속가능한 에이즈 치료를 위하여'에서 발표한 글을 칼럼 형식의 맞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가브리엘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http://www.aidsmove.net) 대표)



  2004년 나는 국내에 도입되어 있는 에이즈 치료제에 내성이 생겼다. 담당의는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국내에는 더 이상 치료받을 수 있는 약이 없어서 외국에서만 시판되는 '테노포비어'라는 약을 추천받았다. 막막했던 나는 다행히 쉼터수녀님의 도움으로 주한대사부인 모임에서 약값 800만원을 후원받아 1년 동안 복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후원이 어려워 '테노포비어'를 1년간 복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예전의 치료제를 다시 복용하였다. 2006년에는 CMV(거대세포바이러스)가 장, 신경, 망막 등에 문제를 일으켰다. 면역력이 올라야 이런 기회감염이 생기지 않는데 약에 내성이 생겨 병원 밖을 나오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아졌다. CMV를 치료하는 주사제(싸이메빈)가 유일하게 보험 등재된 약인데 이마저도 내성이 생겨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비슷한 기질의 '포스카넷'을 투약했다. 1년여 가량의 비용만 3,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푸제온은 미국의 구호단체에서 무상 공급받아 07년 10월부터 사용하고 있고 프레지스타라는 약은 제약사인 얀센의 동정적 프로그램으로 1년간 무상공급하여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에이즈 치료제의 현황

  에이즈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개발 출시된 시기인 1995년에 서로 다른 계열의 약을 혼합해 먹는 "칵테일 요법"이라는 치료법이 처음으로 개발되었다. 이 약들은 단백질 분해 효소 억제제(P.I), 뉴클레오 사이드계 역전사 효소억제제(NRTI), 비뉴클레오사이드계 역전사 효소 억제제(NNRTI)로 HIV가 면역세포에 증식하는 것을 억제하는 HIV 증식 억제제들이다. 하지만 이런 증식 억제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자 2002년에 HIV가 면역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저하하는 'HIV침투저해제'인 '푸제온'이 개발되어 승인되었다. 뒤 이어 2007년 푸제온과 같은 기전인 셀센트리, 아이센트리 등이 이어 승인되었다. 2008년 3월 기준으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에이즈 치료제는 총 26가지이다.

  한국의 경우 1998년 서울대병원, 최강원, 오명돈 교수팀이 칵테일요법을 처음으로 임상시험하였다. 치료제의 경우 현재까지 16종의 HIV증식억제제가 보험등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히비드(잘시타빈), 포토바(삭퀴나비어)는 부작용 등으로 공급이 중단되어 있고 HIV침투저해제인 푸제온은 2004년 보험에 등재되었지만 제약사인 '로슈'는 보험약가가 싸다는 이유로 공급을 거부하고 있어 현재 총 공급되는 치료제는 13가지이다. 또한 프레지스타는 2007년 시판을 허가받고 보험공단과 현재 약가협상 중이고, 셀센트리, 아이센트리는 현재 시판허가 심사중이다.


  지속적인 에이즈 치료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까?

  현재 투약중인 환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치료제 약값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 달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10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 앞서 소개한 새로운 2차 치료제들은 기존 치료제보다 2배 이상의 약값이 예상되고 있다. 나의 경우 프레지스타, 노비르, 푸제온, 컴비비어라는 약을 복용하는데 금액으로 산출해보면 한 달 300만원 수준에 달한다. 기존 치료제도 비싼 수준인데 2차 치료제들은 2배 이상의 고가라 치료비 증가는 불을 보듯 뻔 한 상황이다.
대한 에이즈학회 조사결과를 보면 7대 대학병원에서 투약 중인 환자가 현재 1,000여명 수준이고 이 중 나와 같이 내성이 생긴 환자는 80~100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에 의하면 2007년 한해 치료비지원으로 총 470억원 정도(약값+기회감염+입원비 등)가 지출되었다. 천 명 정도의 비용이 470억원이 지출되고 있는데 투약환자가 2,000명 정도(2배) 증가하면 단순한 수치계산만으로도 1,000억원 정도 든다. 거기에 앞으로 출시될 새로운 치료제의 약값은 2배 이상 들고 투약환자들과 신규 감염인이 증가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치료비 증가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지원체계가 불투명하고 건강보험의 만성적자를 봤을 때 에이즈 치료가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 지 의심스럽다. 물론 공급되어 있는 치료제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감염인들도 많지만 부작용, 내성이 생긴 환자들의 건강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의 현재가 HIV/AIDS감염인의 미래가 되지 않길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매우 운 좋은 사람이다. 프레지스타, 푸제온과 같이 다른 환자들이 접하지 못한 의약품에 접근하고 있고 이 비용도 후원자들과 외국의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지불되고 있다. 나와 달리 다른 내성이 생긴 환자들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개인적인 바램으로 기회감염이 안 생겨 생명이 위협받는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선택할 의약품이 적을수록 내성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새로운 치료제는 조건없이 도입되어야 한다. 지금,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환자의 생명권일까. 제약회사의 이윤일까. 불투명한 정부의 지원체계는 비싼 의약품 도입과정으로 인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감염인의 건강권을 되찾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감염인 당사자들에게 현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의약품 접근권의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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