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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AIDS

에이즈(HIV/AIDS),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문답

by 행성인 2012. 12. 1.

HIV/AIDS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고 싶고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이 질문하고 HIV/AIDS 인권팀이 답변합니다.


질문 : 조나단(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답변 : 호림(동성애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팀)

 

 


- HIV/AIDS란 무엇인가요?

HIV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약자입니다.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바이러스이고 보통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를 HIV 감염이라고 합니다. HIV에 감염되면 우리 몸에 있는 면역 세포인 CD4 양성 T-림프구가 파괴되므로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 결과 각종 감염성 질환과 종양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HIV의 경우 잠복기가 길며,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할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AIDS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약자입니다. HIV 감염에 의해 인체의 면역력이 상당히 저하되어 감염성 질환과 종양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상태를 에이즈라고 합니다.

따라서 HIV에 감염된 사람은 에이즈에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HIV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이므로 HIV 감염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한 표현입니다.


- 어떤 경로를 통해 감염되나요?

HIV는 체액(정액, 질 분비물)이나 혈액을 통해 감염되며, 침이나 땀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감염인과의 일상생활에서 HIV에 감염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주 감염경로는 HIV 감염인과의 성 접촉, 수혈, 수직감염(임신 중 어머니로부터 태아로 감염되는 경우), 주사기의 공동사용이나 주사바늘에 찔렸을 경우 등입니다. 이때의 감염확률은 성관계 시 질 삽입 성교 0.1~0.2%, 항문성교 0.1~3%, 수혈 90%, 수직감염 25-30%, 주사바늘에 찔렸을 경우 0.3%입니다. 이러한 확률은 모두 특별한 보호조치가 없는 경우의 것입니다. 성관계시 콘돔을 사용하여 HIV 전파를 예방할 수 있으며, 수직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에이즈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는 감염확률을 훨씬 줄일 수 있습니다. 주사바늘에 찔렸을 경우나 성관계 시 콘돔이 찢어져 감염이 의심스러울 경우 에이즈 치료제를 예방의 목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권장되기도 합니다.


- HIV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국내에서 HIV의 감염경로는 99.2%가 성 접촉에 의한 감염입니다(1985년~2011년). 성 접촉에 의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콘돔을 쓰고, 상처가 나지 않도록 수용성 러브 젤을 같이 사용하면 됩니다. 콘돔의 사용은 HIV뿐만 아니라,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되는 다양한 성병과 성 매개 감염을 예방하므로 콘돔을 올바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초기증상이 어떻게 되나요?

증상으로 HIV 감염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HIV가 몸에 들어왔을 때 감기 증상 같은 미열, 몸살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감염된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 그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아무런 증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감기 같은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일반적 감기로 생각해 그냥 지나칠 수 있기에 증상으로 HIV 감염 여부를 알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HIV 감염 여부는 혈액검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 어디에서 어떤 검사를 통해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나요? 비용은 얼마인가요?

병원이나 보건소 등의 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하면 검사비를 내야 하지만 보건소에서는 무료입니다. 보건소에서 HIV 검사를 할 때에는 본인이 원할 경우, 익명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감염 사실 확인 후 어떤 기관을 통해 질병과 치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나요?

감염 사실이 확인 되면, 보건소를 통해 역학조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치료비 지원 등 HIV에 대한 질병정보와 치료에 대한 일차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주요 국공립 병원과 대학병원에는 HIV 상담간호사가 배치되어있습니다. 병원의 상담간호사는 질병과 치료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할 뿐 아니라 감염인을 지원하는 사회복지 기관 및 서비스와 연계를 지원하기도 하므로 상담간호사를 통해서도 질병과 치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감염인에 대한 간병지원, 재가복지 등의 지원 사업은 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위탁기관인 대한에이즈예방협회(www.aids.or.kr)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카톨릭에서 운영하는 레드리본센터(감염인지원센터, www.positive.or.kr)가 있으며, 지낼 곳이 없는 감염인을 위한 쉼터가 존재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감염인 자조모임이 존재하며 자조모임 간의 네트워크도 구성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HIV/AIDS와 관련된 인권 운동 단체로는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 (www.aidsmove.net)가 있어, 질병을 이유로 한 차별을 받았을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동인련을 포함한 LGBT 인권 단체를 통해서도 필요한 도움이나 지원 단체와 서비스, 자조모임에 대한 정보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치료에 보험 적용이 되나요? 치료를 하기 위해 일 년에 어느 정도 비용이 드나요?

HIV/AIDS와 관련된 진료비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제22조 제1항에 의해 보험급여분의 본인 부담분을 정부가 지원합니다. 다시 말해, HIV/AIDS와 관련된 치료비는 보험이 적용되며, 본인 부담금도 정부가 지원하므로 약값을 포함한 모든 비용이 무상입니다. (HIV/AIDS와 관련이 없는 진료비나, 비급여 및 선택진료비,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약값은 제외됩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처방되는 대부분의 HIV/AIDS 치료제는 보험이 적용됩니다.)

본인 부담금에 대해서는 진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은 후 신청하면 관할 보건소에서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감염인의 본인 부담금의 지불이 곤란할 경우, 보건소에서 병원에 후납을 요청하여 보건소가 협조된 의료기관에 직접 지급하기도 합니다.


- HIV/AIDS는 동성애자들의 질병인가요?

HIV/AIDS는 남성 동성애자들‘만의’ 질병은 아닙니다. HIV/AIDS는 HIV 감염인의 체액과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질병이지, 성정체성이나 성적지향에 의해 감염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각 국가의 사회적 조건과 유병률(전체 인구 중 HIV에 감염된 사람의 비율)에 따라 HIV/AIDS에 취약한 조건에 놓이기 쉬운 집단 –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MSM, Men who have sex with men), 트랜스젠더, 마약사용자, 성노동자, 재소자, 이주민 등 – 이 존재합니다. 한국의 경우 유병률이 낮으며, 성 접촉에 의한 감염이 대부분이므로 감염인 중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의 비율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병률이 높다는 사실로 특정 집단을 낙인찍어서도, 혐오해서도 안 되며, 질병의 유무나 성정체성, 성적지향이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HIV에 특히 큰 영향을 받는 집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들이 ‘문제 집단’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의 차별과 편견이 이들이 HIV에 취약해 질 수 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동인련에 HIV/AIDS인권팀이 존재하는 이유는 HIV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성소수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 존재하는 질병에 대한 공포와 감염인에 대한 배제로 인해 커뮤니티에서조차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감염인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HIV/AIDS가 다른 질병과 달리 운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HIV/AIDS 운동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HIV 감염인이 다른 질병을 가진 사람들과 달리 겪게 되는 경험이 있나요?

HIV/AIDS를 사회적 질병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는 HIV라는 질병이 단순한 질병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의미화 되어 온 역사적 맥락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질병이라는 뜻입니다. HIV/AIDS는 미국의 게이 커뮤니티에서 처음 확인 된 이후,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맞물려,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들이 걸리는 병’, ‘동성애자에 대한 신의 처형’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한국사회는 여전히 이러한 인식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HIV 감염인은 질병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감염사실이 알려질 경우, 가족에게 버림받거나, 주변인들로부터 멀어지곤 합니다. 면역력이 높아 일상생활에 별 무리가 없는 경우에도, 회사에서 쫓겨나거나 감염사실이 알려져 불이익을 받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기도 합니다. 따라서 HIV 감염인은 질병 외의 이유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외롭게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감염인이 우울증을 경험하며, HIV 감염인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는 자살입니다.

HIV/AIDS 운동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불필요한 편견과 낙인이 HIV 감염인의 삶에 미치는 압도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필요합니다. 사회적 편견과 낙인, 이로 인한 차별이 사라지고 감염인의 삶이 HIV에 감염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HIV/AIDS 운동은 필요합니다. 특히, 위에서도 언급 했듯이,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HIV/AIDS 이슈가 중요한 이유는 HIV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동성애자의 삶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내부의 공포와 배제가 동성애자 또는 트랜스젠더인 HIV 감염인을 커뮤니티 내부에서조차 고립시키기 때문입니다.


- HIV/AIDS에 대해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고 어떤 정책을 내놓고 있나요?

한국 정부의 HIV에 대한 태도나 접근 방식을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은 타인에게 HIV를 전파하는 행위를 전파매개행위 금지조항을 통해 형사처벌 하기도 하며, 양성이 확인된 감염인은 등록하여 관리·통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HIV에 관련된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위탁 기관을 통해 감염인에 대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한 HIV/AIDS를 예방하고, 질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예방 및 홍보 사업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요약하자면 한국 정부는 에이즈 정책의 시행 초기에는 강력한 통제와 감시로 일관 하였지만, 이러한 태도는 점점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HIV/AIDS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불식과, 감염인의 인권 향상 및 사회적 필요의 충족을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의 향상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HIV 감염인에게 가장 절실한 사회적 지원은 무엇인가요?

질병에 대한 낙인과 편견, 질병을 이유로 한 차별의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많은 감염인이 HIV 감염 이후,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는 질병으로 인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HIV/AIDS라는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된다면, 감염인이 가족과 주변인에게 외면당하거나, 감염 이후 일자리를 잃게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근본적인 사회적 지원은 HIV 감염인이 감염 이후 열악한 여건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HIV 감염인을 만나게 되었을 때 배려할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성소수자를 만나게 되었을 때 배려할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이 무엇일까요? 개인 간의 관계에서라면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괴롭힘이나 차별이 없다면, 자유롭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라면, 특별한 말이나 행동, 배려가 필요할까요? HIV 감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병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특별한 배려의 이유가 될 필요가 없는 상황이야 말로 감염인이 가장 편안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