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 사람들: 조나단, 이주사, 모리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인터뷰 받은 사람들: 상근, 은찬 (동성애자인권연대 청소년자긍심팀)
함께한 사람: 현
글쓴 사람: 조나단 (동성애자인권연대 웹진기획팀)

 

 

3월의 어느 토요일 저녁 청소년자긍심팀(이하 청자팀)을 만드는 과정부터 함께한 상근과 은찬, 두 사람을 만났다. 청자팀을 생각하면 열심히 활동했던 전성기의 시간들 때문에 자동 뽀샤시 효과가 들어간다는 상근과, 애정을 쏟아왔던 만큼 잘 자란 자식같이 느껴진다는 은찬. 두 사람과 함께 동인련에서의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 역사를 반추해보았다.

 


1. 동인련과 함께 하게 된 계기
상근: 2007년에 열린 성소수자 진보포럼 “진보에 레인보우를 입히다”에 갔었어요. 고3이었고 월요일에 중요한 시험이 있었는데도 포럼 내용에 반해서 주말 내내 갔었죠. 그 후 청소년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에 정당성을 확보하고 싶었고 긍정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극복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은찬: 저는 동인련보다 무지개행동의 <퀴어주니어 10대팀>을 먼저 알았어요. 고등학교 선배였던 상근과 함께 <퀴어 주니어 10대팀>의 막바지 멤버로 활동하다가 동인련을 알게 되었지요.
이주사: 기억나요. 상근은 먼저 알고 있었고 은찬은 2008년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알게 되었는데, 비가 오는 데도 사대문을 돌며 함께 행진하고 촛불집회에서 매일 보면서 친해졌었죠.

 


2. 청자팀이 만들어진 과정
이주사: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의 고민이 컸던 정욜이 어느날 청소년인 상근과 은찬, 저를 비롯한 비청소년 회원 몇 명을 모아 제안을 했었어요. 이전부터 정욜은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에 함께하고 있었지만 대리자로서의 문제의식이 있었는데 은찬과 상근을 만나며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구체적으로 팀 활동이라는 그림을 그리지는 않았고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보자는 내용의 제안으로 기억해요. 그래서 ‘이반들의 (자신)만만한 세미나 (이하 이반만세)’가 탄생했죠.
은찬: 그때는 청소년 회원이 별로 없었거든요. 상근이 형은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대학생이었고 실제 청소년은 저뿐이었어요. 사실 성인 회원과 활동하면서도 별로 어려움을 못 느꼈는데, 성인 회원들이 더 설레발을 쳐서 비공식적으로 은찬이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를 했었어요. 그게 이반만세로 구체화되었죠.
이주사: 이반만세가 시작되기 전까지 저는 청소년들이 많이 올지 회의적이었어요. 제가 아는 청소년은 은찬과 상근뿐이었고 청소년과 프로젝트를 해본적이 없으니까요. 사실 이 둘과 가까워지고 고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해서 초동 멤버로 이반만세에 함께한 거에요. 그런데 상근과 은찬은 잘 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청소년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인권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 싶어하는 애들이 많다는 것을 이 친구들은 알고 있었으니까요.
상근: 2008년 라틴이라는 청소년 커뮤니티의 이반놀이터에 청소년 성소수자 7~80명이 모였었어요. 그래서 자신이 있었죠. 2010, 2011년에는 150명 정도 왔던 것 같아요.
이주사: 2009년 2월에 이반만세 첫날에 청소년들만 7~8명이 왔어요. 겨울에 이반만세 세미나를 하는 동안 자신감을 많이 얻을 수 있었죠. 청소년들도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과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원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것을 통해 무지개학교 놀토반이 생겨났지요. 이반만세에 같이 참여했던 청소년 회원들과 함께 만들었어요. 그 전에도 청소년 성소수자 회원들은 있었지만 함께 인권운동을 하는 동료로 맺어진 관계는 아니었고, 청소년 회원들도 성인이 된 후에야 동인련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작하곤 했는데 청소년 자신이 주체가 되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 생긴 거죠.

 


3. 청자팀 활동을 하면서 겪은 갈등과 극복
3-1) 성인 회원들과의 관계
이주사: 청소년 회원이 늘어나면서 청소년 회원과 성인 회원이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상근: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동인련 성인 회원들이 청소년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은찬: 맞아요. 깨질 것 같은 유리처럼 말이죠. 혹시라도 상처가 되지 않을까 검열한 채 말하고 행동하다보니 해야하는 말을 못하기도 했죠. 활동을 하고 나서 정리정돈을 할 때 “자기가 마신 컵은 자기가 설거지해요.” 라고 할 때도 명령하는 것처럼 느낄까봐 그냥 저나 욜이 했던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별로 옳은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왜냐면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사무실은 계속 공동으로 함께 쓰는 거니까요. 또 청소년들도 동등한 입장이 아닌 손님 같은 느낌을 받게 되죠. 사실 정리 문제가 별거는 아니에요. 하지만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불편해지는 거죠.
상근: 그러다 보니 직접적으로 이야기가 나오기보다 뒤에서 ‘버릇없는 것 같지 않아?’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어요.
은찬: 저나 상근 앞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안하고요.
이주사: 그게 전형적인 나이주의였던 거에요. 청소년들 앞에서는 청소년에 대해서 이야기를 못하는 것. 동등하게 안대했던거죠. 저도 그걸 단체 운영의 문제로서 받아들여 공론화시켜 고민을 확장해야겠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개인적인 스타일로, 나이 어린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만 생각했죠. ‘그런게 아니라 이렇게 관계 맺는게 좋겠다’ 같은 이야기를 욜이 많이 했어요.
상근: 이걸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이런 과정을 거쳤어요.
이주사: 나이주의가 있었는데 나이주의를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나단: 공론화 되는데 어느 정도나 걸렸어요?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나왔어요?
은찬: 공식적으로 꺼내지는 않았고 지나가는 이야기로 계속 생각을 나누었어요. 일 끝나면 이건 누가 같이 하고. 다른 회원들 독려해서 함께 정리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주사: 회의에서도 얘길 많이 했어요. 운영회의에서도 청소년과 함께 있을 때 뒷풀이 방식이나 정리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하지만 그 회의에 있던 사람들이 동인련의 전부는 아니어서 문제 의식을 확장 시키기까지 아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시간이 지나고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는 활동이 생기게 되니까 활동가로서 존중하는 분위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청소년들도 동등한 활동가에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바로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라서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아요. 청소년 프로그램에서 당연하게 우리를 선생님으로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일 수 있죠. ‘청소년과 비청소년이 함께 활동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되는가’에 대해서 이제는 누군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단: 아예 다른 호칭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겠네요.
이주사:  한번에 딱 될지 모르겠어요. 이 사회에 나이에 따른 위계가 있는 사회에서, 나 혼자 동등하려고 해도 잘 안될 수 있는 거에요. 청소년 입장에서는 말을 하는데 주눅이 들 수도 있고 반박하는데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성인이 이야기하면 발언권이 세지기도 하잖아요. ‘저는 존중하니 마음껏 이야기 하세요’ 해봐야 그렇지 않은 현실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3-2) 실무의 분배
은찬: <작은 무지개들의 비밀일기>를 낼 때,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회원이 6~7명 정도 있었는데 마지막에는 저와 욜만 남았었어요. 15명의 인터뷰 녹취를 제가 다 풀었지요. 편집자나 출판사와 연락은 욜이 다 했고요. 짧은 기간에 많은 일을 해야 하다보니 예민해져서 팀원이랑 처음으로 싸우기도 했어요. 동인련 친구 루소가 “정욜과 은찬 없으면 청자팀이 안 굴러간다”라는 말을 한적 있는데 그게 좋은 게 아니에요. 어쩌다 정욜과 저, 둘 다 빠지게 되면 회의가 무산될 정도였으니까요. 여름 캠프에서 한낱이 좋게 ‘그만두어도 괜찮다’고 했어요. ‘그만 두면 망할 것 같지만 청자팀이 너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망해도 괜찮다’고한 거죠. 그 말을 듣기 전에는 청자팀에서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이주사: 은찬이 없으면 망할 팀인 거면, 없어도 되는 거라는 의미죠. 그럼 다른 사람들은 다 들러리였던 게 되니까요. 저는 평가를 뼈저리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게 참 많지만 실수나 부족함이 없었던 게 아니니까 지금 청자팀 팀장을 맡고 있는 상근 같은 경우에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하면 좋겠죠.
상근; 그래서 지금은 분담을 잘 하려고 해요. 하지만 활동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요. 경험을 갖고 있는 회원이 군대 등으로 인해 나오지 못하게 되는 문제도 있고요.
이주사: 사실 숙련된 사람이 일을 하면 물론 세련되게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운동의 목적에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목표로 하는 어떤 것을 성취하는 것, 청소년 성소수자 운동이라고 한다면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을 증진시키는 거죠. 그리고 두 번째는 그 과정에서 활동했던 사람들 스스로 성장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활동가로서 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목표했던 것을 이루고서 모든 세상의 문제가 없어진다면 모를까, 함께 했던 사람이 성장해서 다시 또 나아갈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상근: 저도 작년에 같은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올해는 꼭 일을 나눠줘요. 그래도 결과가 잘 나오더라고요.
은찬: 사실 결과물이 괜찮지 않아도 돼요. 서툴러도 돼요.
이주사: 우리가 보기에 조금 서투르다고 해서 그 가치를 하찮게 평가하는 순간 그 사람도 찾아온 보람이 없고 그 자산을 잃어버리는 일이죠. 공을 들여야 하는 것 같아요. 그걸 거치지 않고 그냥 얻으려고 하면, 금맥을 찾아다니다가 망하는 거죠. 이게 현실에서 참 힘든 일이지만 필요한 일이에요.

3-3) 재정
상근: 처음에는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했어요. 오히려 요즘이 재정적인 부분에서 힘들죠. 역량이 커지고 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지면서 요즘이 더 재정적으로 힘들어요.

3-4) 당사자성?
은찬: 힘든 점 또 있어요. 청소년들과 어울리는 게 점점 힘들어요. 청자팀원들은 회의가 끝나면 피시방에 가서 게임하며 친해지는데 제가 피시방을 싫어하거든요. 그럴 때 조금 소외감을 느껴요.
상근: 청소년이 아니게 된 시점부터 사고 과정이 바뀌게 되면서 예전으론 돌아가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주사: 은찬이 방금 이야기 했지만 처지가 같은 당사자라고 해서 동질감을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여자라고 해서 모든 여자들과 다 맞는 건 아니잖아요. 당사자라고 해서 다 통하고, 다 똑같이 느끼고 그런 것은 아닌 거죠.
나단: 에이즈 운동에서 당사자성에 대한 고민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주사: 당사자가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운동 하는 거죠. 당사자라고 해서 당사자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저도 이성애자가 동인련에서 활동하면 왜 활동하는지 궁금해하지만, 궁금함을 넘어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그 당사자성의 무기를 사용하면 안 되는 거죠.
은찬: 스무살이 넘어서 청소년 프로젝트 팀에 참관하는데 제가 이야기를 많이 했다가 끝나고 나서 간접적으로 “성인은 입 닥치세요”라는 의미의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내가 나이를 많이 먹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로는 화가 났었죠. 하지만 ‘그들만의 사정이 있고 표현하는 방법이 틀렸던 것뿐이니까, 저는 저대로 활동하는 거니까’ 하며 제가 더 포용력있고 여유 있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도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그들도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요.

3-5) 활동의 불연속성
: 입시공부를 할 때는 에너지를 자유롭게 배출할 곳이 청자팀뿐이었는데, 대학에 가고 나니까 자유롭게 에너지를 배출할 곳이 많아졌어요. 자유시간이 늘어났는데, 자유시간을 쓸데도 늘어났으니까 청자팀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더라고요.
은찬: 대부분 대학가면 1학기에 안 나와요. 2학기가 되어서 돌아오는 애들이 있는데 그 경우에는 활동을 다시 열심히 시작하더라고요.
상근: 그러고 나서 조금 뒤엔 군대를 가긴 하지만요. (웃음) 생물학적으로 남자인 게이나 트렌스젠더라면 가장 잘 활동할 수 있는 나이에 군대를 가고 전역해서 느끼는 압박감이 활동을 어렵게 만들어요.
: 그래도 가장 힘든 시기에 여기를 나왔을 때 행복했으니까 함께 있지 않아도 여기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열아홉살, 10대 막바지에 동인련에 나온 건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이주사: 누구나 처음 나온 곳은 큰 영향을 미치죠.
상근: 저도 동인련에 나오지 않았다면 알파 게이가 되려는 사람이 됐을 거에요.
이주사: 얼마나 이쁜척 하고 잘난척했을까요? (웃음)
상근: 온갖 도도한 척은 다하고 그랬을 거에요.

 


4. 청자팀의 특징, 장점
4-1) 넘쳐 흐르는 아이디어와 에너지
은찬: 에너지. 넘쳐흐르는 에너지죠.
상근: 전엔 몰랐는데 지금은 느껴져요.
이주사: 제가 그랬잖아요. 회의 끝나면 기가 다 빠진다고요.
은찬: 욜이랑 회의 끝나고 뻗은 적도 있어요.
: 그런데 막 불타면서도 일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죠.
은찬: 맞아요. 방향성 없는 에너지가 되게 많은데 저는 그걸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있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아요.
상근: 방향성 없는 아이디어가 많은데, 그걸 잡고 정리하는 사람은 지치는 거죠. 요즘 팀장으로서 고민하는 것은 제가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진행 여부를 재단하다 보면 메뉴얼화 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꺾일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이주사: 실린더와 피스톤이 있지 않으면 증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아무 힘도 못 내지만 피스톤과 실린더가 있다고 해서 증기가 없으면 그 엔진이 돌아가지 않아요. 둘 다 중요하다는 거죠. 그 에너지를 모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가 없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4-2) 항상 열려있는 낮은 문턱의 등용문
은찬: 항상 열려있고 문턱이 낮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멤버쉽이 크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 장점이라고 봐요. 쉽게 들어오고 쉽게 나갈 수 있지만 그들이 우리와 함께 했던 경험을 가지고서 다른 곳에서 활동할 때 절대 허투루 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껴요.
상근: 청자팀 놀토반에 처음 나와서 활동을 계속 하는 사람을 보면 뿌듯해요. 최근에 육우당 추모제 준비하면서 고3때 봤다가 대학에 와서 이번에 추모제 준비하며 만난 친구가 있는데 내가 활동한 것이 어떤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구나 싶어서 좋았어요. 고3 때 제가 성소수자 진보포럼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요.
은찬: 재미있다는 것? 사실 활동이 일로 느껴지면 다들 떨어져나가잖아요. 인터뷰집을 만들 때도 의도는 좋았지만 일할때는 너무 힘들었거든요. 청소년 팀에겐 즐겁게 놀면서 일하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이주사: 일만 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무너질 수 밖에 없죠.
상근: 돈 받고 인권운동 하는 것도 아닌데 재미가 없으면 무너질 수 밖에요.
이주사: 청자팀이 청소년 활동의 등용문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지금 활동하는 사람 중에 놀토반 안 와 본 사람이 거의 없어요. 5년 활동을 헛되게 한 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죠.
상근: 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은 센터와 동인련 뿐이었거든요. (한국 성적소수자 문화인권 센터에서는 2007~10년 때 퀴어뱅을 진행했는데, 레즈비언은 퀴어뱅 출신이 많았다.) 그 때 무지개행동 10대팀은 단체의 청소년 대표들이 많이 모였었어요.
이주사: 성소수자 운동의 한 세대인 것 같아요. 2000년대 후반 청소년 커뮤니티에서 나온 걸출한 활동가들.
은찬: 다들 각자 분야에서 잘 하고 있고 다 잘된 것 같아요. 언제 한번 뭉쳐야 하는데, 뭉치면 뭐할까요?
나단: 소고기 사묵겠죠. (웃음)

 


5. 청자팀 활동을 하며 얻은 것
은찬: 자신감과 제 스스로 하는 것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2008년에는 하루에 열 마디도 안했어요. 정말 말이 없는 애였어요. 사람과 이야기할 때 눈도 못 마주치고 손도 바들바들 떨던 애가 이제 말 좀 그만하라는 말도 들을 정도니까요. 바뀐 제 모습을 볼 때면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아요.
상근: 저는 가장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시기가 만들어졌다는 것. 2008년 2009년 생각하면 뽀샤시 효과가 들어가있어요. 금빛 더해져있고요. 지금 돌이켜보니 무언가를 하면서 비전을 가질 수 있다는 경험을 얻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무엇을 하면서 여러가지 활동을 하면서 ‘내가 더 하면 뭔가 더 나오겠구나, 어떤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죠.
: 여기 안에서는 제가 되게 존중 받아요. 좋은 대학이나 좋은 직장 등 외부를 통해 얻은 자존감이 아니라 저 자신에 대한 존중을 받으며 자존감이 성장할 수 있었어요.

 


6. 최근 가장 고민하는 것
상근: 내가 이 운동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마흔이나 쉰이 되어도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을 것 같긴 한데 말이죠. 예전에는 정욜이나 병권이 모델이었어요.
이주사: 정욜이나 병권이 아닌, 상근 모델이나 은찬 모델을 만들면 좋겠죠.
상근: 제 나름대로 인권 운동을 전문적으로 가져가는데 그만큼 직업적인 비전이 있는지, 이걸 어떤 식으로 모델을 만들어서 정착을 시켜야 될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모리: 돈이 될 것 같은데요? 가족상담 같은 것 요즘 많잖아요.
상근: 저는 제도 안에서 적용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어요. 학교에 상담 선생님의 배치가 의무적일 때, 반드시 성소수자 강의를 듣는 것을 의무로 넣는 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나라: 제도권 안에 우리 운동이 영향을 미치긴 할 거에요. 얼마나 걸릴진 모르지만요. 제도권을 완전히 바꾸진 못해도 운동이 무용지물이 되진 않을 거란거죠. 유럽도 자동적으로 바뀐 게 아니라 작용이 있었기 때문이잖아요.
상근: 초기 여성운동과 비슷하게 전개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비전이 없는 건 아닌데 필드가 너무 넓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아직 잘 안 그려져요.
은찬: 제 경우에는 청소년 활동은 완전히 손을 놓고 감염인 운동을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청소년과 관련된 쪽에서 직업을 갖게 하게 됐어요. 그래서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기로 했고, 이제 제 역량을 더 본격적으로 키워야 할 시간인 것 같아요. 그런 게 고민이 돼요.
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도 정착하고 싶은데, 아직 일을 통해 이 부분을 해소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서서 고민이 돼요.

 


7.청소년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비전
상근: 어떤 문제를 풀 때, 톱니바퀴 한가지만 고쳐선 안되잖아요. 청소년은 이 문제가 특히 심한 것 같아요.  커밍아웃을 하기 위해선 너무 많은 조건이 갖춰줘야 하는데, 환경. 제도적, 사회 문화적으로 그런 조건이 갖춰지지 어려운 시기니까요. 가정 환경, 입시 등의 문제가 얽혀있고요. 그런 문제가 내가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것에 희망을 품게 되죠.
이주사: 운동의 일반적인 고민과 비슷한 것 같아요. 현실의 조건 때문에 현실을 바꾸기 어렵도록 제약이 생기는데 그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조건과 제약이 바뀌지 않으니까요.
상근: 그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제 비전이에요. 웹툰에서도 성소수자 웹툰이 두건이 발행되고 있고 그게 문제가 되지 않는 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죠. 그래서 언젠가 청소년 성소수자 이슈가 별거 아닌 게 되는 것, 청소년 자긍심팀에서 자긍심이 빠지고 청소년 팀이 있어야 될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는 시점이 오도록 만들고 싶어요. 물론 되게 오래 걸릴 거에요. 여성 운동이 계속 되었지만 아직도 있는 것처럼요.
나단: 청소년 운동에 개별적인 비전을 갖는다는 건가요? 청소년기에 개인적으로 특별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운동적으로 밀접함을 느끼는 것인지, 이 문제가 여러가지 집약이 되어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인지 궁금해요.
상근: 처음엔 전자였어요. 청소년이 청소년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지금은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톱니바퀴들에 청소년 성소수자 문제가 다 맞물려 있는 것을 보면서 좀더 전략적인 접근도 가능할 수 있으리라고 봐요.. 사람이 자기 혼자만 잘 살려고 그러는 게 아니니까. 그러려면 인류는 벌써 망했겠죠. 비청소년이 된 후에는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이야기 한다는 게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전 인류애적인, 윤리적인 정당성이 획득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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